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36화 (36/199)

< 국뽕 박규태 선생 #36 >

9월 21일.

박규태가 소쇼로 복귀했다.

그동안 소쇼는 AS 모나코와 발랑시엔, 두 팀과 경기를 치렀다.

리그 앙의 명문.

AS 모나코를 상대로 소쇼가 3 대 0 승리를 거두었다.

박규태와 테오 나두가 빠진 상태로 이긴 것이라서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9월 19일에 있었던 발랑시엔과 경기는 1 대 1 무승부로 끝났다.

발랑시엔과 무승부를 기록하기 전까지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소쇼.

9월 20일 경기에서 PSG가 릴 올랭피크를 잡아내면서 승점이 동률이 되었고, 골득실 차이에서 근소하게 밀려나 2위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지만 승격팀인 소쇼가 리그 상위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언론이 놀라고 있었다.

“팍이 돌아와서 기뻐.”

“고맙다. 나도 국뽕도 채우고 군대도 안 가서 좋다.”

엔조 마이어가 박규태를 반겼다.

테오 나두도 투덜거리면서도 은근히 박규태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축하해주었다.

박규태는 주섬주섬 가방에 담아온 것을 꺼내 들었다.

선수들의 눈에 궁금증이 가득했다.

“그게 뭐야?”

“트리플세븐 손톱깎이 세트.”

“와! 이거 알고 있어! 아내가 한국 여행을 가서 하나 사 왔는데, 정말로 편하더라고!”

“자! 잔뜩 사왔으니까 하나씩 가져가.”

“이건 또 뭐야?”

“질소.”

“질소?”

“아니, 농담이야. 한국 과자야. 이건 홈런공이란 과자고, 빠빠로, 옥수수 꼴깍콘까지 인기 있는 과자는 다 챙겨왔어.”

“오! 맛있겠다.”

뱅상 르노에게 과자를 넘긴 박규태가 루카스 토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아! 문구제품도 가져왔지! 루카스는 딸이 있었죠? 아마도 따님이 좋아할 제품이에요. 귀여운 캐릭터가 있는 펜과 샤프.”

“맞아. 이거 루시가 좋아할 캐릭터네.”

“루시한테 선물해주세요.”

“고마워.”

신나게 선물을 나눠준 박규태.

테오 나두가 슬쩍 다가와 박규태에게 물었다.

“나는?”

“없어.”

“정말? 진짜 없어?”

남자답지 않은 사슴 같은 눈망울.

슬픔이 차오르기 시작한 테오 나두를 보면서 박규태가 큭큭 웃더니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꺼냈다.

“한국에서 가져온 캐릭터 양말이야. 그리고 먹고 싶어 하던 불고기도 내가 집에서 만들어왔어. 나중에 집에서 구워 먹어.”

테오 나두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물을 받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선수들.

그들을 보면서 박규태가 환하게 웃었다.

이제야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벼운 선물 나눔의 시간이 끝났다.

훈련장으로 나선 선수들.

그들이 몸을 풀면서 훈련을 준비했다.

그렇게 오전 훈련이 시작되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9월 23일에 있을 OGC니스와의 경기에서 누구를 선발로 내보낼지 고민하고 있었다.

물론, 박규태는 벤치에 앉혀놓을 생각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체력적인 관리를 받았어도 몸이 무거울 것은 뻔했으니까.

박규태도 딱히 뛸 생각은 없었다.

시즌은 길었으니까.

그렇기에 쉴 수 있을 때는 신나게 쉬어야 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오전 훈련이 끝났다.

모두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는데, 루도비치 델마스가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가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루도비치! 거기서 뭐해? 점심 먹으러 가야지!”

“코치님! 이상해요.”

“뭐가? 무슨 일 있어?”

“팍이 이상해요.”

루도비치 델마스의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 어디 다친 것 같아?”

“아뇨. 그게 아니라…….”

뭔가 아리송한 표정의 루도비치 델마스.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늘 훈련에서 팍의 위치가 이상했어요.”

“왜? 평소보다 움직임이 좋았는데. 난 팍이 아시안게임을 갔다 온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어.”

“그게 아니라. 오전 훈련에서 팍이 오프사이드 트랩에 몇 번이나 걸렸죠?”

“음…… 안 걸렸지?”

“그리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넣은 골이 몇 골이죠?”

“6골은 넣었지. 이야…… 컨디션이 좋은가? 잘 넣었네.”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 출신이 아닌 그는 루도비치 델마스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루도비치 델마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게 아니라! 팍이 막! 귀신처럼 움직였다니까요?”

