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50 (2권 분량) >
개인기와 드리블의 차이.
누군가는 그 차이를 궁금해하며 묻는다.
-개인기와 드리블은 같은 말 아니에요?
틀린 말이 아니다.
축구 중계를 하는 해설자들도 선수가 화려한 드리블 기술을 이용해 상대를 제쳤을 때, ‘아! 저 선수의 개인기가 정말 화려합니다! 대단하네요!’라고 말을 하고는 하니까.
그렇기에 대중들에게 ‘개인기=드리블’로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둘은 묘하게 달랐다.
먼저 드리블부터 설명하자면, 드리블은 공을 가지고 선수가 움직이는 모든 행동을 말한다.
예들 들어 공을 가지고 움직이면서 앞으로, 그리고 뒤나 옆으로 움직이거나 상대 선수를 따돌리는 행위 등을 우리는 드리블이라고 부른다.
개인기는 조금 더 포괄적이다.
개인기를 통상적으로 ‘개인기술’이라 부르는데, 여기엔 슈팅이나 패스, 드리블, 트래핑, 발기술 등등 선수가 가진 모든 ‘개인의 역량’을 나타내는 것이 개인기였다.
그러니까 축구의 목적인 득점을 위해서 선수가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역량, 즉 ‘팀 전술’이 아닌 상대의 수비 전술과 수비수를 뚫기 위한 개인의 실력과 기술인 ‘개인 전술’이 개인기라고 할 수 있었다.
보통 상대 선수를 제칠 때 활용하는 화려한 드리블 기술들을 개인기로 많이 표현하는데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득점을 하기 위해서 상대의 수비수를 개인 전술로 뚫으려고 하는 것이니까.
쉽고 간단하게, 개인기≥드리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했다.
그렇기에 박규태의 시선은 개인기로 향했다.
“당연히 개인기를 골라야지.”
개인기가 향상된다는 것은 골을 넣는 데 있어서 개인의 역량이 늘어난다는 뜻이었으니까.
골을 넣기 위한 전체적인 능력이 올라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를 않았다.
‘이 새끼…… 또 낚시할 것 같은데.’
과연 시스템이 개인기와 드리블의 차이를 모를까?
그가 조용히 1번을 눌러봤다.
-띠링!
-개인기와 관련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련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주의: 보상의 등급이 낮게 재조정이 됩니다.)
-Yes or No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역시나 시스템은 그냥 줄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그가 2번을 선택했다.
-띠링!
-드리블과 관련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련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보상 등급은 ‘플래티넘 카드’입니다.)
-Yes or No
즉, 이런 뜻이었다.
전체적인 개인기에 영향을 주는 ‘골드 or 실버 카드’를 고를 것인가.
아니면 드리블과 관련된 ‘플래티넘 카드’를 고를 것인가.
‘개인기와 관련된 보상이 골드만 되었어도, 1번을 선택할 것 같은데……. 역시 확실하게 플래티넘 카드를 받을 수 있는 2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을 정했다.
-띠링!
-2번을 선택하셨습니다.
-며칠 내로 두 번째 시련을 부여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즐거운 하루는 개뿔……. 염병이다.”
* * *
아시안컵 우승을 한 뒤.
박규태는 다시금 프랑스로 날아갔다.
“청국장 초콜릿이랑…… VTS의 굿즈도 챙겼고, 루카스가 딸을 위한 귀여운 완구를 부탁했지. 다 챙겼나?”
동료들에게 전해줄 선물을 챙긴 박규태.
그가 신난 얼굴로 구단에 출근했다.
구단 훈련장에 들어가기 위해 주차장을 지나가고 있는 박규태의 눈에 차에서 내리는 테오 나두의 모습이 들어왔다.
“테오!”
오랜만에 보는 반가움에 인사를 건넨 박규태.
그때 테오 나두의 고개가 급격히 돌아가더니 그를 확인하고서는 미친 듯이 달려왔다.
“뭐…… 뭐야?”
