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29 >
철썩!
우아아아아아아!
후반 44분에 터진 박규태의 쐐기골.
점수는 4 대 1로 벌어졌다.
그리고 소쇼의 스타드 오귀스트 보날을 찾은 관중들은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로 나머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곧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삑! 삐이익! 삐이이이익!
-끝났습니다! 소쇼가! FC 소쇼가! 2013-14시즌 이후로 다시금 ‘리그 앙’으로 승격합니다!
-아! 관중들이 필드로 난입합니다!
-이번만큼은 구단의 관리인들도 그들을 막지 않습니다. 팬들이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을 껴안습니다.
-소쇼!! 소쇼가 승격했습니다!
엔조 마이어를 꼭 끌어안는 노인부터.
주장인 소피안 다함과 키스를 나누는 그의 아내.
크리스티 조엘 감독에게 정말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중년인과 박규태의 이름을 외치는 몇몇 팬들.
그렇게 소쇼가 파리 FC를 4 대 1로 잡아내면서 승격을 확정 지었다.
[소쇼! 자동승격 확정! 박규태의 멀티골 활약!]
[이제 소쇼에게 남은 것은 우승과 다음 시즌의 준비!]
[박규태와 월드컵 엔트리. 뱅상 엘라즈 감독의 기분 좋은 고민.]
[박규태, 아시안게임 엔트리에도 차출 예정!]
[월드컵은 물론이고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포함될 확률이 높은 박규태! 어린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일정이 되지 않을까?]
[드디어 나타난 한국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을 선수!]
-으아아아아! 국뽕박! 국뽕박! 국뽕박!
-가즈아아아아아! 리그 앙에서도 폭격이다!
-진짜……. 시즌 40골을 넘기다니……. 아무리 2부리그라지만 저 정도면 여러 구단에서 관심이 생길 듯.
-소쇼에서 1년 더 뛰려나?
-모르지. 더 뛸 수 있고, 아닐 수 있겠지.
-아무튼, 이번 월드컵이랑 아시안게임 기대해도 되겠지?
-국뽕 박규태 선생님이 있어서 기대하셔도 됩니다. 적어도 조별예선 탈락이나 32강 탈락은 없을 겁니다.
-응, 수비진이 엉망이라서 힘듬.
-ㅋㅋㅋㅋ 아무리 국뽕에 물들었지만, 16강은 무리지. 32강까지 올라가면 진짜 다행이겠다.
-ㅇㅈ하고 또 ㅇㅈ합니다. 수비진이 너무 빈약함.
승격을 확정 지은 소쇼.
당연히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승점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온 4월 24일.
앙제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리그 되’의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우승을 확정 지은 소쇼는 5월부터 다양한 전술적 실험을 하면서 리그 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박규태가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새롭게 실험한 4-3-3의 오른쪽 윙 포워드 자리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즌 끝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박규태는 시즌 45경기 43골 6도움을 기록했다.
리그는 36경기 32골 4도움으로 리그 득점 2위와 2배 차이를 벌리며 ‘리그 되’의 득점왕이 되었다.
그렇게 ‘리그 되’의 25~26시즌이 끝났다.
모든 선수가 휴가를 떠났고, 박규태도 짧은 휴식을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으로 복귀하자마자 그는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쳤다.
여자 아이돌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어려운 이웃을 돕는 자원봉사.
평소에 찍지 못했던 광고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솔직히 쉰다고 느낄 수 없는 일정이었다.
그렇게 박규태의 짧은 5월이 끝났다.
6월 3일.
그는 2026 북중미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이 되었다는 소식을 에이전트인 르르에 콜리쉬를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카타르전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A매치 3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박규태의 합류는 조금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3번의 친선 경기를 치렀다.
멕시코와 스위스전.
두 팀과의 경기는 각각 2 대 0과 2 대 1로 이겼지만, 미국과의 경기에서 3 대 0으로 패하면서 조금은 아쉬운 결과로 친선 경기를 끝냈다.
“북중미월드컵이라…….”
조금 늦게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박규태.
그가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 * *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의 국가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2026 북중미월드컵은 전 세계의 축구팬이 관심을 가지는 하나의 거대한 축제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어코 2연속 우승을 기록한 프랑스가 최초 3연속 우승을 가져갈 수 있을지.
