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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63화 (63/199)

< 국뽕 박규태 선생 #63 >

박규태는 살면서 3종류의 사람은 괴롭히지 않았다.

첫 번째는 머리가 벗겨진 사람.

두 번째는 모태솔로인 사람.

세 번째는 짝불알인 사람.

그리고 그가 상대하고 있는 에버튼의 수비수인 제이미 틸랑은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속한 사람이었다.

회귀 전.

K-리그에서 뛰던 시절에 제이미 틸랑이 그가 있는 팀으로 이적했었다.

제이미 틸랑은 전성기가 한참을 지났음에도 EPL 출신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팀원을 모두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때 제이미 틸랑은 빡빡이였다.

레프 야신도 막을 수 없는 원형 탈모에 그는 머리를 시원하게 밀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은퇴하기 전까지 여자친구가 없었다.

그는 완벽한 너드였다.

그렇기에 박규태는 절대로 제이미 틸랑을 놀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경기에 임했다.

거기다 코리안 더비인 오늘 경기에서 트레쉬 토크를 남발할 생각도 없었기에 박규태는 조용히 경기에 집중했다.

다만, 제이미 틸랑은 그의 생각과 다른 것 같았다.

꼭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자주 박규태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때 높게 날아드는 공에 두 사람이 같이 움직였다.

흡!

공중볼을 가슴으로 받은 박규태는 뒤에서 강하게 밀려오는 압박감에 급히 뒤로 공을 돌렸다.

빼앗기는 것보다는 천천히 공격을 끌고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움직임을 가져갔다.

제이미 틸랑은 그런 박규태를 보며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혹시 변태일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가 알고 있는 제이미 틸랑은 결코 그런 변태가 아니었다. 정중한 ‘모태솔로 탈모인’이라는 것을 박규태는 잘 알고 있었다.

박규태와 제이미 틸랑.

두 사람의 기묘한 대치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전반 33분에 박규태가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을 성공시키며 선취점을 넣자, 조용히 지켜보던 제이미 틸랑이 참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제발 트레쉬 토크를 해줘!”

“…….”

“기대하고 있었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잠깐 고민한 박규태.

하지만 제이미 틸랑의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아버렸다.

“제발 욕해줘! 네 트레쉬 토크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람이 들으면 기분 나쁠 300개의 욕’이라는 책까지 봤단 말이야!”

“혹시 변태야?”

“아아아! 그래! 상대를 매도하는 그런 말! 그걸 기다리고 있었어! 하하하하! 난 그런 트레쉬 토크를 들어도 끄떡없다고! 자 더 해봐! 날 욕해줘!”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박규태는 제이미 틸랑에게 다가가서 정중하게 이야기했다.

“난 빡빡이, 모태솔로, 짝불알에게 욕을 내뱉지 않아. 뭘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경기에서 내가 너한테 트레쉬 토크를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덕분에 제이미 틸랑은 완전히 실망한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구나. 마지막 이유가 문제였네.”

“뭐?”

그건 몰랐다.

축 처진 제이미 틸랑.

원정팀 라커룸으로 사라진 그를 보면서 박규태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앞으로 제이미 틸랑을 절대 괴롭히지 못할 것 같았다.

* * *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전반전과 다르게 박규태는 제이미 틸랑보다 그의 파트너인 벤자민 아쿠에를 괴롭히며 울브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젠장! 시끄러워!”

그의 귓가를 폭격하는 박규태의 트레쉬 토크에 벤자민 아쿠에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리고 박규태에게 따졌다.

“왜! 제이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서 나만 귀찮게 만들어? 이유가 뭐야?”

“넌 빡빡이도 아니고 모태솔로도 아니잖아.”

거기다 벤자민 아쿠에는 가슴 큰 애인이 있었다.

박규태로서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주제에 아이도 있었다.

제이미 틸랑이 가지지 못한 것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제이미의 복수다!”

벤자민 아쿠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규태의 몸에 바짝 붙었다.

공을 잡은 박규태가 그를 손과 몸으로 밀어내면서 중앙으로 파고들기 시작했고, 에버튼의 수비진이 빠르게 중앙으로 모이며 그의 돌파에 대비했다.

“팍!”

측면에서 중앙으로 달려드는 엠마누엘 메르시에.

박규태는 힐킥으로 자신의 뒤로 파고드는 그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패스가 조금 길게 연결되었지만 엘마누엘은 패스를 놓치지 않고 잘 잡아냈다.

-엠마누엘!

-중거리 슛!

