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39 >
[4 대 3 치열한 혈전! 승자는 소쇼!]
[소쇼에 펄럭이는 태극기! 애국심을 울리는 박규태의 환상적인 플레이!]
[1골 1도움 1PK 유도! 완벽한 국뽕 워리어 박규태!]
[1월에 있을 아시안컵이 기대되는 이유!]
[대한의 건아! 자랑스러운 태극기의 아들 박규태!]
[한국에서 온 수퍼 코리안! 리옹을 무너트리다!]
-캬……. 예전에 대한의 건아만 보면 암에 걸렸는데, 박규태랑 관련된 기사는 저 제목 써도 된다.
-와……. 요즘 움직임이 장난이 아님, 퍼스트 터치가 조금 안정되면서 기회를 잘 놓치지 않음.
-ㅇㅇ 린정합네다. 위치선정 능력이 많이 좋아졌음. 특히나 수비진 타면서 들어가서 패스 받고 논스톱이나 원터치 슈팅이 많이 늘었음.
-이번 A매치 데이에 박규태 올 텐데……. 진짜 기대된다. 헝가리랑 인도네시아였지?
-쉽게 잡아야지. 상대가 헝가리랑 인도네시아인데.
리옹전의 짜릿한 역전승.
소쇼의 팬들은 4 대 3으로 리옹을 잡아낸 날,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신나게 소쇼의 응원가와 박규태의 응원가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김치규태교의 회원들도 숙소로 돌아가는 중간에 현지 소쇼 팬들에게 헹가래를 받았다.
그렇게 리옹전을 끝낸 박규태.
그가 국가대표에 합류하기 위해서 한국으로 향했다.
* * *
인천공항.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공연을 끝내고 국내로 복귀한 남성 6인조 아이돌 그룹인 박빙의 매니저 김태환이 침을 삼켰다.
“야……. 기자가 쫙 깔렸다.”
“아! 형……! 어떻게 된 거예요? 저희 귀국하는 거 이번에는 언론에 풀지 않았다면서요.”
“아씨……. 어떻게 된 거지? 사장님이 아무런 말씀 없으셨는데……!”
“뭐 건수 터진 거 아니에요?”
팀의 맏형인 빅토리의 불안한 물음에 김태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도 딱히 터진 건 없어. 아무튼, 마스크 쓰고……! 기자들한테 손 흔드는 거 잊지 말고!”
“돌겠네. 오늘 노 메이크업인데.”
천천히 심사대를 통과한 그들이 기자들을 맞이하기 전에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때 뒤에서 이상한 분장을 한 남성이 나타났다.
“풉……!”
“도대체 저 복장은 뭐야?”
박빙의 매니저인 김태환은 남성이 입고 있는 옷을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2002년에 나왔던 붉은악마 티셔츠야!”
“2002년? 와……. 나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티셔츠네.”
오른손에는 태극기가 들려 있었고, 왼손에는 파김치 워리어의 인형이 있었다.
그야말로 ‘국뽕에디션!’ 그 자체였다.
“야! 왔다. 나가자. 나가서 인사하고, 그리고 차분하게 빠져나가자. 알겠지?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경호원을 좀 부를걸.”
그리고 입국장 밖으로 나섰을 때.
많은 기자와 현수막을 든 몇몇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신나게 사진을 찍는 기자들.
박빙의 멤버들은 급히 자세를 잡고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들이 목표가 아니었다.
“저 친구들 뭐야?”
“박빙 아니야? 무시하고 옆에 박규태부터 찍어!”
“박규태 선수! 여길 봐주세요!”
“뮌헨에서 관심이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맨체스터 시티에서 관심이 있다는데요?”
“이번 시즌에 리그 앙의 득점왕을 기록할 수 있으십니까?”
기자들의 질문과 동시에 쏟아지는 카메라 불빛.
박규태는 씩 웃고는 포즈를 잡아주었다.
박빙의 멤버들은 순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아니었네.’
‘에이……. 이게 뭐야?’
‘저 현수막은 뭐야……? 국뽕과 김치는 신성하다! 김치규태교 일동? 사이비 종교야?’
그때였다.
박규태가 그들의 옆으로 다가왔다.
“요즘 한류를 알리시는 박빙의 멤버들이시죠?”
“네, 그…… 축구선수시죠?”
