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28 >
[박규태 2경기 연속 해트트릭!]
[리그 30골! 압도적인 기록을 세우다!]
[37경기 41골 6도움으로 ‘리그 되’를 폭격하는 국뽕박!]
[국뽕박! 국뽕-박!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불러본다!]
[소쇼, 다음 경기의 승패에 따라서 자동승격 가능!]
-캬……. 가끔 하는 짓 보면 진짜 반쯤 돈 사람 같은데, 또 실력을 보면 깔 수 없다.
-우리 국뽕박의 미친 짓은 애국심에서 나오는 거 아니냐? 누가 저렇게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하겠냐?
-그래! 규태가 얼마나 열일하냐? 돈도 안 받고 세계에 우리나라의 모든 것을 알리고 있는데.
-보기 좋다. 그런데 좀 부끄럽다.
-ㅋㅋㅋㅋ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섞임. 뒤틀린 애국심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응원하고 싶은데……. 뭔가 꼴도 보기 싫어.
-기대된다. 시즌 41골이면…… 적어도 리그 앙에서는 최소 10골에서 최대 20골은 넣어줄 것 아니냐?
-슬슬 EPL에 한국선수 보낼 시기가 찾아왔지.
-제발 잘 풀려서 4대 리그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3월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소쇼.
카타르전부터 시작해서 이번 경기까지 박규태의 엄청난 활약에 한국 팬들은 TV 중계 보는 맛이 난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찾아온 4월 1일, 만우절.
소쇼는 만우절 이벤트로 구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선수들의 프로필을 단 하루만 다양한 코스프레 복장을 한 모습으로 바꾸었다.
엔조 마이어는 번개를 휘두르는 영웅.
키가 큰 루도비치 델마스는 초록색 거대 괴수.
팀에 새롭게 합류한 루카스 토로는 노란색 전기 쥐.
다양한 모습의 사진이 올라왔다.
-저게 뭐야?
-뭔가 멋있는데?
-하하하하! 다들 재미있는 코스프레를 했는데?
-그래, 팀의 분위기를 바꾸려면, 이런 재미있는 이벤트로 선수들의 부담감이나 긴장감을 덜어줄 필요가 있지.
-화이팅 소쇼! :)
그리고 그 가운데에 박규태의 모습은 신선했다.
한복을 입고, 갓을 쓴 박규태.
그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조금은 팀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벌였던 만우절 이벤트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 이 정도면 참을 수 있지.
-진짜 저번에 올라왔던 태권도 영상은 국뽕향이 너무 많이 첨가되어서 힘들었다.
-키아……! 그래도 한복이라서 그런가 멋지네.
-규태야. 이제 정상적으로 활동할 거지?
-무섭다. 나중에 팀 동료들에게 김치 쑤셔 넣을 거 같아서 진짜로 너무너무 무서워.
팬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경기는 8경기.
특히, 다음 경기인 ‘파리 FC’와의 경기에서 소쇼가 이긴다면 3위인 메스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 자동승격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선수들의 심적 부담감은 꽤 심했고, 이번 이벤트로 그런 부담감이나 긴장감을 해소하는데 좋은 효과를 보았다.
그리고 찾아온 4월 3일.
소쇼는 자신들의 홈으로 ‘파리 FC’를 불러들였다.
* * *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가 중요한 것은 너희가 더 잘 알겠지.”
선수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경기에서 이긴다면 자동으로 승격이 확정된다.
4월 2일.
메스가 로데즈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리그 4-5위인 랑스와 라 벨리숀과 같은 승점이 되었다.
3-4-5위가 모두 승점 56점을 기록하고 있고, 소쇼가 한 경기 부족한 상황에서 승점 75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기면 우리는 ‘리그 앙’으로 승격한다.”
소쇼에게는 상당히 멀게 느껴졌던 ‘리그 앙’ 승격.
그것이 가깝게 다가왔다.
박규태의 회귀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여기까지 왔고, 재능이 넘치는 젊은 유망주들이 빠르게 포텐을 터뜨렸다.
그래서 박규태는 기대가 되었다.
‘지금의 소쇼가 리그 앙에서는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미래가 달라진 소쇼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는 그것이 진심으로 궁금했다.
