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64화 (64/199)

< 국뽕 박규태 선생 #64 >

상황판단과 경기의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최고로 치명적인 위력을 갖춘 패스.

‘허를 찌르는 패스’라고 평가할 수 있는 이 패스를 오전 연습을 하는 동안에 가스통 렌도는 2번이나 보여주었다.

‘대단한 선수네.’

일반적으로 중앙에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하는 아구스틴 퀴논과 다르게 가스통 렌도는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팀의 두 번째 플레이 메이커라고 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멋진 패스가 박규태의 발에 걸렸다.

가스통 렌도가 보낸 패스를 받은 그는 거침없이 슈팅을 가져갔고 이번에도 골망을 뒤흔들었다.

벌써 청팀이 골을 넣은 것도 네 번째.

박규태는 그저 감탄을 내뱉을 뿐이었다.

가스통 렌도가 방금 보여준 패스는 마치 2010-11시즌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의 16강 2차전에서 보여준 이니에스타의 패스와 비교해도 부족할 것이 없었다.

그 시절의 이니에스타와 비교해도 부족할 것이 없었다.

‘이니에스타가 윙 포워드로 뛰었다면 가스통 렌도처럼 뛰었겠지. 문제는…….’

가스통 렌도의 저런 환상적인 패스는 실전에서는 보기가 정말 힘들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가 실전에서 엉망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에 10골과 7개의 도움을 기록했던 윙 포워드가 엉망이라면, EPL 최상위권 윙 포워드 몇몇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최악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아쉬운 거지.’

맞다.

아쉬웠다.

훈련에서 보여주는 폼만 실전에서 꾸준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가스통 렌도는 울브스가 아닌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어때? 패스 죽이지?”

“그래, 진짜 환상적이었어.”

“사실 유소년 시절에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거든. 그래서 패스 연습을 진짜 많이 했지.”

“그래? 어쩐지 시야도 넓더라. 그런데 왜 윙 포워드로 자리를 옮긴 거야?”

“몸싸움이 약해서 윙으로 자리를 옮겼어. 거기다 이상하게 중앙에서 뛰면 부상이 잦았거든.”

확실히 가스통 렌도는 내구성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윙 포워드에서 뛰고 있는 지금도 잦은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으니까.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래도 최근에 불고기 덕분에 다치질 않았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불고기가 왜 나오는 것일까.

‘최근에는 국뽕으로 선동과 날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의아한 박규태.

그를 보며 가스통 렌도가 웃었다.

“징크스 같은 거야. 경기가 있기 전날에 불고기를 먹으면 이상하게 경기에서 잘 다치지 않더라고.”

“…….”

“거기다 맛도 있고.”

“넌 한국에 오면 돈 걱정이 없을 거야.”

“그래?”

“잘생겼고, 국뽕도 채워줄 수 있고, 축구도 잘하니까.”

박규태의 말에 가스통 렌도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씩 웃고는 다시 훈련을 위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 * *

에버튼을 상대로 2 대 0 승리를 거두고 난 뒤, 며칠이 지났다.

박규태는 10월 7일과 10월 13일에 있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위해서 대한민국으로 향했다.

10월 7일.

상대는 말레이시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상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은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말레이시아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전반전이 21분을 조금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7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상대를 찍어 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이 들어가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맞습니다.

다행히 중계진의 걱정과 다르게 대한민국의 득점은 금방 터졌다. 당연히 그 주인공은 박규태였다.

높게 떠오른 그가 말레이시아 수비진의 방해에도 완벽한 헤딩을 가져가면서 골을 만들었다.

골을 넣은 순간, 박규태가 관중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니폼을 들어 올렸다.

이너웨어에 글자가 적혀 있었다.

[10월 9일! 한글날을 기억해주세요!]

2일 뒤에 있는 한글날을 기억해달라는 문구에 경기를 보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은 한국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최고다! 국뽕팍!”

“더 많은 골을 넣어줘!”

“오빠! 멋져요!”

“규태 팍! 규태 팍!”

그것이 시작이었다.

손형민이 쐐기골을 넣었고, 후반전에는 박규태를 대신해서 필드에 들어선 정명순이 대한민국의 3번째 골을 넣으면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3 대 0 승리를 거두었다.

[대한민국, 말레이시아전 3 대 0 격파!]

