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46 >
삐이익! 삐익! 삐이익!
주심이 경기의 끝을 알리는 휘슬을 부는 순간, 릴 올랭피크의 선수들이 주저앉았다.
동시에 소쇼의 선수들은 평소보다 더 기뻐했다.
최근에 역전을 허용한 경기가 많았기에 오늘 경기에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 대 2까지 따라잡힌 경기를 4 대 2로 따돌리는 순간 그들은 역전패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박규태 해트트릭! 릴 올랭피크를 상대로 소쇼의 4 대 2 승리!]
[박규태, “3골을 잃으면 4골을 넣으면 된다.”]
[뱅상 르노, “팍이 라커룸에서 우리를 각성시켰다.”]
[다가온 아시안컵! 해외파 선수들의 멋진 활약에 활짝 미소 짓는 뱅상 엘라즈 감독!]
[이번에는 꼭! 아시안컵 우승을 원하는 대한민국!]
[점점 늘어나는 빅클럽의 관심!]
[박규태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
-규태팍……! 어나더 클래스다.
-캬……! 그냥 쉽게 골을 넣네.
-리그 앙이 좁다! 이제 4대 리그에 진출하자!
-맨유! 맨유다! 박지형의 후계자가 되는 거다!
-네? 맹구요? 우승 없는 빅클럽이요?
-콥이 당신을 원합니다! 리버풀로!
-응……. 중딱이는 나가 있어.
-첼시……. 제발! 첼시로 와주세요! 최근 5년 동안에 득점 순위 5위권에 들어간 공격수가 없어요! 제발……. 엉엉엉.
-울지 말고 이야기해 봐요. 첼강딱 아죠씨.
-맨시티다. 답은 맨체스터 시티다. 맨시티로 와라! 진짜 무조건 우승각이다. 짭유랑 근본이 다르다.
-그래서 맨체스터 시티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봤나요?
-진짜 아시안컵이 기대된다.
-ㅇㅇ요즘 해외파들 진짜 장난 아니게 잘 나가네.
-국뽕 한 사발을 들이켜도 될 정도로 요즘 해외파들 폼이 제대로 올라왔더라. 진짜로 이번 아시안컵 기대해도 될 것 같음.
-설레발 ㄴㄴ 맨날 설레발만 잔뜩 쳤다가 중요한 경기에서 진 거 기억 안 남?
릴 올랭피크를 잡아내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 소쇼는 다음 상대인 라 벨리숀과의 경기에서 5 대 0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금 연승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라 벨리숀과 경기가 끝나고 박규태는 바로 아시안컵을 위해서 국가대표에 차출되었다.
소쇼의 팬들은 너무 일찍 차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운 투정을 내뱉었지만, 박규태가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박규태가 없이 다음 경기를 치르게 된 소쇼.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지롱댕 보르도를 상대로 3 대 1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금 승리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12월이 끝나고 2027년 1월이 찾아왔다.
* * *
[2027 아시안컵 개막! 어게인 1960을 노려라!]
[뱅상 엘라즈 감독, “아시안컵 우승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대표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C조 대한민국, 이란, 아프가니스탄, 키르기스스탄!]
[C조의 첫 상대는 키르기스스탄!]
[특명! 단단한 키르기스스탄의 포백을 뚫어라!]
-아시안컵 우승해보자.
-진짜……. 말로만 아시아의 호랑이가 아니라 진짜 아시아의 호랑이를 보여주자!
-국뽕팍! 이번에 골 좀 팍팍 넣어줘!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 팍팍!
-발할라는 여러분들에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김치규태교 일동)
-대한민국 Don't 만족! Don't 자만! 고고고고!
다가온 2027 아시안컵.
국민의 기대감은 어마어마했다.
역대 최고라 평가받는 현 국가대표팀의 공격진은 그 기대감만큼이나 각자의 클럽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비진도 유럽의 팀을 상대로 조금 부족할 뿐이지, 아시아에서는 최고라 평가받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축구의 황금기라고 평가해도 될 정도로 뛰어난 선수가 많았다.
