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37 >
[교체로도 해트트릭은 충분해!]
[박규태, ‘리그 앙’ 완벽 적응! 최근 5경기 10골!]
[1경기 당 2골씩! 박규태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박규태의 해트트릭! 파블로 로탱 기다려라!]
[소쇼의 질주! 리그 앙 선두권에 있는 이유가 있다!]
“흐흐흐흐!”
박규태가 음흉하게 웃었다.
점점 ‘두 유 노 클럽’의 입성에 가까워진다.
협회의 비리가 터지면서 아시안게임의 활약이 묻힌 감이 있었다. 그래도 그가 원하는 만큼의 반응을 얻었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거기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 1월에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국뽕을 뽑아낼 기회는 넘쳤다.
“상태창.”
박규태가 조용히 상태창을 열었다.
그리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두 유 노 클럽 플레이어]
이름: 박규태
나이: 만 20세.
<루이스 수아레스의 골 결정력>
<한기환의 볼 터치>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
첫 번째 시련을 이겨내고 얻어낸 보상에서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을 얻을 수 있었다.
필리포 인자기의 위치선정.
확실히 달랐다.
훈련과 경기에서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깨달았다.
이 능력을 얻기 전까지 자신의 위치선정 능력은 쓰레기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움직임이 달라졌다.
‘이번 시즌, 리그 앙의 득점왕이 될 수 있어.’
지금의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필리포 인자기는 박규태보다 훨씬 떨어지는 능력을 갖추고도 ‘위치선정’ 하나로 1996-97시즌에 세리에A 득점왕을 수상했으니까.
지금의 박규태가 필리포 인자기보다 부족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도 먹히는 준수한 피지컬.
수아레즈의 골 결정력.
거기다 퍼스트 터치도 부족한 수준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술술 풀린다고 생각했다.
팀의 분위기도 좋았다.
니스를 잡으면서 초반이지만, 무패행진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잠깐 반짝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 중위권 이상의 성적으로 시즌을 끝내리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리그 앙의 프리뷰 프로그램에서도 소쇼의 활약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야기가 나왔다.
-소쇼의 공격진은 리그 앙에서도 최상위권이라고 생각됩니다. ‘리그 되’를 폭격한 팍을 시작으로 빠른 주력을 갖춘 뱅상 르노와 호르헤 누네즈. 측면에는 창의성이 뛰어난 엔조 마이어와 드리블의 파괴력이 상당한 테오 나두까지 있죠.
-맞습니다. 덕분에 상당히 많은 득점을 올리면서 리그 2위까지 올라섰고, 어제 경기에 승리하면서 PSG를 넘어 리그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확실히 소쇼의 공격진은 승격팀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호화스러웠다.
포텐셜이 넘치는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와서 잘 써먹고 있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수비진의 평가도 계속 이어졌다.
-지금까지 소쇼의 수비진이 최소 실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드필더진의 희생과 조직적인 전술 덕분입니다.
-공격진과 비교하면……! 확실히 차이가 심하죠. 특히나 측면의 수비력은 빈약합니다. 알렉시 픽카드와 미카엘 파리스는 리그 앙의 수준이라고 보기 힘든 수비능력을 보여주죠.
-그래서 소쇼의 포백은 포기를 잘합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실점이 없었어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만 했으니까요.
-레이 파슨은 몸싸움이 좋고 발도 무난하게 빠른 중앙 수비수입니다. 하지만 수비력이 좋다고는 볼 수 없죠. 반대로 루도비치 델마스는 압도적인 제공권과 준수한 수비능력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판단력과 주력이 상당히 부족하죠.
-네, 선수들의 약점을 전술로 메꾸고 있는 상황이죠.
-제 생각에는 소쇼는 개개인의 실력 차이가 크게 나는 팀과 만나게 되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쇼는 힘겨운 경기를 이어가게 될 겁니다.
그들의 예상처럼 9월의 마지막 경기.
툴루즈와의 경기에서 소쇼의 약점이 드러났다.
전반전에 터진 툴루즈의 득점은 소쇼의 선수들이 가진 약점을 그대로 파고든 결과였다.
박규태의 동점골과 교체로 들어온 백업 윙어인 디디에르 아르카의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질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이렇게 수비진의 약점이 잔뜩 드러난 상황에서 FC소쇼의 다음 상대는 지난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진출한 ‘올랭피크 리옹’이었다.
* * *
10월 3일.
리옹과 경기 날.
스타드 오귀스트 보날을 가득 채운 소쇼의 팬들이 내뱉는 응원가가 라커룸까지 들려왔다.
“오늘 응원 진짜 파워풀한데?”
“응, 라커룸까지 들릴 정도면 만원 관중이라는 뜻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이거 누구 응원가야?”
“팍이야. 가사에 김치랑 주모가 들어 있잖아.”
“김치의 정령 김치팍이었지?”
