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68 >
[울브스! 맨유를 상대로 3 대 2 승리!]
[박규태 멀티골 대활약! 울브스의 승리를 이끌다!]
[올드 트래포드의 중심에서 ‘승리’를 외치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매서운 늑대들!]
-오졌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맹구를 외치다니.
-캬! 맹들맹들! 맹구들 입 닫았죠?
-ㅋㅋㅋ 맹구들 박규태 거품이라고 댓글 열심히 달더니만 ㅋㅋㅋ 루이스 너츠보다 더 잘하던데?
-ㅋㅋㅋㅋ 느그 땅콩 시즌 30골까지 몇 골 남음? 우리 규태는 이제 시즌 30골까지 딱 2골 남았는데?
-진짜 폼 오진다; 리그 10경기 15골이라니…… 미쳤다.
-좃규는 곧 끝난다. 김치팔이는 영원하지 않아.
-응, 일뽕은 저기 후쿠시마로 가세요. ㅎㅎ
-(대충 국뽕을 느끼는 글)
“환상적인 경기였어. 하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 이 부분을 보면 우리가 어째서 상대의 중앙 미드필더에 휘둘렸는지를 알 수 있어. 자! 이 부분이야.”
경기가 끝나고 다음 날.
맨체스터에서 돌아온 울브스의 선수단은 회복 훈련과 함께 오후에 맨유전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엠마누엘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당연히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지적을 잔뜩 들은 그의 표정은 그리 좋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지난 맨유전을 모두 복기한 울브스는 다시 급하게 비행기로 러시아를 향해 날아갔다.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4번째 경기.
크라스노다의 홈 경기장인 크라스노다르에서 울브스는 로테이션으로 백업 멤버를 모두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모두 우려했지만, 걱정과 다르게 6 대 0 대승을 거두며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었다.
박규태에게 밀려 백업 공격수가 된 대니얼 캘버트의 해트트릭이 빛난 경기였다.
박규태는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함께 후반 30분에 교체로 투입되어서 도움 하나를 기록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1위를 지키고 있었고, 리그에서도 3위에 안착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청신호를 계속 켜고 있었으니까.
“훌랄라!”
11월 7일 풀햄전을 1 대 1 무승부로 끝낸 뒤에 박규태가 10월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손형민의 수상 이후로 EPL에서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던 선수가 없었기에 반응이 뜨거웠다.
당연히 언론도 난리가 났다.
[박규태! 10월 이달의 선수상 수상!]
[김치팍! 손형민 이후 처음으로 이달의 선수상을 받은 아시아인!]
[일본 언론들 모두 박규태의 이달의 선수상 수상에 여러 반응을 보여!]
[멋진 활약! 박규태는 어떻게 뛰어난 공격수가 되었는가?]
두 유 노 랭킹에도 많은 상승이 있었다.
79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대단한 미튜브 크리에이터인 빅존스를 넘어서 20위까지 치솟았다.
“흐흐흐……! 이제 19위에 있는 ‘우리 친구 따요’만 꺾으면 드디어 10위권에 접어들겠군. 이거 의외로 두 유 노 랭킹을 올리기가 쉬운 게 아닐까?”
혼자만의 상상을 하던 박규태.
그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다음 날 ‘우리 친구 따요’의 극장판이 해외에 개봉되면서 19위에 있던 따요는 17위까지 달아났다.
박규태는 멍하니 두 유 노 랭킹을 한참을 바라봤다.
* * *
박규태가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11월 12일에 홍콩을 상대로 1골.
11월 16일에는 네팔을 상대로 2골을 넣으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다시금 잉글랜드로 돌아오기 무섭게 11월 19일.
블랙번 로버스와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클 플로린 감독이 이끄는 블랙번은 쓰리백을 기반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분하게 막고 중앙의 미드필더진의 능력을 활용해서 직선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팀이다.”
직선적이고 중앙 지향적인 공격. 그리고 쓰리백에서 나오는 단단한 수비 능력.
이것이 블랙번 로버스가 지난 시즌에 챔피언십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승격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 시즌에 프리미어리그에서 자신들의 축구를 보여주며 리그 16위를 지키고 있었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대진운이 썩 좋지 않았기에 그들이 원하는 순위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고 있는 동안 박규태는 블랙번의 스쿼드가 적인 종이를 신기한 듯이 바라봤다.
“구단주나 감독이 축구 게임을 즐겼나?”
축구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대체로 최고의 선수들로만 스쿼드를 구성하고는 한다.
하지만 종종 예능을 위한 스쿼드를 구성하기도 한다.
오직 대머리만으로 스쿼드를 구성하기도 하고, 또는 같은 이름의 선수만으로 스쿼드를 구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박규태의 눈앞에 현실에서 축구 게임을 하는 구단주와 감독을 볼 수 있었다.
[블랙번 로버스의 선발 명단]
골키퍼: 네이선 제임스.
수비수: 알렉스 데이비스, 케빈 데이비스, 켈리 데이비스, 피터 데이비스, 이안 데이비스.
미드필더:에이브 비수마, 토마 로베르토, 곤살로 마티에니.
공격수:찰리 에니스, 스튜어트 그리피스.
“수비수 5명이 모두 데이비스라니……!”
우연일 것이다.
아마도 구단주나 감독도 일부러 데이비스만을 모은 것은 아닐 것이다. 저 다섯의 선수 중에서 영입된 선수도 있고, 지난 시즌에 유스에서 1군으로 올라온 어린 선수들도 있었다.
박규태만 그것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도 블랙번 로버스의 데이비스들에게 많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데이비스가 다섯이라니……!”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윙어인 톰 데이비스랑 공격수인 케이런 데이비스를 영입한다던데?”
