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2화 (2/199)

< 국뽕 박규태 선생 #2 >

엔조 마이어는 자신의 앞에 있는 동양인을 보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 뛰어나지 않은 발기술과 느린 주력을 가진 이 공격수는 그에게 몇 번이고 가로막혔다.

‘그런데…… 어째서?’

하지만 이 동양인은 절대 골이 나올 수 없는 각도에서 어떻게든 골을 쑤셔 넣었다.

‘지난 한 달 동안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걸까.

어떻게든 골을 넣는 모습은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가벼운 2:1 연습게임이지만 엔조 마이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와 같이 동양인 공격수를 막던 미카엘 파리스도 어이가 없는지 골이 먹히고 나서는 잠깐 멍하니 골대를 바라봤다.

골을 허용한 골키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계속 이어지는 연습게임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1군 감독이 나타났으니까.

네 사람은 흥이 식어버렸다.

박규태가 크리스티 조엘 감독과 이야기가 끝나자 엔조 마이어가 그에게 다가왔다.

“이봐, 팍?”

“왜 불러?”

“멋진 골이었어.”

그 말을 남기고 그가 훈련장을 떠났다.

미카엘 파리스도 활짝 웃으며 박규태와 악수를 하고는 씻기 위해 샤워장으로 향했다.

골을 잔뜩 내어준 골키퍼는 뒤도 안 보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박규태가 미소를 지었다.

“진짜 돌아왔구나.”

그는 2:1 연습게임을 하면서 깨달았다.

진짜 과거로 돌아왔음을.

“상태창.”

[두 유 노 클럽 플레이어]

이름: 박규태

나이: 만 19세

<루이스 수아레스의 골 결정력>.

“진짜 죽여준다.”

설마 플래티넘 카드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의 골 결정력을 얻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대단한 선수지.”

기행에 묻혀서 그렇지 골닷컴에서 시대별 최고의 공격수 5인을 선정했을 때, 수아레스는 2010년대 공격수 중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뒤를 이어 이름이 기록되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그런 수아레스의 골 결정력이라니…….”

과거와는 전혀 다른 재능이었다.

“실버 카드에서 나온 재능은 이것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빈약한 재능이었지.”

회귀 전에 그가 얻었던 재능은 세 가지였다.

<홍철규의 시야>

<박민의 골 결정력>

<박춘수의 볼터치>

세 선수 모두 K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선수로, 그 시절의 박규태에게는 필요한 재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의 그는 세월의 관록이 있으니까.

기술이나 육체적인 부분은 부족할 수 있었다. 그 부분은 재능의 영역이니.

하지만 ‘오프 더 볼’과 ‘시야’라는 영역은 경험을 통해 조금은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 관록에 수아레스의 어마어마한 재능이 붙었다.

골 결정력이라는 하나의 재능이지만, 박규태는 확신했다. 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어쩌면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고.

“벌써 도착했네.”

몽벨리아르에서 삼촌과 같이 지내는 13평짜리 아파트.

박규태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삼촌도 다시 만나는구나.”

좋은 사람이었다.

부모를 잃은 그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의 많은 것을 희생한 멋진 사내였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진짜…… 이번에는 장가보내줄게. 삼촌.”

그의 나이 서른다섯까지 삼촌은 솔로였다.

그것도 ‘모태솔로’였다.

그래서 더 눈이 뜨거워졌다.

눈물을 참으며 박규태는 다짐했다.

꼭, 삼촌을 장가보내겠다고.

* * *

박규태는 소쇼와 처음 계약하는 순간을 기억한다.

4년 계약.

주급은 한화로 약 100만 원.

사실 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계약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박규태는 그 계약이 좋았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리그 되’에서 박규태는 노력한 만큼 좋은 활약을 펼쳤다.

21경기 8골 3도움.

거기다 승격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경기에서 터진 멀티 골로 그는 구단의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눈도장 찍었다.

덕분에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을 할 수 있었다.

1부리그인 ‘리그 앙’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습게 봤던 ‘리그 앙’의 수준은 생각과 달랐다.

두 시즌 동안 31경기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박규태는 벨기에의 KV 메켈렌으로 임대 이적되었다. 쫓겨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그는 동유럽을 전전했다.

어느 정도 실력은 있어서 버티기는 했다.

하지만 큰 활약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쏠쏠한 활약을 하고 결국은 은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팍! 여기야!”

며칠 전에 그와 함께 연습게임을 즐겼던 엔조 마이어가 손을 흔들었다.

박규태는 조용히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오늘 청백전 하는 거 알지?”

“그래, 알고 있지.”

“이번에 1군에 자리가 꽤 나오잖아. 오늘 청백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는 이번 프리시즌에 1군 선수들과 같이 움직인다는 소문이 있어.”

“소문이 아닐걸.”

박규태는 알고 있었다.

FC소쇼의 1군 스쿼드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것을.

그렇기에 2군에서 선수들을 대거 1군으로 올린다.

그런 상황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바로 엔조 마이어였다.

‘2부리그 지단이었지.’

비록 ‘리그 앙’에서 그리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2부리그인 ‘리그 되’에서는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시즌의 승격도 엔조 마이어의 지분이 40%는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난 10%는 되겠지?’

