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51 >
-경기 끝났습니다!
-툴루즈전 3 대 1 승리 이후에 소쇼가 확실히 상승세를 탔습니다. 오늘 리옹과의 경기에서 3 대 2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금 연승을 이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오늘 박규태 선수의 멋진 골이 터지면서 18경기 28골의 엄청난 대기록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툴루즈와의 경기에서 3 대 1 승리를 거둔 소쇼는 2월 20일에 있는 리옹과의 경기에서도 3 대 2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며 다시금 연승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패를 겪은 동안에 밑에서 치고 올라온 구단들의 추격에 따라잡히며 위태로운 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1위, PSG 27경기 23승 3무 1패 승점 72.
2위, 소쇼 27경기 18승 3무 6패 승점 57.
3위, 마르세유 25경기 17승 6무 2패 승점 57.
4위, 낭트 26경기 16승 6무 4패 승점 54점.
5위, AS모나코 26경기 15승 7무 4패 승점 52점.
6위, 릴 올랭피크 25경기 15승 5무 5패 승점 50점.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PSG를 제외하면 소쇼와 마르세유, 낭트, AS모나코가 순위 경쟁을 하고 있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2~3위권 싸움이 정말로 치열했다.
치열한 리그 앙의 순위권 싸움.
그 무렵 소쇼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중앙을 튼실하게 지켜주던 톰 크라우저가 훈련 도중에 다치면서 2주간 빠지게 되었다.
덕분에 다음 경기인 생테티엔과의 경기는 물론이고 그다음 경기인 PSG와 경기에서도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확실히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박규태는 쉴 수 있는 날 집에서 푹 쉬며 체력을 보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휴일에도 그는 쉴 수 없었다.
불청객이 그의 집에 찾아왔다.
“주-모우!!! 소쇼가 PSG를 상대로 4 대 0으로 앞서나갑니다! 그 중심에는 팍이 있습니다!”
“…….”
“주-모우!!! 규태팍 5골! 엄청납니다! PSG를 상대로 압도적인 골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유 노 코리아? 아임 프롬 코리아!! 주-모우!!”
박규태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게임 패드를 내려놨다.
‘이 새끼도 한국놈 아니야?’
손가락 움직임이 장난이 아니었다.
테오 나두가 얄밉게 웃었다.
그는 소쇼를 팀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게임 캐릭터인 박규태로 골을 넣으면, 이렇게 현실의 박규태가 자주 하던 세레머니를 따라 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엔조 마이어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물었다.
“한국 사람은 게임을 잘한다는데, 어째서 팍은 게임을 못하는 거야? 내가 해도 이길 것 같아.”
“뭐? 내가 게임 ㅈ밥이라고? 야! 내가 다른 건 참아도 게임을 못한다는 모욕은 참을 수 없다!”
그렇게 시작된 박규태와 엔조 마이어.
둘의 축구 게임 승부.
“어…….”
“와! 팍은 게임 진짜 못하네!”
3 대 0 패배.
박규태는 게임에서 단 한 번의 슈팅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엔조 마이어의 팀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유사 한국인이네.”
“그러게.”
두 사람의 말에 박규태가 발끈했다.
“다른 게임으로 붙어!”
그의 말에 테오 나두가 능글맞게 웃었다.
“응, 게임 못하는 유사 한국인이랑 게임 안 해.”
* * *
2월 27일.
생테티엔과의 경기에서 3 대 0으로 승리를 거둔 소쇼.
박규태는 골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1도움을 기록하면서 계속해서 좋은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쇼는 생테티엔과의 경기에서 이겼음에도 쉽사리 웃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폴 루크야? 후반기에 접어드니 다치는 녀석들이 많네. 이래서 치고 올라갈 수 있겠어?”
“팍은 절대 다치지 마.”
엔조 마이어의 걱정에 박규태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국뽕을 위해서도 다칠 생각이 없다.”
전반기보다 폼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뛰어난 플레이 메이킹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인 폴 루크의 이탈은 소쇼에게 꽤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거기다 다음 상대는 리그 1위인 PSG.
톰 크라우저와 폴 루크.
두 선수가 없는 상태로 리그 앙의 괴물팀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고 말았다.
당연히 3월 6일에 치러진 PSG와의 경기에서 소쇼는 4-1이라는 스코어로 대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박규태가 후반 막판에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승부를 바꿀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PSG의 에이스인 블라디미르 고메스가 미녀 리포터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규태가 조용히 머릿속에 이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PSG에게 패배한 여파가 남아 있어서일까.
3월 13일.
강등권에서 허덕이는 르 아브르와의 경기에서 소쇼는 1 대 1 무승부를 기록하며 리그 4위로 추락했다.
상대는 반칙으로 한 명이 빠진 상태였는데도 소쇼의 공격진이 크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규태는 오랜만에 경기에서 얼굴을 찌푸렸다.
‘주전이 조금이라도 빠지거나 부진하기 시작하면…… 경기력이 처참한 수준까지 떨어지는구나.’
오늘 그에게 날아든 결정적인 패스는 전혀 없었다.
사실 소쇼가 리그 상위권에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만큼 주전과 후보의 실력 차이가 상당했다.
그렇다고 대륙 컵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할 가능성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소쇼는 그저 작은 시골 구단이고, 선수를 영입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단이었다.
그리고 그 한계점은 다음 경기에서도 크게 드러났다.
-아! 최근 소쇼의 공격력이 상당히 답답합니다!
-테오 나두와 뱅상 르노가 빠지면서 박규태 선수에게 수비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선수가 공격의 활로가 되는 것도 아니군요?
-맞습니다! 소쇼에게는 공격을 풀어나갈 해답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리그 4위도 위태위태합니다!
중계진의 말처럼 스타드 데 랭스의 수비진이 박규태를 마크하니 쉽게 골을 넣을 수 없었다.