아니면,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에이스인 파비오 실바가 포르투갈을 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치욕적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을 겪은 이탈리아가 세대교체에 성공해서 다시금 날아오를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북중미로 향했다.
그리고 6월 11일.
드디어 북중미월드컵의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개최국인 미국과 스코틀랜드의 경기.
모두의 기대와 다르게 경기는 골이 터지지 않아서 상당히 답답하게 진행되었고, 결국 0 대 0이라는 점수로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미국과 스코틀랜드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다른 조의 경기도 시작되었다.
B조의 웨일스와 우루과이의 경기.
웨일스는 아스날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 가레스 인니스를 중심으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압박했다.
우루과이는 생각보다 웨일스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후반전 45분이 지나고 추가시간이 3분이 주어진 순간에 가레스 인니스의 버저비터 골로 패배를 기록했다.
C조인 스위스와 멕시코는 두 팀의 수비진이 크게 곤욕을 치렀다.
워낙 주력이 빠른 선수들이 많은 두 팀의 공격진이 서로 점수를 크게 교환하면서 5 대 3으로 끝났다. 5점을 넣은 스위스가 승리를 가져갔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경기가 끝났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포함된 O조의 첫 경기.
스페인과 코스타리카의 경기.
경기의 양상은 당연하게도 스페인이 우세했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코스타리카를 5 대 0으로 찍어 눌렀다.
2022 카타르 월드컵부터 유로 2024까지 계속해서 세대교체의 진통을 겪던 스페인이었지만, 코스타리카가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강한 상대였다.
선수단에 합류한 박규태는 선수들과 함께 TV로 스페인이 코스타리카를 찍어 누르는 장면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괴물 같은 스페인이 16강에서 떨어지는 대회인데…… 어떻게 우리가 16강에 진출하겠어?’
아무리 국뽕이 넘치는 박규태였지만, 대한민국과 자신의 수준을 알고 있었다.
‘역시…… 국뽕을 쌓으려면 ‘졌잘싸’가 필요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페인을 상대로 골을 넣을 방법이 마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뱅상 엘라즈 감독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생각보다 경기력이 좋았던 코스타리카였는데, 그들을 상대하는 스페인은 더 어마어마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스페인과 코스타리카의 경기를 보면서 저절로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한 대한민국.
조금씩 그들의 경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대한민국의 특명! 코스타리카의 중원을 조심해라!]
[황지찬-손형민-이강민-박규태. 기대되는 황금의 사각 편대!]
[필요한 것은 1승! 코스타리카전에서 1승만 거두면 32강 진출 가능! 조금은 희망적인 뱅상 엘라즈호!]
[일본, 멕시코에게 2 대 0 패배! 32강 진출에 빨간불!]
[중국, 나이지리아전 7 대 0 패배! 1무 1패로 조별예선 탈락!]
-아시아는 역시…… 두들겨 맞는구나.
-일본이랑 중국도 두들겨 맞는데…… 우리나라는 뭘 그렇게 설레발을 치고 있냐.
-솔직히 기대 안 된다.
-ㅇㅇ 공격진이 대단한 것은 인정함. 하지만 나머지는? 솔직히 미드필더진이 탄탄하다고는 하는데…… 예전 2002년이나 2010년도가 훨씬 탄탄했었음.
-수비진도 김한솔이나 노지민을 제외하고는 다 중국산이지 ㅋㅋㅋㅋ 그나마 김한솔이 레버쿠젠에서 주전 먹었고, 노지민이 뉴캐슬에서 백업하고 있는 걸 다행히 여겨라.
-그래도 풀백이 꽤 수준이 높아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중앙 수비수들이 영 못 믿을 수준이지만……. 잘해주겠지.
-김승현은 왜 뽑았냐? 조한우 부상으로 빠져서 대체 골키퍼로 넣었다고 들었는데, 실력은 솔직히 영 아니잖아.
언론의 기대와 반대로 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어쩔 수 없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처참했으니.
그나마 이런 반응도 최근에 대한민국의 공격진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아진 것이었다.
