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27화 (27/199)

< 국뽕 박규태 선생 #27 >

“멋진 점프킥이었어.”

소쇼에 복귀한 박규태.

그는 엔조 마이어를 만나자마자 A매치에서 있었던 날아 차기와 관련된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엔조 마이어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박규태가 A매치에서 보여준 모습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하며 자랑했다.

“팍이 갑자기 몸을 날려서 발차기를 선보이는데……. 와! 카타르 녀석이 발라당 뒤로 넘어가는 거 있지?”

“역시…… 팍은 뭔가 달라……!”

“맞아. 한국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선수랑은 뭔가 다른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선수들의 이야기 주제는 박규태의 A매치 골로 시작해서 카타르의 더러운 반칙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주제가 발차기로 바뀌었다.

박규태는 그런 선수들에게 물었다.

“두 유 노 태권도?”

“와! 그건 또 뭐야?”

“아! 나 들어본 적이 있어. 한국의 전통 무술인데, 즐라탄이 즐기던 무술이라고 들었어!”

“와! 우리도 태권도를 배우면 즐라탄처럼 할 수 있는 거야?”

선수들의 반응을 살피던 박규태.

그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태권도를 배우면 즐라탄처럼 몸이 탄탄해지고, 나처럼 골도 잘 넣고, 고장 난 세탁기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만능의 무술이야. 우리 지금부터 배워볼까?”

* * *

이틀 뒤.

소쇼의 공식 미튜브 계정에 선수들이 함께 태권도는 배우는 영상이 올라갔다.

영상에는 선수들이 박규태의 구령에 맞춰서 열심히 태권도를 하는 모습과 박규태가 선수들에게 태권도의 위대함을 설명하는 모습이 나왔다.

거기다 BGM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성악가인 조수민의 ‘Champions’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너와 나 지금 여기에-! 두 손을 마주 잡고!]

-이건 국뽕 치사량이 넘었어……! 못 버티겠어!

-누가 태권도를 배우면 잘생겨진다고 했어? 누구야?

-국뽕 박규태 선생! 이번에는 태권도를 알리다!

-아니……. 형! 태권도라니……!

-설마……. 나중에 택견도 가르칠 생각은 아니지?

-관리자 계정: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으아아아아! 부끄러워! 진짜 너무 부끄러워!

-브금은 또 왜 저거야? ㅠㅠㅠ 국뽕에 미쳤어! 이건 치사량을 넘어서 그냥 미쳤어. 규태야! 정신 차려!

-대환장 파티야. 대환장 파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박규태만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이번 영상이 ‘두 유 노 클럽’에 입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은 확실했다.

고무적인 반응도 있었으니까.

-띠링!

[‘두 유 노 클럽’의 입성에 한 발짝 근접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세요!]

과거에는 단 한 번도 시스템의 독려를 받은 적이 없었던 박규태였다. 그런데 국뽕을 열심히 채우라는 독려를 받았다.

‘으흐흐……! 순조롭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그래,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거기다 경기력도 상당히 좋았다.

3월 27일.

‘스타드 브레스트 29’와 경기.

리그 7위인 브레스트는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5위권에 들어가기 위해서 승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그들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전반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선취골을 넣으면서 정말로 승리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들은 국뽕에 취한 박규태를 막을 수 없었다.

전반 37분.

엔조 마이어가 올려준 크로스에 이단 앞차기 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전반 45분.

골키퍼를 스쳐 지나가는 20m 거리에서 찬 중거리 슛으로 역전을 이끄는 두 번째 골까지 넣었다.

전반전에 폭주하며 스타드 브레스트의 수비진을 뒤흔든 박규태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전에서 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결국은 오랜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팀의 5 대 2 승리를 이끌었다.

[폭주하는 박규태, 브레스트전 해트트릭!]

[체력적 부족? 박규태에게는 비겁한 변명이다!]

[박규태 리그 25, 26, 27호 골 폭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뽕!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폭발적인 공격수, 박규태!]

언론은 국가대표 경기부터 엄청난 이슈를 몰고 다니는 박규태의 활약에 미친 듯이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금씩 박규태를 ‘두 유 노 클럽’에 입성시켜야 한다는 말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국뽕 박규태 선생님! 그렇게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하고 싶은 겁니까?

