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22 >
[FC소쇼-몽벨리아르! 혈투 끝에 스타드 렌 잡고 ‘쿠페 데 라 리그’ 4강 진출!]
[연장으로 가는 동점골! 박규태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
[동점골과 경기 MVP까지 싹 쓸어버린 박규태!]
[박규태 vs 알베르토 뤼디거의 승부! 박규태의 판정승!]
[“이것이 김치 파워!” 동료 엔조 마이어의 인터뷰 화제!]
-으어어어 국뽕이 터진다!
-주모! 주모!! 뭐야? 주모 어디 갔어?
-1325411호 주모 실신……! 밀려오는 국뽕 홀로 감당할 수 없어!
-대단하다. 저런 거 보면 확실히 유럽에서도 통할 것 같은데? 진짜 투박한 발기술만 발전시키면 완성체다.
-이번 동아시안컵에 왜 안 불렀냐? 공격수들 완전 엉망이던데; 박규태였으면 1승 2무가 아니라 3승 했겠다.
-ㅋㅋㅋㅋㅋ 황지찬도 1골이 전부였지. 북한전 빼고는 중국이랑 일본전에서 버로우탐 ㅋㅋㅋ
-이강민 하드캐리 아니었으면……. 국대 애들 수영해서 복귀했어야 함. 진짜 공격수가 너무 극혐이더라 ㅋㅋㅋ
-풀백도 좀 문제가 많더라.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2월 초에 월드컵 조 추첨에서 스페인과 코스타리카와 함께 O조에 묶인 대한민국이었기에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런 상황에서 12월 말에 치러진 동아시안컵에서 공격수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덕분에 박규태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어쩌면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될 수도 있겠는데.’
달갑지는 않았다.
2026 월드컵에서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 떨어지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이강민을 제외한 모두가 오합지졸이 되어서 흔들렸고, 스페인은 물론이고 코스타리카도 잡지 못하고 탈락한다.
더 큰 문제는 수비진이었다.
‘하필이면 수비진의 핵심들이 모두 부상으로 떨어지면서……. 수비진을 국가대표 2군은 물론이고 3군까지 끌어다 썼지.’
공격수도 문제였다. 골을 못 넣었으니까.
황지찬은 골을 잘 넣는 공격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다른 공격수들은 그리 수준이 높지 않았다.
‘내가 그 엔트리에 포함이 된다면…… 뭔가 변할 수 있을까?’
변화는 있겠지만, 그리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기껏 해야 32강이나 16강까지 진출하겠지.
바뀌더라도 아시안게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강민이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부분을 잘 생각하면, 결국에는 월드컵에서 체력을 많이 소비하지 않아서였으니까.
‘그건 신경 쓰지 말고……. 일단은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겠지.’
버스에서 내린 그가 구단 훈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구단의 주차장을 지나갔다.
그때 그의 눈에 엔조 마이어와 한 동양인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뭐지?’
마침 이야기가 끝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차에서 내리는 엔조 마이어에게 박규태가 다가갔다.
“엔조, 좋은 아침.”
“팍도 좋은 아침이야.”
그는 환하게 웃으며 박규태를 반겼다.
조용히 엔조 마이어를 살피던 박규태가 바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물었다.
“그런데 아까 그 사람은 누구야?”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데?”
“기자? 인터뷰라도 했어?”
“아…… 별 내용은 아니었는데……. 그 한국을 아느냐고 물었고, 김치도 아느냐고 묻고, 두 유 노 쏴이……, 두 유 노 파이커, 엄청 많이 물어보더라고.”
“…….”
“그래도 꽤 유익한 인터뷰였어.”
“그래?”
본인이 만족한다니 뭐라 할 말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기자라고 보기 힘든 ‘기레기’들이 설치지 못하게 뭔가 방법을 떠올려야겠다고 박규태는 생각했다.
그렇게 라커룸에 들어선 두 사람.
그들의 눈앞에는 한국에서 보내준 선물들이 가득했다.
특히나 박규태와 엔조 마이어의 라커룸 앞에 꽤 많은 선물이 쌓여 있었다.
“오! 선물 왔다!”
“이게…… 한국 팬들이 보내준 선물!”
벤자민 몽맹은 한국 팬들에게 선물세례를 받은 엔조 마이어를 보면서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반기에 탐욕의 모든 것을 보여준 그는 한국 팬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선물이 조금 적었다.
