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67화 (67/199)

< 국뽕 박규태 선생 #67 >

-너무 작위적이야.

-저게 무슨 국뽕이야?

-진짜 국뽕은 저렇게 요란을 떨지 않아도 알아서 따라오는 것이 국뽕이야! 진짜 국뽕을 저렇지 않아!

박규태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으면, 그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김치규태교’가 박규태의 팬카페 이름이라면, ‘일뽕친위대’는 박규태의 안티카페 이름이었다.

그리고 안티카페의 운영진인 공진우는 전반전에 맨유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박규태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솔직히 저건 가스통 렌도가 0.9골 만들어준 거야.

-좃규의 수준으로는 자기가 직접 기회를 못 만들지.

-진짜 요즘 왜 이렇게 좃규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음. 차라리 일본의 타카노리 미우라가 더 잘하더라.

-5경기 2골 1도움으로 순도 높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타카노리 미우라랑 좃규랑 비교하지 마라.

신나게 SNS에 글을 싸지르던 그는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는 이들을 모두 차단하고 혼자 시시덕거렸다.

때마침 맨유의 티모 베일리가 전반전 막판에 다시 앞서나가는 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 좋았어! 그대로 억지 국뽕을 짜내는 ×규를 엉망으로 만들어! 잘한다! 맨유! 글로리! 글로리! 맨 유나이티드! 버러지! 다운! 버러지! 다운! 신토불이 녀석을 뭉개버려!”

방에서 괴성을 내뱉는 공진우. 문 앞에서 그의 어머니가 서글픈 얼굴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28세 무직 공진우.

그가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킷타!!!! 국뽕박멸 가즈아아아아아!”

* * *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라커룸에 들어서자마자 소리쳤다. 그의 시선은 전반전에 8번의 실책을 보여준 엠마누엘에게 향했다.

그의 샤우팅에 엠마누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박규태는 조용히 그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저 빈약한 허수아비를 상대로 8번이나 공을 빼앗긴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167cm의 작은 키의 죠니 에이든은 신체도 상당히 빈약했다. 하지만 빠른 발과 뛰어난 균형 감각으로 맨유의 로테이션 멤버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인 지금도 왠지 일반적인 남성보다 체격이 작고 여리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10대 초반이었다면 여자라고 착각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박규태는 생각했다.

“테오! 후반전에 바로 투입할 거다!”

“옛설!”

“파비오! 후반전에 테오 나두와 함께 공격적으로 맨유의 왼쪽을 엉망으로 만들어. 전반전에 봐서 알겠지만, 맨유의 죠니 에이든은 그리 좋은 피지컬을 갖춘 선수가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좋아! 전반전은 나쁘지 않았어! 상대의 공격진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움직임이 좋았지만, 반대로 그런 상대를 맞이해서 전반전에 2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으니까.”

확실히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말이 맞았다.

그들의 예상보다 뛰어난 맨유의 공격진을 상대로 전반전에 2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실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후반전부터는 라인을 끌어올린다. 최종 수비는 앤디가 홀로 받아내야 해. 할 수 있겠어?”

“못하겠다고 말하면 즙이 된 수박처럼 만들겠죠?”

그가 가리킨 곳에는 ‘수박이었던 것’이 너저분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선수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 말을 내뱉으면서 씩 웃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 앤디 수아즈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살기 위해서 악착같이 뛰겠습니다.”

“좋아! 그런 허슬이 필요해! 허슬! 머슬! 킬링! 머신! 오케이! 상대를 찢어버려! 커모오오온!”

박규태는 도저히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텐션을 따라갈 수 없어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하프타임이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교체로 투입된 테오 나두가 맨유의 왼쪽 측면을 휘젓기 시작했다.

-테오 나두! 죠니 에이든을 제쳤습니다!

-상당히 기술적인 움직임이었습니다. 테오 나두의 발에서 공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엠마누엘과 달리 테오 나두는 죠니 에이든을 상대로 손쉽게 돌파를 성공시키기 시작했다.

드리블 기술 하나만큼은 그 어떤 선수보다 대단한 선수였기에 맨유의 죠니 에이든이 쉽게 막을 수 없었다.

거기다 상성도 썩 좋지 않았다.

기술적인 능력도 테오 나두가 좋았고, 피지컬적인 부분도 죠니 에이든이 상당히 밀렸다.

덕분에 후반 5분 만에 첫 번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비록 박규태의 발에 닿지는 않았지만, 테오 나두의 발에서 시작된 연계는 전반전의 어떤 공격보다도 훨씬 부드럽게 전개가 되었다.