무슨 일이 생겼나.
저번에 불고기와 함께 준 된장이 잘못된 것일까.
박규태가 고민하는 사이 테오 나두는 왠지 초췌한 얼굴로 그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
“아아아! 뽕렐루야!”
테오 나두의 외침에 박규태가 벙찌고 말았다.
“그건 또 언제 배웠어?”
“아시안컵 경기를 모두 지켜봤지!”
“그래? 그런데 얼굴은 왜 그렇게 상했어?”
“팍은 아직 모르겠구나.”
씁쓸한 표정의 테오 나두.
‘이 녀석이 왜 이러지?’
하지만 곧 테오 나두가 왜 수척한 모습으로 자신을 반겼는지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최근 6경기에서 1무 5패를 기록했다고?”
“맞아.”
박규태가 없는 소쇼는 1월 중순까지는 정말 잘 나갔다.
리그에서 3위를 꾸준히 유지했고.
쿠페 데 라 리그는 4강에 진출.
프랑스 컵은 10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1월 23일에 있었던 스타드 라발르와 마이엔 FC와의 경기에서 2-1 패배를 당하고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리그는 물론이고, 쿠페 데 라 리그 4강에서 3 대 2 패배.
프랑스 컵 10라운드에서도 1 대 0 패배.
거기다 리그에서도 리그 4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팀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대부분 1점 차이로 졌고?”
“맞아. 만약 팍이 있었다면…… 아마도 무승부는 계속 가져갈 수 있었겠지. 덕분에 팀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
박규태는 테오 나두의 말을 계속 듣고만 있었다.
“거기다 팍이 가져다줄 선물 중에서 한국 과자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로 싸우기도 했지. 솔직히 뱅상이 과자 2개를 더 가져가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내가 하나를 더 가져가는 게 좋지 않을까? 팍은 어떻게 생각해?”
취소다.
상황이 심각하기는 무슨.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테오 나두와 함께 훈련장에 들어서니 미리 온 선수들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그를 환영해주었다.
다행히 6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음에도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순박한 엔조 마이어를 시작으로 팀의 연장자인 루카스 토로부터 폴 루크, 뱅상 르노, 루도비치 델마스까지.
소쇼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
그들이 박규태의 아시안컵 우승을 축하해주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도 박규태의 복귀를 크게 반겼다.
그의 전술에서 박규태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소쇼의 팬들도 그의 복귀에 크게 기뻐했다.
구단의 커뮤니티를 둘러봐도 박규태가 언제 복귀하는지 묻는 글과 댓글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오전 훈련.
훈련 간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핀 박규태는 의외로 선수들의 폼이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엔조 마이어의 채찍 같은 크로스도.
테오 나두의 환상적인 드리블도.
루도비치 델마스의 수비력도.
모두 준수했다.
전혀 나쁠 것이 없었다.
6경기 동안에 승리를 못 쌓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선수들의 몸놀림이 상당히 좋았다.
‘구단 분위기가 좋아서 다행이네.’
그렇게 오후 훈련이 끝나는 순간까지 선수들의 움직임을 확인한 박규태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 * *
2월 13일.
FC소쇼와 툴루즈의 경기.
최근 6경기 1무 5패를 기록한 소쇼.
최근 6경기 1승 1무 4패를 기록하고 있는 툴루즈.
두 팀이 연패를 끊기 위한 경기에서 서로를 만나게 되었다. 거의 ‘네가 가라 하와이!’ 급의 대진이었다.
덕분에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소쇼의 홈 경기장은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곧 필드에 입장하는 선수들.
소쇼의 팬들은 팀에 복귀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상태로 선발로 출전하게 된 박규태를 보며 걱정을 내비쳤다.
“아시안컵 일정이 엄청 빡빡했다던데…….”
“걱정이야. 팍의 폼까지 죽어 있으면 후반기는 진짜 힘들 테니까. 제발 팍이 어느 정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팍! 제발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줘!”
