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32화 (32/199)

< 국뽕 박규태 선생 #32 >

테오 나두와 박규태.

두 선수의 활약으로 A팀이 B팀을 8 대 2로 찍어 누르면서 연습 경기가 끝났다.

“내가 이겼어. 3골 2도움.”

“무슨 소리야? ‘어낮어 레벨.’아 4골 넣은 내가 이겼지. 너 중간에 턴 오버 한 번 했잖아.”

“웃기는군. 그건 실수라고 할 수 없지. 넌 5번이나 패스를 놓쳤고, 난 모든 패스를 잘 받았어. 이걸로 내가 더 뛰어나다는 건 증명되었지.”

“응, 14개 슈팅 중에서 3골.”

“14개 중 유효 슈팅이 10개나 된다! 유효 슈팅 5개인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응, ‘유효 슈팅도르!’ 유효 슈팅으로 발롱도르까지 타겠네?”

“입 닫아. 귀찮은 동양인.”

“어낮어 레벨이 아니라, 이제는 야나두 레벨까지 섭렵하는구나.”

테오 나두가 얼굴을 찌푸렸다.

“도대체 그 어나저 레벨이 뭐야?”

“어나저가 아니라, 어낮어다. 너 레벨 낮다고, 쪼랩아.”

두 선수의 말싸움은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오후 훈련이 끝나고 샤워를 하는 순간까지 붙어서 서로 연습 경기에서 있었던 자신의 활약을 자랑했다.

평소 조용하던 미카엘 파리스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둘이 엄청 친해졌네.”

그의 말처럼 박규태와 테오 나두.

두 선수는 단짝처럼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다 기존의 선수들과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주전 경쟁을 하면서 분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경쟁심이 붙은 것이었다.

뱅상 르노는 윙어에서 다시 최전방으로 올라오면서 벤자민 몽맹이 빠져나간 자리를 차지했다.

덕분에 호르헤 누네즈는 뱅상 르노에게 주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씩 늦은 시간에 퇴근했다.

수비진의 루도비치 델마스는 새롭게 합류한 레이 파슨과 기존의 수비수인 모디보 사뇽을 뛰어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았다.

덕분에 소쇼는 프리 시즌의 친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프리 시즌의 첫 친선 경기.

독일의 세미프로팀인 모이젤비츠를 상대로 5 대 0으로 찍어 누르면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벨기에 세미프로팀인 ROC 샬레루아와의 경기에서는 박규태와 테오 나두가 동시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6 대 0 승리.

벨기에의 스프리몽과의 경기에서는 공격진이 모두 폭발하면서 15 대 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환상적인 7월을 보낸 소쇼.

그들에게 드디어 시즌이 시작될 8월이 찾아왔다.

* * *

삼촌의 결혼식은 8월 초에 열렸다.

상당히 조촐한 결혼식이었다.

의외로 놀란 점은 삼촌의 아내가 될 마를렌.

그녀의 집안이 꽤 부유하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학벌도 좋고, 미인이고, 돈도 꽤 잘 번다.

삼촌의 얼굴을 보면서 박규태가 고개를 흔들었다.

‘미녀와 야수 같네.’

그렇게 삼촌이 결혼하면서 박규태도 저절로 홀로서기를 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독립을 시작한 박규태는 구단이 구해준 주택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다 마음에 들었지만,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냥 내가 따로 집을 구했어야 했는데.”

“동감이다. 이런 머저리와 같은 이웃이라니. 나도 에이전트에게 따로 집을 구해달라고 하지 말고 직접 구했어야 했어.”

바로 옆집에 사는 선수가 ‘테오 나두’라는 점이었다.

결국은 출퇴근까지 같이하게 된 두 선수.

투덜거리는 것과 다르게 필드에서 두 선수의 호흡은 더욱 완벽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두렵군.”

“뭐가 말입니까?”

“진짜 유로파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두려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의 말에 귀 몬구라드 수석코치가 미쳤냐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큼.”

잔기침하며 시선을 돌린 크리스티 조엘 감독.

