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6화 (16/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6 >

파비안 레페.

이번 시즌에서 18경기에서 5골을 넣으면서 아쉬운 모습을 조금 보여주고 있지만, 그 5골이 모두 중요한 순간에 터진 환상적인 골이기에 오히려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조금 더 좁혀! 미카엘!”

“크로스 올라온다!”

그런 파비안 레페를 상대로 FC소쇼의 포백 라인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고 있었다.

AJ 오세르의 원톱인 파비안 레페가 막히자, 자연스럽게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두 명의 윙 포워드들도 그 영향력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FC소쇼가 완벽하게 오세르의 공격을 막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전반전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유효 슈팅을 2개나 기록한 공격형 미드필더인 웨슬리 브라운.

그가 이번에도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원정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날카로운 웨슬리 브라운!

-오늘 정말 날카로운 슈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FC소쇼의 수비진은 파비안 레페보다는 웨슬리 브라운이 더 거슬릴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오세르의 공격진이 오밀조밀하게 패스를 잘 맞추고 있어. 이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겠는데.’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던 박규태.

그는 생각보다 뛰어난 오세르 공격진의 조직력에 살짝 감탄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오세르의 수비진은…….’

엉망이었다.

그야말로 강등권 팀의 수비진이 갖출 수 있는 모든 단점을 지금 오세르의 수비진이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미드필더진의 싸움이었다.

꽤 대등하게 붙은 두 팀의 미드필더진.

오세르의 미드필더진보다 훨씬 유능하지만, 수적 열세에 몰려서 제대로 전방으로 공을 연결하지 못하는 소쇼의 중원.

반대로 수적으로 우세한 위치에 있지만, 탄탄한 공격진까지 제대로 된 패스를 넣지 못하고 있는 오세르의 중원.

‘이렇게 팽팽한 경기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묘하게 밸런스가 맞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경기는 정말로 치열했고, 덕분에 전반 15분까지는 어느 한 팀이 딱히 큰 우위를 가져가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치열한 경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공격진이 분발해야 할 시간대입니다.

막막한 경기.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

공격수가 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그리 물어본다면, 박규태는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선수 한 명을 조지면 된다.’

오세르의 미드필더를 하나 괴롭히기로 마음을 먹은 박규태는 공이 잠깐 나가자 벤자민 몽맹에게 다가가 아예 원톱처럼 움직이라는 말을 남기고 조금 더 밑으로 내려왔다.

‘자……. 그럼 천천히 움직여볼까?’

퍼억!

“어억!”

공을 잡은 오세르의 미드필더.

마티에우 카파로는 순간적으로 옆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박에 순간적으로 공을 놓쳤다.

측면으로 연결된 공은 그대로 크로스로 연결되면서 벤자민 몽맹이 마무리까지 지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아까와 다른 공격 전개에 순간적으로 오세르의 수비진이 크게 흔들렸다.

“이봐! 뭐 하는 거야? 너무 거칠잖아!”

마티에우 카파로의 항의에 박규태가 미소를 지었다.

“오! 미안해. 내가 너무 거칠었지?”

“엿 먹어.”

“그런데 너 김치는 좋아하냐? 맛있는 김치!”

“그딴 쓰레기를 왜 먹어?”

“쓰레기? 헤이! 츄라이! 김치가 쥑인다!”

“제발 입을 좀 닫아줘. 중국인.”

“김치 무바라! 어디 가서 먹지도 못하는 거다! 츄라이!”

“젠장! 난 중국말 몰라! 저리 꺼져!”

“츄라이!”

얼굴을 팍 찌푸린 마티에우 카파로.

오세르의 스타드 드 라베 데샹에 ‘츄라이 주의보’가 퍼지기 시작했다.

* * *

퍼억!

“아아아악!”

마티에우 카파로가 손으로 밀치는 순간, 박규태는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쓰러졌다.

사실 힘을 주어서 밀지도 않았다.

하지만 주심은 마티에우에게 옐로카드를 선물했다.

-아! 마티에우 카파로 선수! 너무나도 좋지 않은 행위였습니다. 다른 주심이었으면, 충분히 레드카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오늘 주심은 상당히 관대합니다.