반대로 박규태의 득점에 매 경기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엔조 마이어는 선물이 상당했다.
“팍! 도대체 이건 뭐지?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려!”
엔조 마이어의 호들갑에 박규태가 씩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아! 그거? ‘몽쉐르통통’이라고, 초코파이류 과자야.”
“진짜 맛있어! 굉장해!”
박규태는 소쇼의 순박한 선수들에게 다른 선물을 꺼내서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물건들을 소개할 때마다 소쇼의 선수들은 생일날에 선물을 받은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하지만 그 즐거움도 잠깐이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라커룸에 들어섰고, 선수들의 눈빛도 아까와 다르게 비장함이 서렸다.
“이틀 뒤에 리그 20라운드, 르 아브르와 경기가 있다. 모두 그 중요함을 잘 알고 있겠지. 리그 2위인 르 아브르와의 경기에서 이기게 된다면 승점을 크게 벌릴 수 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
“거기다 어제 ‘쿠페 데 라 리그’ 4강전의 상대도 정해졌지. 생테티엔이나 리옹이 걸렸으면 좋았겠지만…… 파리 생제르맹이 걸리면서 결승 구경은 거의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지.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르 아브르를 상대하고, 한 경기 건너서 PSG와 경기도 있었다.
모든 경기가 중요했다.
그리고 상당히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최근에 한국에서 선물이 왔지? 하지만 그걸 너무 좋아하지 마라. 그리고 자만하지 마라. 아직 우리는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알겠나?"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자만을 경계했다.
그것을 알기에 선수들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목표가 고작 ‘리그 되’의 승격이 아니었으니까.
더 높은 곳을 원하는 선수들이었다.
“좋아! 르 아브르전부터 준비하지.”
그렇게 FC소쇼가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 * *
1월 17일.
리그 20라운드.
르 아브르전이 다가왔다.
소쇼의 선수들은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 이기게 되면 3점을 얻은 것이 아니라, 6점을 얻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르 아브르의 선수들도 선두 탈환과 어느새 승점 5점 차이로 바짝 따라붙은 3위 낭시를 떼어내기 위해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필드에 입장하는 두 팀의 선수들.
그 모습을 카메라가 담기 시작했고, 동시에 소쇼의 작은 펍에 오늘 경기의 중계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좋아! 오늘도 이겨서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자고!”
“여기 한국식 치킨 하나 주세요.”
“네! 갑니다! 가요!”
아르바이트생 최영준은 몰려드는 주문에 바삐 움직이며 주방을 찾았고, 주방에서도 홀의 주문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사장인 김춘식은 벽에 새롭게 만들어진 박규태의 브로마이드를 멋진 각도로 걸어놓으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크크……! 진짜 우리 박규태 선수! 너무 멋져!”
“사장님! 계산 좀 도와주세요.”
“그래! 잠깐만 기다려라.”
어느덧 작은 펍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그들의 주문까지 모두 받고서야 조금은 쉴 시간이 생겼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은 최영준은 계산대 의자에 앉아 모처럼의 휴식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의 눈은 TV 화면으로 향했다.
-오늘 르 아브르가 작정을 하고 나왔습니다.
-네! 전반전 20분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소쇼를 상대로 1 대 0으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김춘식도 최영준의 옆에서 중계를 보다가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은 영 아니다.”
“그러니까요. 꽤 몸이 무거워 보이네요.”
“스타드 렌과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서 그런 거야. 그냥 그 경기를 포기하고 리그에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러기에는……. 그때 박규태 선수가 페널티킥을 넣었을 때,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 맥주 한 잔씩 공짜로 돌리면서 좋아했잖아요.”
“큼, 실리적으로 보자는 이야기지. 나도 소쇼가 이기면 당연히 좋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리그야. 특히 승격이 중요하지!”
“아무튼…… 박규태 선수가 골 넣으면 좋아할 거면서.”
“조용히 해.”
우오아아아아!
순간적으로 펍을 울리는 함성.
엔조 마이어의 동점골이 터진 것을 보고 환호성을 내뱉는 소쇼의 팬들이었다.
“엔조 마이어 선수가 넣었네요.”
“좋아! 박규태 선수가 못 넣으면…… 엔조가 있어! 공격수가 모든 경기에서 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의 말처럼 매 경기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는 많지 않았다.
김춘식과 최영준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TV를 바라봤다.
동점골을 넣었음에도 소쇼는 상당히 위태롭게 보였다.