“쉿.”
“왜? 멋진 응원가인데……! 한국에서 온 김치 판매원! 울트라 김치팍! 슈퍼 김치팍!”
“전혀 다른 가사인데?”
“김치팍! 김치팍!”
테오 나두의 놀림에 박규태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불고기가 더 먹고 싶지 않나 보네?”
그 말에 테오 나두가 입을 꾹 닫았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AS 모나코도 상대해봤으니까, 오늘 경기도 이겨낼 수 있을 거다. 수비진은 항상 리옹의 아르빌 페키르의 움직임을 매번 확인해야 해. 무서운 선수니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알기에 세세하게 전술을 주지시켰다.
엔죠 마이어가 경고 누적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기에 중앙의 폴 루크와 오른쪽 윙어인 테오 나두에게 더 많은 부담감이 가중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었다.
“좋아! 평소 플레이하던 방식으로 풀어나가. 전반전을 내려앉아서 잘 견디면 후반전은 우리에게 올 거야.”
그렇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서 라커룸을 나섰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FC소쇼와 올랭피크 리옹의 경기. 한치우 해설위원, 캐스터 김한석이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아, 정말 중요한 경기가 찾아왔습니다.
-맞습니다. 리그 선두인 FC소쇼와 리그 3위인 올랭피크 리옹이 오늘 경기에서 맞붙게 되었죠?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시나요?
-툴루즈전에서 약점을 드러냈던 소쇼의 수비진을 리옹이 공략할 것 같은데……. 문제는 얼마나 리옹의 공격진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 그리고 소쇼의 공격진이 몇 골을 넣을 수 있는지가……! 오늘의 가장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오오오! 팍! 김치의 정령! 김치팍!
어디에나 한국산 공격수가 눈에 들어오지! 김치팍!
소쇼의 작은 사자가 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줄 거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박규태의 응원가를 시작으로 소쇼의 팀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한 소쇼의 홈팬들.
오늘 경기를 그만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테오 나두가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박규태는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들어도 국뽕이 차오르는 응원가야.’
악수를 나눈 선수들.
박규태의 시선은 리옹의 최전방 공격수인 이브라힘 디아냐에게 향했다.
뤼카 윌렘과 조프리 레모니에 밀려서 아직 프랑스 국가대표에 뽑히지는 못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표팀에 승선해서 멋진 활약을 보여줄 공격수였다.
플레이 스타일이 카림 벤제마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오늘 소쇼의 수비진이 특히 조심해야 할 선수였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그렇게 리그 9라운드, 리옹과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당연히 주도권을 잡는 쪽은 리옹이었다.
특히나 아르빌 페키르와 로베르토 갈리아딘.
마지막으로 라브잔 마린으로 이어지는 미드필더진의 수적 우위와 뛰어난 패스 능력으로 점유율을 늘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압박을 시도하는 리옹!
-박규태 선수를 제외한 소쇼의 선수들이 모두 내려앉아 있습니다. 오늘 소쇼는 4-4-2가 아닌 4-4-1-1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뱅상 르노 선수가 상당히 내려와 있네요.
공을 잡은 리옹의 윙어.
호아킨 리키엠베트가 페널티 박스 앞에서 공을 잡자 소쇼의 선수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중앙에 있는 아르빌 페키르에게 연결되는 공.
그는 측면으로 다시 공을 돌렸다.
왼쪽 윙어인 브라운 라르센이 공을 잡고 강하게 크로스를 올렸다.
-낮고 빠르게 올라오는 크로스!
-루도비치 델마스가 헤더! 막았습니다! 측면으로 급히 클리어하는 레이 파슨!
-전반전 10분이 살짝 지나는 상황! 리옹이 상당히 날카로운 공격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로인 상황!
박규태도 어쩔 수 없이 수비하러 내려왔다.
필드 플레이어가 모두 내려온 상황.
리옹은 스로인으로 시작해서 다시금 소쇼의 수비진을 뒤흔들었고 드디어 원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삐이이익!
-아! 상당히 가까운 상황에서 프리킥을 허용하는군요.
-게라르 퐁텐의 태클이 조금 늦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내어준 프리킥 찬스.
소쇼의 홈팬들이 안타까운 탄성을 터뜨렸다.
“집중해!”
“하나씩 마크하자!”
선수들이 세트피스 수비를 위해 움직였다.
박규태도 마찬가지였다.
공을 앞에 둔 아르빌 페키르가 손을 들어 올리고는 공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뻐엉!
낮고 빠르게 날아드는 공.
순간적으로 리옹의 왼쪽 측면 수비수인 사뮤엘 벨라노바가 소쇼의 수비진 사이로 파고들어 허리로 공의 방향을 바꾸었다.
철썩!
-아! 고오오오올! 리옹이 선취점을 올렸습니다!
