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3화 (3/199)

< 국뽕 박규태 선생 #3 >

전반전이 끝났다.

1 대 0으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다.

청팀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느낌이 좋은데?”

“그래, 느낌은 좋네.”

“팍! 우린 분명히 1군에 올라갈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골을 넣은 박규태는 옆에서 작은 카나리아처럼 조잘거리는 엔조 마이어를 놔두고 백팀의 수비진을 바라봤다.

‘내 생각보다 상대하기 훨씬 쉽네.’

확실히 관록이라는 것이 붙었다고 생각했다.

골을 넣던 순간의 판단도 경험에서 우러난 것이니까.

후반전이 다가왔고, 박규태는 전반전과 다른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덩치 큰 루도비치 델마스가 그의 옆에 붙었다.

“악당인 척하는 덩치 큰 친구! 너무 붙는데?”

“조용히 해.”

“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좀도둑과 메인 악당의 차이를 제대로 보여줄게. 어때?”

“쳇, 되게 시끄럽네.”

“전반전의 네가 이렇게 시끄러웠어.”

“닥쳐!”

“그래? 그러면 입 닫고 골 하나만 더 넣을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측면에서 올라오는 공에 반응한 박규태가 빠르게 백팀의 수비진 사이로 파고들었다.

몸이 굼뜬 루도비치 델마스는 살짝 늦게 반응했다.

그 작은 차이가 이번에도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높게 떠오른 박규태.

루도비치가 반응해서 점프하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고 뛰어오른 그는 공의 궤적으로 머리로 틀어서 골망을 흔들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골.

조용해진 루도비치 델마스를 보면서 박규태가 얄미운 미소를 보여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후반전이 빠르게 끝났다.

2:0으로 청팀이 승리하면서 끝난 경기.

박규태는 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덕분에 소쇼의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엔조 마이어는 들뜬 표정으로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와 경기 내내 부딪힌 루도비치 델마스의 표정은 파리 시청 근처의 노숙자가 덮는 신문처럼 구겨져 있었다.

‘뭐…… 결과가 어떻게 되든…… 확실한 장점이 있는 선수들은 모두 1군으로 올라가지.’

사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올라갈 선수들은 다 올라가니까.

엔조 마이어, 루도비치 델마스, 미카엘 파리스.

그리고 박규태 본인까지.

과거와 다르지 않게 모두 1군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의 생각처럼 며칠 뒤에 네 선수는 모두 1군에 합류하게 되었다.

“후우……. 이제 시작이구나.”

그래도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전의 삶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삶에서는 두 골이나 넣었다.

그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다.

* * *

FC소쇼-몽벨리아르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 활약했던 모든 선수가 다른 팀으로 팔려나갔으며, 선수를 판매하며 얻은 이익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FC소쇼는 젊은 선수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없으니까.

젊은 선수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단점도 많았다.

“팀 분위기가 환상적이네.”

박규태는 1군 라커룸 분위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생각처럼 엉망이었다.

선수단이 거의 물갈이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시즌에 소쇼 소속이었던 선수가 소피안 다함과 골키퍼인 플로랑 뒤마 둘뿐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동시에 크리스티 조엘 감독에게 무한한 존경심이 생겨났다.

‘어떻게 저런 답 없는 녀석들을 데리고 이번 시즌에 리그 앙으로 승격할 수 있었을까?’

라커룸에서 담배를 피우는 주전 미드필더인 필리페 가보리프를 시작으로 벌거벗은 몸으로 PT 체조를 하는 장도 푹스, 와인 1병을 순식간에 들이킨 모디보 사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박규태와 경쟁할 공격수인 장클로드 클레는 발톱에 여성들이 좋아할 핑크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고, 같은 자리의 공격수인 벤자민 몽맹은 자신의 보관함에 벌거벗은 여자의 사진을 조심스럽게 붙이고 있었다.

그나마 주장인 소피안 다함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이제 막 1군에 발을 디딘 어린 선수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라커룸의 전경을 살핀 박규태가 혼잣말을 내뱉었다.

“진짜 환장하겠네.”

그러고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한국말이라서 그런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엔조 마이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모디보 사뇽이 마신 와인의 라벨을 보면서 감탄했다.

“팍! 이거 로마네 꽁띠 같아!”

“로마네 꽁띠가 아니라 부르고뉴야! 59유로짜리 와인!”

“그게 그거 아니야?”

“엔조, 그건 다른 거야. 너 아이큐 80은 아니지?”

“어떻게 알았어! 나 아이큐 80이란 거?”

절로 한숨이 나왔다.

‘축구를 제외하면 상식이 전혀 없는 멍청이였지.’

놀란 표정의 엔조를 뒤로하고 박규태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한참을 라커룸을 살핀 그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없다.’

그가 알고 있는 소쇼의 라커룸이었다.

엉망인 이 팀은 프리시즌이 시작되고 일주일 뒤에 분위기가 전혀 다른 팀으로 바뀐다.

프랑스를 사랑하는 잉글랜드 출신의 감독 덕분에.

벌컥!

그때 라커룸의 문을 열고 들어선 크리스티 조엘 감독.

그가 엉망인 선수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오합지졸이군.”

그 말을 듣자 박규태는 묘한 감흥을 느꼈다.

선수들도 조금은 감독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에 주전이 모두 팔려나간 엉망인 팀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만들어낸 감독이었다.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도 비슷한 출발이었다.

“새내기들도 있으니까, 소개부터 하지. 감독인 크리스티 조엘이다. 내 뒤에 있는 대머리 독수리는 귀 몬구아르 수석 코치이고, 저 근육 덩어리는 체력 코치인 앙투안 헬터린이다.”

