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62화 (62/199)

< 국뽕 박규태 선생 #62 >

4 대 0.

파울로 바스토스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거기다 울브스의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누구나 원정 팬들에게 달려가서 ‘주-모우!’, ‘두 유 노?’ 등등 박규태가 보여주었던 여러 세레머니를 따라 하며 파울로 바스토스에게 ‘진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삐이익! 삐익! 삐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울브스가 비토리아SC를 상대로 4 대 0 대승을 거두면서 유로파 리그 조별예선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경기가 끝난 것을 감사할 것이다. 오늘 경기에서 그와 박규태 사이의 현격한 차이를 느꼈을 테니까.

경기가 끝나고 당연히 한국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규태 이번에도 골을 넣으면서 경기당 1.5골 득점!]

[압도적인 경기력! 울브스의 공격을 이끌다!]

[기세 좋은 울브스! 끊기지 않은 연승!]

-역시! 중뽕킬러 박규태! 멋있다.

-저 친구가 그 ‘빠꾸이태’라는 친구죠? 어쩐지 골을 못 넣더라……. 쯧쯧쯧. 이래서 짝퉁을 쓰면 안 됨.

-인정합니다. 짝퉁은 진퉁을 못 이깁니다.

-요즘 김치팍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뭔가 조용해진 느낌이다. 뭔가 빵 터지는 느낌이 없어.

-원기옥 모으고 있는 거다.

경기가 끝나고 시작된 인터뷰.

비토리아SC의 파울로 바스토스가 아무런 인터뷰도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더는 내 세레머니를 따라 하지 않겠지.’

그렇게 다시금 잉글랜드로 돌아온 선수단.

그들은 쉴 틈이 없이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상대는 ‘빅6’의 한 팀인 아스날이었다.

거기다 그 경기만 준비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리그 컵 3라운드와 EPL 7라운드에서 연이어 리버풀을 두 번이나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마이크 타이슨 감독과 울브스의 코치진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는 울브스에게 가장 큰 고비가 될 수 있는 상대였으니까.

9월 19일.

울브스는 몰리뉴 스타디움으로 아스날을 초대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울브스는 아스날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시즌 초부터 부상으로 주전의 절반이 순식간에 사라진 아스날은 모두가 예상했던 ‘빅6’라기에는 뭔가 부족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박규태와 울브스의 공격진에게 휘둘렸다.

아쉽게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박규태는 아스날의 중앙 수비수들 사이에서 뛰어난 포스트 플레이로 팀의 2 대 1 승리에 많은 이바지를 했다.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많은 이들이 시즌 초반부터 질주하기 시작한 울브스의 약진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리그 득점 1위 울브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달라지게 만들었는가?]

[크로스 성공률, 헤딩 성공률 리그 3위!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2배나 늘어난 성공률!]

[태클 성공률도 리그 2위! 울브스의 약진에는 이유가 있다!]

많은 부분이 지난 시즌과 비교에서 좋아졌다.

특히나 크로스와 헤딩의 성공률이 올라가면서 공격진의 파괴력이 더욱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이 부분은 박규태가 팀에 합류하면서 생긴 긍정적인 효과였다.

9월 22일.

쉴 틈이 없었다.

리버풀과 리그 컵 3라운드에서 상대하게 된 울브스는 1.5군을 내보내면서 리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리버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경기는 생각보다 팽팽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박규태를 후반전 10분에 투입했다. 당연히 박규태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기대에 맞춰 2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계속 이기는 경기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리그 컵에서 2 대 1로 승리를 거둔 울브스.

그들은 9월 25일 리그 7라운드에서 다시금 상대한 리버풀에게 3 대 1로 두들겨 맞았다.

몸살감기로 박규태가 빠지면서 공격력이 약해진 울브스를 상대로 리버풀의 수비진이 상당히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울브스는 이번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다.

그렇게 9월의 마지막이 찾아왔다.

그리고 박규태는 가을을 타기 시작했다.

* * *

가을.

남자가 연애하기 딱 좋은 계절.

몸살감기를 치료하고 며칠을 더 쉰 그가 릴 올랭피크와의 경기 하루 전에 팀에 복귀했다.

“팍! 몸은 괜찮아?”

“어, 많이 좋아졌어.”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사실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의 옆구리가 지독하게 시렸으니까.

훈련하면서 박규태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분명히 명성을 얻으면 얻을수록 뭔가 주변에 여자가 많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왜 아니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박규태.

하지만 그가 평소에 어떤 모습을 대중에게 보였는지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여자가 왜 안 꼬이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만 시작하면 ‘김치’, ‘불고기’, ‘대한민국’, ‘치킨’을 시작으로 다양한 국뽕 발언과 반쯤 정신을 놓은 패션 감각이 첫 번째 문제였다.

두 번째는 뭔가 좀 부끄러운 박규태의 세레머니.

다른 선수의 세레머니와 다르게 뭔가 부끄러운 종류의 세레머니를 여자 팬들이 좋아할 이유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얼굴.

“…….”

그래.

잘생겼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그보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대단한(?) 얼굴의 주인인 삼촌도 미녀와 결혼에 골인했다.

그래서 억울했다.

“후욱!! 후욱!!”

훈련하면서 박규태는 가을을 타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심란한 마음은 진정되지를 않았다.

당연히 그것이 플레이로 드러났다.

“뭐…… 뭐지?”

“평소의 팍이 아닌 것 같아.”

“구티의 그날처럼…… 팍에게도 뭔가 그런 날이 있는 것이 아닐까? 뭔가 굉장히 날이 선 느낌이야.”

