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26화 (26/199)

< 국뽕 박규태 선생 #26 >

1 대 1.

카타르는 후반전이 시작되고 실점을 허용하자 어떻게든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기 위해 더 내려앉았다.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한 텐백이었다.

동시에 침대 축구와 거친 태클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 카타르 너무 거친 플레이!

-손형민 선수가 발목을 잡고 쓰러집니다.

-이건 너무 비신사적인 행동이죠.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상황이었다.

박규태는 눈을 찌푸렸다.

‘이러다가 이강민 선배도 다치는 거 아니야?’

그의 국뽕을 위해서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해야 할 이강민이 카타르와 친선경기에서 다친다?

첫 번째 시련은 물론이고, 병역특례와 ‘두 유 노 클럽’의 입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회귀 전의 이강민은 오늘 경기에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박규태는 최근에 그의 주변 인물의 미래가 바뀐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에 걱정이 절로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계속해서 거칠어집니다.

-선수들이 필드에 눕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후반전이 이제 15분 정도 지나고 있습니다.

후반전도 15분이 조금 지나가는 상황.

박규태는 측면으로 걷어내는 공을 머리로 받았다. 그리고 자신을 마크하는 카타르의 좌측 풀백을 손으로 살짝 밀면서 견제를 했다.

“개 같은 자식!”

영어로 자신을 욕하는 풀백을 무시하고 박규태는 공을 가지고 카타르의 측면을 계속 달렸다.

투박한 플레이였는데도 카타르는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측면 돌파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 카타르의 좌측면을 제대로 흔들고 있습니다. 빠릅니다! 그리고 단단합니다!

-중앙에 있는 이강민에게 패스!

-이강민의 슛!

대애앵!

골대 위를 맞고 넘어간 공.

이강민이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박규태도 점점 자신의 활동량을 늘리며 카타르의 좌측면뿐만 아니라 중앙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박규태가 들어오면서 좌측면으로 걷어내는 공이 오히려 역습의 기점이 되었다.

거기다 박규태가 카타르의 좌측 풀백을 완전히 눌러버리면서 카타르의 텐백에도 공간이 생겼다.

뱅상 엘라즈 감독은 그것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박규태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은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와이드 타겟맨’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박규태도 측면에서 움직이는 부분에 있어서 불편한 점이 없었다.

오히려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는 느낌이었다.

-박규태! 이번에도 경합에서 이겨냅니다!

-카타르의 좌측 풀백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장의 차이도 그렇지만, 박규태 선수가 몸싸움이나 주력도 그리 부족한 선수가 아니거든요?

-맞습니다! 이번에도 돌파하면서 이강민 선수에게 짧은 패스를 내어주고 중앙으로 돌아 들어갑니다!

중앙으로 돌아 들어가기 무섭게 이강민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그의 머리를 향해 올라왔다.

“흡!”

팔꿈치로 가슴을 가격하는 카타르의 중앙 수비수에게 박규태는 오버헤드킥으로 응수했다.

퍼억!

“아아아악!”

박규태의 발이 얼굴을 제대로 때렸다.

하지만 주심은 그저 플레이 상황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얼굴을 붙잡고 쓰러진 카타르의 수비수에게 박규태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회귀 전에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동팀을 상대할 때 그가 자주 쓰던 아랍어를 내뱉었다.

“ لا القرف. الكلبة مجنون.”

그 말을 듣고 발끈하는 수비수.

그가 일어나면서 박규태를 살짝 밀었다.

“이봐! 뭐 하는 거야?”

주심이 그 모습을 보고 카타르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뭔가 심한 말을 했나?”

“아니요.”

주심은 호주 출신이었기에 아랍어를 몰랐고, 박규태도 뻔뻔한 얼굴을 유지해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주심, 저 친구가 얼굴을 맞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흥분한 것 같아요.”

물론, 박규태는 영어로 깐죽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그에게 이강민이 슬쩍 붙었다.

“아랍어도 할 줄 알아?”

“욕만 조금 할 줄 알아요.”

“무슨 말을 했기에 저렇게 화를 내?”

“미친 새끼야, 똥 싸지 마.”

“진짜야?”

“비슷한 의미예요.”