-예전의 손형민 선수와 비슷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그때는 레르마 선수가 손형민 선수에게 더러운 반칙을 했지만, 박규태 선수는 마티에우 카파로 선수에게 그저 강한 압박을 했을 뿐입니다.

-프리킥 찬스를 얻은 FC소쇼입니다.

-골대에서 제법 가깝습니다.

“주심! 제발 저 중국인 입을 좀 닫아주세요! 너무 시끄러워요!”

“그래도 너무 과격했어. 다음에 조금이라도 이런 터치가 있으면, 무조건 레드카드야.”

“하……. 진짜 미치겠네. 20분 내내 저 중국인이 내뱉는 이상한 말 때문에 죽겠어요! 제발 좀 저 녀석의 입을 닫게 해줘요!”

활동량이 많은 박규태는 마티에우 카파로에게 붙어서 다양한 잡담을 빙자한 ‘츄라이’를 내뱉으며 그의 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주심은 수다스러운 박규태에게도 주의하라고 경고하였다.

“이봐…… 자네도 이 친구를 너무 도발하지 마.”

“도발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국의 전통 음식을 권유했을 뿐인데요?”

“그래도 너무 시끄러웠어.”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박규태는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고는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어차피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공을 지키는 미드필더 마티에우 카파로가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오세르의 중원은 전보다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FC소쇼는 조금씩 중원에서 주도권을 갖고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기회까지 얻었다.

질린 표정의 마티에우 카파로.

그의 근처에 간 박규태가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츄라이!”

거의 파블로프의 개처럼 경기를 일으키는 마티에우 카파로가 부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발 좀 꺼져! 또라이 새끼야!”

하지만 그는 자리를 옮길 수 없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그의 역할이 투톱 중 한 명을 막아내는 것이었으니까.

삐이익!

프리킥을 차기 위해서 달려드는 엔조 마이어.

뻐엉!

그가 프리킥을 올리기 무섭게 박규태가 혼란스러운 오세르의 수비진 사이를 파고들어 높게 뛰어올랐다.

마티에우 카파로는 그런 박규태를 따라 늦게 점프했지만, 먼저 고점에 다다른 박규태의 헤더를 막을 수 없었다.

-박규태 헤더!!

-고오오오올! 박규태 선수가 오늘 경기의 선취점을 넣었습니다! 정확하게 공을 향해 뛰어올라서 헤딩을 성공시켰습니다.

-너무나도 깔끔한 헤딩이었습니다!

-박규태! 대한민국의 박규태가 선취골을 터뜨리면서 FC소쇼가 드디어 앞서 나가기 시작합니다.

골을 넣은 박규태는 급히 원정 팬이 있는 관중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원정 팬들은 박규태의 세레머니에 호응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대감을 잔뜩 키운 팬들에게 박규태가 핑거 토네이도를 하면서 펄쩍 뛰었다.

그리고 한 바퀴를 돌아서 착지했다.

“주-모우!”

그의 선창 뒤에 팬들이 소리쳤다.

주-모우우우!

* * *

워낙 답답했던 경기였기에 중계진은 박규태가 넣은 골이 오늘 경기의 결승골이 되리라 예측했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한 번 뚫린 오세르의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이 계속해서 허점을 노출했다.

후반전 7분.

흔들리는 오세르를 상대로 FC소쇼가 다시 기회를 잡았다.

그 중심에는 박규태가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레알 소시에다드의 스카우트인 하비 페레스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내 생각이 잘못되었군.”

파비안 레제가 아니라 박규태를 데려올 생각을 해야 했다.

그는 급히 캠코더에 박규태의 정보를 담기 시작했다.

넓은 활동량과 준수한 수비 능력을 갖춘 환상적인 공격수는 오세르의 수비진을 뒤흔들었고, 기어코 골을 하나 더 넣으면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물론, 레알 소시에다드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피오렌티나의 스카우트인 로베르토 제라치도 박규태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파비안 레페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다. 더 성장할 잠재력도 충분하고……. 이번 겨울에 못 잡아도 내년 여름이나 겨울에는 꼭 잡을 필요가 있겠어.’

