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45화 (45/199)

< 국뽕 박규태 선생 #45 >

“영준아. 요즘 왜 이렇게 소쇼가 못하는 것 같지?”

“제가 말했잖아요. 유로파리그 근처만 갈 수 있어도 소쇼는 충분히 환상적인 시즌을 보낸 거라고요.”

“그래도……! 리그 3위인데!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더 밑으로 미끄러진다니까요?”

김춘식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얼마 만에 보는 소쇼의 약진이란 말인가.

거기다 한국 선수가 중심이 되어서 팀을 이끌고 있었다.

“오늘 경기 상대가 누구라고?”

“릴 올랭피크요. 지금 리그 4위에 있잖아요.”

“이 경기에서 지면 설마 4위로 떨어지냐?”

“당연하죠. 승점 2점 차이인데.”

“제발 3위는 지켰으면 좋겠는데.”

그때 TV에서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이 화면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펍을 가득 채운 소쇼의 팬들.

그들이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오오! 팍! 김치의 정령! 김치팍!)

(어디에나 한국산 공격수가 눈에 들어오지! 김치팍!)

(소쇼의 작은 사자가 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줄 거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오늘 경기는 꼭 이겨!”

“1월에 팍이 아시안컵에 차출되는데, 가기 전에 최대한 승점을 쌓아야 해! 소쇼!”

“멍청한 릴 녀석들에게 소쇼의 매운맛을 보여줘!”

“청국장 그라탕의 맛을 보여주자고!”

신나게 소리 지르는 소쇼의 팬들.

펍은 금방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삐이이익!

-리그 3위인 소쇼와 리그 4위인 릴 올랭피크의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릴 올랭피크는 순간적인 연계 플레이가 상당히 위협적인 팀입니다. 특히나 측면에서 시작되는 패턴 플레이는 PSG의 수비진도 애를 먹을 정도로 날카롭습니다.

-경기 초반에 소쇼는 당연히 수비로 시작합니다. 내려앉는 소쇼의 포백라인입니다!

경기 초반은 당연히 수비로 시작했다.

소쇼의 수비진이 11월에 접어들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공격적인 전방 압박보다는 차근차근 수비하면서 역습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바꾸었다.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 폴 루크를 선발에서 제외한 소쇼는 중앙으로 옮긴 엔조 마이어와 톰 크라우저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주도권을 잡은 릴 올랭피크.

중앙 미드필더인 줄리아노 스페르파.

그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리그 3위로 올라갈 기회다!’

상대는 최근 전적이 좋지 않고, 반대로 릴 올랭피크는 상승세에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평가했다.

‘팍? 무서운 선수는 맞지.’

그래도 혼자서 소쇼를 이끌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판단하며 박규태에게 향하는 패스를 끊기 위해 필드 전체를 열심히 뛰어다녔다.

‘보여주마! 내가 어떤 선수인지를!’

파블로 페페의 패스가 그의 발에 안착했다.

공을 잡은 그는 높게 전진했다.

그의 앞은 막는 엔조 마이어.

‘뚫을 수 있다.’

자신이 있었다.

최근에 폼이 떨어진 엔조 마이어였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객기였다.

줄리아노 스페르파는 활동량이 많고 움직임이 좋은 선수지만, 반대로 섬세한 기술은 부족했다.

그리고 엔조 마이어는 줄리아노 스페르파의 객기를 잘 파악해서 그의 발에 있던 공을 빼앗았다.

완벽한 개인기라고 생각했던 줄리아노 스페르파는 그의 발에서 공을 빼앗은 엔조 마이어를 보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뭐야? 폼이 떨어진 게 아니었어?’

-스틸! 소쇼가 빠르게 역습을 시작합니다!

-엔조 마이어가 공을 끌고 빠르게 올라갑니다.

“제길!”

급히 몸을 돌려 엔조 마이어의 뒤를 쫓는 줄리아노 스페르파는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했다.

‘막을 수 있어!’

하지만, 엔조 마이어의 패스가 훨씬 빨랐다.

-엔조 마이어의 긴 패스!

-곧바로 전방으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패스입니다! 공은 최전방에 자리를 잡은 박규태 선수의 발에 걸립니다!

수비할 시간이 없었다.

