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3화 (13/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3 >

“끝났다!”

“멍청한 올랭피크 녀석들! 팍과 벤자민이 있는 우리를 이길 생각이었던 거야?”

“최고야! 계속 이렇게 이겨버리면, 진짜 이번 시즌은 우승할 수 있을 거야!”

“근데 오늘 경기에서 팍이랑 게라르 퐁텐이 옐로카드를 받았잖아. 경고 누적으로 다음 경기에 못 나오는데 이길 수 있을까?”

“그래도 다음 경기는 앙제야.”

“하긴, 19위에 있는 앙제니까. 해볼 만하지.”

님 올랭피크전 4 대 1 승리.

대승이었지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리그 15경기에서 13골을 넣은 박규태.

팀 수비진의 중심인 게라르 퐁텐.

중요한 두 선수를 빼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다음 경기는 로테이션 멤버로 충분하겠지?”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앙제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스쿼드 차이가 너무나 심하니까요.”

평소 신중한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도 확신했다.

그만큼 이번 시즌의 앙제 SCO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고, 반대로 소쇼는 예상외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의 11월도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덧 다가온 11월 28일.

FC소쇼와 앙제 SCO의 경기.

박규태와 게라르 퐁텐은 구단이 마련해준 귀빈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벌써 2명이 옐로카드를 받았어.”

경기 시작하고 2명이 옐로카드를 받았다.

거기다 앙제 SCO의 거친 플레이에 FC소쇼의 선수들도 같이 거친 플레이로 되받아쳤다.

덕분에 경기는 진흙탕 싸움이 되기 시작했다.

삐이익!

“저 자식이 먼저 때렸다니까요?”

계속해서 옐로카드를 받는 FC소쇼의 선수들.

그리고 필드에 누워버리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앙제 SCO의 선수들까지.

“엉망이야.”

“다음 경기에서 4명이 경고 누적으로 못 나오겠는데?”

“음…….”

경고를 계속 쌓아버린 FC소쇼.

그나마 다행이라면, 후반 14분에 벤자민 몽맹이 만든 PK를 엔조 마이어가 잘 처리하면서 선취점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

후반 45분과 추가시간이 모두 지났고, 1 대 0으로 FC소쇼가 승리를 거두었다.

* * *

[FC소쇼의 위기! 4명의 선수 경고 누적으로 다음 리그 경기에 나올 수 없다!]

[최근 프랑스를 울리는 ‘주모’ 열풍! 그 이유는?]

[박규태! 다음 그르노블전 활약할 수 있을까?]

[프랑스에서 한국을 알리다! 박규태의 질주!]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 박규태 시즌 1호 경고 누적]

-캬……. 344222호 대한의 건아네. 진짜 저건 어떻게 뺄 수 없냐? 오글거리고 혐오감이 들어서 보기도 싫다.

-진짜 기레기들 소식 존나 늦네 ㅋㅋㅋㅋ 경고 누적이 며칠 전인데, 오늘 기사에 올리고 있네 ㅋㅋ 누가 보면 어제 했던 경기에서 옐로카드 받고 못 나오는 줄 알겠어.

-쥬모오오오오! 저거 박규태가 전파했나 보네.

-프랑스 전체 x 시골 마을 소쇼 o, 무슨 주모가 프랑스를 울리고 있어. 제발 설레발이랑 어쭙잖은 국뽕 좀 집어치워라.

-재미있긴 한데, 기자들 설레발이 너무 오진다.

-ㅇㅈ 또 ㅇㅈ!

-그래도 진짜 골 결정력은 미쳤네; 15경기에서 13골이 넣었음. 시즌으로 보면 시즌 19경기 18골 3도움. 캬! 박규태 4대 리그 진출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

-응, 프랑스리그는 양학리그라서 불가능임.

-‘리그 되’ 중계권 협상하고 있다는데 트루임?

-몰라. 진짜 해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FC소쇼에서 가장 뜨거운 존재인 박규태.

그는 자신을 따라서 ‘주모’를 외치는 선수들 덕분에 국내에서 조금씩 인지도가 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SNS에 가끔 ‘jumo’와 ‘박규태’가 적힌 해시태그를 발견하는 날이면, 그의 입가에 광대가 저절로 승천했다.

‘좋아!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리그에서 활약하고 팀을 승격시킨 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순식간에 ‘두 유 노 클럽’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행복한 생각에 잠긴 박규태.