“그러면 데이비스 7형제가 되는 거야?”
“모르지. 진짜 영입할지.”
박규태는 조용히 데이비스 5형제를 어떻게 상대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고민이란 것도 별것이 아니었다.
‘공을 잡고, 슈팅해서, 골을 넣으면 끝이지.’
이윽고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다가왔다.
복도에는 이미 블랙번 로버스의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박규태의 시선은 5명의 데이비스에게 향했다.
다양한 인종의 데이비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보며 그가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 하부리그의 구단주가 돼서 대머리로 구성된 선수단을 만들어볼까?’
돈만 충분하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가 그런 잡생각을 하는 동안에 두 팀의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했다.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울브스와 블랙번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중계진의 목소리가 상당히 밝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박규태가 이번 시즌에도 부진 없이 멋진 활약을 계속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중계 시청률도 많이 늘었다.
거기다 외국에서 활약하는 동향 사람을 보는 것을 싫어할 한국인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삐이이익!
때마침 시작하는 경기.
박규태가 전방으로 빠르게 튀어나갔다.
* * *
촤아아악!
-누룰라 갱스! 완벽한 태클이었습니다!
-전방으로 이어지는 공!
-아구스틴 퀴논에게 공이 연결됩니다! 바로 최전방의 박규태 선수에게 이어지는 패스!
중앙 수비수인 켈리 데이비스를 등지고 공을 잡아낸 박규태가 자연스럽게 한 바퀴 돌며 돌파를 시도했다.
그리고 켈리 데이비스는 케빈 데이비스와 함께 그가 파고들 공간을 잘 막아내면서 울브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다섯 데이비스는 형제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와 두 명의 윙백이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는 것은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진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수비진의 팀워크는 프리미어리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은 솔직히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기에는 조금씩 부족했다.
발기술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아마도 박규태는 시원하게 블랙번의 수비진을 뚫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박규태는 발기술이 그리 좋은 공격수가 아니었다. 드리블 기술이 뛰어나지도 않았기에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블랙번의 수비에 좋은 기회를 몇 번 놓칠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가스통 렌도는 미친 듯이 상대의 측면을 휘젓고 있었다.
가스통 렌도에게 연결된 공.
곧이어 크로스가 높게 올라왔다.
“큭!”
케빈 데이비스와 공중볼 경합에서 승리한 박규태가 그대로 공을 잡아놓았다.
그리고 뒤로 돌면서 슈팅을 가져갔다.
대애애앵!
-아깝습니다!
-그대로 골대를 맞고 넘어가는 공!
-박규태 선수의 멋진 터닝슛이 아쉽게도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반 13분입니다. 충분히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박규태의 표정은 덤덤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가스통 렌도가 상대의 수비진을 상대로 뛰어난 돌파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경기에서는 조용히 입 닫고 뛰다가 중요한 순간에 하나만 터뜨려주면 충분하다는 것을 박규태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용히 입을 닫고 좋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전반 21분.
시작은 상대 미드필더의 실책이었다.
토마 로베르토의 공을 빼앗은 브란도 사미가 거침없이 측면으로 공을 연결했다.
-브란도 사미의 패스!
-가스통 렌도가 공을 잡고 뜁니다!
최근에 각성이라도 한 듯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스통 렌도는 벌써 바르셀로나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단기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윙 포워드 자리에서 보여준 움직임은 많은 스카우트의 가슴을 설레게 했고, 동시에 울브스 팬들의 가슴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블랙번의 오른쪽 측면이 뚫립니다! 오른쪽 윙백인 피터 데이비스가 급히 달라붙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미 가스통 렌도의 발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피터 데이비스가 붙고, 다른 데이비스들이 급히 라인을 잡기 시작했다.
가스통 렌도는 그런 상황에서 고개를 돌려 박규태를 바라봤다.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이 담긴 눈빛에 박규태가 공을 요구하는 손짓을 급히 보여주었다.
-높게 올라가는 크로스!
-박규태 선수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 다시 높게 떠오른 공!
다시 자리를 잡은 박규태.
그가 블랙번의 데이비스를 상대로 몸싸움을 하며 헤딩을 가져갈 준비를 끝냈다.
퍽!
“큭!”
박규태와 함께 뛴 케빈 데이비스는 생각보다 단단한 박규태의 육체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결국에는 공을 잡아낸 박규태.
그가 살짝 공이 뜬 상태에서 슈팅을 가져갔다.
나x키에서 새롭게 만든 애국 에디션 1호.
태극기와 김치가 그려진 축구화가 빠르게 움직여 불규칙적으로 떠오른 공을 때려버렸다.
박규태의 슈팅에 조금 늦게 반응한 블랙번의 골키퍼인 네이선 제임스가 급히 몸을 날려봤지만, 아쉽게도 그의 슈팅을 막기에는 타이밍이 살짝 늦고 말았다.
-고오오오올!
-박규태! 오늘 경기의 선취골을 터뜨렸습니다!
-시즌 29호 득점! 그가 블랙번을 상대로 압도적인 골 결정력을 자랑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번에도 박규태입니다! 대한민국의 환상적인 골게터인 그가 블랙번의 수비진을 뚫고 기어코 골을 넣었습니다!
철썩!
골이 들어간 순간, 울브스의 팬들이 박규태를 기다렸다.
그가 어떤 세레머니를 내뱉을지 기대했다.
그가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피파 징계를 각오하고 울브스의 팬들에게 소리쳤다.
“독도는 한국땅!!! 커모오오온!!”
< 국뽕 박규태 선생 #68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