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20화 (20/199)

< 국뽕 박규태 선생 #20 >

스타드 렌.

오랫동안 리그 앙에서 잔류하고 있는 명문.

왓포드에서 선수은퇴를 하고 감독으로 자리를 잡은 유네스 카불이 팀을 이끌고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명세만큼이나 그의 선수를 보는 안목도 상당했다.

유벤투스의 알베르토 뤼디거.

레반테의 제이손 레메세이로.

본머스의 소피앙 키이느.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들을 싼값에 데려와서 잘 써먹고 있었고, 2군에서 빛을 못 보던 22살의 공격수인 엠마누엘 메르시에를 기어코 지난 시즌 리그 앙 득점 순위 3위까지 만들어놓았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유연함이 없다는 질타를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스타드 렌을 잘 이끌고 있었다.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가 자료를 내려놨다.

“엠마누엘 메르시에는 지금 EPL에 진출해도 매 시즌 20~25골을 넣어줄 수 있는 공격수입니다.”

“약점은 없나?”

“있습니다. 오른발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거친 몸싸움을 싫어하는 유형의 공격수입니다.”

발이 빠르지만, 거친 플레이를 싫어해서 소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이 약점인 공격수였다.

거기다 이기적인 탐욕 때문에 승리를 꽤 날린 적도 있었다.

그래도 무서운 공격수였다.

수석코치의 말을 귀담아듣던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길게 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확실히 전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그런데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남은 ‘쿠페 데 라 리그’의 8강, 4강, 결승.

딱 3번만 이기면 유로파리그 티켓이 손에 들어온다.

실패해도 부담이 되는 것은 없었다. 이미 8강까지 올라온 것도 기적이니까.

“발랑시엔전은 무력하게 졌지만, 이번 스타드 렌과의 경기는 결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야.”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좋은 방법이라……. 뭐 별거 있겠나. 내려앉아서 신나게 수비를 하다가 공을 뻥하고 길게 차서 한 방으로 역습해서 이기는 방법밖에 없겠지.”

말은 쉽게 했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오늘 오후에 전술 훈련이었던가?”

“네. 오후에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지. 제대로 준비해보자고.”

텁.

서류를 덮은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며칠의 남은 시간.

그 기간에 스타드 렌을 상대할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 크리스티 조엘 감독과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조금은 긴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상대는 리그 앙에서 오랜 기간 잔류한 강팀이고, 소쇼는 이제 리그 되에서 승격을 노리는 언더독이니까.

동시에 박규태에게도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전성기가 지난 알베르토 뤼디거와 아직 전성기도 오지 않은 산티아고 벨로니를 상대하는 거다.’

알베르토 뤼디거와 산티아고 벨로니.

스타드 렌의 철벽을 상대로 골을 넣어야 한다.

라커룸도 평소와 다른 분위기였다.

비장함이 감돌았다.

여기서 이기면 4강이고, 4강에서 이기면 결승이다.

“팍! 긴장돼서 미치겠어.”

엔조 마이어도 평소보다 더 긴장된 얼굴로 라커룸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규태는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선수들도 비슷했다.

엔조 마이어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에도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도저히 그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박규태.

그가 엔조 마이어를 불렀다.

“야! 이리와!!”

“팍! 무슨 주문이 생각난 거야?”

엔조 마이어가 반색하며 박규태를 바라봤고, 몇몇 선수들도 살짝 기대 어린 표정을 지었다.

“주문은 무슨……. 그냥 긴장 풀어! 상대가 강팀이어도 결국 약팀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니까.”

“에이……. 그게 무슨 조언이야.”

“경기 시작 전에 주모라도 외치던가.”

“주모!!!”

“주모오오오오!”

상당히 평범한 조언이었다.

하지만 박규태는 알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무슨 말을 한들 선수들의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다른 말을 내뱉지 않았다.

곧 필드에 입장해야 할 시간.

복도로 나선 선수들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스타드 렌의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

소쇼의 선수들과 다르게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최근 5경기를 모두 클린시트로 막아낸 골키퍼와 수비진의 표정은 자신감을 넘어 여유까지 느껴졌다.

‘저 선수가 알베르토 뤼디거.’

중앙에서 뛰면서도 측면 풀백도 겸할 수 있는 선수로, 탄탄한 피지컬과 상당한 주력을 갖추고 있다.

거기다 발밑 능력도 준수해서 빌드업도 가능하기에 현대 축구에 적합한 중앙 수비수라는 평을 받았다.

빠른 발을 이용한 전진 능력과 공을 지키는 탈압박 능력도 뛰어나서 쓰리백을 쓰는 구단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수비 집중력에 문제가 있어서 중요한 순간에 큰 실수를 하는 경향도 자주 있고, 달려드는 수비 방식을 선호해서 다른 수비수보다 많은 카드를 수집하기도 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그 부분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그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하지 못했다.

그 부분을 노린다면, 분명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가자.”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되었다.

두 팀의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하는 순간.

스타드 렌의 홈 경기장인 로아존 파크를 가득 채운 홈팬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정말로 관중석이 꽉 들어찼습니다.

-쿠페 데 라 리그 8강전! 스타드 렌과 FC소쇼-몽벨리아르의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리그 되의 중계권은 물론이고, ‘쿠페 데 라 리그’까지 한국으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한국은 새벽임에도 꽤 많은 사람이 오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상대가 상대였으니까.

오늘 중계를 담당하게 된 정 PD는 제발 오늘 경기에서 박규태가 멋진 골을 넣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활약한다는 것만으로도 시청률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진리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필드에 입장해서 악수를 한 두 팀의 선수들.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박규태에게 알베르토 뤼디거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이봐, 팍! 오늘 득점은 힘들 거다.”