그때 누군가 급히 그를 불렀다.

“팍! 큰일 났어!”

“갑자기 왜?”

급히 달려온 엔조 마이어.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건넸다.

“어떤 녀석이 우리의 마법 같은 주문을 모욕했어!”

“그게 무슨 뜻인데?”

“이거 보라니까! 축구선수인데, SNS에 우리 ‘Jumo’와 팍을 모욕하고 있어! 더러운 녀석!”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궁금증이 생긴 박규태가 조용히 스마트폰에 적힌 글을 읽기 시작했다.

[Lucas_Nb4]

-최근에 소쇼의 멍청한 녀석들이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데, 도대체 이유가 뭐야? ‘jimo’라는 말이었는데.

[JeHanMan]

-‘Jimo’가 아니라 ‘Jumo’야. 한국에서 퍼진 밈이지. 예전에 토트넘에서 ‘Son’이 활약하던 시절에 퍼졌어. 기분이 좋을 때, 아니면 죽여주는 순간에 내뱉는 감탄사 같은 거야.

[Lucas_Nb4]

-도대체 그런 밈을 왜 하는 거야? 그리고 한국 밈은 제발 한국에서만 쓰면 안 되는 거야? 조금 잘나간다고 눈 찢어진 동양인이 너무 축구를 우습게 보는 것 같아.

[JeHanMan]

-상당히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야. 그 말 취소하는 게 좋을걸? 그리고 그게 축구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그냥 ‘Jumo’하고 자기들끼리 즐겁게 떠드는 것뿐인데?

[Lucas_Nb4]

-그냥 그런 밈이 역겨워. 그리고 내 말에 불만이 있으면 축구로 덤벼봐! 그르노블에서 생활하니까. 내가 제법 유명한 축구선수거든. 아! 한국인은 축구를 못해서 나에게 덤비지도 못하려나?

“염병하고 있네.”

“팍! 얌평은 또 무슨 뜻이야?”

“상대의 축구 능력을 2배나 떨어뜨리는 저주야.”

엔조 마이어가 놀란 표정으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팍과 다른 팀이 되면 안 되겠어. 얌평의 저주를 받아서 축구를 못하게 되기 싫어.”

“얌평이 아니라, 염병이야. 그리고 이 새끼가 뭔데 SNS에서 헛소리를 내뱉는 거야? 요즘은 SNS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만 내뱉어도 구단에서 징계가 내려오던데.”

“내가 알기로는 우리의 다음 경기 상대인 그르노블 출신의 선수라는데?”

“다음 경기 상대라고?”

“어, 그렇게 들었어.”

묘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던 박규태.

그가 무엇인가 건수를 잡았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 * *

“용만아! 이거 어떠냐?”

“네? 뭐가요?”

“누가 제보했는데.”

“제보요?”

“그래, 프랑스 2부리그 축구선수가 SNS에서 한국인을 비하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

“그게 무슨 기삿거린가요. 아무도 안 보겠구먼.”

“근데, 이 한국인을 비하한 선수가 내일 모레에 박규태 선수랑 붙는다던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냐?”

“박규태 선수라…….”

그러면 기삿거리를 만들 수 있다.

대충 자극적인 이야기만 뽑으면 그만이었다.

거기다 국민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요소도 많았다.

“그런데 ‘리그 되’는 중계 안 하잖아요.”

“화젯거리가 안 될 거다?”

“그렇잖아요. 중계도 안 하는데. 솔직히 이런 거 저희같이 인터넷 기사만 쓰는 곳에서 기사 쓰기 전에 큰 곳에서 먼저 쓸 텐데, 조용하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겠지.”

길게 한숨을 내뱉는 편집장.

그때였다.

김용만 기자가 손뼉을 짝 쳤다.

“으아! 이 빡통 대가리! 이걸 까먹고 있었네!”

“뭔데?”

“그 SPTV에서 ‘리그 되’ 중계권 계약한다고 말이 나오기는 했거든요. 제가 아는 지인에게 들었어요.”

“정말? 그러면 이거 뿌려도 되는 거야?”

“네, 분명히 12월부터 중계를 해준다는 말을 들었어요.”

“확실해?”

“99% 확실합니다!”

“좋아! 그러면 찔러보자! 그 소식 아무도 모르지?”

