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34화 (34/199)

< 국뽕 박규태 선생 #34 >

[중국의 자신감은 어디에?]

[쑨 하이징! 기대되는 AC밀란 출신의 수비수 유망주!]

[과연 중국은 세계 축구를 지배할 수 있을까?]

[쑨 하이징, “박규태? 내가 막을 수 있다. 솔직히 프랑스리그는 4대 리그 이하라고 생각한다. AC밀란 출신인 내가 그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다.”]

[중국, 축구 굴기의 서막이 올랐다고 자신!]

-엌ㅋㅋㅋ AC밀란 출신이라고 우쭐하네?

-쑨 하이징(18세 AC밀란 출신 유망주)

-김치팍을 막는다고? 송재순이나 넘고 와라. ㅋㅋㅋ

-하여간 저 중국 특유의 설레발은……. 진짜 한국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답이 없네 ㅋㅋㅋㅋㅋ

-넌 김치팍을 건들면 안 됐었다.

한국과 중국의 언론은 연신 9월 5일에 있을 한중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기사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신경전도 대단했다.

두 국가의 선수들과 감독들에게 기자들이 붙어서 다양한 인터뷰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당연히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는 이강민이었다.

하지만 이강민은 기자들의 질문을 능구렁이같이 넘어가면서 재미없는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기자들은 다른 대상을 노렸다.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운 선수.

“아! 쉐쉐! 아이 러브 훠궈!”

박규태가 환하게 웃으며 중국 기자들을 맞이했다.

한국 사람들이 국뽕을 좋아하는 것처럼, 중국 사람도 중뽕을 좋아한다.

아니, 한국과 다르게 중국은 노골적으로 좋아한다.

중화사상이 있으니까.

박규태는 중국 기자들이 원하는 말을 실컷 해주었다.

“애스파뇰 출신의 위레이? 베스트 플레이어! 쯔이따! 쯔이따!”

“오! 따거따거! 장쯔? 따거! 굿 플레이어!”

“쑨 하이징? AC밀란 출신 베스트 플레이어! 쯔이따!”

평소와 다르게 일부러 엉성한 영어와 허접스러운 중국어를 함께 구사하며 중국 기자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셀카까지 찍어주고 기자들을 돌려보냈다.

아마도 기사에는 ‘한국의 박규태, 중국을 인정하다.’ 이런 호의적인 제목으로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박규태는 중국 기자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중국만 보면 기분이 좋았다.

‘아…… 진짜 즐겁다. 행복해.’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회귀 전.

국가대표 통산 35골.

그중에서 중국을 상대로 넣은 골이 14골이었다.

중국전이 없었다면, 박규태는 국가대표 통산 30골 이상을 절대 못 넘었을 것이 분명했다.

큰 임팩트가 없는 박규태가 한국 팬들에게 유일하게 얻어낸 별명도 ‘중뽕킬러’였다.

그렇다.

박규태에게 중국은 그야말로 먹잇감이었다.

그 누구보다 중국을 상대로 빛나는 선수가 바로 그였다.

대 중국전 스페셜리스트.

중뽕킬러 박규태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9월 5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박규태는 자신감이 넘쳤다.

파로마 미즈호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박규태는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회귀 전에 쑨 하이징의 애국심이라는 재능을 얻었었지. 그게 브론즈 카드에서 나왔었는데……. 얼마나 실력이 떨어지면 브론즈 카드에 속한 거지?’

대체로 아시아에서 알아주는 최고 수준의 재능이 실버 카드였고, 골드 카드가 유럽에서 조금 활약하는 수준의 재능, 플래티넘 카드에서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선수의 재능이 나왔다.

브론즈 카드라는 뜻은 아시아에서도 무난한 수준의 실력이라는 뜻이었다.

쑨 하이징은 AC밀란에서 뛸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AC밀란에 입단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AC밀란의 구단주가 중국인이니 가능했다.

입김이 들어갔겠지.

박규태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라커룸에서 박명훈 감독은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1위와 조 2위의 상대가 달랐기에 이번 경기는 정말로 중요했다.

조 1위는 방글라데시를 상대하고, 조 2위는 이란을 상대하니까.

박규태는 쭉 라커룸을 둘러봤다.