“어느 부분에서 박수를 치면 됩니까?”

술기운이 올라온 모디보 사뇽의 물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일주일 뒤에 아마추어팀인 레포레스VF와 경기가 있다. 그 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승리하면 너희가 라커룸에서 무엇을 하든 신경을 쓰지 않겠다.”

그의 충격적인 발언에 선수들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당연히 구미가 당기는 발언이었다.

감독은 그 말을 끝으로 라커룸을 나섰다.

선수들은 그제야 입을 열고 떠들었다.

“아마추어라고? 당연히 5 대 0으로 이기겠지?”

“5점 차이? 그건 수치라고. 한 8 대 0으로 이겨야지.”

“잉글랜드 출신 감독이라서 그런가 화끈하네!”

선수들은 좋아했다.

물론, 크리스티 조엘 감독을 겪은 몇몇 선수는 그런 들뜬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웃었다.

박규태도 그런 선수들 중 하나였다.

‘8 대 0? 과거에는 2 대 2로 비겼었지. 그것도 엔조가 미친 듯이 날뛰어서 만들어낸 점수였지.’

결과를 알고 있었다.

오합지졸인 선수단은 아마추어팀을 상대로 2실점이나 기록하면서 결국 무승부를 기록한다.

그 이후 선수들은 크리스티 조엘 감독의 손에 조련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제대로 된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경기 날이 다가왔다.

* * *

“그런 실력으로 라커룸에서 흡연하고 술을 마셨나?”

“…….”

“8 대 0으로 이긴다고?”

“…….”

“어떻게 2 대 1로 질 수 있지?”

라커룸은 조용했다.

아마추어팀을 상대로 2 대 1로 패배한 선수들.

아무도 크리스티 조엘 감독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오늘부터 라커룸에서 내 말은 절대적이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제대로 휘어잡으며 선수단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시작은 상담이었다.

경기가 끝난 이후부터 크리스티 조엘 감독은 선수 하나하나와 상담을 하면서 선수들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굉장히 타이트한 체력 훈련도 같이 들어갔다.

몇몇 선수는 구토까지 했다.

그만큼 타이트한 체력 훈련이었다.

“후욱! 후욱!”

박규태는 그런 타이트한 체력 훈련도 거뜬히 견디며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박규태는 프리시즌 경기에 뛸 수 없었다.

계속해서 백업이었다.

그래도 참았다.

‘주전으로 치고 올라갈 기회가 곧 온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라면 곧 기회를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훈련을 받았다.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팍! 내일 있을 보르도 스타드와의 경기에서 선발이다.”

박규태는 그 말을 듣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보르도 스타드.

정확히는 ‘스타드 보르델레 CU’라는 팀이었다.

프랑스 3부리그이자 아마추어와 세미프로팀들의 최상위 리그이며,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경계선 역할을 하는 샹피오나 나시오날에 소속된 세미프로팀이었다.

“상대가 세미프로팀이라고 방심하지 마라.”

크리스티 조엘 감독의 말처럼 방심할 수 없는 팀이었다.

보르도 스타드는 이번 시즌에 ‘리그 되’로 승격을 준비하고 있는 팀이었다.

특히나 프랑스 U-20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수비수인 토마스 리옹과 나이지리아 출신의 수비수인 케빈 무툼바는 ‘리그 되’는 물론이고 ‘리그 앙’의 중하위권 팀에서도 로테이션으로 뛸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었다.

‘크리스티 조엘 감독의 4-4-2는 중앙 미드필더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 중앙 미드필더인 엔조 마이어는 그 누구보다 센터 포워드에게 높은 공을 올려주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박규태와 궁합이 맞았다.

188㎝의 키를 갖춘 그는 엔조 마이어가 올려주는 크로스와 로빙패스를 활용할 수 있는 공격수였으니까.

“팍! 오늘은 내가 더 멋진 패스를 넣어줄게!”

엔조 마이어는 기합이 팍 들어갔다.

‘엉망진창인 팀을 내 힘으로 승격시킬 거야!’

그런 다짐으로 축구를 하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났다.

머리가 조금 멍청하지만, 축구를 대하는 자세만큼은 그 어떤 선수보다 뜨거운 녀석이었다.

그래, 열심히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박규태는 필드에 섰다.

자신을 노려보는 두 중앙 수비수.

케빈 무툼바와 토마스 리옹이 보였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물론, 19살의 박규태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19살의 몸과 35살의 경험을 갖춘 지금의 박규태에게는 누구보다 상대하기 쉬운 선수들이었다.

삐이익!

잡념이 끝나기 무섭게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케빈 무툼바와 토마스 리옹은 투톱인 박규태와 장클로드 클레의 움직임을 살폈다.

특히 위협적인 돌파를 보여준 장클로드 클레를 집중적으로 마크하면서 FC소쇼의 공격 흐름을 끊으려고 노력했다.

수비진을 제외하면 보르도 스타드가 FC소쇼를 앞서는 것은 하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철썩!

하지만 그 선택은 실수였다.

그저 키만 큰 동양인이라 생각한 박규태가 전반 3분 만에 보르도 스타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문제는 그것이 시작이었다는 점이었다.

철썩!

전반 11분에 터진 두 번째 골.

박규태는 높게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바이시클 킥으로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내가 저 동양인을 마크할게.”

케빈 무툼바의 말에 토마스 리옹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케빈 무툼바는 박규태를 막을 수 없었다.

전반 33분.

높게 점프한 박규태가 이번에도 날아드는 공에 머리를 맞추며 공의 궤적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박규태.

그를 보며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감탄했다.

“환상적이군.”

< 국뽕 박규태 선생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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