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6화 (6/199)

< 국뽕 박규태 선생 #6 >

“국가대표요? 그것도 성인대표팀?”

“네, 성인대표팀입니다.”

박규태는 자신의 에이전트인 르르에 콜리쉬의 말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지? 11월 말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훈련에 합류하고, 그 이후에 아시안게임 조별예선인 중국전에 데뷔했는데.’

그런데 그가 알고 있는 미래가 확 바뀌었다.

2달이나 빨리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었다.

그것도 성인대표팀이었다.

“음…….”

“한국의 축구협회가 일 처리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워낙 소문이 많이 돌았으니까요. 그래도 이건 팍에게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르르에 콜리쉬의 말이 옳았다.

이건 기회였다.

‘국뽕을 채울 기회.’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만 19세의 선수를 선발로 출전시킬 생각은 없을 테니까.

거기다 협회의 알력도 신경 써야 한다.

‘협회의 알력이야…… 프랑스 출신의 뱅상 엘라즈 감독이 알아서 막아주겠지. 적어도 2026년도까지는 협회도 자기들끼리 편 갈라 싸우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국가대표에 합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았다.

“어차피 거절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팍.”

“2026 아시안게임을 생각하면…… 차근차근 국가대표팀과 인연을 맺고, 국민에게도 저의 모습을 비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병역문제가 아직 남았으니까요.”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였다.

차출을 거부할 수 없는 경기이기에 피할 수 없었다.

“빨리 9월이 왔으면 좋겠네요.”

박규태가 조용히 창문 밖을 바라봤다.

8월 23일 스트라스부르전.

‘리그 되’ 4라운드 경기. 3-1 승.

8월 26일. 메스전.

‘쿠페 데 라 리그’ 2라운드. 2-0 승.

두 경기에서 박규태는 뛰어난 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나 메스전에서 보여준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은 홈 경기장을 찾은 소쇼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팍이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며?”

“그런데 2부 리거를 국가대표로 불러? 한국의 피파 랭킹이 꽤 높다고 알고 있었는데?”

“요즘 기세가 좋잖아. 리그랑 컵대회에서 아주 최곤데?”

“맞아! 이번 시즌에 7경기 7골 2도움을 기록한 공격수인데, 대표팀에서 일찍 관심을 가질 수 있지.”

“그래, 어린 선수지만 경험을 위해 부를 수 있지. 팍의 나이가 19살이잖아.”

“제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맞아! 요즘 엔조 마이어와 팍의 활약으로 ‘리그 되’에서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데, 둘 중 하나가 다치면 슬플 거야.”

“다음 상대가 누구지?”

“로데즈! 그 녀석들이 8월의 마지막 상대지.”

시끌벅적한 소쇼의 작은 펍.

내일 있을 로데즈와 소쇼의 리그 5라운드 경기를 기대하는 그들은 연신 박규태와 엔조 마이어 같은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녀석들 수비가 탄탄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과연 팍이 골을 잘 넣을 수 있을까?”

“팍 혼자서는 힘들겠지. 그래도 우리에게는 엔조 마이어도 있고, 벤자민이나 소피안 다함도 있어.”

“그래,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죽기 전에 소쇼가 리그 앙에 진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소쇼가 승격하면 팬티만 입고 출근할 자신도 있어!”

김춘식은 흡족한 미소로 그런 손님들을 바라봤다.

그때 최준영이 그를 찾았다.

“사장님! 흑맥주가 어디 있었죠?”

“아래쪽 냉장고.”

흑맥주를 꺼낸 최영준.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벽에 붙은 무엇인가를 보고는 사장인 김춘식에게 물었다.

“어? 이건 뭐예요?”

“뭐가?”

“이거요.”

“FC소쇼 포스터다. 옆에 보면 박규태 선수가 홀로 찍은 포스터도 있어. 이번에 새롭게 나왔다더라.”