그는 환상적인 드리블로 수비진을 초토화시키고는 엉성한 패스를 찔러 넣는 테오 나두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엉성한 패스를 꽤 깔끔하게 잡아내며 아름다운 슈팅을 가져가는 박규태의 마무리까지 확인했다.

“팍이 언제 저렇게 퍼스트 터치가 좋아졌지?”

“월드컵이 성장의 원동력이 아니겠습니까? 젊은 선수들은 큰 대회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그나저나…… 아시안게임이라.”

“꼭 보내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군. 세계에 이름을 알릴 공격수가 병역문제 때문에 시간을 날리게 하고 싶지 않아.”

“구단은 손해만 볼 것 같은데요?”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이적허용조항이 있기에 박규태가 병역특례를 받아도 몸값은 달라지지 않는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조용히 필드를 바라봤다.

테오 나두의 어설픈 크로스를 받아서 멋진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드는 박규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환상적인 공격수의 미래를 지켜보고 싶어서 도저히 발목을 못 잡겠더군.”

“뭐, 그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번에는 박규태가 높게 올라온 크로스에 헤딩으로 멋진 골을 넣었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씩 미소를 지었다.

“팍! 이건 내가 골을 떠먹여 준 거야.”

“그런 엉성한 크로스로는 0.9골도 줄 수 없다.”

“엔조! 네가 보기에는 어때? 내 크로스가 그렇게 엉성했어?”

“테오…… 이번 건 조금 그랬어.”

점점 완성되어 가는 팀워크.

시간은 강물처럼 빠르게 흘렀다.

점점 리그 앙의 개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팬들의 기대감이 상당한 듯 구단의 시즌권이 날개가 달린 듯이 팔리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 약 2,600장을 팔았던 시즌권은 이번 시즌에 약 6,500장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리고 그 기대감의 여파는 2026년 8월 8일.

FC소쇼와 디종 풋볼 CO의 홈 개막전까지 이어졌다.

승격과 동시에 경기장을 조금 증축시켜서 이제 약 2만 1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된 스타드 오귀스트 보날 경기장이 관객들로 가득 찼다.

“디종은 지난 시즌에 리그 11위를 기록한 중위권 팀이다. 루치아노 벨라와 히샴 엘 렐피. 두 중앙 수비수의 앞을 지키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인 케인 이그베케메를 가장 조심해야 할 거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을 선수들에게 잘 주지시켰다.

이제 필드에 입장해야 할 시간.

선수들이 중앙에 모였다.

그리고 크게 소리쳤다.

“주-모! 주-모! 주-모!”

테오 나두와 몇몇 이적생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모’를 외친 선수들을 바라봤다.

“팍, 도대체 저 말이 무슨 뜻이야?”

며칠 전에 이적한 미드필더 자원인 톰 크라우저의 물음에 박규태가 대답했다.

“축구 실력이 2배 늘어나는 주문이야.”

그 말을 듣고 묘한 표정으로 변한 테오 나두.

박규태는 엔조 마이어나 순박한 소쇼의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자신의 농담에 속지 않는 테오 나두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정상이지. 누가 이런 거짓말에 속겠어.’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테오 나두는 분통을 터뜨리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쩐지! 팍이 허접한 실력과 다르게 골을 잘 넣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 이런 주문을 이제야 알았다니.”

테오 나두의 말에 묘하게 열이 받았지만, 박규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냥 넘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시금 모인 선수들.

이번에는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도 같이 외쳤다.

“주-모! 주-모! 주-모!”

주모 삼창.

박규태는 개막전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 *

다른 방송사를 제치고 이번에 ‘리그 앙’의 독점 중계권을 사온 KBCTV 방송국.

그들이 이번 리그 앙의 26-27시즌 개막전, FC소쇼와 디종의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2026-2027시즌 리그 앙!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이 오늘 펼쳐지게 됩니다.

-‘리그 되’에서 우승을 하고 승격에 성공한 FC소쇼와 항상 잔류에 성공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디종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월드컵이 끝나고 잠깐이지만 너무나 심심했습니다.

