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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69화 (69/199)

< 국뽕 박규태 선생 #69 >

데이비스 5형제가 있는 블랙번을 2 대 0으로 꺾은 울브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다른 것으로 한국과 일본에는 화제가 되었다.

[박규태의 독도 발언으로 일본 발끈!]

[징계가 불가피한 박규태!]

[박규태, ‘징계 수용할 것. 울브스의 팬들에는 미안하다. 뭐? 일본팬에게 사과하라고? 혹시 코딱지 좋아하나?’]

[EPL 박규태 2경기 출장 정지 징계!]

[12월에 있는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터진 박규태의 시원한 도발!]

당연히 징계가 있었다.

박규태는 수용했고, 울브스도 딱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울브스의 몇몇 팬들이 박규태의 행동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 29골을 때려 넣은 박규태를 비난하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팍이 2경기 쉬고 싶었나 보지.

-어차피 일정을 봐도 그리 어려운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후반기에도 10골은 더 넣어줄걸?

아직 전반기가 다 지나가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시즌 29골을 터뜨린 박규태를 비난할 팬들은 없었다.

박규태가 초밥을 보고 ‘저것은 한국의 전통 음식이다!’라는 선동을 해도 그들은 박규태의 말을 믿을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잉글랜드의 훌리건에게 골을 잘 넣는 공격수는 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거기다 팬 서비스까지 화끈한 선수라면?

울브스라는 구단이 박규태를 놓치는 순간 아마도 울브스의 구단 사무실이 불타오를 것이다.

덕분에 발언은 잉글랜드에서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팬들은 달랐다.

어째서 독도와 관련된 발언을 갑자기 꺼낸 것일까.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드러냈다.

당연히 박규태는 꿍꿍이가 있었다.

세상에 완벽한 국뽕은 없다.

국뽕은 누군가의 이미지 메이킹이나 이득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있었던 독도 세레머니도 자신의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하나의 쇼라고 볼 수 있었다.

‘빨리 뜨거워지면, 빨리 식는다.’

그렇기에 모든 이슈를 꾸준하게.

아궁이에 장작을 넣듯이 하나씩 풀어 놓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의 시작이 이번 독도 세레머니였다.

당연히 모든 이슈는 일본과 경기에 맞춰지고 있었다.

‘12월에 있을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제대로 밟아놔야 나중에 내가 국뽕을 쌓기 편해진다.’

자신의 수명이 걸린 일.

박규태의 두 눈은 살기 위한 의지로 가득했다.

이번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일본 국가대표팀에 타카노리 미우라가 참여한다.

그리고 그를 필두로 일본이 회귀 전에 대한민국을 3 대 1로 잡아내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광동의 굴욕’을 안겼다.

타카노리 미우라.

묀헨글라트바흐에서 최근에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박규태와 동갑인 그는 회귀 전에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1골 2도움의 활약을 보여주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기세를 클럽에서도 이어나갔다. 그는 후반기에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에 첼시로 이적한다. 그는 빠르게 일본 축구계의 기둥으로 성장한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국가대항전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하는 박규태에게 있어서 타카노리 미우라는 상당히 성가신 장애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빌드업을 한 것이다.

독도 세레머니를 시작으로 조금씩 일본과 경기에 많은 관심이 향하도록 이슈를 천천히 집중시킬 생각이었다.

그리고 일본과 경기에서 완벽하게 승리를 장식하며 타카노리 미우라가 포텐을 터뜨리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누군가는 그의 작전을 듣고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비겁한 것이 아니냐고.

한 선수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동이 아니냐고.

하지만 박규태는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프로 스포츠는 원래 약육강식의 법칙으로 흘러가는 곳이고, 역사에도 나와 있듯이 승자만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는 승자독식의 세계였다.

누군가 상위 1%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밑에 고꾸라지는 99%의 선수가 필요한 법이었다.