선수들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과 소쇼의 스태프들도 딱히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의 말에 선수들이 길게 한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커룸을 나서는 선수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파리 FC의 선수들.
그들의 옆에 소쇼의 선수들이 줄을 섰다.
곧이어 필드에 입장하는 두 팀의 선수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리그 되’ 31라운드 경기! FC소쇼-몽벨리아르와 파리 FC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소쇼는 이번 경기를 꼭 잡고 싶을 것 같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면 자동승격이 확정되는 것이니까요.
-맞습니다. 2013-14시즌 이후로 다시금 ‘리그 앙’의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되는 소쇼이기에 오늘 경기를 꼭 잡아서 승격을 확정 짓고 싶을 겁니다.
-오늘 파리 FC의 포메이션은 4-1-2-3입니다.
-파리 FC의 전술적인 능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전술이죠. 수비할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프레데릭 르루아가 내려앉으면서 5-4-1의 파이브백을 구성하고, 역습이나 공격할 때에 4-3-3처럼 측면의 수적 우위를 이용한 정교한 패스로 득점을 만들어냅니다.
-지난 경기에서는 파리 FC의 윙 포워드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조금은 답답한 공격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삐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소쇼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
파리 FC는 처음부터 라인을 내리며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쇼는 천천히 공을 돌렸다.
빌드업의 중심은 엔조 마이어였지만, 최근에 뛰어난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폴 루크도 필요한 순간에는 엔조 마이어를 대신해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시야가 넓고, 균형감각과 발놀림이 좋은 선수라 강한 압박을 받아도 공을 전개할 능력이 충분했다.
-측면의 엔조 마이어에게 연결되는 공!
-엔조 마이어가 파리 FC의 측면을 파고듭니다.
박규태의 머리만 보고 길게 찔러주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폴 루크라는 새로운 유형의 미드필더가 소쇼에 추가되면서 엔조 마이어가 무조건 크로스를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
돌파를 시도하던 엔조 마이어는 다시금 중앙의 폴 루크에게 공을 연결했고, 그는 반대편 윙어인 뱅상 르노에게 공을 연결했다.
뻥!
긴 패스였음에도 정확도는 상당했다.
뱅상 르노는 여유 있게 공을 잡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경기.
스타드 오귀스트 보날의 잔디는 잔잔하게 물을 머금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가 달려 나가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파바바바밧!
빠르게 측면으로 달려드는 뱅상 르노.
소쇼에서 가장 빠른 주력을 갖춘 그가 달리기 시작하자 파리 FC의 측면 수비수가 막아내지를 못했다.
-빠릅니다! 뱅상 르노!
-어마어마한 주력입니다. 저런 주력을 갖춘 선수가 프랑스에 몇이나 될까요? 대단합니다!
문제는 너무 주력이 빨라서 본인이 그 주력을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큭!”
엉성하게 공을 멈춘 그가 크로스를 올릴 공간을 찾았지만, 잠시 불안한 볼 트래핑으로 시간을 잡아먹는 동안 어느 정도 파리 FC의 수비진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그는 억지로 크로스를 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나 받아라!’
다행히 크로스는 박규태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호르헤 누네즈의 위치를 빠르게 확인한 그가 자리를 잡고 공을 가슴으로 받아냈다.
뒤에서 파리 FC의 수비수가 그를 밀었지만, 박규태는 굳건하게 공을 지키며 다음 동작을 가져갔다.
‘이야……! 날 마크하려고 두 명이 붙은 거야?’
뒤에 한 선수. 그리고 앞쪽에 한 명이 달려오는 모습에 박규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순간적으로 상대를 둘이나 잡아놨다는 것은 다른 선수에게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에 맞춰서 박규태가 공을 슬쩍 옆으로 흘렸다.
-엔조 마이어!!
-공을 잡고 그대로 슈우우우웃!
엔조 마이어는 박규태가 슬쩍 건네준 공을 잡지도 않고 그대로 슈팅으로 가져갔다.
논스톱 슈팅.
공은 휘어서 그대로 골대 상단에 틀어박혔다.
철썩!
골망을 흔드는 공.
와아아아아!
