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61 >
[짐 테인, “후반기에 팍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보여주겠다. 전반기의 승부는 무승부다.”]
[박규태, “질척거리는 게이는 질색이다.”]
박규태는 아직도 며칠 전 경기에 집착하는 짐 테인을 떼어놓고 유로파리그 L조 첫 번째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상대는 ‘VIT. 기마랑스.’
다른 명칭으로는 ‘비토리아SC.’
그들은 포르투갈 리그에서 매 시즌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1부리그에 잔류하고 있는 명문팀이었다.
‘베베를 맨유에 팔아넘긴 최고의 거상이지.’
박규태는 맨유에게 사기를 칠 능력이 있으면 명문팀이라 불려도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거기다 중국 출신의 구단주가 거액을 투자하면서 꽤 많은 중국 선수들이 몇 년 후에 비토리아SC에 진출했다.
결과는 당연히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방심할 수 없지.’
리그의 특성상 셀링 클럽이기에 전력이 강하다고 볼 수 없었지만, 축구라는 것이 누가 어떻게 이길지 모르는 변수가 많기에 방심하고 있을 수 없었다.
-따-거우!
-두 유 노 탕후루?
“짜식…… 꽤 많이 연구했는데?”
박규태는 자신을 제대로 따라 한 파울로 바스토스의 모습을 보며 크게 감탄했다.
묘한 감동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박규태는 울브스의 커뮤니티에 파울로 바스토스의 세레머니 하이라이트를 올렸다.
-놀랍네! 팍의 세레머니를 따라 하다니.
-중국 녀석들이 원래 그렇잖아. 이렇게 되면…… 가짜에게 진짜의 위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는걸?
-팍은 분명히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야!
-이번 비토리아와 경기에서 팍은 벤치야.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거든.
-저 가짜 팍도 다른 중국산처럼 폭발하지는 않겠지? 엄청날 것 같은데 말이야.
-내가 알고 있는 중국산은 터지거나, 자기 나라에 정보를 보내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반응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주전 공격수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세레머니를 따라 하는 선수였으니까.
“팍! 내가 골을 넣으면 대신 ‘주-모우!’를 외쳐줄게!”
“넌 도움이나 기록해. 그건 내가 넣을 거야.”
가스통 렌도와 테오 나두가 서로 이번 경기에서 골을 넣겠다며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이미 구단 내부에서 박규태와 엠마누엘 메르시에를 제외한 1.5군으로 비토리아SC를 상대하기로 결정이 되었기에 박규태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벤치에서 지켜봐! 이번 경기에서 내가 팍을 대신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니까!”
단단히 기합이 들어간 테오 나두.
‘이 녀석도 중증이다.’
파울로 바스토스가 따라 할 수 없는 국뽕의 품격을 테오 나두는 소쇼에서부터 확실하게 따라 하고 있었다.
어쩌면 테오 나두가 더 완벽한 짝퉁이 아닐까.
박규태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 * *
9월 16일.
당연히 이번 유로파리그는 한국과 중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는 세레머니도 훔친다? 도가 넘은 중국의 행동.]
[박규태와 파울로 바스토스! 포루투갈에서 펼쳐지는 예비 한중전! 과연 박규태는 공한증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선수도 가짜, 세레머니도 가짜. 진짜는 없는 중국.]
한국의 언론은 박규태의 세레머니를 따라 하는 파울로 바스토스에게 딱히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냈다.
반대로 중국은 뻔뻔하게 파울로 바스토스를 감쌌다.
[중국 축구의 결실! 파울로 바스토스!]
[귀화 선수이지만, 그는 누구보다 뜨거운 중화인민의 사상이 깃든 멋진 선수! 그가 중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 것이다.]
[선발인 파울로 vs 벤치인 박규태? 누가 더 뛰어나지?]
[박규태의 세레머니를 따라 한다? No! 박규태가 파울로의 세레머니를 따라 했다!]
벌써 선동과 날조로 박규태를 깎아내리고 있는 중국 언론은 이번 경기에서 파울로 바스토스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의 핵심 공격수인 박규태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것이라 기대했다.
-ㅋㅋㅋ 이번 경기에서 파울로가 선발이고 박규태가 벤치라고 그걸로 선동하넼ㅋㅋ 역시 중뽕들 대단하다!
-울브스 다음 일정이 아스날과 리그 경기가 있고, 리그 컵과 리그 경기에서 리버풀을 연속으로 만나는 빡센 일정이라서 박규태랑 엠마누엘에게 휴식을 준건데 ㅋㅋㅋ 중뽕은 그걸로 박규태가 EPL에서 적응을 못한다고 기사를 쓰네.