확실히 그는 그런 말을 내뱉어도 좋을 만한 선수였다.

첼시와 유벤투스에서 보여준 모습은 굉장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날 막기 힘들 거야.”

알베르토 뤼디거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말을 돌려준 박규태는 자신의 자리에 섰다.

‘부상으로 주력도 예전처럼 압도적이지 않고, 피지컬도 많이 약해졌다.’

이름값에 짓눌려 겁을 먹었지만, 자료를 살피면서 그가 상대할 수비수가 전성기 시절의 알베르토 뤼디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삐이이익!

주심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불기 무섭게 그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스타드 렌은 강팀이었다.

4-4-2를 꺼내 들었지만, 실제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 비대칭 4-3-3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센터 포워드인 조르당 시바최가 중앙에서 타겟터로 공을 잡아주면, 측면과 2선에서 돌아다니는 엠마누엘 메르시에와 오른쪽 윙어인 바토리 올리베이라가 윙 포워드처럼 움직여 득점을 노린다.

수비에서는 일반적인 4-4-2와 다를 것이 없었다.

공격수인 엠마누엘 메르시에는 골 결정력도 탁월했지만, 그 어떤 공격수보다 연계가 뛰어난 선수였다.

그는 좌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상대의 수비수를 끌어내는 플레이도 즐겼다.

지난 시즌에는 좌측면에서 아름다운 크로스로 7개의 도움까지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기적인 성격과 다르게 꽤나 많은 도움을 기록했다.

‘나랑 완전히 정반대의 스타일이네.’

우아한 볼 터치.

몸싸움을 싫어하는 성격.

연계를 자주 즐기지만, 골 욕심도 많아서 팀의 공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공격수.

확실히 박규태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였다. 그리고 그의 움직임에 처음부터 소쇼의 수비진은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빠릅니다! 엠마누엘 메르시에!

-크로스! 게라르 퐁텐의 헤더! 겨우겨우 막아냅니다!

-미카엘 파리스가 엠마누엘 메르시에를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소쇼의 중앙 수비수들이 간격을 잘 지키고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뚫리는 순간…… 아마 소쇼는 금방 무너질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엔조 마이어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최전방에 있는 공격수에게 공을 연결했다.

“흡!”

첫 번째 경합.

박규태는 알베르토 뤼디거를 상대로 공을 지켜냈다.

‘공간이 없다.’

하지만 뚫어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공을 뒤로 돌리는 박규태.

알베르토 뤼디거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그를 마크했다.

힘든 경기였다. 거기다 6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스타드 렌의 압박은 소쇼의 선수들을 숨 막히게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잘 버텼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버틴다면, 후반전에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소쇼의 선수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박규태 선수! 몸을 날려 엠마누엘의 슈팅을 막았습니다!

-아! 공격수가 언제 저기까지 내려왔나요?

-정말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는 박규태 선수입니다! 우리 자랑스러운 박규태 선수가 저런 모습을 보여주니, 소쇼의 선수들도 힘을 내서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내 잘 막고 있던 소쇼도 한계를 드러냈다.

전반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스타드 렌의 미드필더인 나호 킨타나가 다른 선수와 스위칭해서 자리를 잡은 엠마누엘 메르시에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급히 그를 막기 위해 움직이는 왼쪽 풀백 장도 푹스.

그가 급히 발을 들이밀었다.

문제라면 그의 발이 높았다는 것이고, 그 위치가 페널티 에어리어였다는 점이었다.

삐이이익!

-아! 페널티킥입니다!

-장도 푹스 선수에게 카드가 나오겠네요. 응? 레드카드? 아! 레드카드네요! 레드카드! 다이렉트로 레드카드가 나왔습니다!

-장도 푹스가 주심에게 항의합니다.

-발이 높았지만…… 레드카드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소쇼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입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도 주심에게 소리쳤고, 선수들도 주심의 판정에 항의했다.

박규태는 얼굴을 찌푸렸다.

‘발에 닿지 않았어.’

장도 푹스의 높은 발이 엠마누엘 메르시에에게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엠마누엘은 헐리웃 액션으로 기회를 잡았다.

장도 푹스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엠마누엘에게 다가갔다.

“이봐! 안 닿았잖아.”

“…….”

“너 웃음 참고 있는 거 알아. 사실을 이야기해.”

하지만 엠마누엘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장도 푹스의 말처럼 그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워낙 각도가 절묘해서 VAR으로도 구분이 쉽지 않았다.

주심은 잠깐 VAR을 확인하러 움직였고, 본래의 판정에 변함이 없이 그대로 경기를 재개시켰다.

결국, 장도 푹스가 필드를 나가고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급히 선수 교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수비수인 막상스 라크루아가 빠르게 몸을 풀었고, 중앙 미드필더인 소피안 다함을 빼고 그를 투입했다.

페널티킥을 위해 공 앞에 선 임마누엘.

골키퍼인 마르코 비에베가 비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삐이이익!

타타타탓!

주심이 휘슬을 불기 무섭게 공을 향해 달려든 엠마누엘 메르시에.

철썩!

-고오오올!

-스타드 렌이 전반전 막판에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습니다!

-선취점의 주인공은 엠마누엘 메르시에!

-골키퍼가 예측한 반대 방향으로 침착하게 공을 집어넣었습니다.

골을 넣은 임마누엘 메르시에가 홈팬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 화려한 셀러브레이션을 보여주었다.

다시 시작된 경기.

얼마 남지 않은 전반전의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1 대 0으로 끝난 전반전. 상황이 소쇼에게 너무 불리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20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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