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24화 (24/199)

< 국뽕 박규태 선생 #24 >

스트라스부르전을 2 대 0으로 잡아낸 소쇼.

다른 컵 대회에서 진 것과는 반대로 리그에서 그들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승수를 쌓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길 수 없었다. 스쿼드가 얇은 팀이었으니까.

결국에는 소쇼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 시작은 2월 6일.

로데즈와의 경기에서 시작되었다.

엔조 마이어와 소피안 다함이 가벼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로데즈전을 치른 소쇼.

덕분에 박규태에게 향하는 질 좋은 패스가 사라지면서 공격진에서 무엇인가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오랜만에 소쇼가 0 대 0, 무승부로 경기를 끝냅니다.

-두 팀의 공격수가 상당히 무력했습니다.

-아쉽네요.

결국, 무승부로 끝난 경기.

하지만 한동안 무승부는 계속 이어졌다.

로데즈전 다음 경기인 2월 14일.

FC 메스와 경기.

새롭게 팀에 합류한 미드필더인 루카스 토로가 선취점을 만들었지만, 메스의 공격수에게 후반 22분에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1 대 1로 비겼다.

2월 20일.

로리앙과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주장인 소피안 다함이 멀티 골을 기록했지만, 상대 팀의 공격수가 후반 35분과 44분에 골을 터뜨리면서 비겼다.

단 하나의 승리도 거둘 수 없었다.

3경기 3무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1, 소쇼. 승점 65점.

25경기 19승 5무 1패.

2, 르 아브르. 승점 51점.

25경기 15승 6무 5패.

3, 낭시. 승점 44점.

25경기 12승 8무 6패.

그나마 초반에 승점을 많이 쌓았고, 르 아브르가 최근에 패배를 기록하면서 아직도 승점 차이는 꽤 되는 상황.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승점이지만, 소쇼의 팬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요즘 팍이 슬럼프인 것 같아.”

“최근 3경기에서 1도움이라니……. 역시 체력적으로 지친 건가?”

“지쳤겠지. 1월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경기를 쉬지 않고 선발로 뛰었으니까. 거기다 팍이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20살도 안 된 친구야.”

“그래, 이 정도면 충분히 몸값은 했지.”

“몸값을 했다고? 저 정도면 그냥 미친 활약이지!”

소쇼의 팬들은 박규태가 금방 슬럼프를 벗어날 것이라 그렇게 믿었다.

박규태도 골을 넣지 못하는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공격수가 항상 골을 넣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조금은 답답한 2월을 보내고 있는 상황.

박규태는 뜻밖의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

너무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미래가 바뀌었다.

그것도 가까운 사람의 미래가 바뀌었다.

“그러니까…… 결혼한다고?”

모태솔로인 삼촌이 여자친구를 데려왔다.

그것도 한국인도 아닌 프랑스인을.

거기다 이쁘다.

박규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삼촌을 바라보다가 두 눈을 다시 비볐다.

미녀와 야수의 비주얼을 갖춘 두 사람을 보고 박규태가 침을 꿀꺽 삼켰다.

“삼촌……. 범죄는 나쁜 거야.”

“엿 먹어.”

이번에는 박규태가 삼촌의 애인이자 아내가 될 여성인 ‘마를렌’에게 물었다.

“삼촌의 어떤 점이 좋아요?”

“잘생겼어요.”

“삼촌, 분명히 다단계나 사기일 확률이 높아.”

“죽여 버린다.”

농담이기는 했지만, 조금은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삼촌은 숙맥이었고, 연애와 결혼은 다르니까.

진짜로 사기를 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두 사람과 깊게 이야기를 나누던 박규태는 두 사람이 진짜로 서로를 사랑하고 결혼까지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 놀라운 얘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속도위반이라고요?”

박규태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삼촌은 그가 알던 모태솔로가 아니었다.

‘이제 나만 솔로야?’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 * *

2월 27일.

2월의 마지막 경기.

라싱 클럽 랑스와의 경기를 위해서 원정을 떠났다.

소쇼는 최근에 3경기 연속으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번 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꼭 거두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랑스러운 두 명의 한국인 선수가 필드에 입장합니다.

