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35화 (35/199)

< 국뽕 박규태 선생 #35 >

이맘때쯤이었다.

축구협회의 고름이 터졌었다.

협회의 고위 관계자가 선수 선발에 큰 영향을 행사하려고 로비를 하다가 걸렸었다.

근데 회귀 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 해외 유학 브로커에게 돈 받아!]

[충격! 축구 특기생 유명대학 알선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숨겨준 축구협회 관계자가 있다!]

[썩고 썩은 축구협회,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할까?]

[뱅상 엘라즈 감독을 해임하고, 협회의 나팔수를 감독으로 뽑으려고 했던 축구협회.]

[협회 관계자의 막말 파문! 녹취록 공개!]

회귀 전보다 사건이 더 커졌다.

다양한 협회의 비리가 터졌다.

물론 박규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협회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뱅상 엘라즈 감독은 아마도 4년은 더 감독직을 유지할 것이다.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그가 원하는 것은 국뽕이지, 저런 지저분한 정치가 아니었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축구였다.

대표팀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하지만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끄는 박명훈 감독이 선수들을 잘 다독이면서 금방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경기 날이 금방 다가왔다.

9월 16일.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을 보기 위해서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특히나 일본 관중들의 기대감은 대단했다.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 자질을 갖췄다는 아사쿠라 신과 일본의 공격진을 이끌 오타니 유키의 활약이 굉장했으니까.

어쩌면 한국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잔뜩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쪽 언론이나, 우리나라 언론이나.’

확실히 설레발을 너무 잘 친다.

필드에 선수들이 입장하고, 박규태는 벤치에 앉아서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국가가 순서대로 경기장을 울리고, 곧 악수를 나눈 선수들이 필드에 흩어졌다.

선축은 일본이 가져갔다.

북한전에서 상당히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이강민과 박규태의 체력을 아끼기 위해 벤치로 뺀 대한민국.

일본은 그런 대한민국을 상대로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과 일본.

두 팀 모두가 4-4-2 포메이션을 가져갔지만, 일본은 특유의 패싱 플레이가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사쿠라 신이 칼같이 찔러 넣은 패스.

-공을 연결 받은 오타니 유키가 강하게 슈팅을 가져가면서 대한민국의 수비진을 긴장시켰습니다!

치열한 경기.

하지만 묘하게도 경기는 지지부진했다.

빡빡한 일정에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이 많았다.

덕분에 선수들의 몸이 그리 날렵하지 않았다. 2~3일에 1경기씩 진행되었으니 당연했다.

전반전 22분.

선취골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이었다.

미드필더 이영태가 찔러준 패스에 최전방 공격수인 송재순이 날카로운 슈팅을 가져가면서 골을 넣었다.

-송재순! 멋진 슛이었습니다!

-기대되는 공격수입니다. 정말 멋집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깐이었다. 일본의 역습에 전반 37분에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아……! 아사쿠라 신의 프리킥이 골망을 흔듭니다.

-아쉽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거든요?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차분하게 풀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력입니다.

팽팽한 경기.

전체적인 우위는 일본이 가져가고 있지만, 간간이 터지는 대한민국의 역습에 일본도 쉽게 수비진을 높게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박명훈 감독은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우선 이강민을 투입하면서 많이 떨어진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일본의 중앙 돌파를 차단했다.

-이번에도 날카로운 크로스!

-아! 송재순 선수! 이걸 놓치네요.

-아쉽습니다! 이강민 선수의 택배 크로스였는데요! 하지만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습니다.

좋은 기회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격진은 그 기회를 모두 놓치면서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한 박규태.

박명훈 감독은 후반 15분쯤에 박규태를 투입해서 전황을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살짝 꼬이고 말았다.

-아! 조상훈 선수가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집니다.

-의료팀이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벤치에 보냅니다. 심각한 부상인 것 같은데요?

중앙 수비수인 조상훈의 부상.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교체카드로 수비수를 꺼낼 수밖에 없었고, 박규태의 교체는 조금 더 뒤로 미루어졌다.

무엇인가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대한민국, 반대로 일본은 어수선한 대한민국의 틈을 잘 노렸다.

일본의 오타니 유키의 헤딩이 골망을 흔들었다.

-아……! 대한민국이 후반 28분에 실점을 허용합니다.

