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33 >
선취점을 허용한 디종.
하지만 아직 전반전이고, 그들의 전력이 더 뛰어나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디종이 아까와 다르게 조금 공격적으로 나섭니다.
-역습을 허용하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뜻입니다. 2 대 0으로 지든 1 대 0으로 지든 결국은 승점 3점을 내주는 것은 똑같으니까요.
-말씀드리는 순간 중앙의 캐스퍼 바르데가 측면의 다비데 아슬랑티에게 패스를 연결합니다.
-디종은 어떻게든 동점골을 넣고 전반전을 끝내고 싶을 겁니다.
호흡을 맞추지 않은 소쇼의 수비진.
디종은 그 틈을 치밀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새롭게 합류한 중앙 수비수인 레이 파슨이 번번이 날카로운 태클을 보여주며 실점을 막아냈다.
-레이 파슨!! 이번에도 멋진 태클!
-본머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출을 당했던 선수인데…… 이런 실력이었나요? 정말 대단합니다!
-다시 역습입니다! 테오 나두에게 연결되는 공!
-테오 나두가 공을 잡으면 디종의 수비진이 흔들립니다.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툭툭!
너무나도 간단한 개인기로 측면을 허물어버린 테오 나두는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뱅상 르노의 모습을 확인하고 낮은 크로스를 올렸다.
‘칫!’
썩 좋은 패스는 아니었다.
그래도 뱅상 르노의 발이 빨라서 잡아낼 수 있었다.
-뱅상 르노 빠릅니다!
-슈우우웃!
-막상스 프레보테 골키퍼의 펀칭!
완벽하게 슈팅을 막아낸 디종의 막상스 프레보테 골키퍼.
하지만 확실한 실력과 다르게 운은 없었다.
세컨볼이 박규태의 앞으로 떨어졌다.
당연히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철썩!
-고오오오오오올!
-박규태 선수의 환상적인 오른발 슛!
-아! 이거예요! 이겁니다! 박규태 선수가 리그 앙의 개막전에서 시즌 두 번째 골을 터뜨립니다!
-멀티골! 박규태 선수가 디종을 상대로 뛰어난 골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전반전을 지배합니다!
한국 출신의 박규태가 활약하니, 당연히 중계진의 입도 누구보다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에 동점골을 만들려고 공격적으로 나선 디종은 오늘 경기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하자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도 그들을 살린 것은 주심이었다.
삐이익! 삑!
-아!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오늘 박규태 선수가 정말로 날카롭습니다!
-8월 30일에 시작하는 아시안게임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골 결정력만큼은 월드클래스의 선수입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국뽕을 듬뿍 뿌린 중계진이었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만큼 박규태의 컨디션이 굉장했으니까.
전반전이 끝나고, 다시 찾아온 후반전.
디종은 전술을 바꾸면서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소쇼는 얄밉게도 텐백으로 내려앉으면서 2점의 점수 차이를 지켜냈다.
삐이익! 삑 삐이이익!
순식간에 후반전 45분이 지났다.
소쇼가 승격 후, ‘리그 앙’ 첫 경기에서 가볍게 첫 승을 따냈다.
* * *
[박규태 멀티골! 소쇼 2-0으로 디종 격파!]
[새롭게 완성된 소쇼의 공격진! 너무나도 강력하다!]
[소쇼의 기분 좋은 출발! 유로파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누구? 슈퍼 코리안! 박규태에게 환호하는 팬들!]
-국격이 올라간다. 국뽕에 취한다.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약이 바로 국뽕이다. 주-모오오오오! 여기 국뽕 한 사발!!
-주모 1235332호 실신! 고용노동부는 진실을 밝혀라!
-진짜 잘한다. 골을 되게 쉽게 넣네.
-가끔 쉬운 기회를 놓치는 게 아쉬운데……. 뭐 저렇게 멋진 골 넣고 필요한 순간에 터지면 할 말 없지. ㅋㅋㅋ
-아시안게임에서 박규태가 하드캐리하는 거 기대해도 되냐?
-수퍼!! 코리안!! 수퍼 코리안!!