랑스에서 뛰는 김민석은 박규태의 눈을 피했다.

그 외에 여러 선수를 살폈다.

마지막으로 이강민.

그와 눈을 마주친 순간, 이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규태의 옆에 앉았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좋죠. 최고예요.”

“그래? 그것보다 괜찮지?”

“뭐가요?”

“뉴스 댓글 안 봤어?”

“네, 안 봤죠.

당연히 안 봤다.

인터뷰를 통해서 중국 선수를 신나게 칭찬했는데, 당연히 몇몇 부정적인 댓글이 달려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이강민의 눈빛은 어째서 그런 인터뷰를 했냐는 질책이 조금은 담겨 있었다.

박규태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깽값이에요.”

“뭐?”

“중국몽을 보고 싶다잖아요.”

이강민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꿈나라로 보내줄 생각이에요.”

그의 말에 이강민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경기 전에 멘탈에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가 박규태의 등을 두들겨주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곧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찾아왔다.

[대한민국 vs 중국 아시안 게임 A조 경기]

[댓글창]

-시작한다!

-와! 진짜 오래 기다렸다.

-치킨 시킴! 갸꿀!

-나온다! 이강민 파이팅!

-박규태 해트트릭 가즈아!

-여기에 박규태 빠는 놈이 있네.

-박규태 중뽕 아니냐? 쯧……. 애가 철이 없누.

-맞아, 인터뷰에서 중국 열심히 빨던데.

-그냥 칭찬한 기사잖아. 어린 친구가 인터뷰에서 실수한 것일 수 있지.

인터넷 중계창의 댓글란이 떠들썩했다.

필드에 입장하는 선수들.

한국과 중국의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했다.

중국은 4-5-1을 들고 나섰고, 한국은 4-4-1-1을 꺼내 들었다.

오랜만에 원톱으로 경기를 뛰게 된 박규태.

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이윽고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삐이이익!

-드디어 대한민국과 중국의 아시안게임 조별예선 A조의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경기 정말 중요합니다. 이미 16강행이 결정되었지만, 조 1위와 조 2위의 상대가 극과 극이거든요?

-맞습니다. 조 2위는 이란과 상대를 해야 하고, 조 1위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방글라데시를 상대하게 됩니다.

오늘 경기 선발로 나선 쑨 하이징은 자신감이 넘쳤다.

AC밀란에서 생활하면서 유럽의 공격수들을 겪은 그는 오늘 박규태를 완벽하게 막을 자신이 있었다.

‘아시아 선수들의 수준은 다 비슷해!’

그가 빤히 박규태를 바라봤다.

이강민의 발에서 시작되는 날카로운 패스.

박규태가 공을 잡는 순간 쑨 하이징이 빠르게 박규태에게 달려들어 그의 전진을 막았다.

아니, 정확히는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박규태는 쑨 하이징이 겪었던 공격수들과 격이 다른 선수였다.

퍼억!

“컥!”

몸싸움에서 밀린 쑨 하이징.

중앙 수비수인 그를 밀어낸 박규태는 바로 슈팅을 가져갔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전반 4분 만에 대한민국이 선취골을 가져갑니다!

-역시 이강민과 박규태의 조합! 너무 강력합니다! 순식간에 골이 터지고 말았어요!

쑨 하이징은 어안이 벙벙했다. 전반 4분 만에 실점을 허용했으니까.

다른 선수들이 그를 다독였다.

“쑨! 그냥 작은 실수야! 할 수 있어!”

“집중하자! 고작 1골이야!”

그래.

한 골이다.

쑨 하이징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바로잡았다.

1 대 0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철썩!

-고오오오오올!

-선취골을 넣고 이번에는 2분 만에 박규태 선수가 두 번째 골을 넣으면서 2 대 0으로 달아나는 대한민국입니다!

-너무나도 쉽게 골을 넣었습니다!

-날카로운 이강민의 로빙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서 그대로 밀고 들어간 뒤에 깔끔한 왼발 마무리였습니다.

2골이 터졌다.

전반전이 시작하고 6분 만에.

쑨 하이징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쑨! 집중해! 넌 중화인민들의 대표가 된 녀석이라고!”

“그래! 중화인민들을 생각해!”