엔조 마이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완벽한 슈팅이었어.”
“좋았어! 이렇게만 하자! 이렇게만!”
“최고였어. 푸스카스상도 기대할 수 있겠는걸?”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 팍이 보여준 어마어마한 슈팅이 더 임팩트가 있었지.”
지금의 선취골은 박규태가 거의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마지막에 보여준 엔조 마이어의 논스톱 슈팅도 극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렇게 1점을 만들어낸 FC 소쇼.
그들은 자동승격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 * *
이후 파리 FC는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포기했다.
1점을 내준 순간부터 그들은 아까보다 훨씬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그들의 패배였으니까.
오늘 경기까지 8경기가 남아 있었고, 강등권과 승점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계속해서 패배를 기록했다가는 강등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파리 FC로서는 승점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최대한 강하게 압박해! 특히 측면에서 중앙으로 볼이 올라갈 수 없게 측면에서는 협력 수비로 막아야 해!”
급히 소리치는 파리 FC의 크리스토프 갈티어 감독.
하지만, 그들의 빈약한 공격력으로는 리그에서 가장 실점이 적은 소쇼의 수비를 뚫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라인을 끌어올린 파리 FC 수비진의 뒷공간을 소쇼가 매섭게 노리기 시작했다.
-엔조 마이어에게 향하는 공, 그리고 엔조 마이어가 호르헤 누네즈에게 공을 연결하고 빠르게 올라갑니다!
-파리 FC! 쉽지 않습니다! 소쇼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그들을 찍어 누르고 있습니다.
선취점으로 기세가 오른 소쇼.
그들은 파리 FC가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호르헤 누네즈는 엔조 마이어에게 패스를 돌려주려는 모션을 가져가다가 ‘휙’하고 몸을 돌려 중앙의 폴 루크에게 공을 연결하고 뛰어 올라갔다.
폴 루크는 그 공을 다시 반대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주력을 보여준 뱅상 르노에게 연결했다.
-뱅상 르노! 이번에도 달립니다!
-빨라요! 파리 FC의 측면이 전혀 그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멈추고 바로 크로스! 아! 한 번 접습니다! 한 번 접고 중앙으로 파고드는 뱅상 르노!
뱅상 르노가 중앙으로 돌파하기 무섭게 파리 FC의 수비진이 빠르게 그의 진로를 막아섰다.
하지만 그는 돌파에 신경 쓰지 않았다.
툭!
짧은 패스.
그 패스는 중앙의 폴 루크와 자리를 바꾼 엔조 마이어의 발에 제대로 걸쳤다.
‘팍? 아니면 호르헤?’
그는 파리 FC의 라인에 붙어서 골을 노리는 두 명의 공격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선택은 조금 더 깊게 들어가는 돌파였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프레데릭 르루아가 급히 그의 앞을 막았지만, 엔조 마이어는 여유롭게 어깨를 밀어 넣으며 그대로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었다.
조금만 더 파고들어서 결정적인 패스를 하려는 순간, 큰 충격이 그를 덮쳤다.
삐이이익!
쓰러진 엔조 마이어가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주심은 거친 태클을 시도한 파리 FC의 수비수인 알로이스 콩페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연히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아! 파리 FC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계속 이어집니다.
-중요한 순간에 페널티킥을 허용합니다.
-아무래도 페널티 키커는 박규태 선수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박규태 선수가 페널티킥을 잘 넣는 선수니까요. 이번 시즌에 6번의 페널티킥 기회 중에서 4골을 넣은 박규태 선수입니다.
-대한의 건아! 박규태 선수! 과연 오늘 경기에서도 득점할 수 있을지!
천천히 공을 놓고 뒤로 물러난 박규태.
그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파리 FC의 골키퍼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소쇼의 홈팬들은 눈을 질끈 감고 기도하고 있었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그가 공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들었다.
뻐엉!
날카롭게 나아가는 공.
골키퍼는 자신이 몸을 날린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공을 보며 실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철썩!
그리고 들려오는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
우아아아아!
PK를 성공시킨 박규태.
그는 스스로가 월드클래스라도 되는 듯이 거만한 표정으로 세레머니를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 국뽕 박규태 선생 #28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