-김치팍! 김치팍! 김치김치 팍팍! ‘김치규태교’에서 당신의 신앙심을 확인하세요.
개막전에서 가볍게 승리를 얻은 소쇼.
제대로 분위기를 탄 소쇼는 8월 15일 경기에서 최근에 부진에 빠진 지롱댕 보르도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테오 나두의 1골.
박규태의 2골.
뱅상 르노의 1골.
총 4골이 쏟아졌고, 지롱댕 보르도는 그들의 홈에서 초라한 패배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팬들의 기분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승격팀이 개막전을 시작으로 2승으로 리그 선두로 치고 나갔으니, 환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유명한 파리 생제르맹도 1승 1무를 기록했다.
잠깐의 1위 자리였지만 소쇼의 팬들은 만족했다.
“오오오! 팍! 김치의 정령!”
“어디에나 한국산 공격수가 눈에 들어오지!”
“소쇼의 작은 사자가 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줄 거야!”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이상한 응원가까지 만들어 펍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소쇼의 팬들이었지만, 펍의 주인인 김춘식은 그저 흐뭇하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사장님, 그렇게 좋으세요?”
“영준아,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정말요? 그러면 이 가게 저한테 물려주세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쯧. 그리고 너한테 물려주느니,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가게를 맡기겠다.”
“저도 사절입니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둘의 대화의 내용은 아시안게임으로 향했다.
“그것보다 아시안게임이 걱정이네.”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체력적으로 힘든 시즌이 될 것 같은데……. 박규태 선수가 잘 버틸지 모르겠네요. 혹시라도 다치면 어떻게 하죠?”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불안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박규태가 무리한 플레이로 심하게 다치지 않을지 크게 염려스러웠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허겁지겁 펍의 문을 열고 나타났다.
“큰일 났어!! 큰일! 큰일!”
모두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인데?”
“어디 불났어?”
“그게 아니라!”
“팍이 마트에 나타났어!”
우르르르!
순간 손님들이 모두 펍을 급히 빠져나갔다.
이미 계산을 하고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라 상관은 없었지만, 그 손님들 사이에 펍의 주인인 김춘식이 껴있는 것이 문제였다.
“사장님? 사장님! 어디 가요?”
“박규태 선수한테 사인 받아야지!”
“아니……. 사장님!”
“왜?”
“저도 한 장이요!”
“그래! 기다려!”
박규태가 있다는 마트로 달려가는 소쇼의 팬들.
그들은 곧 박규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많은 팬을 봤음에도 그는 전혀 흔들림이 없이 팬들에게 사인과 셀카를 찍어주었다.
사인을 두 장 받아낸 김춘식, 그는 마지막으로 박규태에게 태극기를 내밀며 사인을 요구하는 소쇼의 어린 팬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국뽕을 느꼈다.
* * *
2연승을 달리는 소쇼.
8월 22일.
리그 앙 3라운드.
갱강과의 경기에서도 소쇼는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면서 전반전부터 강하게 밀어붙였다.
갱강은 박규태를 강하게 마크하면서 어떻게든 그에게 실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를 마크하려고 고생하네.’
문제는 오늘 박규태는 ‘미끼’라는 점이었다.
2경기 4골을 넣은 박규태에게 강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오늘 철저하게 그를 ‘미끼’로 놔두었다.
덕분에 측면이 허술해진 갱강은 전반전에 테오 나두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면서 무너졌다.
후반전에 골을 넣으면서 따라붙었지만, 이번에는 박규태의 파트너인 뱅상 르노가 멀티 골을 터뜨리면서 5-2 대승을 거두었다.
도움 하나를 기록한 박규태.
그에게 테오 나두가 씩 웃으며 다가왔다.
“해트트릭.”
“어쩌라고.”
“후후훗……! 해트트릭!”
테오 나두의 말에 박규태가 얼굴을 찌푸렸다.
“해트트릭 처음 해봐? 뭘 그렇게 좋아해?”
“흐흐흐! 해트트릭! 팍은 못한 해트트릭!”
