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44 >
전반전이 끝났다.
1 대 1을 만든 대한민국 선수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라커룸에서 뱅상 엘라즈 감독은 후반전에 어떤 식으로 벨기에를 상대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프타임이 끝나고 시작된 후반전.
박규태는 노골적으로 구글리모 코폴라에게 몸싸움을 시도하면서 벨기에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젠장! 저리 꺼져!”
거친 말을 내뱉는 구글리모 코폴라의 말에도 박규태의 전진은 멈춰지지 않았다.
벨기에의 골키퍼인 틸로 쿠르투아와 중앙 수비수 파트너인 줄리아노 네우만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진즉 골이 하나는 더 나왔을 상황이었다.
그리고 후반 21분에 구글리모 코폴라는 멍한 표정으로 필드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구글리모 코폴라를 빼고 줄리앙 지노 판 체스턴을 투입하는 벨기에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구글리모 코폴라였습니다. 박규태 선수에게 압도당한 그를 빼고 수비진을 정비하는 벨기에입니다.
-벨기에의 판 다이크라는 별명이 아까운 활약이었습니다.
구글리모 코폴라가 나가고 지노 판 체스턴이 투입된 순간부터 벨기에 수비진의 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조나단 마이어가 없는 포백라인임에도 뚫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 벨기에의 중앙 수비수 셋이 모두 같은 팀에서 뛰고 있어서 수비 조직력도 우습게 볼 수 없어.’
리버풀에서 같이 뛰고 있는 중앙 수비수.
조나단 마이어-줄리아노 네우만-지노 팔 체스턴.
셋이 필드에 갖춰지는 순간부터 박규태는 어마어마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한민국의 수비진이 전반전처럼 벨기에의 공격진을 잘 막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시간만 빠르게 흘러갔다.
곧이어 후반전의 추가시간까지 모두 소모되었다.
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끝났습니다!
-후반전은 상당히 흥미로운 경기였습니다.
-네! 점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했던 경기였습니다. 특히나 두 팀의 수비력이 상당히 빛났습니다.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조나단 마이어가 유니폼을 들고 박규태에게 다가왔다.
“팍, 유니폼 교환을 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박규태가 자신의 상의를 벗어서 그에게 건넸다.
그때 줄리아노 네우만이 허겁지겁 다가와 조나단 마이어에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조니! 비겁해!”
“그러니까, 일찍 움직여야지.”
이미 교환된 유니폼을 보며 한숨을 내뱉는 줄리아노 네우만이 갑자기 박규태를 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EPL에 올 거지?”
“갈 수 있으면 가고 싶지.”
“그러면 리버풀로 오면 되겠네!”
그의 말에 박규태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2020-21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2021-22시즌 리그 우승.
2020년대 초반에 EPL을 주름잡던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이 떠나고 난 뒤에도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승을 못하고 있지.’
2022년도에 기록한 리그 우승 이후, 그들은 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회귀 전에는 박규태가 은퇴하는 그날까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것도 기억이 났다.
‘리준딱’(리버풀은 준우승이 딱이야!) 같은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2020-30년대의 리버풀에게 우승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거리가 있는 단어였다.
“말은 고마운데…… 리버풀이 날 사겠어?”
“무슨 소리야? 뉴스에 지금 네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고 있는데? 리그 앙에서 10경기 16골을 넣고 있는 특급 골잡이가 나타났다고 말이야.”
그의 말처럼 최근 다수의 언론이 박규태의 다음 행선지와 관련된 루머를 신나게 뿌리고 있었다.
“올 거지?”
순박한 두 벨기에 청년을 보면서 박규태가 씩 웃었다.
“리준딱이 리우딱(리버풀 우승이 딱이야!)이 될 수 있다면 생각해볼게.”
* * *
[벨기에와 1 대 1 무승부를 기록한 대한민국!]
[구글리모 코폴라, 이번 경기 최하 평점!]
[작은 박규태를 무시하면 아주 큰일 나는 거야!]
[박규태! 리버풀, 맨시티, 맨유, 레알 마드리드, AT 마드리드, 첼시 등등……! 많은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아!]
[이것이 월클이다! 박규태에게 유니폼 교환을 하러 온 리버풀의 철벽들!]
[줄리아노 네우만, “팍의 슈팅을 막기 힘들어 고생했다. 그처럼 뛰어난 공격수가 있는 한국이라면 다음 월드컵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맨더빅아는 왜 저기에 있죠?
-응ㅋ 콥등이들 박규태 사와도 우승 못함ㅋ 김치팍이 맨유에 오면 우승 씹 가능이다.
-맹구쉨ㅋㅋㅋㅋ 맨시티에 4 대 0 발린 거 기억 안 남?
-응 리그 3위 짭시티 엌ㅋ
-캬……. 리그 10경기 16골은 미쳤다. 거기다 벨기에전에서 보여준 뛰어난 포스트 플레이랑 감각적인 발리슛은 진짜 월클이다.
-박규태는 어디로 가려나……?
-리버풀! 가즈아아아아!
-제발……. 불쌍한 첼시에 와주세요! 최근 5년 동안에 리그에서 10골 이상을 때려 박는 공격수가 없어요! 엉엉엉!
-줄리아노 네우만! 합격! 축하합니다. 김치규태교에서 당신에게 김치와 불고기를 보내겠습니다.
A매치가 끝나고 다시금 소쇼로 복귀한 박규태는 11월 21일에 있는 리그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상대는 스타드 렌.
임마누엘 메르시에가 울브스로 떠나면서 공격진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그들은 경기 초반부터 소쇼의 강한 공세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온 전반 35분의 위기상황.
박규태의 환상적인 왼발 슈팅에 스타드 렌이 선취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고오오올!