‘그런데도 회귀 전에는 월드컵 8강은 물론이고 아시안컵 우승을 못한 이빨 빠진 호랑이였지.’
물론 지금은 다를 것이 분명했다.
회귀 전의 박규태는 무난한 공격수였지만, 지금의 박규태는 리그 앙을 뒤흔드는 압도적인 공격수가 되었으니까.
점점 그가 알던 미래가 바뀔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박규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절대 35살에 죽지 않을 거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이번에도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하지 못하면 회귀 같은 기회가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최고의 활약만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처럼 박규태는 1월 9일에 있던 키르기스스탄과 경기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도 측면으로 클리어된 공을 잡은 박규태!
-2017년에 유벤투스에서 뛰던 만주키치 선수를 보는 것 같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의 왼쪽 풀백이 박규태 선수를 상대로 단 하나의 공중볼도 따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와이드 타겟맨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박규태는 필요한 순간에는 중앙까지 활동량을 늘려 중앙 미드필더진의 수비까지 도와주었다.
덕분에 키르기스스탄의 중원을 상대로 숫자가 적은 대한민국의 미드필더들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박규태 선수가 떨궈놓은 공을 노지민 선수가 잡았습니다!
-노지민! 날카로운 크로스!
-고오오오올! 손형민!! 고오오올!
-전반 21분에 손형민이 선취점을 올리며 경기의 주도권은 대한민국으로 가져옵니다!
첫 번째 골이 들어간 순간부터 대한민국이 경기를 완벽하게 주도했다.
두 번째 골은 이강민의 환상적인 중거리 슛이었다.
“좋았어!”
“나이스 골! 나이스 골!”
전반전에 2골을 몰아넣은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후반전에 쐐기로 1골을 더 추가하면서 3 대 0으로 키르기스스탄을 잡아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박규태는 경기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주면서 뱅상 엘라즈 감독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키르기스스탄의 왼쪽을 무너트린 박규태!]
[뱅상 엘라즈 감독, “박규태가 있어서 중원으로 향하는 큰 압박을 해소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출발! 다음 상대는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2 대 0으로 잡아낸 이란!]
[대한민국의 특명! 울브스 출신의 왼쪽 풀백인 퀴라시 아메드를 조심하라!]
키르기스스탄을 잡아낸 대한민국.
다음 상대는 아시아의 강팀인 이란이었다.
특히나 이란의 단단한 포백라인은 대한민국의 공격진이 매번 애를 먹었던 상대였다.
그래서일까.
훈련하는 동안에 대한민국의 공격수들, 특히나 손형민이나 이강민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비장함까지 감돌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더 파고들어!”
“상대 퀴라시 아메드는 뛰어난 판단력과 준수한 주력을 갖춘 뛰어난 풀백이야. 이번 시즌에 울브스에서 13경기에 출전해서 1골 3도움이라는 순도 높은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지.”
“저 친구의 전진을 제가 막아야 하는 거네요?”
“맞아. 저 녀석이 왼쪽 측면을 치고 올라오는 순간부터 상당히 힘든 경기가 될 수 있어.”
전술 코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박규태도 꽤 비장한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란이랑 일본. 두 팀이 이번 아시안컵 우승에 걸림돌이 될 확률이 높은 팀들이다.’
그것을 알기에 박규태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두 유 노 클럽’이 걸려 있는 중요한 대회였다.
1960년 이후로 아시안컵 우승이 없는 대한민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것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줘야지.’
주먹을 움켜쥔 박규태.
이란과 경기를 위해.
그리고 국뽕을 위해.
그가 열심히 구슬땀을 흘렸다.
* * *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2027 아시안컵 C조 2번째 경기!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앞선 키르기스스탄과 경기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태극전사들이 3 대 0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죠?