그리고 99%의 선수를 모두 챙겨줄 만큼 프로의 세계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거기다 박규태는 자신의 목숨까지 걸려 있었다.

목숨이 걸린 일 앞에서 사람은 그 누구보다 잔혹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박규태는 몸소 보여줄 생각이었다.

* * *

퀴라시 아메드.

이란 출신의 풀백이자 ‘대한이란놈’으로 대한민국의 팬들에게 상당히 친숙한 선수인 그는 최근에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와 주전 경쟁을 하는 카를로스 디오고가 매 경기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울브스의 왼쪽을 파고드는 윙어들을 모조리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그의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카를로스 디오고의 수비력이 너무나 견고했고, 현재까지 카를로스 디오고의 단단한 수비력을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더 활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카를로스 디오고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소극적인 움직임과 빈약한 공격 능력.

완벽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는 현재까지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대로 퀴라시 아메드는 적은 기회 속에서 공격 포인트를 꾸준히 기록하며 조금씩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이번 전반기 9경기 동안 4개의 도움을 기록한 퀴라시 아메드의 공격력은 왼쪽 윙 포워드인 가스통 렌도의 움직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유로파리그 L조.

비토리아SC와 경기에서 1도움.

EPL 14라운드.

더비 카운티와 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하면서 11경기 6도움을 기록했다.

덕분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행복한 고민으로 머리를 감싸 쥐게 되었다.

적어도 왼쪽 수비는 걱정이 없으니까.

그렇게 주전 경쟁에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퀴라시 아메드가 박규태의 집을 찾아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화를 냈다.

“이건 너무하지 않아?”

“왜? 혹시 출전 시간에 불만이라도 있어?”

박규태는 긴장한 표장으로 퀴라시 아메드를 바라봤다.

혹여나 출전 시간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퀴라시 아메드가 화를 내는 것은 자신의 출전 시간 때문이 아니었다.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잖아! 어떻게 일본 땅일 수 있겠어? 그걸로 EPL에서 징계를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아!”

능숙한 한국말로 분노하는 퀴라시 아메드.

박규태는 자신의 눈앞에서 갑자기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기 시작한 퀴라시 아메드를 보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우리 땅! 커모오오온! 니뽄! 태권도 블랙 벨트인 내가 찢어주마!”

급발진하는 명예 한국인을 진정시킨 박규태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야?”

“아! 깜빡했네. 팍! 곧 12월이잖아.”

“그렇지. 오늘이 11월 30일이니까.”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선수들이 모두 소아 병원으로 봉사 활동을 가는 거 알지?”

“알지. 그런데 크리스마스라면…… 아직 한참은 남지 않았어?”

“미리 이야기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무튼, 그때 코스프레를 하고 가자는 말을 하려고 왔어. 어때? 좋지 않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런 이벤트도 있어야지 국뽕을 구도하는 팍팍한 삶에 좋은 활력이 될 것이 분명하니까.

그렇기에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자. 그런데 어떤 코스프레를 할 거야? 히어로 영화의 인물들? 아니면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캐릭터?”

어떤 것이든 좋았다.

아이들을 위한 행동이니까.

“이미 정했어! 난 뽀롱뽀롱 뽀롱이 코스프레를 할 거야. 이미 캐릭터 인형 옷을 구했거든.”

“음…….”

나쁘지 않은 캐릭터였다.

비록 따요에게 밀려서 인기가 조금 식었다지만, 아직도 해외에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는 아동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팍의 의상도 내가 미리 구했지.”

“오! 그래? 뭔데?”

“팍에게 딱 어울리는 캐릭터야!”

“나에게 딱 어울리는 캐릭터?”

조금의 기대감이 생겼다.

다양한 예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복을 쓴 전우치.

이순신 장군.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

최근에 다시금 인기를 끌기 시작한 아동 애니메이션인 뚜봇도 나쁘지 않았다.

정상적인 국산 캐릭터를 생각하던 박규태.

