< 국뽕 박규태 선생 #73 >
[맨시티의 파블로 로탱, ‘민트 치킨 챌린지에 나도 도전하겠다. 12월 말까지 골을 넣는 만큼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하겠다.’]
[루이스 너츠, ‘민트 치킨? 맛있다. 먹어봐라. 나도 골을 넣으면 기부할 생각이다.’]
[스타 공격수들의 민트 치킨 챌린지! 박싱 데이에 팬들을 훈훈하게 만들 멋진 이벤트!]
[짐 테인, ‘애들 장난은 그만!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선수다.’]
[아스날의 루카스 아르셀모. 민트 치킨 챌린지를 조롱한 짐 테인에게 일침! ‘짐 테인은 감정이 메마른 선수다. 득점왕을 위해서 딸의 목숨을 걸었던 해리 케인보다 더 한심한 남자다.’]
[짐 테인, ‘아스날? 그래서 6위는 하는가? 우리는 1위다.’]
[루카스 아르셀모, ‘유로파 리그에서 만나면 짐 테인과 토트넘을 나락에 떨어뜨릴 것.’]
“잘 싸운다.”
회귀 전에도 토트넘의 짐 테인과 아스날의 루카스 아르셀모는 앙숙처럼 SNS로 열심히 싸웠다.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래도 반응은 뜨거워서 다행이네.”
민트 치킨 챌린지.
솔직히 세계적으로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 꿈에도 몰랐다. 많은 공격수가 이번 민트 치킨 챌린지에 참여했다.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인 선수도 있었지만, 대체로 이번 이벤트에 긍정적인 선수들이 훨씬 많았다.
유럽처럼 한국에서도 이번 민트 치킨 챌린지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었다.
최근에 9시 뉴스에도 나올 정도였다.
이미 시즌이 끝난 K-리그의 공격수들은 민트 치킨을 먹고 SNS에 인증하고서 봉사 활동이나, 기부하는 방식으로 다가오는 연말을 뜻깊게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아니,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잉글랜드의 12월은 그만큼 축구 선수에게 가혹했으니까.
덕분에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선수들의 표정에도 조금씩 여유가 사라지고 있었다.
훈련장을 바라보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부상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체력고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체력 담당 코치의 말에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알고 있었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울브스.
그들에게 부족한 ‘경험’이라는 부메랑은 박싱 데이에 맞춰서 돌아왔다. 그리고 제대로 그들의 뒤통수를 때렸다.
샘 빈치와 브란도 사미.
테오 나두.
최근에 교체까지 해주며 관리를 해주었던 세 선수의 움직임이 상당히 굼떠 보였다.
러시아 원정이 섞인 것도 문제였다.
거기다 다른 팀과 다르게 시즌도 훨씬 빠르게 시작했다. 아마도 선수들이 느낄 피로도는 다른 시즌보다 훨씬 클 것이다.
“전술을 바꿔야 하나?”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
동시에 미드필더부터 시작해서 공격진의 체력 소모가 심한 전방 압박을 활용하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다음 상대는 어설픈 전술로 잡아낼 수 없는 EPL의 강팀인 첼시였다.
사실 플랜B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승리하려는 전술이 아니라 그냥 무승부라도 거두기 위해서 만들어낸 전술이었다.
그의 철학과 상반된 전술.
그렇기에 플랜B를 꺼내 들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할까……. 뭔가 방법이 없을까?’
가벼운 전술 훈련이 끝나는 순간까지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그때였다.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모우우우우!”
수비를 성공한 박규태의 목소리.
아무래도 뭔가 내기를 한 것 같았다.
잔디를 날카롭게 스치고 나아간 오른발.
박규태가 이번에도 테오 나두의 발에 있던 공을 날카롭게 빼앗았다.
“키-아아아아아! 이게 김치 DNA의 힘이다! 우매한 피시 앤 칩스 녀석들아! 크하하하!”
“난 프랑스 출신인데?”
“라따뚜이 녀석은 입을 닫아라! 감히 오늘 내기의 승자에게 덤비다니! 버릇이 없구나!”