[한글날을 기념한 박규태! 뜨거운 애국을 보여주다!]

[다음 경기는 북한과 경기!]

[압도적인 득점 페이스! 박규태는 더 성장하고 있다!]

다음 상대는 북한이었다.

뱅상 엘라즈 감독은 말레이시아와 다른 선수 구성으로 북한전을 준비했다.

물론, 박규태와 손형민 그리고 이강민은 계속해서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이 빠진 대한민국의 공격진은 정말 심각할 정도로 부실했으니까.

10월 12일.

북한과 경기에서 세 선수는 자신들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하면서 대한민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나 손형민은 북한과 경기에서 4골을 몰아넣으면서 소속팀에서의 부진과 다르게 대표팀에서는 환상적인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당연히 박규태도 활약을 멈추지 않았다.

-고오오올!

-박규태의 멀티골!

-점수는 7점까지 차이가 납니다!

-대단합니다! 8 대 1로 크게 앞서나가는 대한민국입니다! 정말 압도적인 경기력입니다.

북한의 엉성한 수비진이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박규태의 움직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기다 이강민과 손형민까지 날뛰니 북한의 수비진은 방법을 찾지 못하고 크게 흔들렸다.

삐익! 삐이익! 삐익!

경기가 끝나고 주저앉은 북한 선수들.

박규태는 힐끗 그들을 보다가 손형민의 옆으로 다가가서 소곤소곤 귓속말로 물었다.

“쟤들 이제 아오지 탄광 가는 거 아니에요?”

그 물음에 손형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A매치에서 골도 계속 넣었고, 울브스는 계속해서 승리했다.

하지만 그런 순조로운 상황도 금방 끝이 났다.

팀으로 복귀한 박규태.

그는 10월 16일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경기인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 출전했다.

경기의 결과는 2 대 2 무승부였다.

박규태는 아쉽게도 골을 넣지 못했다.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경기였어.’

운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가스통 렌도와 루이스 페레즈가 골을 터뜨리면서 팀의 패배를 막았다.

그래서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무승부였으니까.

지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거기다 소쇼와 다르게 울브스는 그가 골을 넣지 못해도 다른 뛰어난 선수들이 좋은 득점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박규태가 과도한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이곳은 소쇼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걱정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다음 경기에서 만회하고 싶었다.

‘다음 상대가…… 러시아리그 팀이었지?’

크라스노다.

러시아리그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팀으로 현재 유로파리그 L조 2위를 지키고 있는 팀이었다.

덕분에 원정길이 지옥이 될 것이 확실했지만, 적어도 이번 경기는 그들의 홈에서 치러지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거의 확정적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거니까. 꼭 이겨야지.”

“확실히…… 원정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홈에서 이기는 게 훨씬 편하기는 하지. 원정까지 가서 맘고생 하기 싫으니까.”

테오 나두의 말에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더욱 승부욕이 끌어 올랐다.

그리고 마침 크라스노다에 호구가 하나 있었다.

[쑨 하이징, “울브스의 팍을 막을 자신이 있다!”]

[박규태, “훠거가 김치를 막아서 되겠는가?”]

[AC밀란에서 크라스노다로 임대 이적한 쑨 하이징! 지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울브스 vs 크라스노다! 박규태 vs 쑨 하이징!]

[중국 언론, “쑨 하이징! 이번에는 다르다! 러시아에서 어마어마한 수련으로 그는 강해졌다!”]

-누구라구요?

-쑨 하이징ㅋㅋㅋ 중국에서 AC밀란의 차세대 중앙 수비수가 될 거라고 오지게 후빨하더니 ㅋㅋㅋ 현실은 러시아리그 백업 수비수ㅋㅋㅋㅋ

-진짜…… 소설에서 저런 엑스트라 여러 번 써먹으면 욕 오지게 처먹을 텐데……. 어찌 현실이 소설보다 더 클리셰 덩어리누!

-윈터솔져라도 되는 거냐? 러시아에서 눈덩이랑 구르더니 진짜 맛이 간 것 같은데?

쑨 하이징.

AC밀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결국 임대 이적으로 크라스노다에 합류했다.

그는 지금 팀에서 백업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법 나쁘지 않은 활약도 보여주고 있었다.

“이야……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박규태는 놀랐다.

회귀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쑨 하이징의 선택에 박규태가 감탄을 내뱉었다.