아르바이트생인 최영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펍의 사장인 김춘식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관상을 볼 줄 아는데, 분명히 이 녀석이 FC소쇼는 물론이고 대한민국도 뒤흔들 거야.”

“음, 확실히 축구 잘하게 생긴 얼굴이네요.”

“그렇지?”

“그런데 내일 경기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요?”

“왜? 로데즈 AF는 신경 쓸 팀이 아니잖아?”

“거기 감독이 박규태 선수를 막을 수 있다고, 프랑스 지역지랑 인터뷰했잖아요. 자신감이 넘치던데요?”

최영준의 말에 김춘식이 얼굴을 굳혔다.

“설마……. 그냥 어린 선수 멘탈을 흔들려는 속셈이겠지.”

“슬슬 박규태 선수도 공략당할 때가 온 거죠.”

“한국사람 맞아? 제발 한국인이면 소쇼를 응원하자.”

“그걸로 무슨 한국인 타령을…….”

“너 월급 깎이기 싫으면 홀 돌고 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김춘식의 말에 최영준이 투덜거리며 주방을 나섰다.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 * *

“우리는 할 수 있다.”

로데즈 아베이롱 풋볼.

로데즈 AF의 감독인 루헌트 페랄라드 감독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선수들의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 경기에서 ‘님 올링피크’에 2-1로 패배했지만, 경기력은 올라오고 있었다.

거기다 개막전에서 이번 시즌 유력한 승격 후보인 ‘스타드 브레스트 29’를 2-0으로 잡아내기까지 했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제대로 분위기가 오르고 있었다.

루헌트 페랄라드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비진을 바라봤다.

“전력분석팀에서 준 자료는 확인했지.”

“네, 그 동양인이라면 확실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오른발을 막으면 제대로 슈팅을 가져갈 수 없는 선수다. 그리고 점프력이나 주력도 너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걸 기억해라. 오늘 경기에서 이겨서 상위권으로 올라간다.”

그 말을 끝으로 로데즈의 선수들이 경기를 위해서 라커룸을 빠져나왔다.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 복도에 선 선수들.

곧 소쇼의 선수들도 복도에 나란히 섰다.

“팍, 오늘 로데즈가 제대로 준비했나 봐.”

엔조 마이어의 말에 박규태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언론을 통한 흔들기야.”

“정말?”

“그래.”

“팍이 그렇게 말하면 맞겠지.”

“그리고 날 분석했다고 해도 그건 쓸모없는 짓이야.”

“어째서? 팍이 골을 못 넣으면 질 텐데.”

순박한 엔조 마이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 진짜 순진한 녀석이네.’

박규태는 그런 엔조를 보고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내가 못 넣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우리 감독의 전술에서 내 역할은 청소부니까.”

“청소부?”

“그래, 벤자민 몽맹이 직접 골을 노리는 사냥꾼이야. 난 사냥꾼인 벤자민이 놓친 골을 주워 먹는 청소부 같은 역할이고.”

“오……. 이해가 쉬운데.”

“아무튼…… 오늘 내가 막혀도 상관없어. 그리고 날 조사했다고? 난 아직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어.”

박규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필드로 입장하는 선수들.

‘날 조사했다고……? 참 재미있는 말이네.’

잡생각도 잠깐이었다.

각자의 위치로 향한 선수들.

곧 주심이 휘슬을 불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로데즈는 3-5-2를 꺼내 들었군요.

-FC소쇼를 상대로 리그 되의 감독들이 3-5-2 포메이션을 자주 꺼내 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FC소쇼는 중앙 미드필더진이 약하기에 중앙의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3-5-2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낭시랑 비슷하네.’

다만 낭시와는 다르게 쓰리백을 구성하는 선수들의 수준이 조금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공격을 나서는 테이 윌리엄스가 리베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중앙을 구성하는 엔조 마이어와 소피안 다함이 조금은 편하게 중원에서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온다!’

전반전의 첫 기회.

