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40화 (40/199)

< 국뽕 박규태 선생 #40 >

헝가리전이 끝났다.

3 대 2로 끝낸 극적인 승리였다.

박규태의 2골과 이강민의 1골.

당연히 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나 2골이나 허용한 수비진이 큰 문제였다.

[무엇이 문제인가? 흔들리는 대한민국 대표팀!]

[대한민국 3 대 2 헝가리에 진땀승!]

[박규태는 느낌표, 하지만 수비진은 물음표.]

[흔들리는 뱅상 엘라즈호의 수비진! 무엇이 문제인가?]

-진짜……. 수비진이 왤캐 극혐이냐?

-???: 으아아아! 제발 1골만 막아라! 망할 수비들아!

-뽕렐루야! 진짜 골 넣는 능력은 박규태가 최고다.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 규태쿤!

-빨리 수비진은 새롭게 갈아엎자……! 진짜 불안해서 못 살겠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수비가 불안했잖아. 슬슬 세대교체도 했으면 좋겠음.

-오직 국뽕만……! 규태 님만 믿는다.

팬들의 반응에 대표팀의 분위기도 살짝 경직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가볍게 잡을 상대였다.

대한민국은 23위에 있는 팀이었고, 헝가리는 피파 랭킹 71위의 팀이었으니까.

덕분에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순간까지도 팬들의 비난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10월 10일.

겔로라 스리위자야 자카바링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의 친선경기.

헝가리와 다르게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수비진이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물론 상대는 약팀이었다.

그래도 경기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수비진이 살아나니, 이번에는 공격진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재신 선수 슛!!

-아! 골대를 넘어갑니다!

-좋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역습을 허용하면 오히려 위험한 상황입니다. 조금 더 공격에 세밀함이 필요합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측면으로 파고드는 박규태!

박규태는 공을 받는 순간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돌리며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묘하게 안 풀리네.’

인도네시아는 3-5-1-1 포메이션으로 깊게 내려앉아서 대한민국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세트피스도 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경기력에 질려가고 있는 상황.

결국, 대한민국을 살린 해결사는 이강민과 박규태였다.

중앙으로 파고드는 박규태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넣은 이강민 덕분에 중거리 슛으로 인도네시아의 밀집 수비를 뚫고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고오오오올!

-박규태 선수! A매치 2경기 연속 고오오올!

-요즘 정말로 폼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대단합니다! 박규태!

1 대 0을 만든 대한민국.

박규태는 후반 35분에 교체되어 필드를 빠져나왔다.

뱅상 엘라즈 감독의 과감한 교체로 아까보다는 훨씬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후반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골이 터지지 않았다.

그렇게 인도네시아전에서 1 대 0 진땀승을 거둔 대한민국.

‘이러다가 아시안컵에서 떨어지고 두 유 노 클럽도 가입 못하는 거 아니야?’

승리했음에도 박규태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 * *

험난한 국가대표 친선 경기가 끝났다.

박규태는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A매치에서 골을 넣으면 박빙의 커버댄스를 하겠다고 했지만, 프랑스로 돌아오기 무섭게 박빙의 맴버 한 명이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면서 다른 아이돌의 커버댄스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아오……. 뽕을 할 거면……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인 국뽕을 해야지. 쯧쯧쯧! 미련하구먼.’

그렇게 박규태가 고민했다.

“누가 좋을까?”

누가 좋을까.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VTS도 좋다.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스누프도 좋았다.

하지만 임팩트가 없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박규태가 드디어 결정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아이돌인 엔젤하트로 가자.”

이틀 뒤.

소쇼의 공식 미튜브에 박규태가 여자 아이돌인 엔젤하트의 신곡에 맞춰서 춤을 추는 영상이 올라왔다.

반응은 환상적이었다.

-규태야……. 다 좋은데! 의상까지 맞출 필요는 없잖아?