“그래,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점심이나 먹자고.”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쓸데없는 말을 자주 하던 루도비치 델마스였기에,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껄껄 웃고는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건물로 들어간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를 보며 루도비치 델마스가 크게 소리를 쳤다.

“진짜라니까요? AC밀란의 필리포 인자기처럼 움직였어요!”

하지만 이미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으아악! 빡빡이 코치! 진짜라니까! 평생 프로페시아나 먹어라! 망할 코치야!”

순간 루도비치 델마스가 정신을 차리고 움찔 몸을 떨었다.

그리고 급히 주변을 급히 살폈다.

‘아, 다행히 아무도 없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범죄는 완벽하지 않았다.

짐을 챙기러 훈련장으로 잠깐 나왔던 박규태가 그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박규태는 빠르게 달려가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에게 고자질했다.

다음 날.

루도비치 델마스는 탈모인의 분노를 경험할 수 있었다.

* * *

9월 23일.

OGC 니스와 경기 날.

니스의 홈 경기장인 알리안츠 리베이라는 니스와 소쇼의 관중들로 가득했다.

지금까지 3승 1무 2패로 리그 순위 8위를 기록하고 있는 그들은 소쇼를 잡고서 상위권으로 올라서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반대로 소쇼는 계속해서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싶어 했다. 승격팀의 반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니스까지 잡아내면서 리그 상위권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었다.

두 팀의 선수가 필드에 들어섰다.

박규태의 시작은 벤치였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뛰고 온 그를 선발로 내세울 생각이 없었다.

-오늘 경기 니스는 4-3-3 포메이션을 구축했습니다. 특히나 에디 카노와 미셸 크레이, 앙투안 아르투안으로 이어지는 3명의 공격수가 빠른 발을 이용해서 소쇼의 뒷공간을 노릴 것 같습니다.

-소쇼의 수비진이 나쁘지는 않은데, 조금 발이 느리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유일하게 주력이 빠른 선수가 루 드퐁스 선수인데…… 오늘 나오지 않았거든요?

-네, 니스는 상대적으로 발이 느린 소쇼의 뒷공간을 노릴 생각인 것 같습니다.

좌측 윙 포워드로 배치된 앙투안 아르투안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게라르 퐁텐을 제치고 달려들었다.

그나마 몸싸움이 좋고 판단력이 빠른 레이 파슨이 앙투안 아르투안을 막으면서 니스의 공격을 적절하게 차단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막을 수 없었다.

언제 위기가 들이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니스의 공격수들은 위협적이었다.

-공이 막혔습니다.

-앙투안 아르투안이 뒤로 공을 돌립니다. 질 베스나르에게 연결된 공! 니스가 수비진까지 공을 돌리면서 내려앉은 소쇼의 선수들을 앞으로 나오게 만듭니다.

-계속 저렇게 플레이할 겁니다. 수비진까지 공을 빼면서 빌드업을 시작하면 소쇼의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은 압박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틈을 니스가 노리겠다는 뜻이군요? 최전방에 있는 미셸 크레이를 제외하면 남은 두 공격수가 1.5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니스는 공의 소유권을 가져오면서 쉽게 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안전하게 기회를 만들 생각인 것 같은데.’

니스는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안정적인 패스만 주고받으면서 틈이 더 벌어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덕분에 점유율은 얼추 70 : 30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니스가 주도권을 잡았는데, 쉽게 공격을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역습상황을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테오 나두 선수에게 공이 연결되면서 시작되는 소쇼의 역습은 매섭죠. 무섭습니다.

활발히 움직이는 니스.

반대로 버티고 버틴 소쇼.

의외로 전반 22분에 참고 참던 소쇼가 달콤한 과실을 얻을 수 있었다.

역시나 소쇼의 역습은 테오 나두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준수한 주력을 갖춘 그가 공을 가지고 니스의 측면을 휘젓는 순간부터 니스의 수비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고오오올!

-소쇼가 빠른 역습으로 선취점을 만들었습니다.

-니스의 수비진, 특히나 왼쪽 측면이 완전히 뚫리고 말았습니다. 이게 무서운 거예요. 테오 나두 선수의 드리블 돌파가 정말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테오 나두의 부정확한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의 머리에 맞고 떨어졌고, 그 세컨볼을 중앙으로 파고든 엔조 마이어 선수가 잘 넣었습니다.

골이 터지는 순간, 니스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다른 원정보다도 야유소리가 꽤 컸다.

우우우우우우!

니스의 선수들도 얼굴을 찌푸렸다. 그들이 생각했던 플레이를 했는데도 선취점을 내어주고 주도권을 잃어버렸으니까.