엔조 마이어의 패스를 받기 위해서 달린 박규태는 릴 올랭피크 수비진의 오프사이드를 뚫고 기회를 만들었다.

-고오오올!

-박규태!! 순간적으로 릴 올랭피크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역습을 성공시켰습니다!

-이건 엔조 마이어 선수의 창의적인 패스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리고 매서운 판단과 위치선정으로 릴 올랭피크의 수비진을 뚫고 들어간 박규태 선수도 대단합니다.

단 한 번의 역습에 실점을 허용한 릴 올랭피크였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빠르게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팍이 주-모를 하러 온다!”

“이번에 자신이 누구냐고 물어볼 차례 아니야?”

“젠장……. 울트라 슈퍼 코리안……. 그다음에 뭘 넣어야지?”

“내 한국인 친구가 말해줬는데…… 왕이랑 신을 붙이면 된다고 했어! 어때?”

“좋아! 그걸로 하자고!”

어느덧 관중석으로 달려온 박규태.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그는 그 어떤 세레머니도 하지 않고 그저 손가락을 하나 들어 올릴 뿐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그 어떤 세레머니보다 뜨거웠다.

“팍이 해트트릭을 예고한다!”

“팍! 김치팍!! 젠장! 넌 역시 최고야!”

“그래! 너밖에 없다!”

“다음에 한국에 가면 꼭 김치를 먹을게!”

“팍! 한국 사람들이 소쇼에 찾아오면 꼭 너와 관련된 모든 것을 물어볼 거야! 으아아아! 최고야!”

팬들의 환호성.

경기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

-좋지 않은 출발을 시작한 릴 올랭피크였습니다만…… 전반전 25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그리 크게 밀리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있습니다.

-박규태 선수의 선제골과 뱅상 르노 선수의 쐐기골로 2 대 0 앞서나가던 소쇼였는데……. 방금 추격골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박규태는 허무하게 실점을 허용한 소쇼의 수비진을 보면서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저 수비진은 돈을 들여도 고쳐지지 않을 것 같은데.’

점점 이적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는 박규태가 이번에는 높게 올라오는 테오 나두의 크로스에 반응했다.

“여긴 못 지나간다!”

줄리아노 스페르파의 외침을 무시한 박규태가 가슴으로 공을 잡고 상대 선수를 등지고 버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히 공을 받으러 올라온 엔조 마이어에게 공을 연결한 뒤에 다시금 엔조 마이어가 찔러주는 스루패스에 반응했다.

-감각적인 2 대 1 패스!

-좋습니다! 소쇼! 공격을 풀어나가는 모습만큼은 어느 강팀과 비교해도 밀릴 것이 없습니다.

대애앵!

박규태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대를 맞고 넘어갔다.

릴 올랭피크의 수비진은 그의 강슛을 보며 침을 삼켰다.

‘어떻게 이런 선수가 나타날 수 있지?’

‘여기에 드리블과 개인기까지 좋았다면…… 끔찍하겠어.’

소쇼의 역습.

릴 올랭피크 선수들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상황이 여러 번 나오면서 경기의 주도권은 소쇼가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축구의 신은 소쇼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아! 여기서 실점이라뇨!

-주도권을 잡고 있던 소쇼가 릴 올랭피크의 역습에 점수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점수는 2 대 2 동점이 되었습니다! 릴 올랭피크! 대단합니다.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에 결국 2점 차이를 따라잡았습니다!

-소쇼의 수비진이 너무 아쉽습니다.

너무나도 빈약한 수비진의 능력.

소쇼의 팬들이 머리를 붙잡고 절망했다.

저번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을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라커룸으로 들어선 박규태.

선수들은 뭔가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선수들을 보며 소리쳤다.

“나 박규태는 팀원들에게 실망했다. 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고!”

중대장에 빙의된 박규태.

그의 외침에 선수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들도 전반전에 보여준 자신들의 경기력이 별로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도대체 뭘 걱정하는 거야? 우리가 전반기에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버릴 것은 버리고 할 수 있는 것만 철저하게 가져가는 실리적인 축구를 해서 그런 게 아니야?”

“…….”

