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59화 (59/199)

< 국뽕 박규태 선생 #59 >

짐 테인.

좋은 선수다.

해리 케인의 뒤를 이어서 토트넘의 10번을 이은 그는 매 시즌 20-30골을 넣을 수 있는 환상적인 공격수였으니까.

거기다 그가 축구선수가 된 과정도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좋아할 클리셰로 가득했다.

그는 27살까지 잉글랜드 7부리그 팀인 브래드포드 파크애비뉴, 줄여서 ‘브래드포드PA’의 주전 공격수로 뛰었다.

그리고 28살이 되는 해.

토트넘의 새로운 감독인 마르셀로 가스파드 감독이 겨울 이적 시장에서 짐 테인을 자유계약으로 데리고 오면서 화제가 되었다.

제이미 바디와 같은 이야기였으니까.

하부 리그에서 EPL로 이적.

그리고 늦깎이 데뷔.

그는 후반기에 10경기에 출전에서 11골을 넣었다.

놀라운 활약이었다.

해리 케인과 같이 뛰면서 그는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고, 해리 케인이 이른 나이에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은퇴를 발표하고 난 뒤에도 그는 토트넘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플레이 스타일도 바뀌었다.

제이미 바디처럼 움직이던 그는 자신과 동갑인 친구이자, 스승인 해리 케인의 플레이 스타일을 융합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34세인 지금까지 그는 리그 득점왕을 위협하는 무서운 선수로 성장했다.

“마흔 살까지도 무시무시한 폼을 보여주는 선수지. 은퇴도 마흔셋에 했었고. 문제는 너무 싸움닭 같은 선수라고 해야 하나.”

언론이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

필드에서 파이팅이 넘치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짐 테인은 필드 밖은 물론이고 SNS에서도 그 싸움닭 기질을 마음껏 드러내는 유형의 선수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토트넘의 몇몇 팬들은 짐 테인을 싫어한다.

겸손함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매 시즌 20-30골을 넣는 골게터를 내칠 훌리건이 어디 있겠어? 싫어하는 팬도 극소수에 불과하지.’

거기다 서른 중반이 된 나이에도 폼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그는 분명히 뛰어난 공격수였다.

그렇기에 울브스의 수비진은 짐 테인을 막기 위한 맞춤 대처법을 위해서 훈련장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토레스의 라인 브레이킹 능력에 해리 케인의 골 결정력과 킥력을 갖춘 괴물이라고?”

“골치 아픈 녀석이지. 그래도 상대 못할 것은 없어. 이미 나이를 많이 먹어서 피지컬적인 부분으로 밀어붙이면 해볼 만하니까.”

팀의 주전 중앙 수비수인 누룰라 갱스와 앤디 수아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주-모우!”

그때 훈련장 한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박규태가 6:6 연습 경기에서 골을 넣고 ‘주-모우!’를 외치고 있었다.

“팍은 언제나 기운이 넘치네.”

“응, 진짜 기운이 넘쳐. 덕분에 팀의 분위기도 좋은 것 같아. 뭔가 미쳐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건 나쁜 거 아니야?”

“좋게 생각해.”

“…….”

“그것보다 2골 이하로 막으면 이길 수 있을까?”

“엠마누엘이 1골, 팍이 1골, 가스통이 1골을 만들어서 3 대 2로 이기게 해줄 거야. 우리는 딱 2골만 막으면 된다니까?”

앤디 수아즈의 말에 누룰라 갱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울브스의 공격진은 EPL 상위권에 있는 팀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저 멍청한 닭대가리 녀석들에게 우리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특히나 아구스틴 퀴논과 브란도 사미의 캐미스트리가 상당히 좋습니다. 이번에 샘 빈치를 제외하고 브란도 사미를 투입하기로 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겁니다.”

전술 코치의 조언에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토트넘과 경기를 준비하는 울브스.

시간은 빠르게 흘러 9월 12일.

울브스와 토트넘의 경기 날이 찾아왔다.

* * *

최근 울브스의 팬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한 선수와 소통하는 것을 상당히 즐거워했다.

그 선수는 경기당 거의 2골씩 쑤셔 넣고, 필요한 순간에 팀의 패배를 막는 골을 넣고, 상대 관중이 빡치게 얄미운 도발도 하며,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환상적인 세레머니도 보여주는 선수였다.

[#WVS1122]

-오늘 경기였지? 팍이 제안했던 구호.

[#SPKOR333]

-맞아. 토트넘과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시원하게 내지를 수 있게 열심히 준비했어.

[#moon233]

-골을 넣고 우리에게 약속했던 세레머니를 했으면 좋겠어.

[#Noom3ss]

-멍청한 짐 테인에게 슈퍼 코리안의 매운맛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코리안 넘버원! 아이 러브 쏴이!

[#VVTTS22]

-꺄아아악! VTS가 응원하는 박규태 선수! 꼭 오늘 경기에서 골을 넣고 우리 VTS 오빠들을 기쁘게 해주세요! VTS 오빠들은 오빠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어요!