내기에서 승리한 박규태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건방을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철학과 반대되는 플랜B.
그것을 제대로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헤이! 다 모여봐!”
급히 선수들을 부른 마이크 타이슨 감독.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첼시전의 해결책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 * *
12월 18일.
첼시와 경기 날이 찾아왔다.
그리고 필드에 입장하기 시작한 선수들.
중계진은 울브스의 조금 달라진 선수 구성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 최전방은 엠마누엘 메르시에입니다. 박규태 선수와 포지션이 바뀌었네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뭔가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거기다 선수들도 주전급이 아닌 백업 선수들도 몇몇 보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주전인 루이스 페레즈 선수가 아닌 앤서니 백스터 선수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전술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평소에 즐겨 쓰던 4-1-2-3 포메이션이었다.
첼시의 아르멜루 티치 감독이 얼굴을 찌푸렸다.
“팍이 오른쪽 윙어라고?”
“그런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에서 오른쪽 윙 포워드에서 뛴 적이 있습니다. 전성기 시절의 만주키치처럼 움직였죠.”
“음……. 토미가 힘들겠어. 신장이 차이가 나니까. 팍의 키가 188㎝였나?”
“네, 아무래도 뭔가 준비한 것 같습니다.”
아르멜루 감독의 걱정처럼 첼시의 왼쪽 풀백인 토미 린튼과 박규태의 신장은 상당히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박규태가 발이 느린 선수도 아니었다.
분명히 박규태는 토미 린튼을 압도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토미 린튼이 상당히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는 점이었다.
거기다 왼쪽 윙 포워드인 케빈 티몽은 수비가담에 적극적이었다.
활동량이 많은 그에게 토미 린튼의 보호를 부탁하면 분명히 어느 정도 박규태의 돌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악수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던 아르멜루 티치 감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이먼과 프레데릭을 준비시켜야겠어.”
후반전에 공격적인 카드를 교체해야겠다고 일찍이 결정한 아르멜루 티치 감독을 보며 수석코치가 물었다.
“풀백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테이스라면 충분히 팍과 경합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티치 감독의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
“울브스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할 생각이 없어.”
“네? 그게 무슨…….”
그때였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첼시의 수석코치는 아르멜루 티치 감독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그래, 울브스는 오늘 경기에서 공격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어. 4-1-2-3? 아니야 저건 그냥 4-5-1이지.”
완전히 내려앉은 울브스.
텐백 수비를 시작한 그들을 보며 아르멜루 티치 감독이 울브스의 벤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평소와 다르게 차분한 눈으로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화끈한 공격.
과감한 패스.
끈적한 압박.
이것이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울브스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위의 말과 상당히 달랐다.
끈적한 수비와 안정적인 패스.
울브스의 선수들은 천천히 첼시의 속도를 죽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전반전 10분이 지나는 시간 동안에 나온 슈팅은 고작 3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유효 슈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오늘 경기를 기대했던 케빈 티몽.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 박규태와 함께 골을 많이 넣어서 불우한 이웃을 돕기를 원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양상은 골이 하나라도 나오면 대단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오히려 박규태는 골을 넣기보다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거칠게 플레이할 이유가 없잖아? 왜 그렇게 날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이 난 거야?”
케빈 티몽의 중얼거림.
박규태가 씩 웃으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
케빈 티몽.
멋진 선수였다.
회귀 전에 케빈 티몽은 봉사 활동은 물론이고 기부도 많이 했다. 거기다 필드에서도 그는 신사였다.
그렇기에 움직임이 조금은 정직했다.
“큭!”
덕분에 박규태는 파비오 델파우리와 함께 첼시의 왼쪽을 막아서는 데 문제가 없었다.
케빈 티몽의 유니폼을 손으로 잡아당기며 그의 돌파를 저지한 박규태에게 쏟아지는 야유.
우우우우우우!