-안 돼……! 엔젤하트의 명곡이……! 매력적이고 힘 있는 춤동작이라고 평가받는 안무가 왜 저렇게? 제발! 규태야! 우리가 잘못했다! 다시는 국뽕팔이 한다고 놀리지 않을게! 제발!

-구아아아악! 구토가 나온다!

-누구냐! 누가 엔젤하트를 추천했냐! 구아아악! VTS나 다른 좋은 아이돌이 많았잖아!

-아니…… 몸 좋은 건 알겠는데! 왜 여자 옷을 입고 커버 댄스를 하냐고! 이건 시각 테러잖아! 국뽕킬러 새끼야!

-항상 응원합니다! 김치규태교 일동.

역겨운 영상미에 팬들은 조금 혼란스러워했다.

박빙 때문에 좋지 않은 인식이 생길 뻔한 것을 잘 넘긴 박규태, 그가 본격적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박규태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구단에 출근했다.

때마침 테오 나두도 그와 같은 시각에 출근하고 있었다.

“잘 갔다 왔어?”

“그래, 잘 갔다 왔다.”

지긋이 박규태를 바라보는 테오 나두.

길게 한숨을 내뱉은 박규태가 그에게 플라스틱 밀폐 용기에 담긴 저염식 돼지 불고기를 건네주었다.

“너무 불고기만 찾는 거 아니야?”

“불고기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팍.”

“음…….”

그렇게 훈련장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

그때 사인을 받기 위해서 기다리던 소쇼의 팬들이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팍! 사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준 박규태가 여유롭게 팬이 건넨 종이와 팬으로 사인을 해주었다.

그때였다.

“테오! 사인 좀 해주세요.”

“미안하지만, 오늘은 별로 해주고 싶지 않아.”

퉁명스러운 테오 나두의 말에 어린 팬의 얼굴에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떽! 테좃 네 이놈!”

“그건 또 무슨 한국말이야?”

“사인을 거부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너무하다니? 오늘 사인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야.”

“기분이 나쁘다고 널 응원하는 어린 팬의 사인 부탁을 거부해? 테오! 우리가 어떻게 축구로 먹고살 수 있지를 기억해봐! 다 팬들의 사랑을 받아서 축구로 돈을 벌 수 있는 거야. 팬들이 없으면 그냥 공놀이에 불과해!”

“…….”

“내가 자주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서 우습게 보일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이러는 것은 국뽕……. 아니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야.”

“쿡퐁? 쿡뽕? 그게 도대체 뭐기에 그렇게까지 자신의 이미지를 우습게 만드는 거야? 무엇이 널 그렇게 간절하게 만드는 거지?”

테오 나두의 질문에 박규태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건 내 목숨을 건 신념이야. 내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지. 국뽕이 없다면 난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어.”

“이해가 가질 않아.”

“그렇겠지. 하지만 이것만 알아둬. 난 국뽕이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축구를 하고 있어. 그런데 테오……! 넌 축구를 목숨 걸며 해봤어?”

그 물음에 테오 나두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째서 박규태가 그렇게 팬을 위해서 그런 노력을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축구와 축구팬을 대하는 그의 진지한 마음은 알 수 있었다.

“팍. 네가 그렇게 열정적인 선수라고는 생각 못했어.”

그의 말에 박규태가 환하게 웃으며 아까 테오 나두에게 사인을 받지 못한 어린 팬을 가리켰다.

“어린 친구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줘.”

그의 말에 테오 나두가 울먹이는 어린 팬에게 다가갔다.

“갑자기 사인이 하고 싶어졌어. 이름이 뭐야?”

그의 말에 어린 팬이 다시금 환하게 웃었다.

“테오 리샤흐요!”

“그래? 축구를 잘하는 녀석들만 가질 수 이름이네.”

“헤헤헤!”

그렇게 아이에게 사인해준 테오 나두.

그는 박규태와 함께 남아 있는 팬들에게도 모두 사인을 해주고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박규태의 말에 퍽 감명이라도 받은 것일까.

10월 17일.

생테티엔과 경기.

테오 나두는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다.