[#NiNi11]

-위에 뭐라고 하는 거야? 한국말인데……. 뭐가 뭔지 모르겠네. 혹시 번역해줄 사람 있어?

[#Do.U.No.Club]

-VTS가 팍의 팬이래. 멍청한 토트넘 녀석들을 부숴버리고, 세계에 울브스와 한국의 위상을 알리라는 내용이야. VTS들은 모두 울브스의 팬이야!

[#BooM!!]

-그래? VTS 녀석들! 역시 최고라니까.

“흐흐! 그래 VTS가 최고지!”

박규태가 실실 웃으며 스마트폰을 내렸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골을 넣으면 새롭게 세레머니를 선보일 것이라는 글을 커뮤니티에 남겼고, 당연히 울브스의 팬들은 박규태의 글에 크게 호응하며 그가 이번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기를 기원했다.

조용히 라커룸을 둘러본 박규태.

그가 미소를 지었다.

국뽕도 가득 채웠고, 선수들의 표정도 좋았다. 거기다 마이크 타이슨 감독도 오늘 경기를 꼭 승리하고 싶어 했다.

“저 멍청한 닭대가리가 우리 팍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나? 젖비린내가 나는 아이라고 했지.”

맞다.

SNS에서 짐 테인은 박규태를 꽤 조롱했다.

‘음…… 그렇지. 그 복수를 해야지.’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병신이라고 했다. 우리 동료를 말이다!”

거기까지는 선을 안 넘은 거로 알고 있었다.

“어…… 거기까지는…….”

“거기다 팍에게 짝불알이라는 말까지 했지! 정말로 나쁜 녀석들이다! 우리 팀 메이트를! 울브스를 지탱하는 최고의 공격수에게 짝불알이라니!”

“아니…… 그런 말까지는 안 했는데.”

“거기다 게임을 못하는 가짜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어도 화가 나네.”

“가서 녀석들을 부숴버려! 오케이! Look at me!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이야! 토트넘의 짐 테인을 상대로 진정한 늑대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라고. 알겠어!”

“옛썰!”

뭔가 이상한 선동과 날조가 들어간 연설이었지만, 박규태는 크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울브스 선수들의 표정이 좋았으니까.

‘그래, 내 한쪽 불알을 포기한다.’

짝불알이라는 소문이 퍼져도 좋으니까.

오늘 경기에서 이기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발판으로 삼을 것이다.

EPL에서 인지도를 쌓고.

우승도 하고.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하고.

발롱도르도 수상하고.

100살까지 오래 살고 싶다.

짝불알이 대수일까?

“팍이 게임을 못한다는 게 사실이야?”

“어, 저번에 나랑 축구게임을 했는데, 7 대 0으로 발렸어.”

테오 나두의 말에 박규태가 발끈했다.

“야! 다시 떠!”

짝불알은 참아도 게임 못한다는 말은 못 참았다.

* * *

복도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토트넘의 선수들은 울브스의 선수들이 들어오자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뭐야? 표정이 왜 저래?’

‘전쟁터라도 나가나?’

토트넘의 선수들은 비장한 표정의 울브스 선수들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특히나 토트넘의 에이스.

토트넘의 10번인 짐 테인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살기까지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눈을 활활 타올랐다.

“파이어 에그의 원수!”

“팍이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악마 같은 녀석!”

박규태는 이미 체념한 표정으로 짐 테인을 살짝 불쌍하게 바라보았다.

‘이게 선동과 날조구나.’

팩트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선동과 날조, 그리고 짝불알. 마지막으로 김치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광신도를 만들 수 있다.

박규태는 이미 해탈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레츠고 김치!!”

“김치팍! 김치팍! 킴치킴치 팍팍!”

박규태의 외침에 김치팍을 외치며 필드로 들어서는 울브스의 선수들.

토트넘의 선수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서 필드에 입장했다.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오늘 경기 정말로 흥미로운 경기입니다! SNS부터 시작에서 한국의 커뮤니티에서도 박규태 선수와 짐 테인 선수의 도발과 신경전에 많은 관심이 있었죠.

-맞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그 신경전의 끝이 보일 것 같습니다!

와아아아아!

중계진의 말처럼 많은 팬들이 오늘 경기에 관심이 있었다. 울브스의 홈 경기장도 관중들로 꽉 들어찼다.

거기다 한국의 TV 중계도 평소보다 시청률이 꽤 나오고 있었다.

“짐 테인 녀석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선수들의 표정이 보기 좋았다.

준비도 많이 했으니까.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삐이익!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토트넘은 4-2-3-1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에 짐 테인.

그 밑으로 필리오 디아스, 파블린 코스토프, 알렉산더 쿠케가 짐 테인의 공격을 도울 것이고.

중앙 미드필더진의 두 브라질리언인 레안지뉴와 지쿠냐가 토트넘의 3선을 책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콜라-하샬-다빈손-로베르트’로 이어지는 수비진과 케빈 버틀랜드라는 뛰어난 골키퍼가 울브스의 맹공을 막기 위해 큰 노력을 할 것이다.