박규태는 자신에게 전달된 공을 받고서는 빠르게 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옆으로 바짝 붙는 로데즈의 수비수인 토마스 마레가 급히 그의 오른쪽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오호라…….’

순간적으로 박규태는 그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의 오른쪽을 점유하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오른발을 막으려고 하는구나.’

익숙하지 않은 왼발을 강요하게 만드는 토마스 마레의 플레이를 보면서 박규태가 공을 다시 뒤로 돌렸다.

‘많이 조사했네.’

로데즈가 자신의 많은 것을 조사했음을 느낀 박규태는 조용히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수비진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폈다.

로데즈는 박규태 혼자만이 아니라 벤자민 몽맹을 상대로도 많은 것을 준비한 느낌이 들었다.

벤자민 몽맹이 헤딩으로 공을 받으려는 순간마다 로데즈의 수비진이 그의 뒤를 점유하고 공중볼의 경합을 벌였다.

“젠장!”

일부러 그런 것이다.

공격수의 뒤에서 공중볼 경합을 해서 일부러 신경 쓰이게 하려는 것이다.

이번에는 수비 상황에서 로데즈의 수비수가 벤자민 몽맹을 거칠게 밀며 공을 클리어했다.

“주심! 저 녀석이 밀었어요!”

“정당한 몸싸움이었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심을 바라보는 벤자민 몽맹.

그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박규태가 나섰다.

“벤자민! 참아요.”

“젠장! 저 녀석들이 너무 하잖아!”

“어차피 잠깐이에요. 주심이 지금 로데즈 녀석들이 파울로 경기의 흐름을 끊는 순간마다 구두로 경고를 하잖아요.”

“진작에 옐로카드가 나왔어야지.”

“이번 주심은 몸싸움에 관대한 주심이니까요. 우리도 조금 거칠게 나가면 되죠.”

“칫! 팔자 좋은 녀석.”

필드에 침을 뱉은 그가 다시 자신의 위치로 향했다.

뿔이 잔뜩 난 벤자민을 보면서 오늘 로데즈가 정말로 많은 준비를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박규태의 표정은 태연했다.

‘그렇다고 공략하지 못할 수비진은 아니다.’

그가 겪어본 유럽 최상위권 수비진은 저런 어설픈 잡기술과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경험한 박규태에게 로데즈의 수비진은 어린아이의 장난과 비교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좋아……. 슬슬 나도 재미를 볼까?’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 자신을 공략하는지 파악한 순간부터 박규태의 움직임과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봐! 동양인.”

“왜?”

“아까부터 계속 내 주위를 맴도는데…… 이유가 있나?”

로데즈의 수비진을 지휘하는 테이 윌리엄스.

그의 물음에 박규태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네가 제일 뚫기 쉬워 보여서.”

“상당히 건방진 녀석이군.”

테이 윌리엄스의 말에 박규태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가 더 건방지지.”

“무슨 소리지?”

“고작 그 정도로 날 막으려고 했으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측면에서 날카롭게 연결된 얼리 크로스에 박규태가 달려들었다.

테이 윌리엄스도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박규태의 오른쪽을 점유하면서 그가 왼발로 슈팅을 하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깊숙하게 돌파를 허용해도 그의 눈은 걱정이 없었다.

박규태의 왼발은 그리 능숙하지 않을 테니.

하지만 그의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골대 왼쪽으로 파고들던 박규태가 고민도 하지 않고 자신의 왼발로 슈팅을 가져갔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온 슈팅.

골키퍼는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

거기다 슈팅의 각도도 절묘했다.

철썩!

골이 들어가는 순간, 로데즈의 수비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보았다.

“이예에에에에!”

팬들이 있는 곳까지 달려간 박규태.

소쇼의 선수들과 선취골의 기쁨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테이 윌리엄스가 그를 보며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넣은 거지?”

그 물음에 박규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 양발잡이야.”

< 국뽕 박규태 선생 #6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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