-이번 겨울에 경남에서 랑스로 이적한 김민석 선수죠? 빠른 발을 갖춘 중앙 수비수로 경남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건 미래가 바뀌지 않았네.’

박규태는 김민석을 힐끗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현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의 주전 수비수로 낙점이 된 선수였고,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보여주면서 결국에는 미래에 성인대표팀에도 합류하게 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김민석과 눈을 마주친 박규태.

가볍게 눈인사를 한 두 사람.

그 장면을 중계진은 놓치지 않았다.

-역시! 타국에서는 저렇게 같은 국적의 선수를 만나면…… 그 찡한 감동이라는 게 있거든요.

-맞습니다. 그러고 보니 장진철 해설위원도 외국에서 뛸 때가 있었죠?

-네, 그때 손형민 선수가 독일에서 뛸 시절인데……. 그때 프라이부르크에서 뛰었었죠.

두 선수가 마주 보는 장면을 보면서 몇몇 한국 팬들은 묘한 감흥을 느꼈지만, 박규태는 김민석을 그리 좋지 않게 봤다.

그는 인격부터가 글러 먹었으니까.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박규태는 랑스의 수비진에 붙었다.

그 순간 한국말이 들려왔다.

“선배한테 눈인사로 퉁치네. 와,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개념이 없지? 원래 경기 시작하기 30분 전에 찾아와서 90도 인사하는 게 예의 아니냐? 진짜 이강민 선배가 편하게 풀어주니까, 미쳤나.”

“…….”

“어쭈, 선배가 말하는데 대답 안 하냐?”

박규태는 무시했다. 어차피 오래 볼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아시안게임 이후 지금의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성인대표팀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진짜…… 개념 없네. 야! 내 쪽으로 돌파 시도하면 대표팀에 가서 집합이다. 알겠냐?”

프로에서 봐주는 게 어디 있을까.

김민석도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박규태가 심리적인 압박을 받으라고 저렇게 지저분한 말을 계속 내뱉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육체는 이제 20살에 접어든 상태였지만, 정신은 서른 중반의 아저씨가 들어가 있었으니까.

오히려 박규태는 김민석에게 말을 돌려줬다.

“아……. 쫑알쫑알 시끄럽네.”

“뭐?”

“입 닫고 경기합시다. 입이 쓰레기통도 아니고, 입만 열면 쓰레기 냄새가 튀어나와서 힘들어 죽겠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살짝 화가 난 표정의 김민석.

하지만 박규태는 그를 몸으로 밀어내고 높게 올라온 공을 잡아냈다.

퍼억!

“커억!”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강한 피지컬이었다.

김민석은 박규태가 걸어온 몸싸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필드에 넘어졌다.

그 사이에 공을 받아낸 박규태는 벤자민 몽맹을 대신해서 선발로 나선 호르헤 누네즈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 기회를 호르헤 누네즈는 놓치지 않았다.

-고오오오올!

-전반 3분 만에 터진 골!

-김민석 선수가 박규태 선수를 막지 못하면서 좋은 기회를 허용했고, 박규태 선수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호르헤 누네즈 선수에게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1 대 0으로 앞서나가는 소쇼! 랑스에게는 좋지 못한 소식이 전반전 3분 만에 터졌습니다.

얼굴을 팍 찌푸린 김민석이 일어났다.

오늘 호흡을 맞추는 또 다른 중앙 수비수인 크리스토퍼 줄리앙이 김민석을 타박했다.

“킴! 집중해! 상대는 ‘리그 되’ 최고의 공격수라고!”

“미안.”

어설픈 불어로 사과한 김민석.

그는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만회할 기회는 없었다.

감독의 지시로 크리스토퍼 줄리앙과 자리를 바꾸었다. 크리스토퍼 줄리앙이 박규태를 마크하게 되었으니까.

-1 대 0으로 앞서 나가는 소쇼!

-전반전부터 소쇼가 랑스를 압박합니다.

-박규태 선수를 마크한 것은 미스매치였네요. 김민석 선수가 몸싸움은 조금 약한 편입니다.

-맞습니다. 그래도 중앙 수비수라기에는 발이 빠른 편이거든요? 주력이 좋은 호르헤 누네즈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경기.

