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60 >
언제나 골을 넣는 것은 즐겁다. 거기다 골을 넣고 상대방이 얼굴을 찌푸리면 더 기쁠 것이다.
신나게 울브스의 팬들과 기쁨을 나눈 박규태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당연히 짐 테인의 표정은 봐줄 만했다.
제대로 열이 뻗친 그의 모습은 꼭 한국에서 자주 보던 양념치킨처럼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토트넘이랑 어울리네.’
닭집이라 불리는 멸칭을 갖춘 토트넘의 공격수에게 상당히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이봐, 양념치킨.”
“내 이름은 짐 테인이야.”
“그래, 양념치킨.”
얼굴이 더 붉어진다. 양념은 모르겠지만, 치킨이라는 말을 알아듣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만회를 하고 싶어 하는 짐 테인이 전반전 막판까지 울브스의 수비진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육체적인 부분에서 노쇠화가 시작되었지만, 짐 테인은 결코 우습게 볼 수 없는 유형의 선수였다.
“막아!”
“왼쪽으로 뛴다!”
기어코 여우처럼 울브스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신나게 물어뜯었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전반전 44분에 짐 테인의 동점골이 터졌습니다! 이거죠! 이겁니다! 이런 움직임이 짐 테인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 아니겠습니까?
-이걸로 점수는 1 대 1 동점이 되었습니다!
큰 덩치의 누룰라 갱스가 부심에게 오프사이드가 아니냐는 소심한 항의를 했지만, VAR을 살펴도 딱히 애매한 부분은 없었기에 골로 인정되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선수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어렵지 않은데?”
“짐 테인을 제외한 공격진도 그렇게 돋보이는 느낌이 없고, 수비진도 솔직히 빅6에 속한 선수라고 보기에 부족한데?”
박규태도 고개를 끄덕였다. 토트넘의 위치는 ‘그 녀석은 빅6 중에서 최약체였다.’라고 생각해도 어색할 것이 없었다.
그만큼 이번 시즌의 토트넘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힘든 시즌이 분명했다.
반대로 울브스는 분위기가 좋았다. 회귀 전과 다르게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고, 훌륭한 공격수인 박규태가 팀에 합류했다.
이 정도 스쿼드라면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노려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니, 어쩌면 리그 우승도 가능할지 몰랐다.
“자만하지 말고! 내가 뭐라고 했지?”
장난기 가득한 카를로스 디오고가 소리쳤다.
“머슬!”
“머슬이 아니라 허슬! 그리고 도전! 항상 도전적인 플레이로 상대보다 더 앞서서 움직여! 실수? 너희들의 실수는 모두 감독의 잘못이다! 거침없이 플레이해!”
이번에는 과일이 아닌 음료 캔을 압축시킨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할 수 있다.
도전적으로 움직여라.
실수는 선수의 잘못이 아닌 감독의 잘못이다.
‘대단한 감독이네.’
어째서 저런 감독을 회귀 전에는 알지 못했을까.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은 할 수 있었다.
이런 공격적이면서도 플레이에 거침이 없는 축구는 성적이 잘 나오는 시즌에는 어떤 팀도 두렵지 않다.
반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는 순간.
그 순간부터 나락에 빠지기 시작한다.
‘회귀 전의 울브스는 많은 투자에도 흔들렸으니까.’
특히나 빈약한 공격진이 문제였었다.
당연히 지금의 울브스는 달랐다.
박규태가 있으니까.
‘좋아, 후반전에도 토트넘의 양념치킨 녀석에게 내 존재감을 보여줘야지.’
* * *
짐 테인은 이를 꽉 물었다.
전반전에 1골을 넣으며 1 대 1로 따라붙었지만, 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양념치킨!”
“닥쳐! 뻐킹김치맨!”
“반겨서 고맙다. 뻐킹치킨맨!”
“젠장!”
“너의 친구인 만두치킨에게 안부를 전해줘.”
“계속해서 개소리를 지껄이면 네 얼굴을 땅콩처럼 뭉개버리겠어. 알겠어?”
상당히 거친 반응을 보여주는 짐 테인.