박규태의 몰골에 의아함을 담아서 물었고, 박규태는 당연히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물었다.
“같이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평소에 박빙 멤버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외로운 해외 생활을 견뎠거든요!”
그 순간 박빙의 매니저인 김태환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이거…… 이슈 좀 되겠는데?’
그가 빠르게 대답했다.
“물론이죠! 이 친구들도 밤에 리그 앙에서 뛰고 있는 박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제야 박빙의 멤버들도 머리가 돌아갔는지, 박규태와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서는 같이 사진을 찍었다.
기자들은 당연히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때 박규태가 기자들을 향해 외쳤다.
“공약을 하나 하겠습니다. 만약에 이번 A매치에서 골을 넣게 된다면, 여기 있는 박빙 분들의 커버 댄스를 추겠습니다.”
와아아아아!
김치규태교의 회원들이 내지르는 환호가 인천공항을 다시금 뜨겁게 만들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끝내고 차를 타기 위해서 움직인 박규태.
그때 기자 한 명이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런 모습을 하고 다니냐고.
어째서 한국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하냐고.
몇몇 안티들은 당신을 광대라고 놀린다고.
그 질문에 박규태는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축구로 먹고살 수 있는 것은 팬들의 관심 덕분입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어찌 축구로 먹고살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관심이 저에게는 따뜻한 사랑이고, 여러분의 응원이 저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힘입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면 광대가 되어도 좋습니다.”
몇몇 기자들은 살짝 감동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다른 기자가 물었다.
“도대체 그렇게 해서 남는 게 뭡니까?”
기자의 물음에 박규태가 인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남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김치규태교의 회원들이 국뽕과 아멘의 합성어인 ‘국-멘’을 낮게 읊조리며 힘차게 현수막을 흔들었다.
“아아……. 국-멘!!”
“국-멘!! 뽕렐루야!”
김치규태교 회원들의 모습을 본 그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국 소식은 실시간으로 기사가 되어 올라왔다.
[박규태 입국! 뜨거웠던 현장!]
[박규태, “이번 A매치에서 골 넣으면 아이돌 커버 댄스를 추겠다.” 밝혀!]
[자신감이 넘치는 박규태! 과연 공약은 실현될까?]
[“남는 것은 여러분입니다.” 역대급 명언을 남긴 박규태.]
[국내 축구선수 중, 워스트 패션! 1위 박규태!]
-분명히 우리 규태는 2006년생인데……. 어떻게 2002년에 나온 붉은악마 티셔츠를 가지고 있어?
-아니, 저거 구찌 시계인데? 저걸 왜 2002년 붉은악마 티셔츠에 태극기랑 파김치 워리어 인형과 매치하냐고!
-호날두보다 심한데? 진짜 아무리 국뽕이 좋지만……! 규태야! 사람답게 입고 다니자. 이러다가 여친도 못 만들 것 같아.
-와, 그런데 박규태도 진짜 팍 떴네.
-아시안게임에서 미쳤자너. 거기다 중국전 5골은 진짜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아아아! 국-멘! 뽕렐루야!
-진짜 팬을 위해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 크! 국뽕에 취한다.
* * *
파주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 대표팀.
뱅상 엘라즈 감독은 움직임이 좋은 선수단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문제점이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가 문제군.”
“네, 쓸만한 원톱 자원이 없네요.”
박규태를 원톱으로 올리면 좋겠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뛸 선수가 전혀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4-2-3-1의 포메이션에서 이강민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준의 선수가 없었다.
이강민에게 향하는 큰 압박을 막으려면 결국은 박규태가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뛰어야 했다.
“이재신 선수는 어떤가요?”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감독님의 전술과 맞지 않는 공격수입니다. 몸싸움을 싫어하고 활동량이 많지 않죠.”
“송재순 선수는 조금 아쉽네요.”
“네, 감독님이 원하시는 스타일의 공격수이기는 한데…… 너무 골을 못 넣죠. 최근에 은퇴한 황지찬 선수가 그리울 정도네요.”
울브스 출신의 황지찬이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이른 나이에 국가대표를 은퇴했고, 현 국가대표팀은 그런 황지찬의 자리를 채워줄 원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0월 7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
대한민국과 헝가리의 경기 날이 찾아왔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
필드에 입장한 박규태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대한민국과 헝가리! 두 팀의 A매치 친선전을 중계해드리겠습니다.