가을 타는 박규태는 경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훈련에서 그를 마크한 수비수들이 진이 빠질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팍! 오늘 진짜 미쳤는데?”

테오 나두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런데 평소 가벼운 분위기의 박규태가 아니었다. 뭔가 우수에 빠진 눈빛을 보여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테오 나두가 생각했다.

‘갈 데까지 간 건가? 진짜로 미쳐버린 거야!’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박규태는 우수에 빠진 눈으로 훈련에 임했다.

그제야 선수들도 박규태에게 뭔가 큰 이상이 생겼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충격적이야……!”

“팍이 오늘 ‘주-모’를 단 한 번도 외치지 않았다고?”

“미쳤어……! 내일 지구가 멸망할 징조인 건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혼란스러운 울브스의 선수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박규태는 릴 올랭피크와의 경기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대단합니다!

-릴 올랭피크의 수비진이 박규태 선수를 억제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공을 잡았습니다! 릴 올랭피크의 수비진이 긴장하는 모습이 저희의 눈에도 보입니다!

가을 타는 박규태는 구티의 그날과 콰레스마 스페셜에 비교될 정도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필요한 순간에는 뛰어난 볼 컨트롤 능력까지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울브스의 팬들은 갑자기 폭주하는 박규태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첫 번째 골이 터졌을 때.

박규태가 관중들에게 달려가 손가락 하트를 만들었고, 평소와 다른 모습에 울브스 팬들도 당혹감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가을을 타는 것도 잠깐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박규태의 마법이 풀렸다.

‘그래…… 내 주제에 무슨 연애냐.’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어느 정도 수명이 연장돼야지 연애라는 것도 하고 결혼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내쉰 박규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엠마누엘 메르시에가 박규태에게 다가와서 한 여성의 사진과 전화번호를 넘겨주었다.

“이게 뭐야?”

“내 여동생이 너에게 관심 있데.”

번쩍하고 떠지는 눈.

엠마누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사진 뒤에 동생 번호가 적혀 있으니까. 나중에 문자나 전화를 걸어서 이야기라도 해봐.”

그렇게 그의 가을이 너무나도 일찍 끝났다.

* * *

9월의 마지막 경기.

릴 올랭피크와의 경기에서 3 대 1 승리를 거둔 울브스의 다음 상대는 1부리그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무른 팀인 에버튼이었다.

딱히 뭔가 이슈가 될 만한 경기는 아니었지만, 한국에서는 이번 매치를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

울브스의 주전 공격수였던 황지찬.

그가 이적한 곳이 에버튼이었으니까.

오랜만에 코리안 더비가 성사될 수 있다는 사실에 언론이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박규태와 황지찬! 코리안 더비!]

[8경기 0골의 황지찬과 14경기 18골 5도움의 박규태!]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황지찬과 울브스에서 역사를 쓰고 있는 박규태의 만남!]

[신구 공격수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경기가 될 것인가?]

덕분에 경기 전부터 많은 기자가 울브스를 찾았다.

박규태의 인터뷰를 얻기 위해서였다.

평소라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자들을 내쫓을 박규태였지만, 무엇인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는 예외로 울브스까지 찾아온 한국 기자들에게 인터뷰를 해주었다.

대체로 황지찬에 대한 립서비스. 그리고 이번 경기가 끝나고 찾아올 A매치와 관련된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거기다 대한이란 놈인 퀴라시 아메드까지 데리고 와서 기자들에게 국뽕을 가득 채워주었다.

“오! 아이 러브 김치! 치킨 좋아요! 아이 노우 VTS!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 콘서트를 보러 갈 생각이에요.”

기자들은 흥겹게 퀴라시 아메드의 말을 받아 적으며 ‘울브스에 퍼지는 한류!’라던가, ‘세계에 퍼지는 대한민국의 저력!’ 같은 기사 제목을 뽑아내고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도 인터뷰에서 간접적으로 한국의 유망주 몇 명을 살피고 있다는 말을 남기면서 한국 기자들에게 어마어마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덕분에 박규태의 ‘두 유 노 랭킹’도 27위까지 치솟았다.

“파김치 워리어를 꺾었다.”

아직 갈 길이 한참은 남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순위가 상승했다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10월 3일.

에버튼과의 경기가 찾아왔다.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

그들은 선수들이 입장하기도 전부터 다양한 응원가를 부르며 오늘 경기의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라커룸까지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우리 팬들이 최고야.”

가스통 렌도의 말에 선수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정말 끝내줬으니까.

“모두 준비는 끝났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라커룸에 들어섰다.

그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 라커룸을 나선 선수들.

박규태는 복도에서 황지찬과 만날 수 있었다.

짧게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했지.’

그렇기에 박규태는 그런 황지찬에게 큰 선물을 주기 위해서 울브스의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제대로 될지 모르겠지만.’

울브스의 팬들이라면 그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 황지찬은 꽤 오랫동안 울브스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선수였으니까.

“입장하시면 됩니다.”

필드에 입장하는 두 팀의 선수들.

그때였다.

몰리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울브스의 홈팬들이 어설픈 발음으로 한국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리랑’이었다.

고작 몇 소절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할 것이 분명한 울브스의 레전드에게 바치는 노래였다.

그 뒤에 황지찬의 응원가가 연이어 들려왔다.

놀란 표정으로 울브스의 팬들을 바라보던 황지찬이 기어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리고 큰 박수가 몰리뉴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62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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