거기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지시에 울브스의 오른쪽 풀백인 파비오 델파우리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까지 하면서 맨유의 왼쪽이 완전히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루이스 너츠가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에는 쉽게 공을 전개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잡기 힘든 것 같습니다.

-울브스가 오히려 맨유의 왼쪽 측면을 쥐고 흔듭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기세를 잡은 울브스가 다시금 동점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네.’

기회를 많이 잡아도 그것을 마무리할 선수가 없다면, 그것은 헛수고나 다름이 없었다.

후반전 15분이 조금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규태에게 이어지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테오 나두는 저게 문제점이지.’

확실히 뛰어난 개인기를 갖춘 선수지만, 가끔은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좁은 시야를 보여주기도 했다.

당연히 맨유는 그런 테오 나두의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들은 그 약점을 이용해서 다시금 흔들리던 수비진을 가다듬고 있었다.

‘저렇게 더 놔두다가는 영영 기회를 못 잡겠는데?’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테오 나두의 컨디션이 그의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았다. 순식간에 자신의 앞을 막는 맨유의 선수 둘을 제친 테오 나두가 더욱 속도를 내서 맨유의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맨유의 감독인 벨로아 솔랑케가 크게 소리쳤다.

“라인을 유지해! 테오 나두의 결정력은 그리 좋지 않으니까. 쉽게 공간만 내주지 않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그의 지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문제는 울브스는 테오 나두라는 선수 홀로 이끄는 팀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당연히 박규태와 가스통 렌도가 움직였다.

그러자 맨유의 수비진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그들의 시선이 분산된 상황.

테오 나두의 선택을 기다리는 사람들.

공을 가지고 깊게 파고들던 테오 나두는 자신의 폼이 절정이라는 것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이 강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다행히 후지산 대폭발 슛이 나오지는 않았다.

다비드 데 헤아의 팬이라서 자신의 이름을 ‘다비드’로 바꾼 다비드 에레라가 황급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워낙 강하게 들어오는 슈팅이라 타이밍에 맞추어서 공을 쳐내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철썩!

동점골이 들어간 순간, 테오 나두가 펄쩍 뛰면서 좋아했다.

최근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주전 경쟁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울브스의 원정 팬이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간 그가 펄쩍 뛰며 팬들에게 소리쳤다.

“커모오오온! 울브스! 커모오오온!”

울브스의 팬들은 당연히 테오 나두의 그런 모습에 어마어마한 환호성으로 보답해주었다.

“믿고 있었다고!! 테오!”

“레츠 고! 울브스! 레츠 고 울브스!”

“좋았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오늘 경기에서 승점을 가져갈 수 있다면 이번 시즌은 상위권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 거야!”

반대로 올드 트래포드의 관중들은 2 대 2 동점골을 넣은 테오 나두를 향해 거센 야유를 보냈다.

우우우우우우!

가짜 프랑스인은 꺼져라!

멍청한 동양인이랑 같이 꺼져!

박규태는 그런 올드 트래포드의 관중석을 바라봤다.

저 관중들의 입을 닫게 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동점을 허용한 맨유는 후반전의 남은 시간 동안 매섭게 울브스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막아! 라인을 내려!”

팀의 최종 수비수인 앤디 수아즈가 뛰어난 수비수가 아니었다면 벌써 3골을 허용했을 것이다.

그만큼 맨유의 공격은 매서웠다.

그런데도 울브스는 수비진을 많이 내리지 않았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물론이고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무승부로 오늘 경기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울브스가 두 번째 교체를 가져갑니다. 샘 빈치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브란도 사미를 투입합니다.

-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입니다. 샘 빈치와 다르게 브란도 사미는 훨씬 공격적인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는 선수니까요.

-맨유도 파울로 포그드바를 투입했습니다. 이쪽도 결코 승점 1점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올드 트래포드가 환호성으로 울리는군요!

맨유의 미드필더인 파울로 포그드바가 필드에 투입되었다. 여러 이슈의 중심인 선수이지만, 선수의 능력 하나만큼은 대단했기에 울브스의 선수들도 그를 주의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약 10분 정도.

추가시간까지 생각하면 15분은 남았다고 생각해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전반전에 골을 넣은 뒤에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던 박규태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파울로 포그드바가 투입되면서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공간이 상당히 헐거워졌다.’

파울로 포그드바는 수비 가담이 상당히 적은 미드필더라고 평가받는 선수였기에 그 부분을 잘 노린다면 완벽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점점 시간이 지나갑니다!