-원래 중국이 뻔뻔함. 거기다 속은 좁고.
-난 후반전에 보러와야겠다. 그때 교체로 우리 중뽕킬러 박규태가 투입되겠지.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인터넷 생중계 댓글란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박규태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짝퉁인 ‘파울로 바스토스’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보기 위해 찾는 시청자가 많았다.
거기다 벤치에서 시작해서 후반전에 투입될 수 있기에 전반전이 끝나고 들어올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필드에 입장하는 선수들.
박규태는 엠마누엘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
파울로 바스토스의 등번호 68번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6’과 ‘8’을 의도해서 넣은 번호라는 것이 확실했다.
‘저 녀석…… 진성 중뽕인데?’
중뽕킬러의 감은 확실했다.
파울로 바스토스는 돈이 좋아서 중국으로 귀화한 것이 아닌 정말로 중뽕에 중독된 녀석이었다.
벤치에 앉았는데도 몸이 근질거렸다.
삐이익!
마침 시작된 경기.
박규태가 진지한 눈으로 필드를 바라봤다.
파울로 바스토스는 세컨톱으로 다이아몬드 4-4-2를 꺼내든 비토리아의 왼쪽 중앙 공격수로 움직였다.
전형적인 ‘빅 앤 스몰’의 투톱으로 파울로 바스토스는 자신의 빠른 발과 민첩함을 무기로 울브스의 수비진을 노렸다.
하지만 비토리아와 경기 전에 토트넘을 상대했던 울브스의 수비수들은 짐 테인보다 멍청하고 기술도 빈약한 파울로 바스토스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박규태.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 아시아에서는 잘 먹히지만, 유럽에서는 쉽게 먹히지 않을 스타일이야. 저런 공격수는 상대 수비수의 압박을 견뎌줄 파트너가 없으면 존재감이 사라지는 선수지.’
어째서 그가 귀화한 것인지 이해가 갔다.
전반 10분은 꽤 팽팽했다.
중국의 중계진은 파울로 바스토스의 전반전 움직임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며 기뻐했다.
-파울로! 멋진 움직임입니다!
-저런 선수가 중국인이라니,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말씀드리는 순간 파울로 돌파합니다!
-아! 아쉽습니다. 앤디 수아즈가 칼 같은 태클로 우리 파울로 바스토스 선수의 돌파를 막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경기의 분위기는 당연하게도 울브스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 27분에 첫 득점이 터졌다.
주인공은 테오 나두였다.
신나게 떠들던 중국 중계진이 조용해졌다.
-아…… 테오 나두 선수!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파울로 바스토스 선수가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무래도 비토리아SC의 선수들이 그를 받쳐주지를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골을 넣은 테오 나두.
그가 원정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팬들에게 달려가 펄쩍 뛰어오르며 크게 소리쳤다.
“주-모우!”
세레머니를 끝내고 자신을 향해서 비웃음을 보내고 있는 테오 나두의 모습을 본 파울로 바스토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침울한 중국 중계진과 다르게 한국 중계진은 테오 나두가 골을 넣자 크게 소리 지르며 좋아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테오 나두! 환상적인 드리블 후에 완벽한 골을 넣으며 비토리아SC에게 비수를 꽂았습니다!
-이런 플레이 때문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테오 나두와 재계약을 하면서 데리고 있는 겁니다! 정말 환상적인 플레이였습니다! 거기다 저 ‘주-모우!’ 세레머니까지!
-멋집니다! 정말 멋져요!
조금은 노골적일 수 있는 해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한국 축구팬들은 딱히 그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테오 나두에게 ‘명예 한국인’을 줘야 한다는 말까지 하며 경기를 즐겁게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금 시작된 경기.
아까와 다르게 남은 전반전은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로 두 팀의 공격진이 딱히 뭔가 좋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비토리아SC의 수비진이 극단적으로 라인을 내린 것도 문제였지만, 박규태의 백업인 대니얼 캘버트가 좋은 기회를 몇 번 날린 것도 문제였다.
“음…… 좋지 않군.”
“대니얼은 골 결정력이 그리 좋은 선수가 아니니까요. 필요하다면 후반전에 팍을 투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술 코치의 조언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전반전이 1 대 0으로 끝났다. 선수들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원래라면 2골을 더 넣었어야 하는 경기력이었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은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나쁘지 않았다. 물론 좋은 기회를 많이 놓친 것은 나중에 고쳐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후반전에 어떻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생각해야겠지.”
