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42 >
전반전이 끝났다.
선수들의 표정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파리 생제르맹이라도 결국 후반전에는 지칠 수밖에 없고, 틈이 생길 수밖에 없어! 우린 그 부분을 노려야 해.”
크리스티 조엘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찾아온 후반전.
확실히 크리스티 조엘 감독의 말처럼 후반전의 PSG는 전반전과 다르게 살짝 지쳐 있었다.
-소쇼! 후반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강하게 PSG를 몰아붙이기 시작합니다!
-소쇼의 이런 매서운 공격은 PSG의 수비진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기세가 올라가니 플레이에도 여유가 생겼다.
소쇼의 홈팬들이 PSG를 압도하는 소쇼의 선수들을 보면서 크게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16분에 드디어 소쇼가 원하던 득점이 테오 나두의 발에서 터졌다.
-고오오오올!
-자살골이 되었습니다! 테오 나두 선수가 돌파하고 슈팅을 가져갔는데……! 수비수의 발에 맞고 골망을 흔들었어요!
-이제 경기는 2 대 2입니다! 소쇼! 강력합니다! 특히나 공격을 이끌어나가는 선수들이 너무 매섭습니다!
“쥬모오오오오!”
골을 넣은 테오 나두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았다.
애매한 슈팅이 자살골이 돼버렸다.
2 대 2까지 경기를 끌고 온 소쇼.
선수들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오늘 소쇼가 정말로 강력합니다.
-정말 경기가 흥미진진합니다. 역시 리그 최상위권에 있는 팀의 경기는 다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파리 생제르맹의 역습!
아무리 파리 생제르맹의 선수들이 전반전보다 살짝 지친 상황이라지만 기본적인 실력은 소쇼의 선수들보다 좋았다.
날카로운 역습에 다시금 흔들리는 소쇼.
“역습을 끊어!”
누군가의 날카로운 외침.
그 소리를 들은 소쇼의 미드필더인 폴 루크가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루카스 토렌티노에게 태클을 걸었다.
문제는 경험이 적은 폴 루크의 태클이 주심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깊었다는 점이었다.
삐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박규태는 불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불길함은 적중했다.
주심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 레드카드입니다!
-소쇼의 폴 루크 선수가 레드카드를 받았습니다!
-이러면 경기가 파리 생제르맹에 유리해지죠.
-맞습니다. 10명과 11명의 경기니까요.
올해 20살이 된 젊은 선수 폴 루크의 퇴장에 소쇼의 홈팬들은 주심을 향해서 길게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폴 루크의 태클이 깊게 들어간 것은 사실이었기에 소쇼 선수들의 항의에도 주심의 판정은 변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박규태와 테오 나두를 빠르게 빼고 수비 자원을 넣으면서 2 대 2 무승부로 승점 1점을 가져가려 노력했다.
-아……!
-들어갑니다! 후반 37분에 소쇼가 결국은 파리 생제르맹에 실점을 허용하면서 점수는 3 대 2가 되었습니다.
후반 37분에 실점을 허용한 소쇼.
그들은 후반 막판에 한 골을 더 허용하면서 4 대 2로 결국 이번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 * *
[박규태의 리그 15호 골에도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아쉬운 폴 루크의 퇴장! 20살 미드필더의 부족한 경험이 드러난 경기였다!]
[소쇼! 4 대 2 패배! 하지만 화끈한 경기력으로 파리 생제르맹을 뒤흔들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 “폴 루크의 실수는 축구에서 언제나 나올 수 있다. 오늘은 그저 우리가 운이 없었을 뿐.”]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확 불타오를 때는 어마어마한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그게 아니면 너무 쉽게 휘둘림.
-그래도 PSG를 상대로 저 경기력이면…… 어쩌면 챔피언스리그 나갈 수 있는 거 아니냐?
-일단 규태팍이 골 넣어서 만족한다.
-ㅋㅋㅋ 두리안 김치? 그런데 그걸로 교화될까? 솔직히 요즘 애들이 영악해서 그런 거로 교화는 안 될 텐데?
-나도 그리 좋지 않게 생각함. 애들이라도 악플을 썼으면 그건 범죄 아니냐? 솔직히 이번 결정은 실수라고 생각함.
경기가 끝나고 많은 팬이 소쇼와 PSG의 경기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박규태가 말했던 두리안 김치 공약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몇몇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몇몇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1월이 다가오는 10월의 마지막 주.
박규태는 소쇼로 악플을 쓴 5명의 학생을 불렀다.
동영상을 통해서 두리안 김치를 먹는 영상을 올렸고, 그들의 사과와 반성문도 함께 받았다.
가족들과 소쇼 여행을 보내준 뒤에 그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낸 박규태는 르르에 콜리쉬에게 질문을 받았다.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아무리 학생이라도 악플을 달았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너무 너그러웠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악플러들이 팍의 조치를 보고 오히려 악플을 가볍게 생각할까 걱정입니다.”
그의 말에 박규태가 씩 웃었다.
“명분이 중요해서 그런 겁니다.”
“명분이요?”
“네, 아무리 학생이라도 무조건 선처해줄 필요가 없겠지요.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호구 같은 행동을 한답니까?”
“그 호구 같은 행동을 팍이 했죠.”