-애국자야……. 진정한 애국자!

-그 파김치 워리어 만드는데, 1억 원이 들었는데……. 차라리 그 1억 원 박규태에게 주고 국뽕으로 미튜브 영상이나 찍게 해라. 그게 훨씬 나라를 알리는 데 유용하겠다.

제대로 물이 오른 박규태.

그가 자신의 기사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과거와 다르게 이번에는 ‘두 유 노 클럽’의 입성이 가능할 것 같았다.

* * *

‘국뽕’이라는 부분 때문에 묻힌 것이 있었는데, 박규태는 한국보다는 해외에서 더 평가가 좋았다.

특히나 ‘리그 되’에서 27골을 넣은 퍼포먼스는 그 어떤 공격수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퍼포먼스였으니까.

그런데도 박규태에게 빅클럽들의 관심이 조금 부족한 이유는 첫 번째로 ‘병역’이 문제였고, 두 번째는 빅클럽들이 아직은 박규태의 활약을 ‘플루크’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아시아인이라는 작은 편견까지.

그렇다고 아예 그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세상에 공격수가 많아도 두 자릿수의 골을 넣는 공격수는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수 있는 자원이었다.

비록 프랑스 2부리그였지만, 리그 27골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큰 기록이었다.

“팍……!”

그리고 소쇼의 스타드 오귀스트 보날을 찾은 울브스의 게리 굿차일드가 필드에 입장하는 박규태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 원더러스.

줄여서 ‘울브스.’

그들에게 있어서 박규태는 살펴볼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특히나 팀의 최전방 공격수였던 황지찬이 서른에 접어들면서 기량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그의 대체자로 데려온 대니얼 캘버트가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시즌 리그 8위로 유로파 진출까지 실패한 그들은 최전방을 책임질 공격수가 필요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선수가 박규태였다.

‘EPL에서 첼시랑 아스날, 두 팀만 팍에게 작은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럴 때 팍과 같은 유망주를 우리 쪽으로 데려와야 한다.’

삐이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선수들이 움직였다.

리그 30라운드.

3월의 마지막 경기.

소쇼의 상대는 ‘GFCO 아작시오’였다.

아작시오는 최근에 미친 듯한 활약을 보여주는 박규태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면서 역습을 노렸다.

수비진을 끌어올리고, 아작시오를 전방위로 강하게 압박하던 소쇼는 그런 역습에 자주 뒷공간을 허용했다.

‘엔조 마이어? 저 친구도 나쁘지 않군.’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최전방의 박규태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는 엔조 마이어를 보면서 울브스의 스카우트인 게리 굿차일드는 나쁘지 않게 평가했다.

‘아스날에서 데려온 알렉스 이워비가 나이를 먹어서 폼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저 친구를 데려와서 키워도 나쁘지 않겠어.’

소쇼의 나쁘지 않은 경기력.

하지만 경기력이 좋다고 선취점을 먼저 만들 수 있는 것이 축구는 아니었다.

전반 22분.

아작시오의 역습에 선취점을 내준 소쇼.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뒷공간으로 절묘하게 넘어온 패스에 실점했음에도 전술을 변경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전반전 34분에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시작은 당연히 엔조 마이어였다.

이번 시즌 16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리그 되’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였다.

그 뒤를 예전 동료였던 아바마라 응게산이 바짝 쫓았지만, 겨울에 스포르팅 히혼으로 이적하면서 라이벌도 사라졌다.

덕분에 리그 도움 1위는 엔조 마이어가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었다.

뻐엉!

길고 높은 패스.

하지만 그 어떤 패스보다 최전방에 있는 공격수가 원하는 패스가 날아들었고, 박규태는 그 패스를 가슴으로 받아냈다.

그리고 수비수를 등지고 있다가 ‘휙!’하고 턴을 돌며 드리블로 아작시오의 수비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예전보다 조금은 능숙해진 드리블.

거기다 더 발전한 피지컬은 아작시오의 수비진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슈팅 각도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골이 나올 확률은 매우 낮았다.