평소와 다르게 죽을 듯이 필드를 누빈 테오 나두.

그는 생테티엔의 왼쪽 측면을 들쑤시며 소쇼의 공격을 이끌었다.

덕분에 최전방에 있는 박규태는 편하게 테오 나두가 만든 공간에서 신나게 슈팅을 뿌렸다.

철썩!

-고오오오올!

-박규태 선수의 선제골!

-생테티엔의 수비진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전반전 24분에 선제골을 터뜨렸습니다.

-오늘 박규태 선수와 테오 나두 선수의 움직임이 너무 좋습니다.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오늘 테오 나두의 드리블이 불을 뿜습니다!

테오 나두의 활약 덕에 첫 골을 넣은 박규태가 관중들에게 ‘주-모우!’ 세레머니를 하는 동안, 엔조 마이어에게 다가온 테오 나두가 소리쳤다.

“엔조! 규태 팍에게 전해! 난 영원한 도우미라고!”

그의 말처럼 이번에도 테오 나두는 박규태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생테티엔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높게 올라온 크로스.

박규태가 가슴으로 공을 받았다.

“흡!”

“큭!”

생테티엔의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지킨 그가 측면에서 수비진을 타고 올라온 테오 나두를 확인했다.

“테오!”

짧게 내어준 패스.

테오 나두는 박규태가 가볍게 내어준 패스를 받고서 화려한 드리블을 보여주며 생테티엔의 수비진을 농락했다.

-테오 나두! 테오 나두!

-환상적인 드리블! 빠릅니다! 그리고 화려합니다! 프랑스로 귀화한 브라질리언이 폭발합니다!

테오 나두를 막을 수 있는 수비수가 없었다.

완벽한 기회를 만든 그가 슈팅을 가져갔다.

킥 능력이 떨어지는 테오 나두였지만, 완벽한 기회를 놓칠 선수는 아니었다.

골키퍼의 손끝을 스친 공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넣은 테오 나두.

그가 빠르게 관중석 근처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쥬모우우우우우우!”

그의 외침을 보며 박규태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전염병처럼 박규태의 국뽕 세레머니가 소쇼에 퍼지기 시작했다.

* * *

[소쇼! 3 대 0 완승! 박규태 2골 1도움!]

[테오 나두! 1골 1도움! ‘쥬모우우우우!’ 세레머니 화제]

[환상적인 드리블! 호나우지뉴가 생각나는 테오 나두!]

[테오 나두, “팍이 나를 각성시켰다. 그는 축구를 사랑하는 환상적인 축구선수다. 마치 환상적인 불고기처럼 그는 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테오 나두……! 불고기 보내줄게! 돼지 불고기! 소 불고기! 오리 불고기! 다 보내줄게!

-불고기 같은 축구선수……! 박규태!

-그래, 불고기 같은 선수지. 우리 규태가 국뽕맛이 좋은 선수지.

-네 국뽕을 규태 님에게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어줄 것이다. 김치절 37:5장. (김치규태교 교리)

-팬카페가 완전 사이비인데……. 괜찮은 거지?

-무섭다. 진짜 사이비처럼 변할까 봐.

-그는 국뽕의 신이야! 국뽕 펀치! 국뽕 펀치!

생테티엔을 잡아낸 소쇼.

리그 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무패행진을 계속 이어나가는 그들이 드디어 힘든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파리 생제르맹.

2020년대에 접어들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그들은 저주라도 받은 듯이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챔피언스리그 16강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예전처럼 돈을 쏟았다.

돈 지랄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맨체스터 시티에서 블라디미르 고메스.

라치오에서 조프리 레모니.

바르셀로나에서 루카스 토렌티노와 음부사 뎀벨레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뛰어넘는 우주방위대를 구성했다.

거기다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는 공격수들도 다른 리그의 탑 티어급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박규태도 이기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쉽게 질 생각은 없었다.

‘국뽕 스트라이커의 매운맛을 보여주마.’

박규태가 PSG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40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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