이강민은 박규태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규태는 카타르의 중앙 수비수를 노려봤다.

‘이강민 선배를 상대로 어디서 스터드를 들어 올린 태클을 하고 있어. 이런 십(Sheep)새끼가!’

만약 저러고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이번에는 노골적인 반칙도 거침없이 시도할 생각이 있었다.

그에게 국가대표 경기는 중요했다.

군대와 국뽕이 걸려 있었으니까.

정확히는 ‘목숨’이 걸려 있었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이강민이 조금이라도 다쳐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면, 박규태는 카타르의 선수를 향해 에릭 칸토나의 쿵푸킥을 날릴 각오까지 했다.

다시 시작된 경기.

박규태의 거친 플레이에 카타르의 수비진이 아까보다는 순한 양이 되었다.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박규태는 거친 몸싸움으로 카타르의 수비진이 조금 더러운 플레이를 할 때마다 응징했다.

촤아아악!

카타르의 거친 태클을 피한 박규태.

그가 공을 잡고 빠르게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가 움직이면서 저절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가볍게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강민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10번! 10번을 막아!”

“라인 간격을 맞춰!”

오늘 대한민국의 모든 공격은 오른쪽에서 풀렸기에 카타르의 선수들은 박규태와 이강민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공을 잡은 이강민은 그것을 잘 활용했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왼쪽 측면.

그곳을 향해 그가 패스를 찔렀다.

그리고 그 위치에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공격수, 손형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손형민!! 공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오른발 슛!

-고오오오오올!

-2 대 1로 대한민국이 역전에 성공합니다!

-상대적으로 오늘 안 풀렸던 것이 대한민국의 왼쪽 측면이거든요? 그래서 카타르의 오른쪽 측면 수비수가 조금은 손형민 선수를 자유롭게 놔둔 것 같습니다.

-손형민! ‘형민존’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이었습니다. 정말 멋진 궤적의 슈팅이었어요.

-날카로운 패스를 내어준 이강민 선수도 좋았지만, 오늘 카타르의 왼쪽 측면을 붕괴시키고 있는 박규태 선수가 가장 칭찬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후반 36분에 터진 골.

대한민국 선수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전반전에 지지부진했던 경기와 다르게 후반전에는 상대의 수비진을 흔들고, 기어코 2골을 만들었으니까.

반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없었던 카타르의 선수들은 박규태의 응징에도 점점 거칠어졌다.

‘이강민 선배를 좀 빼주지?’

아까부터 강한 견제를 당하는 이강민.

박규태는 힐끗 벤치를 살폈지만, 뱅상 엘라즈 감독과 다른 스태프들은 딱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후반전 45분이 끝났다.

추가시간은 꽤 길다고 볼 수 있는 6분이 주어졌다.

‘이래서 중동팀이랑 경기하면 피곤해.’

기본적으로 추가시간이 길어지니까.

그때였다.

브라질에서 귀화한 에드미우송 주니오르가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화가 잔뜩 났는지, 이강민이 공을 잡기 무섭게 뒤에서 백태클을 시도했다.

삐이이익!

“아아아아악!”

발목을 잡고 쓰러진 이강민.

-아! 에드미우송 주니오르! 이건 너무 심한 반칙이죠!

-주심이 그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레드카드죠! 저건 레드카드를 받아도 마땅하죠.

옐로카드를 받고 뻔뻔한 표정으로 자신은 죄가 없다며 주심에게 항의하는 에드미우송 주니오르에게 무엇인가 거대한 그림자가 날아들었다.

퍼어어억!

“으아악!”

“뭐야!”

“말려! 말려!”

삐이이이익!

주심이 반응하기 전에 박규태가 몸을 날려 그대로 에릭 칸토나의 쿵푸킥을 에드미우송 주니오르에게 날렸다.

화가 잔뜩 난 박규태의 킥은 정확히 그를 타격했고, 에드미우송 주니오르는 필드에 한 바퀴 굴렀다.

정신을 못 차리는 에드미우송 주니오르.

그에게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진 박규태가 영어로 욕을 내뱉으며 황소같이 달려들자, 카타르의 선수들이 겁을 먹고 급히 그의 앞을 막았다.

-박규태 선수! 진정해야 합니다!