-아! 아쉽게 빗나갔습니다! 살짝 뜬 공이었어요. 좋은 기회를 놓친 울브스입니다.

아쉽게도 크로스바를 넘긴 슈팅.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아쉬운 표정으로 박규태에게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울브스의 압박.

에버튼의 비토리아누 힐스톤 감독은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다가 선수들의 위치를 다시 조정했다.

“측면을 포기해도 좋아! 아구스틴 퀴논이 편하게 패스를 할 수 없도록 강하게 압박해!”

울브스의 플레이 메이커인 아구스틴 퀴논을 압박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에버튼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미셸 요렌테가 급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출신의 아구스틴 퀴논은 상대의 압박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압박하러 들어오는 순간을 노리고 에버튼의 미드필더진과 수비진 사이의 공간으로 패스를 찔러 넣었다.

1 대 0으로 잘 막고 있던 에버튼에게 그 공간으로 들어오는 패스는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박규태! 상당히 아래까지 내려와서 공을 잡았습니다! 그대로 공을 받고 달립니다!

-빠릅니다! 에버튼의 수비진이 급히 움직입니다! 벤자민 아주에가 박규태 선수의 앞을 막았습니다! 천천히 전진하는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 몸으로 밀면서 전진합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샘 빈치가 높게 올라왔습니다! 박규태 선수의 패스!

울브스의 공격진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박규태가 공을 가지고 에버튼의 수비진을 압박하자마자 남은 울브스의 선수들이 에버튼의 틈을 노리고 움직였다.

툭!

박규태에게 패스를 받은 샘 빈치는 내려앉은 에버튼의 수비수를 앞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상당히 위력적인 슈팅이었다.

대애애앵!

크로스바에 맞고 높게 뜬 공.

에버튼의 선수들이 긴장했다.

-강렬한 중거리 슛!

-울브스의 공격진이 에버튼의 수비진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중거리 슛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계속 라인을 내리고 있으면 중거리 슛에 실점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 이야기하듯이 울브스는 에버튼의 수비진을 상대로 꽤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많이 시도했다.

처음에는 크게 반응이 없었지만, 조금씩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이 나오기 시작하자 에버튼의 수비진도 미세하게 라인을 앞으로 당기면서 울브스의 중거리 슛을 경계했다.

그리고 그 틈을 박규태가 놓치지 않았다.

모처럼 에버튼의 역습으로 황지찬이 슈팅을 가져간 상황에서 그 슈팅을 잘 막아낸 울브스가 매서운 역습을 시작했다.

-바로 측면으로 연결되는 공!

-가스통 렌도가 달립니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인 샘 빈치도 이번에는 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와서 울브스의 공격진에 합류했습니다!

-극단적이네요. 울브스의 4-3-3이 공격하는 순간에는 4-2-4 포메이션으로 변합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중앙으로 연결되는 공!

그리고 가스통 렌도가 찔러 넣은 패스에 박규태가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받았다.

뒤에서 강한 압박이 느껴졌지만, 박규태는 여유롭게 공을 지키고 공격적으로 올라온 샘 빈치에게 공을 연결할 수 있었다.

아까처럼 중거리 슛이 나올 수 있는 상황.

에버튼의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라인의 사이 간격을 촘촘하게 가져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 순간을 노리고 박규태가 벤자민 아쿠에의 뒤로 돌아서 에버튼의 수비라인을 탔다. 샘 빈치는 그 모습을 포착하고 중거리 슛이 아닌 로빙 패스를 찔러 넣었다.

샘 빈치의 패스는 그리 정교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타이밍만큼은 절묘했다. 그렇기에 패스를 받은 박규태가 거침없이 가슴으로 공을 밀면서 에버튼의 뒷공간을 파고 들어갔다.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애애애애애애애애!

-골키퍼와 1 대 1 상황!

순식간에 골키퍼와 1 대 1 상황을 만든 박규태.

슈팅을 때릴 각도가 살짝 애매했지만, 그는 거침없이 슈팅을 가져가고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런 각도에서도 골을 넣은 자신이 그에게 있었으니까.

뻥!

철썩!

골키퍼의 손을 스치고 골망을 흔드는 박규태의 슈팅.

오늘 경기의 쐐기골을 터뜨린 그가 주먹을 움켜쥐고서 빠르게 관중석으로 뛰기 시작했다.

중계진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며 박규태의 골에 감탄을 내뱉었다.

-바아아아아악규태애애애애애!

-환상적인 골! 감각적인 골! 박규태 선수가 시즌 20호 골을 터뜨렸습니다! 경기의 결과에 쐐기를 박는 골입니다!