전반전 20분이 지나가는 시간 동안 크리스토퍼 줄리앙은 뛰어난 피지컬로 박규태를 잘 막아내고 있었다.

박규태는 크리스토퍼 줄리앙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 피지컬은 진짜 답이 없네.’

대단한 피지컬이었다. 부실한 김민석과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박규태는 걱정하지 않았다.

시즌을 보내면서 경험이 더 쌓이고, 육체적으로 탄탄한 성장을 거두었다.

전반기와 전혀 다른 선수가 된 박규태는 크리스토퍼 줄리앙을 상대로 결코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공중볼을 잡았습니다!

-크리스토퍼 줄리앙 선수에게 결코 피지컬로 밀리지 않는 박규태 선수입니다!

-박규태 선수는 전반기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보다 확실히 성장한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박규태의 활약에 활기가 붙은 중계.

최근 3경기 동안 무승부를 하면서 경기의 재미도 없었고, 박규태도 그리 큰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리그 되’의 시청률이 조금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 움직임은 지난 3경기와 달랐다.

뭔가 골을 넣을 것 같은 분위기.

그런 것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박규태.

그가 살짝 내려와서 공을 잡았다. 그의 주변에는 두 명의 상대 팀 선수가 막고 있었다.

거기다 얼빠진 김민석도 조금 먼 거리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뚫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자신을 막는 두 선수를 밀어내면서 돌파하기 시작했다.

“우우웃!”

“젠장! 무슨 탱크야?”

한 명을 뚫고 달려가자 그를 마크하는 크리스토퍼 줄리앙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박규태가 빠르게 팀의 우측 윙어인 뱅상 르노에게 공을 찔러 넣고 중앙으로 달려들었다.

크리스토퍼 줄리앙은 다시 박규태를 쫓으려고 했지만, 박규태와 호르헤 누네즈가 자리를 바꾸자 어쩔 수 없이 거리가 가까운 호르헤 누네즈를 쫓을 수밖에 없었다.

호르헤 누네즈가 더 위협적인 위치에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김민석과 박규태가 높게 들어오는 크로스에 반응해서 공중볼 경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타이밍이 늦은 크로스가 올라왔다는 점이었다.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없었다.

박규태는 자신이 공을 처리하기보다는 뒤에 있는 선수가 처리하기 편하게 쓱 공을 피했다.

-공중볼 경합!

-호르헤 누네즈의 멋진 헤딩이었는데요. 이게 크리스토퍼 줄리앙 선수의 발에 맞고 라인을 벗어납니다.

-아! 코너킥이 선언되었습니다.

코너킥이 올라오기 전에 박규태는 크리스토퍼 줄리앙과 김민석의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네가 리그 되에서 골을 잘 넣어도, 두 수비수 사이에서 골을 넣을 수는 없을 거야.”

김민석이 내뱉은 말에 박규태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수비하기도 바쁠 텐데, 저렇게 수다도 떨 수 있다니.

저것도 능력은 능력일 것이다.

코너킥을 올리기 위해 자리를 잡은 선수들.

엔조 마이어가 숨을 크게 내뱉고 손을 들어 올렸다.

삐이익!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채찍처럼 휘는 낮은 코너킥.

박규태는 크리스토퍼 줄리앙의 뒤에 자리를 잡다가 ‘휙’하고 그를 밀어내고는 빠르게 공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공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를 마크하던 김민석이 그의 유니폼을 잡았음에도 그의 움직임을 전혀 방해하지 못했다.

-박규태!! 다이빙 헤더!

-고오오오오올!

-몸을 아끼지 않는 박규태가 다시 골을 넣기 시작합니다!

-오늘 경기 1골 1도움! 그가 돌아왔습니다! 주-모우!

주-모우우우!

이제는 박규태가 소리치지 않아도 팬들이 알아서 그의 시그니처와 다름이 없는 ‘주-모우!’를 외쳤다.

세레머니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박규태.

그가 김민석을 보며 양팔을 벌리고는 소리쳤다.

“웰컴 투 리그 되!”

< 국뽕 박규태 선생 #24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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