-이강민 선수가 다치는 모습을 보자마자 화가 난 것 같아요. 그래도 저렇게 흥분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습니다.

-황소처럼 저돌적으로 들이미니까, 카타르의 선수들이 쩔쩔매고 있습니다. 진정해야 합니다! 박규태 선수!

야유를 쏟던 관중들도 순간 당황했는지 어수선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혼란스럽던 상황이 조금 정리되고, 박규태는 레드카드를 받고 필드를 빠져나갔다.

다행히 이강민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리고 에드미우송 주니오르는 퇴장당하는 박규태에게 주먹 감자를 날리다가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그렇게 한 명씩 빠진 두 팀이 남은 추가시간을 어영부영 넘기고서 경기를 끝냈다.

* * *

[대한민국, 카타르를 상대로 2 대 1 역전승!]

[너무나도 거칠었던 경기. 축구가 아닌 격투기였다.]

[살람 알 타니 감독, “한국의 20번을 축구계에서 영원히 쫓아내야 한다. 그는 축구선수가 아니다.”]

[발렌시아 관계자, “한국의 20번이 축구계에서 쫓겨나면, 카타르는 축구를 영영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뱅상 엘라즈 감독, “카타르 선수들. 솔직히 너무 거칠었어.”]

[박규태, “다음에도 상대 팀이 우리 팀을 노리는 악의적인 반칙을 시도한다면, 쿵푸킥이 아니라 김치로 귀싸대기를 때려버릴 것.”]

[박규태, 윙 포워드로서 완벽한 활약! 하지만 퇴장이라는 옥에 티가 아쉽다!]

[FIFA, 박규태에게 A매치 3경기 출장정지 징계.]

-‘길룡타’에 이어서 ‘규태각’이라니…….

-아아……! 그는 신이야! 김치 펀치! 김치 펀치!

-진짜……. 경기력도 시원하고, 쿵푸킥도 시원하더라.

-카타르 새끼들. 진짜 거칠게 하다가 진짜 거침없는 김치 펀치님에게 쩨트킥 얻어맞고 경련 일으키네. ㅋㅋㅋ엌ㅋㅋ

-주-모우우우우우우! 중동팀 상대로 이제 무섭지 않다! 우리에게는 김치 펀치님이 계신다!

-으아아아! 김치 펀치!! 김치 펀치! 당신은 신입니다!!

-에드미우송 주니오르? 브라질 국가대표 3군도 못 들어서 카타르로 귀화한 새끼가……. 어디서 순수혈통 대한민국의 건아 국뽕 박규태 선생님에게 덤비지?

-아아……. 국뽕 박규태 선생! 당신은 신이야!

-시원한 쿵푸킥도 좋았지만…… 경기력 미쳤다.

-ㅇㅇ, 전성기 시절의 만주키치 느낌이었다. 와이드 타겟맨으로 진짜 미친 활약을 보여줌.

-이걸로 뱅상 엘라즈 감독의 4-2-3-1에서 이강민에게 향하는 과도한 압박이 줄어들 수 있음. 진짜 후반전에는 박규태가 전술의 핵심이었다.

“타박상이요?”

박규태는 스태프를 통해서 이강민이 타박상으로 일주일만 쉬면 된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여러 선배에게 꾸중을 들었지만, 박규태가 거친 플레이를 하는 카타르의 선수들을 상대로 한국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을 알았기에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겉돌던 박규태가 더 확실하게 대한민국이라는 팀에 소속된 것 같았다.

물론, 그 의미와 다르게 박규태는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이어서 그렇게 과하게 반응했을 뿐이었다.

“진짜…… 카타르 개자식들. 내 ‘두 유 노 클럽’ 입성을 방해하려고 환장했나. 나중에 만나면 그때는 쿵푸킥이 아니라 해트트릭으로 요절을 내주마.”

누군가는 국뽕이라는 요소에 집착하는 그를 우습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진짜…… ‘두 유 노 클럽’에 입성만 해봐. 일찍 은퇴하고 미친 듯이 광고를 찍고서 그 돈으로 펜트하우스 사서 떵떵거리면서 살 거니까.”

그렇게 다짐하는 박규태.

그가 프랑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 국뽕 박규태 선생 #26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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