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58화 (58/199)

< 국뽕 박규태 선생 #58 >

폴 앤더슨.

다국적 기업을 이끄는 CEO이자,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구단주인 그는 상당히 열정적인 인물이었다.

문제는 그 열정이 가끔 이상한 방향으로 향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었다.

“반갑습니다. 폴 앤더슨입니다.”

“박규태입니다.”

8월 26일 유로파리그 4차 예선 2차전에서 레드 스타를 3 대 0으로 잡아낸 다음 날에 박규태는 런던의 한 레스토랑에서 폴 앤더슨을 만날 수 있었다.

“김치와 불고기를 먹기에는 좀 과분한 곳인 것 같은데요?”

“아뇨! 팍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활약이라면, 부르즈 칼리파에서 김치와 불고기를 먹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확실히 돈이 많은 미친놈이 분명했다.

김치와 햇반.

그리고 불고기가 놓이자 폴 앤더슨이 씩 웃으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이용해서 식사를 시작했다.

한국 사람보다 수월하게 젓가락을 사용하는 그를 보며 박규태가 살짝 놀란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폴 앤더슨이 꽤 즐거워하며 자신의 젓가락 능력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확실히 좋은 풍미가 느껴지는 고기입니다.”

박규태가 폴 앤더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인 불고기라기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의 식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의 먹방이 끝나고, 미튜브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울브스의 미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반응은 무난했다.

-불고기가 진짜 맛있게 생겼네.

-캬……! 명예 한국인 인정합니다.

-폴 안덕순! 이제부터 안덕순 당신은 한국인입니다. 웰컴 투 국뽕월드!

-김치에 스팸을 구워서 같이 먹어보세요!

몇몇 한국인들이 국뽕에 심취해서 조금 시끄러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짧게 끝났다.

폴 앤더슨이 헤어지기 전에 그에게 물었다.

“원하는 게 있습니까? 이번 시즌에 30골만 넣으면 스포츠카! 집! 작은 섬까지, 원하는 모든 것을 선물하겠습니다.”

무엇을 원하느냐고.

이번 시즌에 30골을 넣으면 무엇이든 선물하겠다고.

박규태는 잠깐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자친구도 가능한가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박규태가 조용히 고개를 푹 숙였고, 폴 앤더슨 회장이 그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 * *

8월 29일.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

노장인 손형민과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중심으로 공격을 이끌어나가던 레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에 준수한 전력으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중위권으로 리그를 끝냈었다.

-박규태! 폭주하고 있습니다!

-오늘 레스터 시티의 수비진이 박규태의 돌파를 쉽게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규태가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습니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에 반응해서 움직였습니다. 그 움직임을 레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잡지를 못했어요!

-유령처럼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멋지게 골을 넣었습니다.

-울브스가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1 대 0으로 앞서 나갑니다!

그런 레스터 시티가 오늘 경기에서는 박규태라는 공격수에게 흔들리며 전반전 20분이 조금 넘은 시간에 선취점을 허용했다.

일반적인 팀이라면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는 달랐다.

팀의 공격을 책임지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이번 시즌에 은퇴하면서 레스터 시티의 공격을 손형민 혼자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레스터 시티가 공격 위주의 축구로 맞받아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빈약한 공격력을 믿고 수비진을 끌어올리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 많았다.

덕분에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레스터 시티는 제대로 된 역습을 시도할 수 없었다.

손형민도 전성기와 비교해서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역습을 시도해도 그리 큰 재미를 볼 수 없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박규태의 옆에서 고생한 레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인 찰라르 투이즈가 치를 떨며 외쳤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힘으로 뒤져라! 제발 좀 어디로 가서 뒤져! 뻐킹김치맨!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세상에 저런 혼종을 태어나게 하였나이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찰라르 투이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친 말이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악마의 주둥이! 네 그 가벼운 입이 날 괴롭힌다고! 제발 축구에만 집중해! 뻐킹김치맨! 도대체 왜 나에게 자꾸 ‘김치를 아느냐?’, ‘불고기를 아느냐?’, ‘VTS를 아느냐?’를 물어보냐고? 난 모른다니까! 관심이 없어!”

“그럼 이제부터 관심을 가지면 되겠네.”

박규태가 그를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홀리 카우…….”

넋이 나간 찰라르 투이즈.

그를 놔두고 라커룸에 들어선 박규태.

동시에 가장 늦게 마이크 타이슨 감독이 라커룸의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왔다.

“굿 플레이! 굿 플레이! 환상적인 전반전이었다. 비록 골이 하나밖에 터지지 않았지만, 오늘 상대 골키퍼가 미쳤으니까. 그 정도는 고려해야겠지.”

그만큼 레스터 시티의 주전 골키퍼인 프란츠 라이코비치가 오늘 전반전에 보여준 활약은 굉장한 것이었다.

4골이 들어갈 것을 1골로 막아낸 그를 생각하며 박규태가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반응이 미치기는 했지.’

그래도 기어코 골을 욱여넣었다.

박규태의 감각적인 골 결정력을 프란츠 라이코비치가 감당할 수 없었다.

“좋아! 후반전에도 이렇게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 좋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불끈.

터질 것 같은 팔뚝이 꿈틀거렸다.

솔직히 테오 나두는 감독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물론이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 압축 근육에 쥐포가 되기 싫었기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척을 하였다.

하프타임이 끝나고, 필드로 나선 선수들.

오늘 경기에서 박규태에게 시달린 레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인 찰라르 투이즈.

그가 필드에서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제발 저 사특한 뻐킹김치맨이 후반전에서는 저를 괴롭히지 못하게 만들어주시옵소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은 그의 기도를 듣지 않았다.

-박규태! 공을 잡고 지킵니다!