-아르빌 페키르의 프리킥을 사뮤엘 벨라노바가 몸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아! 너무나도 아쉬운 실점입니다.
-음? 뭔가요?
-주심이 VAR 심판에게 뭔가를 묻습니다.
-아마도 손에 맞았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심이 VAR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박규태가 사뮤엘 벨라노바에게 다가갔다.
“손에 닿았지?”
“아니, 허리로 넣었는데?”
뻔뻔한 표정의 사뮤엘 벨라노바.
“그래?”
“허리로 넣었어. 그리고 팔에 닿았어도 VAR로도 판단하기 힘든 각도라서 문제없지. 불만 있어? 불만 있으면 프랑스에서 꺼져. 더러운 동양인은 그냥 프랑스 스타일에 순응하라고.”
사뮤엘 벨라노바의 말에 박규태가 씩 웃었다.
‘확실히 안 걸리면 그만이지.’
축구선수라면 저런 뻔뻔함도 있어야 했다.
그래도 인종차별적 발언은 용서할 수 없었다.
“프랑스 스타일이라……! 그래? 곧 그 말을 돌려줄게.”
그때 주심이 VAR을 보고 판단을 내렸다.
아마도 저 각도에서는 쉽게 판단이 되지 않을 것이고, 주심의 성향상 본심을 그대로 가져갈 것이 분명했다.
-아! 결과가 나왔습니다! 골이 인정되었습니다!
-VAR 각도로 보면…… 조금 애매했는데, 주심의 판단은 손에 맞지 않았다고 본 것 같습니다.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소쇼의 선수들도 아쉬움이 얼굴에 가득했다.
1 대 0으로 밀리게 된 소쇼.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터치라인에 바짝 붙어서 선수들에게 크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다 바꿔! 이제부터 공격적으로 움직여! 어차피 1 대 0이나 2 대 0이나 지는 것은 똑같으니까! 최종 수비는 레이 파슨에게 맡기고 수비수들도 최대한 높게 올라가!”
결국은 결정을 내렸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이렇게 내려앉은 상태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수비하더라도 공격적으로! 전방부터 강하게 밀어붙여! 그렇게 하면서 측면으로 공을 돌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두 번이나 뒷공간이 뚫리는 위기 상황이 나왔으니까.
마르코 비에베 골키퍼의 선방이 나오지 않았으면 점수는 1 대 0이 아닌 3 대 0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면서 기회를 찾기 시작한 소쇼.
전반 33분.
테오 나두에게 향한 패스를 확인한 박규태가 측면으로 슬슬 움직였다.
가능하다면 측면에서 중앙으로 라인을 타면서 테오 나두가 연결하는 패스를 받아먹을 생각이었다.
뻐엉!
다행히 테오 나두는 박규태의 의중을 알아챘다.
-라인을 타면서 들어가는 박규태!
-공을 잡고 달립니다! 빨라요!
리옹의 수비진 사이를 거침없이 파고든 박규태의 옆에 사뮤엘 벨라노바가 붙었다.
박규태는 페널티 박스에 들어서기 무섭게 사뮤엘 벨라노바의 발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순간 박규태의 손이 교묘하게 움직였다.
사뮤엘의 유니폼을 앞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쏠린 사뮤엘이 쓰러지지 않기 위해, 공을 빼앗기 위해 내밀었던 발을 더 앞으로 내디뎠다.
그때 박규태는 일부러 그 발에 걸려 쓰러졌다.
삐이이익!
-아! 페널티킥이에요!
-박규태 선수가 사뮤엘 벨라노바의 발에 걸리면서 주심이 페널티킥을 찍었습니다!
“주심! 아니에요! 저 녀석이 유니폼을 당겼다고요! VAR을 보세요! 뭔가 이상하잖아요.”
사뮤엘 벨라노바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주심에게 물었고, 주심은 VAR 심판에게 물었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까?”
-아뇨, VAR에서는 딱히 별다를 것이 없었는데요. 몸싸움 도중에 사뮤엘 벨라노바가 스스로 넘어졌습니다. 그러면서 팍에게 깊은 태클이 들어갔죠.
그걸로 끝이었다.
박규태는 엎드린 채로 씩 웃었다.
‘새끼야, VAR은 만능이 아니야.’
VAR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공격수들은 점점 VAR을 속이는 방법들을 익히기 시작했다. 아무리 VAR이 대단해도 빈틈은 있었으니까.
박규태는 더 세밀한 비디오 판독이 있는 미래에서 뛰던 공격수였다.
‘지금 수준의 VAR로는 이런 반칙을 잡아낼 수 없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박규태.
그에게 사뮤엘 벨라노바가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젠장! 거짓말하지 마! 헐리웃이잖아.”
박규태가 그런 사뮤엘 벨라노바에게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들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디스 이즈 코리안 스타일!”
< 국뽕 박규태 선생 #37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