-맞습니다! 특히나 손형민 선수와 이강민 선수 그리고 박규태 선수로 이어지는 공격진이 제대로 합이 맞아떨어지면서 키르기스스탄의 수비진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태극전사를 응원하기 위해서 타국까지 찾아온 팬들을 보면서 선수들은 더욱 투지를 끌어올렸다.
“꼭 이기자.”
이강민의 말에 선수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란과의 경기는 그만큼 중요했으니까.
삐이이익!
주심이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대한민국의 응원단이 큰 소리로 태극전사들을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이란은 전형적인 4-4-2를 들고 나왔다.
두 팀의 미드필더들은 어떻게든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기 위해서 중앙에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높게 올라가는 공!
-박규태 선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박규태는 자신이 있는 측면으로 날아든 공을 잡고 공을 지키며 전진했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과 다르게 이란의 왼쪽 풀백은 그의 전진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역시…… 프리미어리거는 다르군.’
테오 나두와 같이 울브스의 미래라고 평가받는 선수인 퀴라시 아메드의 움직임에 박규태의 전진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방향 전환을 위해 중앙으로 공을 연결할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의 패스!
-중앙에 있던 이강민이 이번에는 왼쪽에 있는 손형민에게 공을 연결합니다!
-손형민의 크로스!
-진세영 선수의 헤더!
-아! 수비수의 다리에 맞고 라인을 벗어났습니다. 좋습니다! 코너킥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코너킥 상황.
이강민이 찬 크로스에 박규태에 머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이 터졌다.
-박규태애애애애애!
-아! 아깝습니다! 모하마드 카비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이 나왔습니다!
-다시 코너킥이 이어집니다!
-기세를 잡은 순간에 몰아붙여야 합니다! 이란에게 기세를 넘겨주면 안 됩니다!
두 번째 코너킥 상황.
박규태는 퀴라시 아메드의 옆에 붙었다.
그리고 박규태는 수비수가 자신에게 짜증이 나도록 열심히 ‘두 유 노’ 시리즈를 내뱉었다.
“너 한국 좋아하냐? 두 유 노 지형팍? 두 유 노 쏴이? 세계적인 음식인 김치는 알아?”
수비수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방법으로 트레쉬 토크만큼 좋은 것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란의 왼쪽 풀백인 퀴라시 아메드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 너무나도 달랐다.
갑자기 초롱초롱하게 변한 눈빛.
그가 박규태에게 말을 쏟아냈다.
“오! 아이 노우 지형팍! 아이 러브 킴취! 아이 러브 스페엠! 한국 좋아요! 사랑해효 욘예가중계! 아이 노우 쏴이! 불고기 최고예요! 깍두기에 국팝 먹는 거 좋아해요!”
거침없이 나오는 능숙한 한국말에 당혹감을 느낀 박규태의 두 눈이 흔들렸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어?’
살짝 집중력이 깨져 있는 순간에 이강민이 찬 날카로운 크로스가 날아들었다.
‘제길!’
급히 뛰어오른 박규태.
그는 몸을 살짝 밀며 자리를 잡은 퀴라시 아메드 때문에 정확한 헤딩을 가져갈 수 없었다.
대애앵!
-슈우우우우웃!
-아! 골대를 맞고 나가는 공! 정말 날카로운 크로스였고, 박규태 선수도 잘 뛰었는데요. 아쉽습니다!
-좋은 타이밍이었는데요! 퀴라시 아메드 선수가 박규태 선수를 잘 견제하면서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박규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살짝 타이밍을 놓쳤어.’
국뽕이 철철 넘치는 박규태의 트레쉬 토크에 태연하게 대응한 선수는 그가 처음이었다.
뭔가 이상하게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국뽕이 통하지 않는 상대인 퀴라시 아메드를 보며 박규태가 묘한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저 새끼 한국사람 아니야?”
< 국뽕 박규태 선생 #46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