“모르죠. 그러니까 빨리 올려야죠.”

“좋아! 빨리 준비해!”

급히 움직이는 사람들.

김용만 기자는 조용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기사의 제목을 적었다.

[프랑스에서 인종차별과 큰 모욕을 받은 한국인 선수 박규태!]

“좀 더 자극적으로 써봐.”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제보한 사람이 누구예요?”

“몰라. 이메일에 닉네임만 적혀 있던데?”

“그래요?”

“그래, 닉네임이 ‘박주모’였어. 진짜 촌스럽지 않냐?”

“그렇죠. 진짜 촌스럽네요.”

* * *

11월이 모두 끝나고 찾아온 12월.

가랑비가 살짝 내리는 날씨.

한국의 맹추위와 다른 묘한 쌀쌀함을 느끼며 박규태가 라커룸으로 향했다.

“쥬모오오오오!”

“좋아! 오늘 그르노블 녀석들을 박살 내자고!”

주전이 경고 누적으로 넷이나 빠졌음에도 FC소쇼의 분위기는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물론, 박규태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연승했으니까.’

분위기는 확실히 좋았다.

하지만, 그다지 유리한 경기는 아니었다.

주장인 ‘소피안 다함’도 없다.

주전 중앙 미드필더인 ‘이스마엘 베날리.’

주전 측면 수비수인 ‘미카엘 파리스.’

주전 중앙 수비수인 ‘모디보 사뇽’조차 빠졌다.

그리고 이런 부족한 수비진과 함께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박규태의 표정은 평온했다.

‘엔조도 있고, 백업 멤버들도 그렇게 못하는 수준은 아니니까. 충분히 해볼 만해.’

그렇게 준비가 끝나기 무섭게 선수들이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 복도로 향했다.

이미 기다리고 있었던 그르노블의 선수들이 줄 서 있었다.

박규태는 등번호 4번의 수비수를 바라봤다.

“쟤야?”

박규태의 물음에 엔조 마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저 녀석이야.”

그르노블의 4번.

주전 중앙 수비수인 루카스 레이가 고개를 돌려 소쇼의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살짝 짜증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박규태가 씩 미소를 지었다.

“이봐, 동양인 귀찮게 굴지 말고 꺼져.”

“소설에서 보던 전형적인 악당과 전형적인 클리셰가 나에게 그대로 일어나다니, 역시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

“무슨 헛소리야?”

“네가 전형적인 악당이라는 뜻이야. 멍청아.”

“뭐? 죽고 싶어!”

분위기가 살짝 좋지 않게 흘러가자 그르노블의 주장이 루카스 레이의 앞을 살짝 막아섰다.

“그만해, 루카스.”

이를 꽉 문 루카스 레이.

그도 어느 정도 사리 분별은 할 줄 알았다.

“칫……. 운 좋은 줄 알아! 구단의 징계만 아니었으면, 네 코뼈가 주저앉았을 테니까.”

물러나는 루카스 레이.

소란은 잠깐이었다.

곧 선수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스타드 데 알프를 가득 채운 ‘그르노블 푸츠 38’의 관중들이 큰 소리로 환호성을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중계진이 입을 열었다.

-정말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프랑스 2부리그인 ‘리그 되’에서 누구보다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규태 선수의 활약을 이렇게 생중계로 전해주게 되었습니다.

-독일 2부리그인 푸스발-분데스리가를 중계한 적도 있었지만, 프랑스 2부리그인 ‘리그 되’는 또 처음인 것 같네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한국 중계진의 활기찬 시작.

오늘 경기를 중계하는 SPTV의 정 PD가 입가에 미소를 가득 채웠다.

‘흐흐흐! 어떻게 딱 첫 중계를 할 타이밍에 그런 기사가 터졌지? 진짜 죽여주네.’

지라시 수준의 기사였지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박규태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하다니. 그리고 그 인종차별을 한 선수가 상대 팀에 있고!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덕분에 첫 시작이 좋았다. 시청률도 꽤 나오고 있었다.

이제 박규태만 활약하면 완벽했다.

“제발! 오늘 경기에서 골 하나만 넣어라!”

정 PD가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순간.

삐이익!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12월 2일.

‘그르노블 푸츠 38’과 ‘FC소쇼-몽벨리아르.’

두 팀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3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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