-2 대 1로 끌려가는 대한민국. 이번 실점은 너무나도 치명적입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거든요?

-그래도 아직 후반전은 17분이 남아 있습니다. 추가시간까지 생각하면 약 20여 분은 남은 상황!

골이 먹히는 순간.

박명훈 감독은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너무 방심한 걸까? 박규태와 이강민을 선발로 투입해서 확실하게 경기를 잡았어야 했나?’

결승전을 앞두고 너무 자만한 것은 아닐까.

스스로 자책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수비수의 부상으로 그가 생각했던 교체 타이밍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다.

후반전의 남은 시간은 이제 12분.

박명훈 감독이 박규태를 마지막 교체카드로 선택했다.

교체를 기다리던 박규태.

박명훈 감독이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규태야. 힘든 상황에 내보내서 미안하다.”

박규태는 미안해하는 그를 보고 씩 웃었다.

“감독님.”

“왜?”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걱정은 무슨……!”

“명량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님도 이런 말을 남겼잖아요.”

“무슨 말?”

“신에게는 아직 12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국뽕이 넘치는 명언을 내뱉은 박규태가 씩 웃었다.

* * *

토모노리 오가와.

그리고 우에무라 타이가.

일본의 중앙 수비수인 두 사람은 정규시간이 12분 남은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교체 투입된 박규태를 보며 긴장했다.

“집중하자! 중국전에서 5골을 넣은 공격수야.”

“많이 연구했잖아! 조금만 버티면 이길 수 있어!”

두 사람의 외침이 수비에 전념하기 시작한 일본 선수들의 귓가에 들어갔다.

그렇게 의지를 다지는 일본.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박규태는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다.

퍽!

-이번에도 공중볼을 따낸 박규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계속 제공권 싸움으로 일본의 수비진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일본의 수비진이 박규태를 상대로 공중볼 싸움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규태가 투입되고 7분이 지난 상황.

후반 40분에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가슴으로 공을 받아낸 박규태.

그가 수비수를 등진 상태로 공을 지켜내다가 일본의 틈으로 파고드는 이강민에게 패스를 넣었다.

조금 긴 패스였지만, 이강민은 쉽게 잡아냈다.

-이강민! 기회입니다!

-조금 더 돌파하는 이강민!

툭! 투툭!

이강민의 간단하면서도 파괴적인 드리블.

모두가 이강민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순간적으로 일본의 수비진도 흔들렸다.

깊게 파고드는 이강민은 끝까지 돌파를 시도한 뒤, 중앙으로 파고든 송재순에게 패스를 찔렀다.

-이강민 패스!!!

-송재순!! 슛!! 고오오오올!

-아! 2 대 2 동점으로 다시 따라잡는 골이 터졌습니다! 이제 후반전의 남은 시간은 단 4분입니다!

-진짜 소중한 득점입니다. 공을 잘 지키면서 기점이 된 박규태 선수부터 시작해서 날카로운 패스를 넣은 이강민 선수, 마지막으로 슛을 때린 송재순 선수까지! 정말 완벽하게 만들어진 골입니다. 대단합니다!

너무나도 쉽게 골을 허용한 일본의 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골대에 들어간 공을 바라봤다.

그렇게 2 대 2가 된 경기.

일본의 벤치가 바삐 움직였다.

연장전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어쩌면 승부차기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의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슬슬 후반전도 끝나갑니다.

-추가시간은 3분!

-아무래도 경기는 연장전까지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추가시간이 주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박규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강민이 내어준 패스를 받은 그가 수비수를 몸으로 밀어내고 그대로 턴을 하면서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었다.

-박규태! 강한 몸싸움!

-밀어내고 돌파합니다! 생각보다 빠르고 드리블도 나쁘지 않습니다! 공을 잘 지켜내고 있는 박규태!

쉽게 슈팅할 각도가 나오지 않는 상황.

하지만 박규태는 과감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뻐엉!

왼발로 강하게 공을 찬 박규태.

골키퍼의 손끝을 살짝 스친 공은 빠르게 골대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철썩!

공이 골대에 들어간 순간, 박규태는 그대로 대한민국의 관중들이 있는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중계진도 광란에 빠진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올!

-추가시간 막판에! 박규태 선수가 경기를 끝내는 환상적인 골을 터뜨립니다!! 박규태!! 박규태!! 정말 대단합니다!