-이런 부분이 정말 대단한 겁니다. 필요하면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지켜내고, 또 준수한 주력으로 라인을 뚫고 파고들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드리블 기술이 좀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그것을 제외해도 박규태 선수는 장점이 많은 공격수입니다.

“팍! 이쪽으로!”

가스통 렌도가 손을 번쩍 들었고, 박규태는 그를 확인하자마자 발을 움직여 그가 있는 방향으로 패스를 넣었다.

공을 받은 가스통 렌도는 박규태와 스위칭을 해서 중앙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레스터 시티의 수비진은 그 움직임에 흔들려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스통에게 붙어! 내가 팍을 마크할게!”

찰라르 투이즈의 외침에 그의 파트너인 지노 판 체스턴이 급히 가스통 렌도에게 붙었다.

동시에 가스통 렌도의 패스가 지노 판 체스턴을 스치고 지나가며 박규태의 발에 안착했다.

‘절대 돌파를 허용하지 않겠어.’

찰라르 투이즈가 이를 꽉 물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박규태는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다.

공을 잡지도 않은 상태로 논스톱 중거리 슛을 때리며 레스터 시티의 수비진과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철썩!

너무나도 환상적인 골이 들어갔다. 당연히 레스터 시티의 홈경기장인 워커스 스타디움의 관중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반대로 울브스의 원정 팬들은 난리가 났다.

“파아아아악!”

“코리안 넘버원 플레이어! 최고야! 넌 최고라고!”

“네가 원하면 보증까지 설 수 있어!”

A매치 기간이 다가오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박규태가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끝났습니다!

-울브스가 2 대 0으로 레스터 시티를 잡아내면서 연승을 계속해서 이어나갑니다!

-이번 시즌에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 평가받았던 울브스가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시즌 초에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8월 마지막 경기인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를 끝낸 박규태는 경기가 끝난 다음 날에 비행기에 올라 한국으로 향했다.

9월 3일에는 네팔과 월드컵 아시아 예선 2라운드.

6조에 속한 네팔과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고, 9월 7일에는 우루과이와 친선경기가 잡혀 있었다.

조금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9월 3일에 있던 네팔과 경기에서 1골.

9월 7일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2도움을 기록하면서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국가대표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한국에서는 박규태와 관련된 기사가 바퀴벌레처럼 증식했다.

[손형민-이강민-박규태로 이어지는 에이스 계보!]

[리그 4경기 8골 폭발! 경기당 2골 페이스에 잉글랜드 언론도 관심 집중!]

[시즌 10경기 13골 5도움으로 EPL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박규태! 울브스의 팬들 크게 만족해!]

[조용한 선행! 박규태 남들 몰래 고아원에 매년 거액의 돈을 기부해왔다!]

[이상한 기행과 웃긴 모습 뒤에 남들을 돕는 그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가 아니라 국뽕나이트다!

-캬……! 10경기 13골 5도움;; 거의 한 경기에서 2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꼴이네.

-만약 저런 커리어에 우승 트로피까지 받으면 발롱도르 쌉가능 아닙니까?

-저 폼을 계속 유지하면 가능하지. 그런데 지난 시즌에도 그렇고 후반기에 조금 퍼지는 경향이 있음.

-가즈아! 김치팍! 김치김치 팍팍!

-다음 경기가 진짜 제대로겠네.

-ㅇㅇ 토트넘과 경기지. 울브스는 묘하게 빅6랑 경기에서 밀리는 느낌이 많아서 항상 7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잖아.

A매치 주가 끝나고, 구단으로 복귀한 박규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EPL의 빅6이자, 짐 테인이라는 뛰어난 골게터를 갖춘 토트넘이었다.

* * *

“리그 앙에서 30골? EPL에서는 다를 거야.”

박규태가 리그 앙에서 점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던 시절에 토트넘의 공격수인 짐 테인은 그의 기록을 폄하했다.

[짐 테인, “리그 앙에서 뛰는 팍? EPL에서는 5골에서 10골 사이를 넣는 평범한 공격수가 될 것이다.”]

[짐 테인, “리그 앙과 EPL의 수준은 다르다. 그것은 확실하다. 내가 리그 앙에서 뛰었다면 40골을 넣었을 것이다.”]

그는 언론을 통해서 박규태의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울브스에 이적한 박규태는 유로파리그 2차 예선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전문가를 벙어리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짐 테인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짐 테인, “울브스의 팍은 플루크일 것이다. EPL 데뷔전에서 그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웨스트햄과 경기에서 박규태는 멋진 활약을 하며 울브스는 물론이고 EPL의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짐 테인, “도발적인 세레머니는 자제해야 한다. 팍이 이번에는 너무 경솔했다. 뭐? 인종차별을 옹호하냐고? 그냥 도발적인 세레머니는 안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뭐? 당신 뭐라고 했어! 야!”]

짐 테인은 신나게 언론을 통해서 박규태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드디어 두 선수가 만나게 되었다.

짐 테인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짐 테인, “내가 공격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 이번에 토트넘이 울브스를 상대로 패배라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계속 입을 닫고 있던 박규태가 토트넘과의 경기를 앞두고 짐 테인의 발언에 반응을 보였다.

[박규태, “짐 테인은 대단한 선수다. 그는 펠레와 같다. 뭐? 플레이 스타일이 펠레와 같냐고? 아니다. 펠레의 저주처럼 짐 테인의 예측도 계속 반대로 행해진다. 그래서 펠레와 같다고 한 거다. 그건 정말 대단한 거다.”]

“F×ck! 건방진 동양인……! 이번 경기에서 내가 어떤 선수인지 제대로 보여주지!”

박규태의 도발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짐 테인이 거칠게 물통을 집어 던졌다.

< 국뽕 박규태 선생 #58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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