-박규태! 대단합니다!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입니다! 스타드 렌을 상대로 리그 17호 골을 터뜨렸습니다!
-곧 다가올 아시안컵이 기대됩니다. 우리 박규태 선수가 클럽에서 해주는 것처럼 아시안컵에서도 멋진 골을 넣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국뽕이 넘치는 중계진은 오늘 경기에서 계속 위협적인 슈팅을 가져가는 박규태를 칭찬하기 바빴다.
‘느낌이 좋지 않네.’
반대로 박규태는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이기던 그 느낌이 아니었다.
폴 루크는 PSG전의 퇴장 이후 폼이 죽어서 패스의 정확도가 줄었고, 왼쪽 윙어인 엔조 마이어는 잦은 부상으로 전보다 많은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테오만 폼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문제는 그나마 활약하고 있는 테오 나두가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오늘 경기의 공격이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박규태가 억지로 만든 득점으로 선취골을 넣었지만, 조금만 경기의 흐름이 바뀌면 오히려 스타드 렌이 소쇼를 상대로 압도하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후반전 25분까지 뛴 박규태.
그가 교체되어 필드를 빠져나가고 난 뒤에 그의 예상처럼 스타드 렌이 소쇼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아! 실점입니다!
-스타드 렌의 공격수인 안톤 칼립슨의 완벽한 슈팅이었습니다.
-소쇼에게는 뼈아픈 실점인데요.
문제는 이 실점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후반 44분에 안톤 칼립슨의 역전골이 터졌다.
-스타드 렌!! 어마어마한 근성을 보여줍니다!
-대단합니다! 1 대 1 무승부로 끝날 것 같은 경기에서 기어코 2골을 넣으며 역전을 만들었습니다!
-아! 소쇼에게는 너무 큰 타격일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PSG전을 기점으로 무엇인가 선수들의 폼이 많이 떨어진 느낌입니다.
2 대 1로 역전패를 허용한 소쇼.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심각한 표정으로 필드에 주저앉은 선수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 *
11월 29일.
리그 앙 15라운드 경기.
아미앵 SC전에서 소쇼는 다시금 박규태와 엔조 마이어의 활약으로 3 대 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스타드 렌과의 경기에서 나온 역전패 다음에 나온 대승이기에 소쇼의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전반전에 2골을 넣은 박규태는 물론이고 후반전 막판에 프리킥으로 쐐기골을 넣은 엔조 마이어까지, 공격진의 모두가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경기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소쇼의 경기력이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말할 수 없었다.
12월 2일.
리그 5위에 걸쳐 있는 낭트와의 경기에서 소쇼는 선취골을 넣었음에도 후반 막판에 동점을 허용하면서 1 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마르세유와의 경기를 앞두고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 벤치에 앉은 박규태가 상대의 동점골이 터지고 급히 후반 20분에 교체되어 들어갔음에도 팀의 무승부는 막을 수 없었다.
12월 5일.
마르세유와의 경기.
모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기였다.
리그 2위인 소쇼와 3위인 마르세유.
특히 마르세유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리그 2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소쇼는 리그 2위를 수성하기 위해서, 마르세유는 리그 2위를 빼앗기 위해서.
오늘 경기에서 꼭 이겨야 했다.
그렇기에 두 팀의 감독은 오늘 승리를 위해 전력을 다 쏟아 넣었다.
-고오오오올!
-박규태! 대단합니다! 리그 20호 골을 터뜨리면서 리그 앙에서 압도적인 골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박규태 선수는 월드클래스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무르익은 위치선정 능력과 압도적인 골 결정력.
준수한 퍼스트 터치와 나쁘지 않은 시야까지.
거기다 성장하던 육체도 최근에 절정에 도달하면서 PSG의 수비진을 제외하고는 그를 막을 수비수는 리그 앙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었다.
-고오오올!
-마르세유! 쉽게 물러나지 않습니다!
-박규태 선수의 골이 터지기 무섭게 마르세유의 10번인 파비오 가르바스가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환상적인 원더골을 터뜨립니다!
치고받는 경기.
후반 11분에 테오 나두의 골이 터졌다.
2 대 1로 도망가는 소쇼.
하지만 마르세유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후반 24분에 안드레 리타들리송의 프리킥이 골망을 흔들면서 다시 2 대 2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43분에 터진 안드레 리타들리송의 역전골이 터지는 순간, 소쇼의 팬들은 패배를 직감할 수 있었다.
삐이익! 삐익! 삐이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3 대 2로 소쇼가 리그 3번째 패배를 기록하면서 리그 3위로 주저앉았습니다.
-아! 이번 시즌 두 번째 역전패입니다.
-뭔가 이상하게 소쇼 선수들의 폼이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박규태 선수나 테오 나두 선수를 제외하면 공격진의 그 누구도 위협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고민이 많을 것 같네요.
마르세유전에서 패배한 소쇼.
최근 5경기에서 2승 1무 2패를 기록한 소쇼를 보면서 팬들은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어.
-팍이랑 테오 나두만으로는 리그 앙에 소속된 모든 팀의 견제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지.
-새로운 공격 옵션이 필요해. 팍과 테오로는 시즌 전체를 소화하기에 무리가 있어!
-수비진이 너무 빈약해!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좋은 수비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본다.
팬들은 각자의 의견을 내뱉으며 팀의 부진을 걱정했다.
거기다 다음 경기는 리그 4위.
릴 올랭피크 SC와 경기였다.
마르세유와 경기처럼 혹시나 소쇼가 역전을 허용할 것 같아서 소쇼의 팬들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12월 13일.
릴 올랭피크 SC의 홈 경기장인 그란데 스타데 릴 메트로 폴 경기장에서 리그 앙 18라운드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44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