“아까도 그래!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철저하게 놔두라는 보스의 지시가 제대로 지켜졌어? 2m 장신의 루도비치 델마스가 있는 우리가 상대의 크로스나 세트피스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잖아! 왜 측면의 크로스를 막으려고 무리하게 몸을 들이밀다가 돌파를 허용하는 거야?”

“…….”

“잘 생각해봐! PSG전의 패배 이후로 너무 완벽한 플레이를 하려고 생각하는 게 아닌지. 우리는 모두 하나씩 부족해!”

박규태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면 되는 거야.”

그의 말이 맞았으니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점은 걱정하지 마.”

선수들이 모두 박규태를 바라봤다.

박규태는 그런 선수들을 보며 씩 웃었다.

“3골을 내주면 4골을 넣으면 되는 거고, 4골을 내주면 5골을 넣으면 되는 거야! 골을 많이 넣은 팀이 이길 수 있는 게 축구야.”

본프레레식 축구를 강조한 박규태.

그의 말에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동안 너무 실점을 두려워한 것이 원인일 수 있었다.

박규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정리하며 선수들에게 후반전에 보여줘야 할 전술적 움직임을 지시했다.

곧 하프타임이 끝나고 필드로 나서는 선수들.

아까와 다른 눈빛을 한 선수들을 보며 박규태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까 해트트릭을 예고했지? 그런데 팀이 저래서야 넣을 수 있겠어?”

릴 올랭피크의 중앙 수비수.

파르나우 펠릭스의 말을 듣고 박규태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5분 뒤에 한 골을 넣을 거야.”

“하하하! 일본인들은 원래 그렇게 허풍이 심해?”

“일본? 난 일본인이 아니야.”

“그럼 중국이야? 쿵푸의 나라! 얍얍!”

박규태는 공격수의 신경을 긁기 위해서 신나게 입을 움직이는 파르나우 펠릭스를 무시하고 움직였다.

그리고 신나게 떠들던 파르나우도 소쇼의 역습이 시작될 것 같은 움직임이 보이자 입을 닫고 박규태의 뒤를 잡았다.

-소쇼의 역습!

-테오 나두에게 연결된 패스! 달립니다! 테오 나두가 무섭게 달려서 릴 올랭피크의 측면을 허물어버립니다!

-높게 올라가는 크로스!

테오 나두의 크로스는 엉성했다.

하지만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박규태는 자리를 잡고 파르나우 펠릭스를 밀어냈다. 그리고 공이 떨어지기 무섭게 높게 뛰어올랐다.

순간적으로 자리를 잡은 박규태에게 밀려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파르나우 펠릭스가 필드에 쓰러졌다.

그리고 박규태는 공의 궤적을 머리로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박규태 헤더!

-고오오오올! 박규태!! 박규태 선수가 헤딩을 넣으면서 다시 소쇼가 3 대 2로 앞서나갑니다!

-테오 나두 선수의 크로스가 조금 부정확해서 걱정했는데, 박규태 선수가 자리를 잘 잡으면서 결국은 골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파르나우 펠릭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세레머니를 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박규태를 노려봤다.

‘제길……. 망할 중국인 녀석!’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박규태는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해트트릭을 달성하기 위해서 개처럼 뛰었다. 그리고 열심히 뛴 보상을 얻었다.

덕분에 박규태는 팬들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후반 36분.

상대 수비수의 발에 맞고 높게 뜬 공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화려한 바이시클 킥이었다.

너무나도 환상적인 슈팅이었고, 릴 올랭피크의 수비진과 골키퍼가 제대로 반응할 수 없는 아름다운 궤적이었다.

철썩!

-고오오오올!

-박규태!! 골!! 해트트릭입니다! 해트트릭!

-손가락 3개를 들어 올리는 박규태! 그가 팬들과 약속을 지켰습니다! 오늘 경기 3골을 넣으면서 폭주합니다!

아름다운 슈팅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한 박규태.

그가 세레머니를 끝내고 파르나우 펠릭스의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난 일본인도 중국인도 아니야. 한국인이지. 아임 프롬 코리아! 코리아라고! 어? 노스 코리아가 아니라 사우스 코리아! 오케이? 잘 기억해! 세계적인 가수인 VTS와 발렌시아의 이강민과 피겨선수 김윤아의 한국을 모르는 빡대가리야.”

< 국뽕 박규태 선생 #45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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