“그게 명분입니다.”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요. 제가 만약 학생들도 선처 없이 고소한다면, 절 싫어하는 몇몇 이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고작 악플로 어린 학생들을 고소해서 희망을 꺾었다.’, ‘악플 가지고 너무 심한 조치를 한 것이 아니냐?’ 등등……!”
“그건 말이 안 됩니다.”
“하하! 헬조선에선 말이 됩니다. 이게 한국 스타일이죠. 조그만 흠집이라도 있다면, 쓰레기 언론과 축구선수 박규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 흠집을 물어뜯으려고 할 겁니다.”
“그래서 그게 이번 선처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이제 두 번의 선처는 없다고 영상과 인터뷰로 밝혔죠. 다음부터는 학생들을 상대로 강경한 대응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박규태의 말에 르르에 콜리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당연히 어린 학생을 상대로 너무 강경한 대응을 한다며 절 물어뜯으려는 이들이 있겠죠. 그때 전 이렇게 대답하는 겁니다. ‘이미 선처를 해주었다. 다음부터는 이런 선처 없이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뭘 더 해주어야 하나?’라고요. 그러면 사람들은 누구의 편에 설까요?”
“팍의 말을 더 듣겠죠.”
“네, 상대는 반박할 수 없죠. 이미 선처를 해줬는데요. 거기다 다음부터는 이런 선처는 없다고 분명히 말을 했으니까요. 제게 명분이 있는 거죠.”
르르에 콜리쉬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의아함이 생겨 물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의 물음에 박규태가 씩 웃고는 대답했다.
“두 유 노 클럽에 들어가려고요.”
“네?”
“농담입니다.”
르르에 콜리쉬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 * *
10월 28일.
쿠페 데 라 리그 3라운드.
소쇼는 르 아브르를 상대로 2 대 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덕분에 파리 생제르맹에 지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시금 끌어올릴 수 있었다.
10월 31일.
리그 앙 12라운드.
이번에도 상대는 르 아브르였다.
경고 누적으로 엔조 마이어가 빠진 소쇼였지만, 전반전에 박규태의 골과 테오 나두의 골로 2 대 0으로 앞서 나갔다.
후반전에 접어든 순간 르 아브르의 중앙 수비수.
마테오 에스트레이드가 분노에 부르르 떨었다.
“젠장! 제발 프랑스에서 꺼져. 망할 동양인!”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자신을 괴롭히는 박규태에게 그가 거친 말을 내뱉었다.
물론, 박규태는 여유롭게 그 말을 돌려줬다.
“불만이 있으면 다른 리그로 가던가?”
르 아브르는 후반전 막판에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이미 박규태의 패스를 받은 디디에르 아르카가 소쇼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면서 패배를 면할 수 없었다.
11월 7일.
리그 앙 13라운드 경기.
스타드 데 랭스전은 소쇼의 주전이 많이 빠졌다.
상대가 그리 강팀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최근에 주전들이 선발로 많이 뛰면서 슬슬 체력을 관리해줄 필요가 있었다.
경기는 생각보다 지지부진했다.
팀의 공격진을 이끄는 주전이 모두 빠지면서 랭스를 상대로 위협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뭐 하는 거야? 치고 들어가야지!”
박규태와 테오 나두가 없는 공격진을 홀로 이끄는 뱅상 르노는 백업 멤버들의 움직임을 보며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상당했다.
-고오오오올!
-뱅상 르노가 후반 12분에 골을 넣었습니다!
-소쇼가 힘겹게 오늘 경기의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랭스가 잘 버티고 있었는데……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수비진 사이로 침투하는 뱅상 르노 선수를 놓쳤습니다.
그래도 골은 넣었다.
거기다 후반 20분에 교체로 투입된 테오 나두가 경기 막판에 쐐기골을 넣으면서 2 대 0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소쇼는 파리 생제르맹전에서 얻은 첫 패배를 뒤로하고 다시금 연승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랭스와 경기가 끝난 다음날.
박규태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국가대표 경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피파 랭킹 8위.
다시금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어내면서 다음 유로와 월드컵이 기대되게 만드는 벨기에가 상대였다.
리버풀 소속의 수비수인 조나단 마이어를 시작으로 브라이언 헤이븐과 코니 드 윈터 등등.
재능이 충만한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벨기에를 상대로 대한민국이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대한민국의 축구팬들은 조금씩 기대감을 키우기 시작했다.
촤차차차차차!
인천공항 입국장을 나오는 순간 빠르게 셔터를 누르기 시작한 기자들을 보며 박규태가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규태 선수! 최근에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 벨기에와의 경기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상대는 줄리아노 네우만과 조나단 마이어처럼 월드클래스의 수비진이 있는 벨기에입니다. 골을 넣을 수 있냐는 물음에는 확언을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에 맨체스터 시티와 파리 생제르맹에서 오퍼가 왔다는데 사실입니까?”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대표팀에서 스스로가 생각하는 최적의 포지션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 만족하십니까?”
“제가 그런 포지션을 정할 위치에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감독님이 정해주는 위치에서 묵묵하게 뛰고 대표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질문은 여기까지 받겠습니다.”
민감한 질문은 잘 넘기며 인터뷰를 슬슬 끝낼 준비를 하는 박규태에게 삼류 언론사의 기자가 급히 입을 열었다.
“벨기에의 구글리모 코폴라가 박규태 선수를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의 물음에 박규태가 씩 웃었다.
“플레이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대답을 한 그가 공항을 빠져나갔다.
< 국뽕 박규태 선생 #42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