그는 오히려 지금의 경기력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달라고 선수들에게 요구했다.
그리고 박규태에게는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체로 출전할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일러두었다.
그 말을 들은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휴식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다시금 필드에 입장한 비토리아SC의 선수들은 아까보다 비장한 표정으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 대 0의 점수 차이를 뒤집기 위해 큰 모험은 하지 않았지만, 비토리아SC의 공격수들은 기회가 있다면 울브스의 뒤를 노리는 움직임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리고 후반전이 10분 정도 지난 시간에 드디어 울브스가 첫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규태 선수가 교체를 준비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경기를 확실하게 가져가겠다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최전방 공격수인 대니얼 캘버트 선수와 교체가 되겠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박규태 선수가 투입됩니다!
비참한 표정의 대니얼 캘버트를 지나쳐 필드에 들어선 박규태는 최전방으로 올라가며 선수들에게 소리쳤다.
“아구스틴! 공격적으로 더 올라와! 테오! 필요하면 과감하게 중앙으로 돌파해! 그리고 루이스! 아구스틴이 공격적으로 올라오면서 나오는 자리를 잘 마크해줘!”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지시한 사항을 전달한 그가 씩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파울로 바스토스는 물론이고 다른 선수들의 시선이 느껴지자 박규태가 느끼하게 웃으며 비토리아SC의 수비수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내뱉었다.
당연히 돌아오는 말은 차가웠다.
“꺼져.”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린 박규태.
그에게 오늘 경기의 첫 패스가 날아들었다.
비토리아의 수비진을 등지고 공을 잡은 그가 거침없이 몸으로 수비수를 밀어내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공을 가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주력이 빠른 선수가 아니었지만, 박규태는 준수한 몸싸움 능력과 좋은 균형감각으로 수비수의 견제를 버티며 기어코 좋은 슈팅을 가져갔다.
-좋은 슈팅!
-박규태 선수가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오기 무섭게 유효슈팅을 기록하면서 시동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위협적인 장면이 늘어나기 시작한 상황.
비토리아SC의 수비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전에 상대했던 대니얼 캘버트와 수준이 다른 움직임이었다.
“패스! 패스!”
패스를 달라고 소리치는 테오 나두. 공을 잡은 박규태는 그를 무시하고 가스통 렌도에게 공을 넘겼다.
그리고 수비수를 뒤에 달고 돌파를 시도했다.
동시에 가스통 렌도의 날카로운 패스가 다시 그의 발에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순식간에 2 대 1 패스로 비토리아SC의 수비진을 뒤흔든 박규태가 힐끗 고개를 돌려 선수들의 위치를 살폈다.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기에는 수비진 사이의 틈이 그리 크지 않아서 쉽지 않았다.
‘내 드리블 기술이 더 좋았다면…… 해볼 만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격적으로 올라온 아구스틴 퀴논에게 공을 연결한 박규태가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었다.
툭!
아구스틴 퀴논은 박규태에게 공을 받자마자 반대쪽 측면에 있는 테오 나두에게 연결했다.
공을 받은 테오 나두는 신난다는 표정으로 박규태가 만들어준 공간을 파고들었다.
박규태에게 흔들린 비토리아SC의 수비진은 테오 나두의 움직임에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흡!”
한 명.
그리고 두 명을 제친 테오 나두.
그가 짧게 숨을 내뱉고 중앙으로 패스를 찔렀다.
이미 엉망이 된 비토리아SC의 수비진은 그의 패스에 반응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패스의 종착지는 박규태의 발이었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박규태! ‘비토리아 드 기마랑스’를 상대로 환상적인 쐐기골을 터뜨렸습니다! 대단합니다!
-교체로 투입하자마자 비토리아의 수비진을 완전히 흔들었습니다. 정말로 정교한 공격 전개였습니다.
골을 넣은 박규태.
그가 울브스 관중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모두 예측할 수 있었다.
박규태가 어떤 세레머니를 할 것인지.
‘짝퉁’인 파울로 바스토스에게 ‘진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핑거 토네이도를 하며 펄쩍 뛰어오른 박규태.
그가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모우!!”
그리고 박규태의 ‘주-모우!’에 포르투갈까지 따라온 울브스의 원정 팬들이 그의 외침에 대답해주었다.
드랍 더 비트!!
그 모습을 지켜본 파울로 바스토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61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