-으아아아아! 이겁니다! 공격수는 이런 맛이 있어야죠! 아주 시원하게 슈팅을 때렸는데! 이게 정말 잘 들어갔습니다!

관중석에 가까워지자 박규태가 핑거 토네이도를 하면서 펄쩍 뛰어올랐다.

“주-모우!”

그리고 그 세레머니에 맞춰서 몇몇 한국 팬들이 같이 ‘주-모우!’를 외치며 호응했다.

주-모우우우!

세레머니가 끝나고 다시 시작된 경기.

하지만 곧 경기가 끝났다.

삑! 삐이익! 삐이이이익!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3 대 2로 시즈오카 스타디움에서 대한민국이 기적을 만듭니다. 정말로 대단합니다! 대한민국!

일본을 잡아낸 대한민국의 선수들.

결승에 진출한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었다.

이제 우승까지 남은 경기는 단 한 경기였다.

* * *

[시즈오카의 기적! 대한민국, 일본을 상대로 3 대 2 역전승!]

[이강민이 있는 경기와 없는 경기의 차이.]

[박규태, 환상적인 원더골!]

[박명환 감독, “박규태 선수의 말을 듣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규태, 이순신 장군의 빙의? 그는 교체하던 순간에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박규태, 아시안 게임 벌써 8골! 득점왕에 가까워졌다!]

[일본 언론, “충격적인 패배. 최악의 경기였다.”]

[대한민국! 우승을 원했던 일본을 무너트리다!]

-진짜! 박규태는 합법적 면제 브로커 수준인데? 아시안게임 8골! 예전 2018 아시안 게임에서 황찬조가 넣었던 9골이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네. 진짜 미쳤다.

-이게 유럽에서 먹히는 스트라이커구나. 미쳤다.

-크흐……! 신에게는 아직 12분이 남아 있습니다. 미쳤다! 국뽕에 절여진다! 으으으! 국뽕으로 젓갈을 담가도 되겠어!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 팍팍! 박규태 교주님의 골을 축하합니다! (김치규태교 신자 일동)

-뭐냐? 저 사이비들은……! 무섭다.

-저거 사이비가 아니라 박규태 선수 팬카페임. 팬카페 이름이 김치규태교임.

-엌ㅋㅋㅋㅋ 무슨 팬카페가 사이비스럽냐.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나 아시안 게임에서 8골이나 넣은 박규태에게 전에 비해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박규태는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두 유 노 클럽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아시안 게임 결승전.

9월 19일.

이란전이 드디어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이란전이 가장 힘든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그 말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반전에 박규태가 머리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전에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멀티골을 넣으면서 대한민국이 이란을 2 대 0으로 손쉽게 잡아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선수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뻐했다.

-대한민국이 우승을 차지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팀을 이끌어온 이강민 선수도 그렇지만,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10골을 넣은 박규태 선수도 굉장합니다.

-딱 1골만 더 넣었으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개인 최다 골 기록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는데요. 그 부분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아시안게임 우승.

선수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박규태도 묘한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우승은 물론이고, 득점왕까지 기록했으니까.

그렇게 우승을 기록하고 숙소로 돌아온 대표팀.

박규태는 씻고 침대에 누웠다.

그는 조용히 시스템 알림음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띠링!

번쩍 몸을 일으킨 박규태.

그가 시스템 창을 바라봤다.

[첫 번째 시련을 정산중입니다.]

-‘리그 되’ 득점 1위 기록 달성.

-아시안게임 금메달 달성.

[요구된 목표량을 초과해서 기록하셨습니다.]

-추가된 목표: 아시안 게임 득점왕 달성.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더 높은 등급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보상으로 ‘플래티넘 카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으하하하! 좋았어! 그래!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박규태는 첫 번째 시련의 보상으로 플래티넘 카드를 얻었다.

-띠링!

-‘플래티넘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 or

안 뜯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 뜯자! 지금 뜯자!”

백금색의 카드가 반짝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가 조용히 카드를 지켜봤다.

“제발……! 제발 좋은 재능!”

곧 작은 알림음이 들렸다.

그가 천천히 카드의 앞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주모오오오오오오오! 셔터 내려! 오늘 잠 안 자!”

< 국뽕 박규태 선생 #35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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