‘이래서 누군가를 한 명 제치는 능력이 필요한데.’
몸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오늘 스타드 데 랭스의 수비진은 박규태가 돌파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잘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박규태를 막을 수는 없었다.
박규태에게는 쓰나미도 피해 가는 위치선정의 달인 필리포 인자기의 재능이 있었으니까.
-오오오오!
-순간적으로 랭스의 수비진을 타고 파고든 박규태! 엔조 마이어가 찔러준 스루패스에 반응했습니다!
-공을 잡고 달립니다! 앞에는 골키퍼 혼자입니다!
철썩!
당연하게 골을 넣은 박규태는 리그 30호 골을 만끽하며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고오오오올!
-박규태! 이번 시즌 30호 골이자, 리그 30호 골을 터뜨리면서 오늘 경기의 선취점을 만들어냅니다!
-이거죠! 최근에 박규태 선수가 저런 수비진을 뚫고 파고드는 라인 브레이킹 능력이 굉장히 좋아졌거든요?
-아! 후반전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소쇼로 가져오는 환상적인 골입니다. 정말 멋지네요.
골을 넣은 박규태는 당연히 관중들에게 달려갔다.
당연하다는 듯이 박규태를 반기는 팬들.
“주-모우!”
주모우우우우!
팬들에게 달려가 세레머니를 한 박규태를 보며 소쇼의 팬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세레머니에 호응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때, 관중석 구석에 캠코더를 설치하고 조용히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던 중년인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환상적인 선수군.”
기술적인 드리블이나 공을 섬세하게 다루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골을 넣는 순간에는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결정력을 자랑하는 선수였다.
당연히 스카우트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브라질 출신 스카우트.
파울리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레알 마드리드에 어울리는 선수야.”
거기다 몸값도 상당히 낮았다.
리그 앙에서 시즌 30골을 때려 넣은 선수가 고작 바이아웃이 한화로 약 110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주인 없는 금광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주급이랑 계약 조건이 관건이겠군.”
당연히 걱정은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박규태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수 있는 클럽이니까.
다른 구단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많은 루머가 돌았다.
[갈락티코 4기를 원하는 레알 마드리드! 이번에는 리그 앙의 예비 득점왕인 박규태에게 관심이 있다!]
[바이아웃 110억 원으로 이적을 막을 수 없는 소쇼. 너무나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박규태.]
[바르셀로나, PSG, 맨체스터 시티, 유벤투스 등등 각 리그의 큰손이 움직인다!]
[리버풀의 구단 관계자, “박규태를 주시 중인 것은 사실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 관계자, “거액을 준비했다. 박규태의 영입에 사활을 걸 생각이다.”]
[박규태에게 주급 1억 6천만 원을 제시할 생각인 레알 마드리드!]
박규태에게 제시할 구체적인 주급까지 튀어나온 상황.
하지만 르르에 콜리쉬의 반응은 덤덤했다.
오히려 루머로 퍼지는 박규태의 예상 주급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박규태의 에이전트, “주급 1억 6천만 원? 그걸로는 박규태가 직접 담근 열무김치 1kg밖에 못 산다.”]
당연히 한국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빅클럽의 관심을 받는 선수가 발렌시아의 이강민이나 레버쿠젠의 김한솔 다음에 오랜만에 등장했으니까.
-벤제마의 귀 한쪽이 642억이나 하던 시절이 그립다. 진짜 리옹에서 대단했었지.
-열무김치 1kg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
-엌ㅋㅋㅋㅋ 벤제마의 귀 한쪽 드립이 여기서 터지네?
-왜 하필이면 열무김치냐; 깍두기가 개존맛인데;
-요즘 김치 쉰내가 너무 심하게 나서 규태 형을 지켜보기 힘들더라. 형 조금은 김치를 내려놓고 ‘두 유 노 청국장’을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청국장 빌런새끼. 외국에서 청국장 들이밀면서 ‘청국장! 츄라이! 무봐라! 쥑인다! 코리안 페이머스 소스! 츄라이!’할 녀석이네.
-난 규태 형이 진짜 청국장 들이밀까 봐 무섭다.
-몸값이 터무니없이 싸니까. 저 주급이 그리 비싼 것 같지가 않네. 거기다 리그 앙에서 30골이면 적어도 다른 리그에서 최소한 10골 이상은 넣어줄 게 뻔하고.
-주급을 더 받아야지. 주펠러 리그에서 한 시즌에 15골 5도움 기록한 윙 포워드가 주급 2억 5천만을 받는 시대인데. 최소 한화로 3억은 줘야지 규태 형도 열무김치를 내려놓고 이적하겠지.
-ㅋㅋㅋㅋ 그건 맹구가 문제지. 벨기에 리그에서 한 시즌에 15골 5도움 기록한 20살짜리 윙 포워드한테 그렇게 돈 지랄을 하다니…… 쯧쯧쯧.
-응, 리준딱은 투자할 돈이 없어서 파비오 실바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냈지? 엌ㅋㅋㅋ 거지구단 ㅋ
-또 싸우네. 또 싸워. 쯧쯧.
-솔직히 소쇼가 챔피언스리그 진출해도 박규태가 이적할 것 같다. 구단 자체가 워낙 작고 구단주도 구단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아…… 기대된다! 솔직히 프리미어리그에 갔으면 좋겠는데, 모르겠네. 어디로 갈지.
축구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뒤로하고 박규태가 4월 10일 스타드 렌과의 경기에 출전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스카우트가 박규태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스카우트들의 기대감을 충족할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점점 끝나가는 시즌.
그리고 점점 늘어나는 다른 구단의 관심.
소쇼의 팬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박규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스카우트들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박규태의 프랑스 생활이 조금씩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51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