‘이번에도 러시아 팀이네.’

그리고 변하지 않고 쑨 하이징을 열심히 응원하는 중국의 언론도 회귀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그가 알고 있던 미래가 많이 바뀌었는데, 중국의 반응과 쑨 하이징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중국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했겠지. 그래도 러시아라면 유럽에 걸쳐 있고, 유럽의 대륙 컵 대회에 출전할 기회도 있으니까. 나 같아도 중국 복귀보다는 러시아나 다른 동유럽 국가로 눈을 돌렸을 거야.’

고개를 끄덕인 박규태.

그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크라스노다의 경기가 담긴 영상 자료를 잘 살폈다. 그리고 쑨 하이징의 모습을 보면서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평소 즐겨보던 농구만화의 명언이었다.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 * *

‘신이 있다면 욕을 오지게 먹겠지.’

주인공을 상대로 덜떨어진 엑스트라를 세 번이나 상대하게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지루한 이야기 진행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현실이라는 점이었다.

필드에 들어서기 전.

쑨 하이징은 긴장한 표정으로 박규태를 힐끔 바라봤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자 부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완전히 호구가 잡힌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박규태는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필드에 입장하는 두 팀의 선수들.

그들이 필드에 들어서기 무섭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언어가 들려왔다.

-짜요!! 짜요!! 짜요!!

중국어였다.

그것도 꽤 많은 이들이 찾아온 것 같았다.

유럽에서 버티지 못한 것이지, 쑨 하이징은 중국에서 기대하는 최고의 유망주라고 볼 수 있었다.

중국의 졸부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까지 찾아오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짜요? 며느리가 만든 국이 더 짜겠네.”

신나게 쑨 하이징을 응원하는 중국팬들의 목소리는 곧 울브스의 홈팬들이 내지르는 응원 구호에 묻히고 말았다.

원조의 힘을 보여주마!!

김치 팍! 김치 팍! 김치김치 팍팍!

짜요! 짜요! 짜요! 짜요!

김치 팍! 김치 팍! 김치김치 팍팍!

짜요! 짜요! 짜요! 짜요!

박규태를 응원하는 구호와 쑨 하이징을 응원하는 구호가 섞이면서 독특한 느낌의 운율이 느껴졌다.

묘하게 ‘김치가 짜요!’라는 운율로 들렸다.

뭔가 이상하게 그의 혀가 아려왔다.

벌써 김치의 짜디짠 냄새가 느껴졌다.

“확실히 김치가 짠 음식이지.”

나트륨이 가득한 음식인 것은 사실이니까.

“비겁한 중국 녀석들……. 김치의 약점인 나트륨으로 대한민국을 핍박하려고 하다니!”

누가 들었으면 정신 나간 녀석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 분명했지만, 박규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어차피 한국말을 아는 선수는 벤치에 앉아 있는 퀴라시 아메드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더 정신 나간 말을 내뱉으며 빨리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주심이 조용히 휘슬을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힘차게 숨을 내뱉었다.

삐이이익!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

박규태가 공을 뒤로 돌리는 크라스노다의 선수들을 향해 빠르게 내달리며 소리를 질렀다.

“김치를 위하여!”

리그 우승과 유로파 리그 우승으로는 솔직히 발롱도르를 수상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니까, 다음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이번 시즌에 꼭 좋은 성적을 거둬야지.’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던가.

아니면 리그 4위 이상을 기록하던가.

지금까지는 상당히 순조로웠다. 크라스노다전을 끝내고 울브스는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 만났다.

경기에서 박규태가 2골을 몰아넣으면서 팀의 5 대 3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리그 2위를 지킬 수 있었다.

1, 맨시티 11경기 8승 1무 2패 25승점.

2, 울브스 10경기 8승 1무 1패 25승점.

3, 리버풀 11경기 8승 1무 2패 25승점.

4, 토트넘 10경기 7승 2무 1패 23승점.

치열한 선두권.

미세한 골득실 차이로 갈린 순위.

그 뒤로 맨유, 첼시, 뉴캐슬, 아스날.

4팀이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리그컵 4라운드에서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울브스는 2군을 내보내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했다.

3 대 2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할 수 있어서 경기가 끝나고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인터뷰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자들도 딱히 셰필드 유나이티드 경기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울브스의 다음 상대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리그 5위.

‘빅6’의 멤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64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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