-아아! 감각적인 돌파였습니다! 최근에 저런 움직임이 많아졌죠? 공격적으로 올라온 샘 빈치 선수나, 아구스틴 퀴논 선수에게 패스를 넣고 라인을 끌어올린 상대 수비수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가 무르익었습니다!

-제공권만 강점이 아닙니다. 188cm의 신장을 갖춘 공격수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주력도 보여주고 있는 박규태 선수입니다!

모두가 박규태의 세레머니를 기다렸다.

그가 펄쩍 뛰기 전에 울브스의 팬들이 먼저 소리쳤다.

그리고 박규태가 그 외침 뒤에 ‘주-모우!’를 외쳤다.

키-아아아아!!

“주-모우!”

샤타-내려!

“오늘 집에 안 가!!”

이제는 호흡이 척척 맞는 울브스의 팬들과 박규태.

점점 발전하는 세레머니에 오늘 경기를 지켜보던 많은 한국팬이 절로 감탄까지 내뱉었다.

* * *

[울브스의 2 대 0 승리! 박규태 멀티골로 승리 견인!]

[아리랑으로 팀의 레전드인 황지찬을 맞이한 울브스! 울버햄튼에 퍼지는 자랑스러운 한류!]

[점점 진화하는 울브스의 공격과 박규태의 세레머니.]

[마이크 타이슨 감독, “이번 시즌은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카이오 실바, “박규태! 그에게 바르샤 DNA가 느껴져!”]

[박규태, “나의 몸을 구성하는 것은 바르샤 DNA가 아니다.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은 숙성된 코리안 김치 DNA다.”]

-캬…… 아리랑에 취합니다.

-황지찬이 울브스의 레전드였지. 진짜 근본 있는 응원이었다. 으음! 마음에 들어……!

-난 저 아리랑에 갑자기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 팍팍!’이 섞여서 감동을 파괴할까 봐 존나 무서웠다.

-벌써 시즌 20골이네; 박규태도 진짜 미쳤구나.

-확실히 울브스처럼 박규태의 제공권과 위치선정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팀이랑 잘 맞음.

-캬……! 숙성된 김치 DNA! 미쵸따!

-카이오 실바도 완전히 바르샤 선수가 다 됐네.

-DNA 드립도 칠 줄 아네. 아스날에서 바르샤로 이적한 지 이제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시즌 20골을 넣었다.

덕분에 순조로운 활약을 계속 이어나가는 박규태에게 많은 빅클럽이 다시금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바르셀로나의 구애는 노골적이었다.

그들만 관심을 드러낸 것이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

PSG와 유벤투스, AC밀란이 박규태에게 꾸준한 관심을 보내면서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박규태는 드디어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여동생과 만날 수 있었다.

부르르.

몸이 절로 떨려왔다.

긴장해서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분노였다.

하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

“와아! 굉장해! 팍! 안아줘요!”

이제 7살이 된 릴리에 메르시에가 박규태의 옆에 달라붙어서 칭얼거렸다.

그랬다.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여동생은 7살이었다. 기대감을 잔뜩 가진 박규태는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가 분노를 참고 엠마누엘에게 물었다.

“그 사진 속의 여자는 누구야?”

박규태의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그거 내 여장 사진이야. 스타드 렌에서 뛰던 시절에 동료들이랑 할로윈 파티를 했거든. 그때 찍은 사진이지.”

“…….”

“종이가 없어서 사진의 뒷면에 전화번호를 적었지. 어차피 내가 가지고 다니기도 좀 이상한 사진이었으니까.”

멘탈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옆구리가 더욱 시렸다.

결국, 박규태는 릴리에 메르시에와 온종일 놀아주며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팍! 동화 읽어줘요!”

“그럴까? 그럼 내가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줄게.”

그래도 박규태는 충실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 지켰다. 어린 팬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를 해주며 엠마누엘의 여동생에게도 국뽕과 김치를 전파했다.

“무슨 동화에요?”

“한국에서 유명한 동화야. 제목은 투명 김치용이야.”

“와아아아!”

릴리에 메르시에의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크아아앙.

투명 김치용이 울부지져따.

투명 김치용은 졸라짱쎄서 최강이엇따.

중국인이나 일본인도 이겼따.

다 덤벼도 이겼따.

‘으악! 김치용이다! 도망가자!’

악당들이 도망갔다.

투명 김치용이 짱이었따.

당연히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고, 박규태의 ‘투명 김치용’은 1화를 끝으로 더는 들을 수 없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63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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