물론, 그 둘과 다르게 훨씬 전부터 지켜보고 있던 샬케04의 스카우트도 전보다 박규태의 평가를 더 올렸다.

스카우트들의 평가가 바뀔 무렵, 이번에는 엔조 마이어가 득점을 올렸다.

3점을 내리 내준 오세르는 완전히 무너져서 전반전과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파비안 레페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대로 교체되어 필드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후반 35분.

이미 점수는 4 대 0으로 소쇼가 완벽하게 제압한 상황.

큰 변수가 없다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것이 분명했다.

아쉬운 표정의 박규태.

그는 자신을 벤치로 불러들이는 크리스티 조엘 감독을 바라봤다.

교체되어 나가는 그에게 엔조 마이어가 어깨를 툭툭 쳤다.

“수고했어! 팍.”

“그래, 너도 수고했다.”

그렇게 필드를 빠져나가려는 박규태.

그때 엔조 마이어가 물었다.

“팍, ‘츄라이’라는 말이 뭐야?”

그가 뻔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축구를 3배 잘하게 해주는 주문이야.”

* * *

경기가 끝나고, 박규태는 자신이 파비안 레페보다 훨씬 뛰어난 공격수라는 것을 모두에게 증명했다.

거기다 오늘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활약은 한국에도 퍼지면서 꽤 인기도 오르기 시작했다.

[박규태 멀티골로 ‘쿠페 데 라 리그’ 4라운드 승리 견인!]

[시즌 23경기 24골 3도움으로 압도적인 재능을 뽐내고 있는 박규태! 소쇼의 팬들에게 깊은 인상 남겨!]

[상승세인 소쇼와 박규태! 다음 상대는?]

[후반전 43분에 퇴장당한 마티에우 카파로, “재수 없는 중국인을 프랑스에서 쫓아내라!”]

[소쇼 팬, “그는 한국인이다. 멍청한 녀석아!”]

-He is Korean!

-소쇼에 살던 중국인: 띠용?

-캬! 주-모우! 프랑스에 펄럭이는 태극기!

-진짜 장난 아니다. 리그 앙으로 올라가도 한 시즌에 두 자릿수의 골은 확실하게 넣어줄 것 같다.

-요즘 박규태 경기 보는 맛으로 산다.

-캬……! 펄쩍 뛰어서 ‘주-모우!’ 세레머니 하는데……. 원정까지 따라온 소쇼 팬이 같이 주-모우! 해주는 거 졸멋이다.

-아아……. 이것이 국뽕이구나! 죽여준다! 진짜 급이 다른 국뽕에 취한다!

-캬! 이러다가 진짜 박규태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하는 거 아니냐? 예비회원에 넣을까?

-ㄴㄴ ‘두 유 노 클럽’이 얼마나 유서 깊은 클럽인데……. 아직 박규태가 가입하려면 멀었지!

-파김치 워리어: 유서가 깊다고요?

-엌ㅋㅋㅋㅋ 파김치 워리어! 캬! 여러분의 세금이 이렇게 쓰이고 있습니다! 여러부우우운!

-근데…… 가끔 박규태가 하는 행동이 조금은 부끄러움.

-나도 ㅋㅋㅋ 치사량에 도달한 국뽕이라 너무 위험하다.

-ㅋㅋㅋㅋㅋㅋ 국뽕전사 박규태 언제 조회수 500만 찍었냐? 엌ㅋㅋㅋ 진짜 이거 해외까지 퍼지는 거 아니냐?

남들이 비웃는 치사량에 도달한 국뽕.

하지만 박규태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국뽕이 중요했다.

‘자기들 목숨이 달렸어 봐라. 팬티만 입고 한강 주변을 달렸겠지.’

기사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며 투덜거린 박규태.

그때 어느 짧은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솔직히 박규태는 거품이지.

-만약에 박규태가 다음 경기에서 해트트릭하면, 내가 소쇼 구단에 찾아가서 팬티만 입고 쌈바춤 추면서 팝핀 댄스함.

묘한 표정의 박규태.

아무래도 리그 19라운드.

라 벨리숀 데 샤토루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 같았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6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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