-울브스! 다시금 공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박규태에게 빠르게 굴러오는 공.

공을 잡은 박규태가 공을 세우는 순간 그를 막기 위해서 맨유의 선수들이 급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후우!’

키는 비슷하지만, 체중이 더 나가는 맨유의 수비수가 강하게 몸으로 밀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규태는 침착하게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돌파를 시도했다. 한순간 공이 그의 발에서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어설픈 드리블이었지만 상대를 조금이라도 속일 수 있었다. 동시에 박규태가 중앙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가스통 렌도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툭! 툭!

“흡!”

유기적으로 연결이 된 2 대 1 패스.

박규태가 더 과감하게 파고들었다.

지금 당장 슈팅을 쏴도 문제는 없을 거리였지만, 박규태의 차가운 눈은 더 완벽한 기회를 찾았다.

‘찾았다!’

몸을 이용해서 억지로 더 파고 들어간 박규태.

슈팅을 가져갈 각도는 더 좁아졌지만, 그는 그런 비좁은 슈팅 각도가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과감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맨유의 중앙 수비수인 휴고 구안이 억지로 발을 내밀며 박규태의 슈팅을 방해했다.

하지만 완벽할 수 없었다. 급히 내민 발을 피하며 박규태는 완벽한 슈팅을 가져갔다.

철썩!

곧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큼 박규태는 골을 확신하고 있었다.

* * *

-국뽕 멸망!! 오늘 경기는 이대로 끝난다!

-진짜 좃규 수준이 드러난 경기였다.

-ㅋㅋㅋㅋ 1골이 더 나온다고? 좃규가 1골을 더 넣으면, 김칫국물로 샤워하고 도게자한다. 국뽕들 수준이 보이네 ㅋㅋㅋ

-뭐? 이러다가 신고당한다고?

-좃규가 신고해도 전혀 안 무서움. ㅋㅋㅋㅋ 신고당해도 김칫국물로 샤워하고 도게자한다 ㅋㅋㅋㅋㅋ 고소가 쉬운 줄 아나 ㅋㅋㅋ

일뽕친위대의 운영진인 공진우가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조용히 중계창의 시간을 살폈다.

‘후반전도 이제 10분 정도 남았네.’

2 대 2의 상황.

곧 경기가 끝날 것이다.

“좃규 수준이 그렇지. 진짜 저 녀석은 이상한 국뽕 세레머니가 아니면 절대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없는 쓰레기야.”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기는 공진우.

그때였다. 한쪽에 올려둔 중계창에서 중계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박규태! 공을 잡았습니다!

-빠르게 달립니다! 맨유의 중앙 수비수를 몸으로 밀면서 돌파를 시도합니다!

-가스통 렌도가 공을 받으러 왔습니다!

-오! 순간적으로 나온 2 대 1 패스!! 울브스! 기회입니다! 박규태에게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

“뭐…… 뭐야?”

갑자기 날뛰기 시작한 박규태.

공진우가 당혹감을 드러냈다.

몸으로 상대 수비수의 압박을 밀어내며 돌파한 박규태가 가스통 렌도와 2 대 1 패스를 이용해서 맨유의 수비수를 제치는 모습을 보자 그가 이를 꽉 물었다.

“힘내! 맨유! 황유! 너희의 힘을 보여줘!”

그의 응원은 현지의 맨유에 닿지 않았다. 더 깊게 파고든 박규태가 상대의 방해에도 감각적인 슈팅을 가져갔으니까.

철썩!

골이 들어간 순간 공진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X발! 최근에 수비수들 수준이 왜 이래?”

골을 넣은 박규태가 울브스의 원정 팬이 있는 관중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또…… 주-모우! 하겠지.”

하지만 공진우의 예측은 빗나갔다. 박규태는 그가 예상했던 세레머니를 하지 않았다.

관중석 근처까지 달려간 박규태.

그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핑거 토네이도를 하며 소리쳤다.

자신을 향해 야유를 보내는 맨유의 팬들에게 보내는 박규태의 메시지였다.

“맹-구우우우!”

그 모습을 보며 공진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거칠게 중계창을 꺼버린 그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한숨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음 날 그는 자신이 고소를 당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NS에 박규태를 비방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며칠 뒤, SNS에 김칫국물로 샤워한 악플러가 눈물을 흘리며 도게자를 한 사진이 올라왔다.

당연히 박규태의 에이전트는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

< 국뽕 박규태 선생 #67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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