게리 굿차일드도 그렇게 생각했다.

‘힘들어. 각도가 너무 좋지 않아.’

슈팅을 가져가도 넣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박규태는 달랐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슈팅을 가져가면서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은 그의 슈팅이 아름답게 감기며 골대 구석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와아아아아아아!

관중석이 들썩였다.

그리고 박규태가 관중석으로 달려들었다.

“주-모우!”

주-모우우우우!

특유의 세레머니로 팬들과 기쁨을 나누는 박규태를 보면서 게리 굿차일드는 스타성에도 나쁘지 않은 점수를 주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지만, 사실 그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슈팅을 할 수 있지?’

마치 전성기의 수아레즈를 보는 것 같았다.

어려운 각도에서 나온 슈팅을 완벽하게 넣었다.

그렇게 전반전이 끝나고, 금방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아작시오는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반짝 역습으로 소쇼의 뒷공간을 제대로 노렸다.

철썩!

후반전 2분 만에 터진 골.

너무나도 뼈아픈 실점이었다.

점수를 내주면서 다시 2 대 1로 끌려가는 상황이 된 소쇼.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박규태를 더욱 최전방으로 올리고 벤자민 몽맹을 빼고 발이 빠른 공격수인 호르헤 누네즈를 투입했다.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뻥축구.

4-4-2에서 뛰어난 타겟터와 발이 빠른 공격수가 보여주는 시너지는 단순했지만, 통하면 그것만큼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그리고 아작시오는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꺼낸 뻥축구에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33분.

기어코 소쇼가 다시 따라잡는 골을 넣었다.

이번에도 박규태였다.

풀백인 미카엘 파리스가 올린 크로스를 잡아서 잘 지켜낸 박규태가 호르헤 누네즈에게 연결했다.

그리고 호르헤 누네즈는 자신 있게 슈팅을 가져갔다.

아작시오의 골키퍼가 환상적인 펀칭으로 날카로운 슈팅을 막았지만, 세컨볼이 박규태의 앞에 떨어지면서 결국 실점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 대 2 동점 상황.

하지만 이제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게리 굿차일드도 조용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끝났군. 여기서 점수가 더 나오기는 힘들겠어.’

선수들의 움직임도 아까와는 달랐다.

아작시오는 물론이고 소쇼의 선수들도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조금은 플레이가 느슨해졌다.

후반 45분이 지나고, 추가시간이 3분 주어졌다.

모두가 기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

그 순간에 박규태가 기회를 잡았다.

아니, 정확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박규태의 집중력이 굉장했다.

자신을 막으러 오는 아작시오의 수비진이 느리게 보이는 것 같았고, 그는 정말로 날렵하게 드리블을 하면서 공을 지켰다.

공을 옆으로 옮기는 간단한 개인기로 수비수를 한 명 제친 박규태가 미친 듯이 달려서 아작시오의 수비진 사이를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터진 환상적인 플레이.

소쇼의 홈팬들이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우아아아아아아!

박규태는 강인한 육체와 단순한 드리블로 기어코 기회를 만들었고, 이제 슈팅을 가져가면 되는 상황까지 찾아왔다.

중계진은 아마도 박규태의 이름을 부르짖을 것이다.

이제 선택을 하면 되는 상황.

박규태는 부드럽게 왼발을 움직였다.

허겁지겁 튀어나오는 골키퍼의 머리를 넘기는 감각적인 칩슛이 그의 발을 떠났다.

툭!

모두의 시선이 공중으로 ‘둥’ 떠오른 공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공이 골대에 살포시 안착하는 순간.

우아아아아아아아!

소쇼의 관중들이 광란에 빠졌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칩슛이었다.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마지막 방점이었고, 2 대 2 무승부로 끝날 상황을 소쇼의 승리로 끌고 오는 환상적인 결승골이었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얼마나 기뻤는지, 그동안 잘 하지 않았던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소리쳤다.

“웨얼 이즈 빅클럽!!!!”

자신을 보러오지 않은 빅클럽들에게 향하는 그의 외침에 소쇼의 팬들이 더욱 거대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27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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