그렇게 6월 18일이 찾아왔다.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
볼티모어의 M&T 뱅크 스타디움에 어느덧 많은 수의 관중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대체로 볼티모어 근처에서 사는 한인들로 오늘 경기를 뛰는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붉은악마의 복장을 하고서 이곳을 찾았다.
경기 시각이 다가왔고, 두 팀의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했다.
곧이어 두 팀의 국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박규태는 애국가가 나오는 순간에 큰 목소리로 애국가를 불렀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네,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예선 O조의 2번째 경기.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대한민국.
반대로 코스타리카는 3-5-2 포메이션을 준비해왔다.
스페인전에서 꺼낸 4-5-1과 다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음에도 뱅상 엘라즈 감독과 선수들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삐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대한민국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코스타리카는 내려앉은 상태로 역습을 준비했다.
박규태는 자신을 마크하는 신장 186㎝의 왼쪽 윙백을 주시했다.
그는 자신과 몸싸움을 할 수 있는 선수를 왼쪽 측면에 배치한 코스타리카의 감독을 힐끗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날 조사했구나.’
확실히 키가 작은 선수를 상대하는 것보다 저런 장신의 선수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다.
팍!
첫 번째 경합.
박규태는 자신 있게 공을 잡고 다시 뒤로 공을 돌렸다. 그리고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몸싸움이 약하네.’
피지컬이 좋고 수비수들의 포텐셜이 뛰어난 프랑스 리그의 선수들을 상대하던 박규태였기에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코스타리카의 윙백을 보면서 할 만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호흡이 맞지 않는 대한민국의 수비진이 문제였다.
-아! 거기서 그런 태클을……. 왜?
-전반 12분, 대한민국이 페널티킥을 허용합니다.
21살의 어린 중앙 수비수인 김민규.
그리고 스물아홉의 중앙 수비수 김명재.
두 선수의 호흡이 맞지 않아서 생긴 실수였다.
삐이익!
휘슬이 울리는 순간 코스타리카의 페널티 키커가 공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오늘 주전으로 나선 김승현 골키퍼가 몸을 날립니다!
-아! 골키퍼의 손을 스쳐서 공이 골망을 흔듭니다.
-너무 아쉽네요.
너무 이른 시간에 선취점을 내준 대한민국.
다시 경기가 시작되고 골을 넣은 코스타리카는 빠르게 내려앉았다.
대한민국의 공격진은 어떻게든 코스타리카의 텐백을 뚫으려 노력했지만, 전반전의 모든 시간을 소모해도 동점골을 넣을 수 없었다.
삐이이익! 삑!
전반전이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선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나 실점의 빌미가 된 두 명의 중앙 수비수의 표정은 그야말로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뱅상 엘라즈 감독이 들어와 선수들을 잘 다독였다.
전술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는 전반전의 실점이 그저 실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후반전.
전반전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코스타리카의 수비진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슈우우웃!
-아! 공이 넘어갑니다.
-이번에는 이강민 선수의 슛!
-아! 골키퍼의 선방! 코스타리카가 안도의 한숨을 돌립니다! 점점 강해지는 대한민국의 압박!
유효 슈팅이 늘어나면서 아까보다는 답답했던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전 11분.
박규태가 공을 끌고 코스타리카의 코너까지 바짝 붙어 크로스를 올릴 타이밍을 봤다.
하지만 수비수에게 맞고 라인을 넘어갔고, 그대로 코너킥이 선언되었다.
코너킥을 준비하는 이강민.
뻐엉!
곧 날카로운 코너킥이 올라왔다.
박규태는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자리를 잡고는 공이 날아드는 타이밍에 맞춰서 높게 점프했다.
툭!
그가 가볍게 헤딩을 가져갔다.
너무나도 간결하고 간단한 동작이었다.
곧 거대한 환호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아!
-고오오오오올!
-대한민국 고오오오오올!
-이거죠! 이렇게 쉽게 넣어야죠!
-박규태 선수가 대한민국을 살리는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박규태!
앞선 전반전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이 허탈하게 느껴질 정도로 쉽게 들어갔다.
박규태는 골망이 흔들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대한민국의 선수들을 응원하러 온 붉은악마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앞에서 펄쩍 뛰었다.
핑거 토네이도를 하면서 마지막 동작을 가져간 박규태가 관중석을 보며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
< 국뽕 박규태 선생 #29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