그의 정신을 다잡아주는 선수들.

쑨 하이징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두 사람의 말이 맞았다.

그가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연이어 무섭게 들이닥치는 박규태.

쑨 하이징은 처음 맛보는 압도적인 피지컬에 밀려 다시금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철썩!

-고오오오올! 전반 22분 만에 박규태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대단합니다! 오늘 컨디션이 엄청납니다! 중국의 수비진이 박규태 선수를 막지를 못합니다!

-진짜 중국 킬러입니다! 중국 킬러! 3골을 몰아넣은 박규태!

연이어 터지는 박규태의 골.

전반 22분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박규태를 보며 중계진이 신나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인터넷 중계창의 댓글도 미친 듯이 폭주했다.

[댓글창]

-누구인가? 누가 매국노라 하였는가?

-중뽕이라뇨? 국뽕인데요?

-ㅋㅋㅋㅋㅋ 인터뷰로 중국 애들 칭찬해서 기대감을 잔뜩 심어주고 그냥 쥐 잡듯이 두들기는구나.

-규태 형! 이렇게 쥐어팰 거면서 왜 그렇게 중국 선수들 엄청 칭찬했어? 그거 혹시 깽값이었어?

-중국 관중들 진짜 서럽게 울잖아. 난 우리나라가 악당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사탄도 무서워서 숨겠다. 진짜 칭찬으로 상대 선수 비행기 태우고서는 그냥 두들겨서 작살을 내버리네.

-엌ㅋㅋㅋㅋ 중국몽? 진짜 필드에서 정신 놓고 꿈나라로 가게 생겼네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국뽕 박규태 선생님! 저희가 선생님을 의심했습니다. 아아아! 앞으로 하루 세끼 모두 김치를 꼭 먹겠습니다.

-대국이 소국에 대항하는가? 그냥 얻어맞아라. 중뽕들아.

철썩!

전반 44분.

박규태의 4번째 골이 터졌다.

중국의 선수들을 칭찬하며 치켜세워준 선수가 경기에 들어서자마자 야차로 변해서 중국의 수비진을 휩쓸고 있었다.

쑨 하이징은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그는 4실점에 모두 관여되어 있었으니까.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4 대 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

4골이나 먹힌 중국의 선수들이 정신이 빠진 표정으로 필드를 빠져나갔고, 박규태는 그 모습을 뭔가 부족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 * *

[대한민국 7-0 대승! 박규태 5골 폭격!]

[중국 언론, “나고야의 굴욕! 너무 충격적!”]

[AC밀란의 유망주 쑨 하이징! 눈물을 흘리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

[박규태, “중국이 6이라는 숫자를 좋아해서 6골을 넣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좀 아쉽다.”]

[일본 언론, “일본 국가대표! 대한민국의 박규태를 조심해야!”]

[충격적인 경기! 중국의 공한증은 계속된다.]

경기가 끝나고 박규태에게 향하던 작은 비난들이 모두 들어가고 말았다.

중국 축구계는 침울했다.

고작 한 명의 선수에게 휘둘렸다.

너무나도 무자비한 플레이에 선수들이 무너졌다.

덕분에 경기가 끝나기 전에 중국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반대로 한국의 분위기는 달랐다.

오랜만에 등장한 스트라이커.

그것도 시원하게 골을 넣는 스트라이커의 등장에 크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박규태 그는 신이야!

-국뽕 펀치! 국뽕 펀치!

-와……. 실력이 저렇게 좋았나?

-골 결정력이나 움직임이 진짜 미쳤음. 거기다 피지컬도 유럽에서 꽤 먹히는 스타일임. 무조건 롱런한다.

-이걸로 10년간 스트라이커 걱정은 없다.

중국전의 5골이 시작이었다.

16강 경기인 방글라데시전에서 후반 17분에 교체로 투입된 박규태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강민 혼자서 고생하던 회귀 전과 전혀 다른 분위기가 아시안게임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어진 8강전의 상대는 북한.

초반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흔들리던 대한민국.

하지만 박규태의 동점골과 이강민의 골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쉼 없이 달린 대한민국.

이제 남은 것은 준결승전과 결승전.

딱 두 경기만이 남았다.

그리고 준결승전의 상대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 일본이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34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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