당연히 화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니스의 선수들은 남은 전반전 동안에 매섭게 소쇼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급할수록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점이었다.

주심이 전반전의 끝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니스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전반전이었습니다. 반대로 소쇼는 전반전에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줬죠.

-후반전이 기대되는군요.

-우리 박규태 선수도 후반전에 교체로 필드를 밟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시청자가 오늘 경기를 기다렸거든요.

-맞습니다. 박규태 선수니까요.

금방 시간은 지나가고 후반전이 찾아왔다.

니스는 전반전에 내어준 실점을 잊은 것처럼 후반전에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조용히 경기의 양상을 지켜보다가 벤치를 바라봤다.

이 흐름이 계속 이대로 유지된다면, 분명히 니스는 따라잡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골이 필요했다.

잠깐 고민을 하던 그가 박규태를 불렀다.

“팍! 몸 풀어!”

“네, 알겠습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오늘 경기를 확실하게 잡을 생각이었다.

씩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박규태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푼 뒤에 크리스티 조엘 감독에게 오늘 경기에서의 전술 지시를 듣고 필드에 투입되었다.

-쐐기골이 절실한 상황에서 뱅상 르노 선수와 박규태 선수가 교체됩니다.

-그만큼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믿고 있다는 뜻이에요! 후반전 10분에 박규태 선수가 교체로 투입됩니다.

박규태가 투입되기 무섭게 니스는 발이 느린 수비수인 로버트 러두쿠를 제외하고 로메인 보스카를 투입했다.

“팍을 잘 마크해.”

“지쳤을 거야. 저 친구 아시안게임을 다녀와서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어!”

“발이 엄청 빠른 편은 아니니까. 팍을 막을 수 있어.”

그들의 생각처럼 박규태의 몸이 조금 무거워 보였다.

확실히 아시안게임을 뛰고 와서 아직 몸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감이 있었다. 새롭게 얻은 재능이 있었으니까.

-아! 니스의 맹공!

-끊겼습니다! 니스의 공격수인 에디 카노의 패스가 너무 짧았습니다.

-빠르게 달려가는 테오 나두!

니스의 공격이 막히는 순간.

박규태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모두의 시선이 역습의 기점이 될 테오 나두에게 쏠렸고, 그는 생각보다 움직임이 자유로웠다.

그가 공을 잡은 엔조 마이어와 눈이 마주쳤다.

‘엔조 너만 믿는다.’

엔조 마이어가 수비진의 뒤까지 길게 패스를 넣어주기를 기대하며 박규태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비진을 제치려는 순간에 엔조 마이어의 롱 패스가 테오 나두가 아닌 박규태가 있는 방향으로 길게 연결되었다.

-아! 패스가 깁니다!

-박규태 선수! 라인을 뚫었어요!

-니스의 수비진이 당황했습니다! 박규태 선수가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었습니다!

-달립니다! 박규태 기회예요!

당연히 니스의 수비진은 당황했다.

몸으로 밀어붙이면서 돌파를 하던 박규태가 보여줄 움직임은 아니었으니까.

가볍게 니스의 수비진을 뚫었다. 그리고 패스를 안정적으로 잡았다.

순식간에 박규태와 골키퍼의 1 대 1 상황이 만들어졌다.

골키퍼는 당연히 빠르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규태는 당연하다는 듯이 간단한 드리블로 골키퍼를 제치고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니스 홈팬들의 거대한 야유.

소쇼 팬들의 환호성이 묻힐 정도로 컸다.

‘오늘따라 되게 야유가 심하네.’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정확히 4분 뒤, 박규태가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니스의 수비진은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길게 이어진 패스에 순간적으로 달려들어서 골을 넣고 사라지는 박규태를 그들은 막을 수 없었다.

팬들의 야유는 더욱 커졌다.

우우우우우!

-고오오올!

-대단합니다! 점점 성장하는 박규태! 오늘 경기에서 니스의 포백 라인을 뚫고 2골을 만들었습니다!

-긴 패스를 잡지도 않고 그냥 논스톱으로 때려버렸어요! 진짜 골을 넣는 능력만 놓고 보면…… 박규태 선수는 일류입니다!

당연히 두 골로 만족할 박규태가 아니었다.

3 대 0으로 점수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박규태는 적극적으로 니스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그리고 후반 43분.

박규태가 기어코 오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철썩!

절묘하게 니스의 수비라인을 타면서 만든 득점이었다.

이번에도 홈팬들이 야유를 쏟았다.

우우우우우우!

골을 넣은 박규태는 야유를 내뱉는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니스의 팬들에게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

< 국뽕 박규태 선생 #36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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