팬들의 간절한 외침.
경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팬들의 외침은 더욱 커졌다.
오늘 경기에서 진다면 정말로 팀의 분위기가 나락까지 떨어질 수 있기에 꼭 이겨야 했다.
그들의 기도를 들었을까.
소쇼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툴루즈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박규태가 포함된 소쇼의 공격진이 보여주는 강력한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팍이 없으면 테오 나두의 돌파도 소용이 없고, 뱅상 르노의 빠른 발도 먹히지 않으며, 엔조 마이어의 크로스도 쓸모가 없다.’
어느덧 전술의 중심이 된 박규태였다. 하지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지금 팀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유로파에 진출하면 재계약을 해주겠다는 말을 했지만, 팍은 우리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해도 더 큰 구단으로 이적할 생각이겠지. 아무리 소쇼가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결국에는 우승과는 거리가 멀고 먼 구단이니까.’
그는 알고 있었다.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기록한 뒤에 박규태의 눈에서 야망이 서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렇기에 새로운 전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박규태가 없이도 지금의 선수들로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유지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물론, 후반기에도 박규태를 활용한 전술은 계속해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저렇게 환상적인 선수를 지휘할 수 있다는 것은 감독에게는 축복이나 마찬가지니까.”
철썩!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선취점을 만들어낸 박규태가 팬들을 향해 달려가 ‘주-모우!’를 외쳤다.
“주-모우우우!”
주모우우우우우!
소쇼의 팬 1만 8천여 명이 외치는 ‘주-모우!’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자 박규태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박규태 선수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네요.
-맞습니다. 툴루즈의 중앙 수비수들이 박규태 선수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 일찍 실점을 허용한 툴루즈.
실점을 허용한 뒤로 툴루즈의 수비진이 박규태를 강하게 마크하기 시작했다.
툴루즈의 중앙 수비수.
디디에 은소키에와 브루스 알베나스.
두 선수를 보며 박규태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골을 넣었네.”
“한 골을 넣었다고 좋아하지 마. 우리 공격수들이 너희 수비진을 뚫고 역전골을 넣을 테니까.”
툴루즈의 중앙 수비수.
브루스 알베나스의 말에 박규태가 방긋 웃었다.
“그거 알아?”
“뭐가?”
“축구는 B(브루스)와 D(디디에) 사이의 C라는 사실을.”
순간 브루스 알베나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네 이름은 P로 시작하잖아. 그게 어떻게 C가 되는데?”
“한국에서는 나처럼 맛이 간 공격수를 수비수들이 ‘Cibal놈!’이라 부르거든!”
말을 끝내기 무섭게 박규태가 입을 닫고 수비수의 뒤로 돌아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급히 브루스 알베나스와 디디에 은소키에가 움직였지만, 최근에 경기력과 골 감각이 무르익은 박규태를 막을 수 없었다.
언제 날아왔는지 모를 날카로운 엔조 마이어의 크로스에 박규태가 머리를 가져갔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리그 27호 골! 박규태 선수가 오늘 경기 멀티골을 기록하며 툴루즈의 수비진을 괴롭힙니다!
-대단합니다! 박규태! 아시안컵 때문에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이 완벽한 활약을 오늘 경기에서 보여줍니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빠르게 관중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아임 코리안 시크릿 웨폰!!! 커모오오오온 소쇼! 위 고 노리치…… 이게 아니라! 위 고 챔피언스리그! 위 고 챔피언스리그!”
그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소쇼의 팬들이 그의 응원가 ‘김치의 정령 박규태’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오오! 팍! 김치의 정령! 김치팍!)
(어디에나 한국산 공격수가 눈에 들어오지! 김치팍!)
(소쇼의 작은 사자가 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줄 거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그야말로 광기의 집약체였다.
박규태를 보며 울부짖는 소쇼의 팬들.
그 모습을 박규태에게 2골이나 내어준 툴루즈의 수비수들이 적응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50 (2권 분량)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