물론, 다시 돌아온 삶은 다를 것이다.

이번에는 그가 승격의 주연이 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지.’

시간이 지났다.

청백전의 팀이 빠르게 나누어졌다.

“팍! 같은 팀이네?”

“그래, 같은 팀이네.”

“좋았어! 내가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어줄 테니까, 팍팍 골을 넣어서 같이 1군으로 올라가자!”

엔조 마이어의 말에 박규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시노예’로 잘 부려먹어 줄게.”

“그거 한국말이야?”

“어, 한국말이야.”

“불어도 잘하네.”

“영어도 조금 해.”

“굉장해! 역시 팍은 천재구나!”

그런 순박한 엔조 마이어의 반응을 보면서 박규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1 대 11의 승부.

박규태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최전방에 자리했다.

모두가 준비된 것을 확인한 2군 수석코치 제이콥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청팀과 백팀은 모두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FC소쇼의 1군에서도 4-4-2 전술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기에 선수들의 전술적인 역량도 파악하기 편했다.

2군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물론, 수준이 낮다고 뛰어난 선수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박규태는 자신의 옆에서 알짱거리는 키만 커다란 중앙 수비수를 바라보았다.

‘새끼……. 지금 봐도 전봇대처럼 크네.’

루도미치 델마스.

20살의 나이로 소쇼의 관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는 유망주였다.

특히나 그 나이대 수비수와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과 점프력이 인상적인 선수였다.

‘판단력도 나쁘지 않고…… 침착성도 좋았지.’

당연히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키가 큰 선수들이 대체로 가지고 있는 약점이 모두 있는 선수였다.

퍼스트 터치가 썩 좋은 편이 아니고, 주력이 그렇게 빠른 선수도 아니었다.

그렇게 루도미치 델마스를 바라보던 박규태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이봐, 꼬맹이.”

“나? 내가 꼬맹이라고?”

“내 옆에 있는 꼬맹이가 너 아니면 누구겠어?”

“확실히 2미터에 가까운 너와 비교하면 꼬맹이겠네.”

“그렇지? 아무튼, 조심하라고.”

“왜?”

“액션 영화의 악당처럼 너를 뭉갤 생각이거든.”

자신감이 팍팍 느껴지는 루도미치 델마스의 말에 그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고는 중원을 살폈다.

‘엔조를 제외하면…… 중앙에서 양질의 패스가 올라오는 건 기대하면 안 되겠군.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노려볼까?’

경기의 양상은 생각보다 지지부진했다.

중앙에서의 점유율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두 팀의 스트라이커에게 연결되는 공은 극히 드물었다.

거기다 대부분 17~20세 사이의 젊은 선수들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은 경기가 거칠었다.

덕분에 박규태는 전반 15분이 지나는 시간까지 고작 3번의 볼 터치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급하지 않았다.

‘조급하게 움직이면 넣을 수 있는 골도 못 넣지.’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기회는 꼭 오게 되어 있다.

전반 20분.

그의 생각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시작은 청팀 측면 수비수의 스로인이었다.

“엔조에게 연결해!”

공을 받은 청팀의 미드필더가 급히 중앙으로 공을 연결했다.

중앙에 있는 엔조 마이어.

그는 다급히 연결된 공을 편하게 잡아내고는 우아하게 몸을 돌려 전방을 살폈다.

‘저기 있네.’

수비수 사이에서 조용히 기회를 살피는 박규태를 확인한 엔조 마이어가 백팀의 수비진을 살짝 넘기는 로빙패스를 찔러 넣었다.

빠르게 공을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

‘이 패스…… 잡을 수 있다!’

로빙패스가 오는 것을 확인한 박규태는 급히 움직이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것을 소홀히 생각하지 않았다.

루도미치 델마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의 파트너가 박규태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정확히는 공이 떨어지는 위치로 달렸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공중에서 공이 오는 순간 공격수는 고민한다.

공을 잡고 슈팅을 가져갈 것인지.

논스톱으로 때릴 것인지.

몸으로 밀고 들어갈 것인지.

세 가지의 선택지가 생긴다.

일반적인 선수는 여기서 시간을 낭비해서 기회를 잃는다.

생각이 많아서 그런 실수가 나온다는 것을 박규태는 잘 알고 있었다.

‘몸으로 밀고 들어가자!’

공이 떨어지기 무섭게 백규태가 가슴을 이용했다.

“제길! 루도미치! 뚫렸어!”

살짝 튄 공을 가슴으로 밀면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루도미치 델마스가 급히 수비를 돕기 위해 박규태에게 붙었다.

‘미안하지만 늦었어!’

그가 오기 전에 박규태가 슈팅을 가져갔다.

공이 살짝 떠오른 상황에서 나온 슈팅이기에 부정확했다.

하지만 슈팅을 가져가면서 박규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들어간다.’

철썩!

감각적으로 찬 공은 깔끔하게 골대로 빨려들었다.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박규태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얼굴을 찌푸린 루도미치 델마스.

그를 보면서 박규태가 한 마디를 남겼다.

“자, 이제 누가 악당이지?”

< 국뽕 박규태 선생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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