-그렇죠. 축구 중계가 없는 기간은 팬들에게는 정말로 지루하고 심심한 기간일 겁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박규태 선수도 보이네요.

-아! 박규태 선수! 이번 월드컵에서 정말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은 32강 토너먼트였던 독일전에는 뛰지 못했습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박규태 선수가 다치지 않았다면, 독일을 꺾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뽕을 가득 채우는 말로 시작을 연 중계진.

선수들을 소개한 그들은 필드에 자리를 잡은 선수들을 보면서 짧게 오늘 경기의 중요성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선수들을 소개했다.

-테오 나두! 이 선수를 잘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 시즌에 울브스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윙어죠.

-그렇군요. 상당히 테크닉이 좋은 선수처럼 보입니다.

-네,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개인기를 갖춘 선수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에 경기가 시작했습니다.

삐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시작된 경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렇게 예상했던 디종은 FC소쇼의 생각과 다르게 라인을 내리면서 점유율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약팀이라 여겨지던 소쇼가 점유율을 크게 유지하며 디종을 초반부터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공격의 선봉장은 테오 나두였다.

-테오 나두! 빠르게 달립니다!

-주력도 준수한데…… 저 어마어마한 드리블을 보세요! 디종의 측면이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툭! 투투툭!

가벼운 개인기에도 디종의 왼쪽 풀백인 안토니오 바렐타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악착같이 다시 따라붙은 안토니오 바렐타.

하지만 이미 테오 나두의 발에서 공은 떠난 지 오래였다.

대애앵!

테오 나두의 패스를 받은 뱅상 르노가 빠르게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공은 골대의 윗부분을 맞고 그대로 넘어갔다.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이는 소쇼!

-디종의 왼쪽 측면이 크게 흔들립니다.

-이번에도 뚫리는 디종!

선 수비 후 역습을 준비해온 디종은 예상외로 거센 소쇼의 측면 공격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몇몇 선수들은 경기 전에 승격팀인 소쇼를 상대로 큰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다르게 소쇼의 공격력은 결코 승격팀의 그것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점유율을 크게 내주며 흔들리는 디종.

결국에는 전반 21분에 테오 나두에게 왼쪽을 완전히 비워주고 말았다.

빠르게 파고드는 테오 나두.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훑었다.

‘날 막는 선수는 없다.’

이미 소쇼의 공격을 가로막던 버스 두 대는 흐트러진 지 오래였다.

더 파고들어서 마무리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시선은 박규태에게 향했다.

‘공식 경기에서 팍이 슈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친선 경기와 연습에서 보여주던 그 멋있는 슈팅을 보고 싶었던 테오 나두는 가볍게 패스를 찔렀다.

오랜만에 나온 적절한 패스.

패스를 시도한 테오 나두가 당황할 정도로 정확하게 날아든 짧은 로빙 패스가 박규태의 가슴에 안착했다.

가슴으로 공을 받은 박규태는 공이 필드에 떨어지기 전에 그대로 발리슛으로 슈팅을 가져갔다.

철썩!

디종의 수비진이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타이밍에 나온 강한 슈팅이었고, 골키퍼가 닿지 않는 코스로 정확하게 날아든 아름다운 슈팅이었다.

와아아아아아!

골이 들어가기 무섭게 중계진이 시끄러워졌다.

-고오오오오올!

-골! 골! 박규태 선수 고오오올! 전반 21분에 나온 환상적인 발리슛입니다! 박규태 선수가 디종을 상대로 오늘 경기 첫 번째 골을 터뜨렸습니다!

-개막전 첫 번째 골을 터뜨린 박규태 선수입니다! 소쇼의 승격 첫 골도 오늘 터지는군요!

-테오 나두 선수의 패스도 굉장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킥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오늘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빠르게 관중석으로 달려가는 박규태.

그가 팬들을 향해서 다시 각인시키듯이 소리쳤다.

“내가 누구!!!”

박규태의 이번 시즌 1호 세레머니.

소쇼의 팬들은 당연히 그 물음에 크게 대답했다.

“Super Coréen!!(멋진 한국인!)”

그 모습을 본 테오 나두가 두 눈을 반짝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32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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