하지만 퀴라시 아메드는 그가 상상하지 못한 환상적인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종이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짜잔! 파김치 워리어!”

잠깐 멍하니 퀴라시 아메드를 바라보던 박규태가 조용히 그를 집 밖으로 쫓아냈다.

* * *

12월 1일.

스완시 시티와 경기.

울브스는 박규태가 없음에도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테오 나두의 활약으로 3 대 1 승리를 거두었다.

9월 25일에 있었던 리버풀과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한 이후로 계속해서 승리를 기록하고 있었기에 울브스의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신나게 응원가를 불렀다.

동시에 그들은 12월 4일에 있는 본머스와 경기부터 박규태가 다시금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좋아했다.

“네? 국가대표 차출을 하지 않는다고요?”

그리고 박규태는 이번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 차출이 되지 않았음을 르르에 콜리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뱅상 엘라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국내파 선수들을 대거 뽑아 옥석을 가릴 생각인 것 같았다.

덕분에 박규태의 빌드업이 쓸모없는 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국뽕을 쌓기 위한 기회가 사라지다니!’

거기다 12월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울브스 구단에서도 차출을 거부할 것이 분명했다.

12월 4일 본머스전.

12월 9일 릴 올랭피크전.

12월 12일 맨시티전.

12월 15일 아스톤 빌라전.

12월 18일 첼시전.

울브스가 그를 국가대표에 차출되게 놔둘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조용히 자책했다.

최근에 국뽕을 쌓지 못해서일까. 박규태는 자신이 너무 조급했음을 깨달았다.

‘생각이 짧았어.’

자아 성찰을 한 박규태 그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고작 아동 캐릭터에게 ‘두 유 노 클럽’의 순위가 밀린다고 조급함을 드러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조급함은 12월 4일 본머스, 12월 9일에 있던 릴 올랭피크와 경기에서 드러났다.

두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박규태는 유효 슈팅을 많이 때렸지만, 결국에는 무득점으로 경기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앞선 경기들에서 보여준 득점 페이스가 굉장했던 것이지 절대 박규태에게 슬럼프가 온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몇몇 안티들은 박규태를 물어뜯었다.

[한계가 드러난 박규태! 2경기 연속 무득점!]

[갑작스러운 슬럼프? 독도 세레머니 이후에 흔들리기 시작한 박규태! 원인은 무엇인가?]

[일본 언론들 박규태의 2경기 무득점을 비중 있게 다뤄!]

12월 10일.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

일본과 경기가 시작되었다.

박규태는 TV로 경기를 지켜보며 타카노리 미우라가 출전했는지, 그리고 회귀 전과 다르게 대한민국이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열심히 살폈다.

-고오오올!

-정명순! 오늘 대한민국을 살리는 히어로입니다!

-후반전 막판에 역전! 역시 태극전사입니다!

타카노리 미우라는 없었다. 그는 회귀 전과 다르게 아무런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도 못했다.

거기다 경기의 결과도 달랐다.

기대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공격수인 정명순이 후반전 막판에 환상적인 시저스킥을 성공시켰다.

그렇게 2 대 1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의 모습을 다 확인한 박규태가 가벼운 마음으로 TV를 껐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12일에 있을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에서 더욱 집중해야 할 이유까지 생겼다.

[파블로 로탱, ‘울브스의 팍을 가장 경계한다. 그는 분명히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를 방해할 거대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메날두 시대가 끝을 알린 상황에서 네이마르와 아자르를 제치고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

파블로 로탱이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박규태에게 파블로 로탱의 인터뷰는 새로운 국뽕을 샘솟게 만들 기회였다.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만 교환할 수 있다면……!’

한국의 축구팬들이 국뽕에 차오르지 않을까.

박규태가 주먹을 움켜쥐며 다짐했다.

“12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국뽕 사냥꾼 박규태.

그가 12일에 있을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생각하며 승리를 다짐하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69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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