박규태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
어떻게든 1골을 더 넣어서 의기양양한 박규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려는 짐 테인.
당연히 그의 치밀하고도 계산적인 움직임은 울브스의 수비진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었다.
-짐 테인 공을 잡았습니다!
-수비수를 등지고 버텨주는 짐 테인!
-측면에서 파고드는 힐리오 디아스에게 연결되는 공! 힐리스 디아스 슛!
-아, 아쉽게 벗어납니다!
짐 테인이 중심을 잡기 시작하자 토트넘의 공격이 상당히 매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전반전에도 쉽게 막기 힘든 토트넘의 공격진이 후반전에는 더욱 힘든 상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단한 선수야.’
일반적인 선수였다면, 저렇게 화를 내는 상황에서도 침착한 플레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짐 테인은 달랐다.
박규태의 조롱에 얼굴이 붉어지고,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여도 그는 축구를 하는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박규태는 어떻게든 다시 도망가는 골을 넣으려고 노력했다.
-이번에는 울브스의 역습입니다!
-측면으로 길게 연결되는 공!
-가스통 렌도가 공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오버래핑을 올라오는 카를로스 디오고에게 연결하는 가스통 렌도!
-카를로스 디오고! 빠릅니다! 울브스의 풀백 중에서 가장 공격적인 선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퀴라시 아메드 선수도 있지만…… 선수 간의 연계를 생각하면 카를로스 디오고가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크로스가 올라왔다.
박규태가 좋아하는 코스로.
하지만 이번에는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보다 큰 다빈손 알베스가 미리 자리를 잡았기에 공중볼을 잡아내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큭!”
오랜만에 공중볼에서 밀린 박규태.
하지만 공의 방향은 의외로 울브스의 선수에게 향했고, 다시금 공격을 이어갈 찬스를 지킬 수 있었다.
공을 잡은 선수는 아구스틴 퀴논.
바르셀로나의 백업 미드필더이자, 포스트 ‘이니에스타’로 기대를 받았던 중앙 미드필더였다.
‘이니에스타의 실력을 따라가려면 한참은 멀었지. 아! 머리카락은 똑같네. 멋진 대머리가 되겠어.’
아구스틴 퀴논은 박규태가 아닌 엠마누엘 메르시에게 공을 연결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다시 리턴으로 들어오는 패스.
아구스틴 퀴논은 그 순간에 벼락같은 슈팅을 때리며 토트넘 팬들의 심장에 못을 박아버렸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대단합니다! 울브스! 엄청난 저력을 보여주면서 토트넘을 상대로 2 대 1로 달아납니다!
-아구스틴 퀴논의 중거리 슛! 정말 대포처럼 날아가는 슛이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선수네요.
‘좋아, 순조롭다.’
정말로 순조로웠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으니까.
벌써 후반전도 절반이 지나갔다. 1점 차이로 지고 있기에 토트넘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토트넘에게는 뭔가 반전이 필요한 상황.
울브스의 선수들은 최대한 짐 테인을 마크하며 어떻게든 경기를 이대로 끝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짐 테인은 반전을 만들 능력이 있는 선수였으니까.
그리고 모두의 예상처럼 기어코 짐 테인이 후반 41분에 환상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패배에서 구했다.
-고오오오올!
-짐 테인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패배를 막았습니다! 짐 테인! 그가 토트넘을 구했습니다!
-저거죠! 저게 에이스입니다! 필요한 순간에 한 방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에이스의 덕목이죠!
골을 넣고 세레머니까지 깔끔하게 끝낸 그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박규태를 자극했다.
“넌 1골, 난 2골.”
박규태가 피식 웃어주었다.
“새끼…… 고맙게 업보를 쌓네.”
저렇게 설레발을 치다가 꼭 마지막에 업보가 터지며 원치 않는 결과를 얻는 녀석들을 많이 봤다.
그렇기에 박규태는 짐 테인을 엿먹이기 위해서 남은 시간 동안 체력을 쏟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실은 금방 찾아왔다.