박규태는 진지하게 테오 나두의 뒤통수를 때릴지 짧게 고민을 하다가 두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시안게임에 차출되기 전에 기강을 잡아야겠네.’
그렇게 마음을 먹은 박규태는 8월 29일, ‘스타드 라발르와 마이엔 FC’와의 경기에서 테오 나두보다 더 탐욕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전후반 77분 동안 3골을 때려 넣으면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박규태!! 대단합니다!
-박규태 선수가 ‘리그 앙’에 승격하고 첫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저번 경기는 테오 나두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오늘 경기에서는 박규태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네요.
-팬들이 박규태 선수의 응원가를 부릅니다!
-응원가 제목이 조금 웃기죠?
-네, 응원가 제목이……! ‘김치를 좋아하는 팍’인데…… 이게 참 입에 착착 붙습니다.
-광고에서 나온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응원가라고 소쇼의 팬 커뮤니티에서 밝혔죠.
-하하하! 그 광고는 정말…… 대단하죠.
김치팍! 김치팍! 김치팍!
오늘 해트트릭을 기록한 박규태의 별명을 계속 외치는 소쇼의 팬들을 보면서 박규태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래, 흑역사라도 좋다. 국뽕을 잔뜩 먹고 ‘두 유 노 클럽’에 입성해서 무병장수하자!”
교체되어 벤치로 들어온 박규태.
시무룩한 표정의 테오 나두를 보며 그가 입을 열었다.
“해트트릭! 테오 나두는 못한 해트트릭!”
“조용히 해! 전 경기에서 해트트릭했거든?”
“오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못한 테오 나두!”
받은 대로 돌려주기 시작한 박규태.
정신연령이 서른 중반인 그는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스트다 라발르와 마이엔 FC을 잡아낸 소쇼는 리그 4승을 올리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소쇼의 모습에 몇몇 프랑스 언론은 벌써 새로운 강팀이 나타났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었다.
승승장구하는 소쇼.
당연히 좋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박규태가 아시안게임을 위해 소쇼를 떠났다.
덕분에 소쇼의 팬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력한 공격수 하나가 빠졌으니까.
“팍이 없이 발랑시엔전까지 버텨야 한다니.”
“니스전에서는 나올 수 있을까? ‘아시안게임’이라는 대회가 상당히 빡빡해서 몇 경기는 쉬어야 한다던데.”
“아무튼…… 팍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일본으로 떠난 박규태.
그가 23세 이하 대표팀에 합류했다.
* * *
8월 30일.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4-0으로 이긴 대한민국은 9월 2일에 있는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3-0으로 이기면서 대회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A조의 남은 경기는 중국전.
중국도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고, 쿠웨이트와 비기면서 조 2위를 확정 지은 상항이었다.
그렇게 중국전을 앞두고 박규태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이강민이 합류했다.
23세 이하 대표팀의 감독인 박명훈은 팀에 합류한 이강민과 박규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하면 교체로 출전시킬 의향은 있지만, 두 선수의 체력을 아끼고 싶은 박명훈 감독이었다.
간단한 전술 훈련.
이강민과 박규태는 금방 팀에 녹아들어 박명훈 감독이 원하는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나이스 패스!”
철썩!
박규태는 이강민의 로빙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서 터닝슛을 때렸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오랜만에 원톱으로 뛰는 것이지만, 박규태는 어색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파괴적인 모습을 연이어 보여주면서 박명훈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가벼운 훈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국가대표팀.
박규태는 오랜만에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기사를 살피며, 자신의 인기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음……. 좋아! 아주 좋아.”
순조롭다.
국뽕이 가득 쌓인다.
아시안게임에서 활약을 하면 ‘두 유 노 클럽’ 입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국뽕과 영원히 안녕이라는 뜻이었다.
그때였다.
메인 스포츠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쑨 하이징, “축구 굴기의 시작을 알리고 싶다. 이제 공한증은 없을 것이다. 중국몽의 한 줄기가 되겠다!”]
“이야……. 재미있겠네.”
박규태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재미있는 건수를 잡았다는 의미가 담긴.
< 국뽕 박규태 선생 #33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