첼시의 홈팬들이 내뱉는 야유에도 박규태의 더티 플레이에 변화는 없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케빈 티몽이 있는 왼쪽을 완벽하게 봉쇄할 필요가 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박규태의 더티 플레이.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박규태가 공을 가지고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려앉은 울브스가 첼시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반대로 첼시는 상당히 답답한 상황입니다.
-아르멜루 티치 감독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추구하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이런 수비적인 전술을 가지고 나왔으니까요.
-말씀드리는 순간 박규태 선수의 깔끔한 수비가 나왔습니다! 하하하! 이 선수 수비수인가요? 정말 날카롭습니다.
-자! 울브스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오늘 경기에서 그의 역할은 수비와 역습의 기점이었다.
그가 공을 잡는 순간.
첼시의 선수들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하지만 박규태의 돌파는 딱 거기까지였다.
오히려 파비오 델파우리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하면서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반대로 박규태는 최대한 수비적으로 움직였다.
‘민트 치킨 챌린지’ 덕분에 박규태가 골을 넣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거라 믿고 있던 첼시의 선수들은 박규태의 그런 움직임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첼시의 토미 린튼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순간적으로 치고 올라온 파비오 델파우리의 움직임을 살짝 놓쳤다.
-낮고 빠른 크로스!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슛!
-아! 전반 17분에 터진 울브스의 첫 유효 슈팅은 첼시의 알로이스 배리 골키퍼에게 막혔습니다!
위험한 상황을 넘긴 첼시.
그제야 그들은 오늘 울브스가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미친놈들……! 가장 골을 많이 넣은 골게터가 측면에서 수비적으로 움직인다고? 도대체 무슨 근본 없는 전술이야?”
첼시의 팬이 내뱉은 말처럼 현재 울브스의 전술에는 근본이 없었다.
그렇기에 파격적이고 상대방이 제대로 대처를 못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시즌 30골을 넘어선 박규태였다.
그런 박규태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연계와 수비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첼시로서는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뭔가 노리는 게 있나?
하지만 그것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벌써 전반의 절반이 지나갔다.
이제 전반 25분이 조금 지나는 상황.
하지만 케빈 티몽의 모습은 벌써 몇 시간을 잔디밭에서 구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잔디즙에 적셔진 푸른색의 유니폼.
그가 땀을 소매로 닦으며 박규태에게 물었다.
계속해서 이어진 박규태의 거친 플레이에 케빈 티몽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난 이런 경기를 원하지 않았어!”
“어린 선수라서 현실을 모르는 것 같네. 형이 필드에서 낭만을 찾고 있는 너에게 현실을 알려주마.”
케빈 티몽이 공을 잡자 박규태가 몸을 밀어 넣었다.
“김치 태클!”
하지만 케빈 티몽은 쉽게 공을 내어주지 않았다.
거친 몸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묘하게 박규태의 손이 살짝 올라갔다.
“컥!”
그리고 실수처럼 케빈 티몽의 콧구멍을 쑤셨다. 그의 손놀림이 워낙 교묘했기에 다른 사람은 의도성을 느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얼굴을 잡고 쓰러진 케빈 티몽.
삐이익!
“손이 너무 높았어.”
“주의할게요.”
주심의 구두경고에 박규태가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워 있는 케빈 티몽을 손으로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조용히 그의 유니폼에 콧물을 닦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를 보며 케빈 티몽이 으르렁하고 화를 내었다.
“더러운 녀석……! SNS의 이벤트를 보면서 좋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미친놈이었다니.”
케빈 티몽의 말에 박규태가 웃었다.
“미안, 이제 콧구멍을 쑤시는 일이 없을 거야.”
박규태의 사과에 케빈 티몽이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다시 몸싸움할 때 박규태는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철저히 지켰다.
그는 케빈 티몽의 콧구멍을 노리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구멍을 노렸다.
“으아아아악!”
박규태의 교묘한 똥침에 케빈 티몽이 비명을 질렀다.
이미 박규태의 머릿속에 ‘민트 치킨 챌린지’는 없었다. 오직 승리를 위해 필요한 플레이만이 가득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73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