그리고 그 불안함은 현실이 되었다.
-고오오오올!
-르 아브르가 다시 역전에 성공합니다!
-오늘 소쇼가 굉장히 흔들립니다. 중요한 순간에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에요.
-아! 주심이 휘슬을 불었습니다. 2 대 1로 르 아브르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펍을 찾은 소쇼의 팬들.
그들은 전반전이 끝나기 무섭게 오늘 경기력이 좋지 않은 소쇼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역시…… 스타드 렌과의 경기가 독이었어.”
“팍이 그 골을 안 넣었으면…… 오늘 경기에서 날뛰었을걸?”
“제발 다시 동점으로 따라잡자!”
몇몇 과격한 팬들은 오늘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규태와 몇몇 선수들을 질타했다.
“제길! 차라리 오늘 팍을 빼지. 왜 넣은 거야?”
“팍이 너무 많이 공을 뺏겨!”
“팍! 정신 차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최영준은 그들을 보며 안절부절못한 표정을 지었다.
오지랖이 넓은 그의 사장님이라면 저 발언에 분명히 무어라 딴지를 걸 것이 분명했으니까.
다행히 김춘식은 조용했다.
그리고 후반 22분.
벤자민 몽맹의 동점골이 터졌다.
펍 내부가 다시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그렇지! 이렇게 쉽게 경기를 내주면 안 되는 거야!”
“가자! 소쇼! 우리의 아기 사자들!”
“르 아브르 녀석들을 두들겨버려!”
잠깐 조용했던 펍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그때였다.
박규태가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놓쳤다. 그 모습을 보고 아까부터 술에 취해 거친 말을 내뱉던 중년의 소쇼 팬이 결국에는 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
“젠장! 저런 걸 놓치면 어떻게? 이래서 한국 녀석들은 안 된다고! 체력이 빠지면 허접해지잖아. 그냥 너희 나라로 돌아가! 눈 찢어진 녀석!”
펍의 사장 김춘식도 그것만큼은 참지 못했다.
“이봐!”
애국 중년 김춘식.
그가 술에 취한 중년인 앞에 섰다.
그리고 일장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이봐! 지금 대한민국을 욕한 건가?”
“뭐? 당신 뭐야?”
“펍의 주인이다! 그리고 내 말 잘 들어.”
김춘식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휴대전화를 만들고, 최고의 가수인 VTS와 박규태의 오른발과 왼발이 있는 나라다.”
“뭐 어쩌라는 거야?”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최영준은 부끄러움에 두 눈을 가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술에 취한 중년인, 클로드가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는 김춘식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낯 간지러운 말을 태연하게 내뱉은 김춘식은 그런 클로드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사과하라는 뜻이다.”
“뭐? 사과하라고? 하하!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군. 지금 팍이 공격의 흐름을 완전히 잡아먹는 게 안 보여?”
클로드의 말에 김춘식이 반박했다.
“박규태 선수는 곧 골을 넣을 거다.”
그 말을 듣고 클로드가 비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하! 팍이 오늘 골을 넣는다고? 만약 팍이 역전골을 넣으면 내가 오늘 이 펍에 있는 사람들에게 맥주를 한 잔씩 돌리지!”
그는 확신했다. 저번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치르면서 지친 박규태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TV에서 중계진이 요란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팍! 빠릅니다! 빠릅니다!
-엔조 마이어의 스루패스를 받았습니다! 기회가 왔습니다! 골키퍼와 1 대 1 찬스! 팍! 팍! 팍!
-고오르르르르르르!! 팍이 오늘 경기의 종지부를 찍는 역전골을 터뜨립니다!
-팍!! 팍!! 그는 한국인입니다! 그가 이번에도 소쇼를 구하는 환상적인 역전골을 터뜨렸습니다! 소쇼는 한국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저런 공격수를 어디 가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와아아아아아!
환호성으로 가득 찬 펍.
TV 화면에 나오는 박규태가 펄쩍 뛰고는 착지하면서 ‘주-모우!’를 외쳤다.
펍을 가득 채운 소쇼의 팬들도 그에 맞춰 소리쳤다.
“주-모우!!”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클로드.
그런 그를 보며 김춘식이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국뽕이 가득했다.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그리고 펍의 손님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아까 들으셨죠? 지금부터 이 손님이 맥주를 한 잔씩 쏜답니다! 모두 맥주 한 잔씩 공짜로 드세요!”
펍이 다시금 뜨겁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22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