-황지찬 선수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이번 북중미 월드컵이 끝나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아쉽죠. 황지찬 선수와 같은 유형의 공격수는 확실히 찾기 힘드니까요.
대한민국은 이번에도 4-2-3-1을 꺼내 들었다.
박규태는 오늘 경기에서 오른쪽 윙 포워드로 헝가리의 왼쪽 측면을 노리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박규태는 헝가리의 왼쪽 풀백인 롤랜드 베커의 거친 플레이에 필드를 한 번 굴러야 했다.
그렇다고 밀리는 것도 아니었다.
1분 뒤에 박규태는 자신이 당한 것을 그대로 롤랜드 베커에게 되돌려주면서 돌파에 성공했다.
빠르게 뚫린 헝가리의 왼쪽 측면.
박규태는 거침없이 중앙으로 파고드는 이강민에게 깔끔한 패스를 연결했다.
“아아악!”
삐이이익!
그리고 들려오는 이강민의 비명. 헝가리의 거친 태클에 주심이 빠르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아! 오늘 헝가리의 수비가 상당히 거칩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하다가는 다칠 수 있거든요? 제발 오늘 경기에서 다치는 선수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리킥 찬스.
박규태는 천천히 중앙으로 들어섰다.
헝가리의 수비수 두 명이 박규태를 둘러쌓았다.
“이야…… 남자한테 인기가 많은 건 사절인데.”
영어로 내뱉은 박규태의 말을 듣고 헝가리의 중앙 수비수가 씩 웃고는 대답했다.
“난 남자 좋아해.”
“…….”
그건 좀 사절이다.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관심도 없는 남자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프리킥이 올라오는 순간 빠르게 공이 오는 방향으로 뛰었다.
그리고 논스톱으로 슈팅을 가져갔다.
공의 궤적만 바꾸는 가벼운 터치였다.
하지만 헝가리의 골키퍼가 막기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각도에서 날아드는 공이었다.
철썩!
골이 들어간 순간, 박규태가 주먹을 움켜쥐고는 빠르게 관중석 앞까지 달렸다.
그리고 외쳤다.
“주-모우!!”
박규태의 세레머니에 팬들도 같이 외쳐주었다.
주-모우우우우!
그렇게 박규태의 골로 선취점을 만든 대한민국.
하지만 경기는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전반 막판에 헝가리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끝이 났다.
그리고 후반전이 찾아왔다.
당연히 대한민국은 더욱 공격적으로 헝가리의 수비진을 괴롭혔고, 이강민의 골이 터지면서 다시금 2 대 1로 앞서나갈 수 있었다.
-아! 설마 여기서 실점을 할 줄은…….
-오늘 대한민국의 수비 집중력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집중해야 합니다! 집중이요!
문제는 수비진이었다.
수비진의 어설픈 실수로 다시 점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2 대 2의 상황.
‘이야…… 내가 아무리 국뽕 때문에 국가대표로 뛰지만 저런 모습을 보면 참 답이 없는 팀인 것은 분명해.’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헝가리는 무승부로 만족한 듯이 수비라인을 내렸다. 이미 다른 선수들의 체력은 모두 떨어졌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끝나도 나쁠 것은 없었다.
물론, 박규태는 홀로 다르게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 경기를 보러온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해줘야지.’
후반 38분.
박규태의 발에 정확하게 배달된 날카로운 패스.
최대한 이번 플레이에 집중하기 시작한 그는 빠르게 공을 끌고 헝가리의 수비진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남자가 좋다는 농담을 내뱉었던 수비수의 견제가 들어왔지만, 박규태는 전혀 밀리지 않고 몸으로 그를 밀어내면서 전진했다.
이강민도.
손형민도.
최전방 공격수인 송재순도.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규태의 시선은 골대로 향했다.
‘이건 넣을 수 있다.’
수비수가 몸으로 막고 있어도 조금의 틈이 있었다.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프런트킥이었다.
박규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캬…… 내 인생 슈팅이 여기서 터지네.’
철썩!
누구의 골과 비교할 수 있을까.
‘콰레스마 스페셜에서 나오는 아웃프런트킥과 비교할 수 있겠네.’
그래, 그 정도면 만족스럽다.
박규태가 빠르게 관중석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외쳤다.
“날 믿어!! 내가 절대 지지 않게 해줄게!”
그의 외침에 팬들이 크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39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