후반 45분이 지나고, 추가 시간이 막 시작되려는 상황에서 가스통 렌도는 상대 풀백을 상대로 화려한 개인기로 측면을 뚫었다.
그리고 중앙에서 움직이는 박규태에게 부드럽게 패스를 찔러 넣으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바로 슈팅을 가져가는 박규태.
‘이 찬스를 놓치면 내가 탈모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박규태의 슈팅이 막혔다.
케빈 버틀랜드의 환상적이 선방이었다.
문제는 공을 쳐낸 버틀랜드의 세컨드 볼을 처리하려던 하샬 마르티네스가 달려오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공을 골대에 집어넣었다는 점이었다.
철썩!
공이 골망을 흔드는 것을 확인한 박규태.
그는 뻔뻔한 얼굴로 울브스의 팬들에게 달려가 자신이 골을 넣은 것처럼 멋진 세레머니를 보여주었다.
“주-모우!”
주-모우우우우우!
광기에 사로잡힌 울브스의 홈팬들.
역전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상대는 토트넘이었다. 아무리 빅6의 최약체여도 그들은 엄연한 강팀이었다.
반대로 울브스는 약팀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멋진 역전골이 터진 것이었다.
그렇게 세레머니를 끝낸 박규태.
그가 이번에는 짐 테인을 보며 촐싹거렸다.
“뭐? 2골? 근데 팀은 졌네?”
“닥쳐! 1골을 넣은 너보다 잘했어.”
“응? 뭐라고? 3 대 2로 발린 패배자가 지껄이는 소리가 안 들리는데? 원래 경기는 이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빡치라고 하는 거야! 거기다 이기면 더 최고고! 앙 김치띠!”
곧, 경기의 끝을 알리는 휘슬소리가 들려왔다.
울브스와 토트넘.
두 팀의 경기는 3 대 2로 울브스가 가져갔다.
* * *
[박규태 1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
[울브스에 울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김찬식의 칼럼) 무서운 공격수! 재능이 엄청나다!]
[짐 테인, “팍은 더러운 선수다. 오늘 내가 더 뛰어났다. 나는 2골, 그는 1골이었다.”]
-주모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뽕이 차오른다! 으아아아! 국격이 강제로 상승한다!
-저 녀석에게 김치를 먹여라!
-짐 테인ㅋㅋㅋㅋ 나라 잃은 표정 개쩌네.
-이걸로 선두로 치고 나가네.
-다음 경기 어디랑 함?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3 대 2 짜릿한 승리를 거둔 울브스는 다음 경기인 VIT. 기마랑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포르투갈로 향했다.
딱히 신경 쓸 팀은 아니었다.
2군을 모두 내보내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쉬울 것이라 예상한 기마랑스를 상대로 박규태는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허…… 이런 것도 짝퉁이 생긴다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설마 자신의 모든 것을 따라 하는 짝퉁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미튜브 영상을 바라보는 박규태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아니, 당혹감이 지나고 나서는 감탄마저 생겼다.
기마랑스에 소속된 포르투갈 출신이자 중국으로 귀화한 19세 공격수인 파울로 바스토스가 기마랑스의 팬들에게 소리치고 있는 장면이 스마트폰 화면에 흘러나왔다.
-따-거우!
자신의 ‘주-모우!’ 세레머니의 판박이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계속 이어졌다.
골을 넣고 영어로 ‘내가 누구!’라고 묻자, 기마랑스의 팬들이 소리쳤다.
-중국에서 온 슈퍼 차이니즈!
“와…… 이건 소름이 돋는데?”
뒤통수가 얼얼했다.
설마 자신의 시그니처까지 모두 짝퉁처럼 따라 할 것이라고는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두 유 노 훠거?
-두 유 노 마오쭈뚱?
-두 유 노 성류용?
중국판 박규태.
짝퉁이 판치는 중국다운 모습이었다.
“대단하다……. 진짜 대단해.”
박규태는 그저 감탄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리고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침해받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그래,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너희가 그렇게 짝퉁을 좋아한다면……! 나도 너희를 상대로 더러운 방법을 모두 동원해주마.”
박규태가 처음으로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60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