‘확실히 스쿼드는 매섭네.’

매서운 수준이 아니다.

이 정도면 2018-19시즌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의 기적을 이뤄냈던 토트넘의 스쿼드를 압살할 정도로 훌륭했다.

빡빡이 다니엘 레비 회장이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뭐, 어차피 3년 뒤에 선수들을 대부분 팔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충분히 토트넘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

그렇기에 울브스로서는 꼭 잡아야 할 팀이었다.

토트넘을 잡는다는 뜻은 단순히 빅6를 잡는 것이 아니라, 울브스도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 되니까.

-짐 테인 슛!!

-톤 필크만의 선방!

-오늘 톤 필크만 선수의 환상적인 선방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그만큼 토트넘의 맹공이 매섭습니다!

맨날 터치라인 근처에서 ‘허슬!’과‘도전적!’이라는 말을 외치는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오랜만에 초조한 표정으로 코치진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만큼 상대가 강했다.

짐 테인은 세트피스 상황에 자주 박규태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입을 나불거렸다.

“오늘 컨디션이 별로야?”

“…….”

“김치 파워는 어디에 내다 버린 거 아니지?”

“…….”

“실망인데? SNS에서 개처럼 짖더니. 지금은 완전히 꼬랑지를 내린 멍청한 리트리버와 같은 표정이야.”

어쩌라고.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박규태는 참았다.

아니, 사실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트넘의 수비진은 다른 포지션에 비교해서 확실히 부족한 점이 상당했으니까.

‘특히나 측면이 문제지.’

그러니까, 기다려야 했다.

울브스의 윙 포워드들이 토트넘의 수비진에 구멍을 뚫어주기까지 박규태는 그저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곧 기회가 찾아왔다.

짐 테인의 슈팅을 또 막아낸 톤 필크만.

이번에는 펀칭한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공을 잡아냈다. 그리고 역습이 시작되었다.

톤 필크만은 공을 빠르게 전방으로 연결했다.

당연히 공을 받은 선수는 엠마누엘 메르시에였다.

가장 발이 빠르면서도 기술적인 선수.

몸싸움이 약하지만, 최근에는 그 부분도 많이 보완되면서 정말 파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윙 포워드.

그가 공을 가지고 움직이는 순간.

토트넘의 측면에 비상경보가 울렸다.

“막아! 시간을 지연해!”

“자리를 잡기 전에 움직여!”

그들이 급히 움직였지만, 더 빠르게 움직인 선수가 있었다.

‘와라! 노예 1호기!’

중요한 순간이 찾아오기까지 박규태는 자신의 체력을 폭발시킬 지점을 찾았다.

그리고 마음껏 슈팅을 가져갈 준비도 끝냈다.

유효슈팅만 잔뜩 기록해도 좋았다.

활동량은 메시처럼.

난사는 호날두처럼.

멘탈은 즐라탄처럼.

오늘 그는 ‘호즐메’처럼 움직일 것이다.

‘캬…… 이거 완전 축구의 신 아니냐?’

그렇게 자화자찬을 하며 공을 기다린 그에게 기어코 엠마누엘 메르시에의 날카로운 패스가 이어졌다.

멀리서 짐 테인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 패스를 바라봤다. 그도 알 것이다. 이 패스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난 이 패스를 놓칠 생각이 없지.’

골을 꼭 넣어서 새로운 세레머니를 보여줄 생각이다.

팬들과 소통하는 환상적인 세레머니.

촤악!

빠르게 밀고 들어오는 다빈손 알베스의 태클.

박규태는 그 태클을 피하고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쉽지 않은 각도에서 바로 슈팅을 가져갔다.

“메구토! 호난사! 양학탄! 날 도와줘!”

슈팅을 끝내고 그가 외친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 공이 빠르게 날아가 토트넘의 골키퍼인 케빈 버틀랜드의 손끝을 스치고 골망을 흔들었으니까.

철썩!

-고오오오오올!

-박규태! 토트넘과 경기에서 기어코 선취점을 터뜨렸습니다! 와! 정말 감각적인 슈팅이었습니다.

-전혀 각도가 나오지 않는 위치였는데…… 어떻게 저런 슈팅을 가져갈 수 있죠? 놀랍습니다!

골을 넣은 박규태는 얼굴을 찌푸린 짐 테인을 무시하고 관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새로운 세레머니!’

그가 펄쩍 뛰며 관중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박규태의 외침에 맞춰서 관중들은 미리 외웠던 구호를 외쳤다.

“두 유 노!!”

킴-치!

“두 유 노!!”

쏴-이!

“두 유 노!!”

형민-쏜!

“두 유 노!!!”

김치팍!! 포에버!!

엄청난 단합력.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박규태.

그가 두 팔을 벌리고 소리쳤다.

“김치 만세!”

< 국뽕 박규태 선생 #59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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