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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화 (1/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 >

어둑한 밤 11시 55분.

박규태는 쓰게 웃었다.

은퇴는 언제나 쓰디쓰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그는 19살에 프랑스로 떠났다.

프랑스의 리그2 소속인 FC소쇼에 입단한 그는 스트라이커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살에 국가대표가 되었다.

-박규태 선수!! 대단합니다!

-환상적인 골! 중국을 침몰시킵니다!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멀티 골의 활약!

그렇게 뽑힌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활약도 했다. 중국을 상대로 2골을 넣으면서 많은 축구팬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도 결국에는 넘어설 수 없었다.

유럽이라는 벽은 너무나 크고 두터웠다.

팀이 ‘리그 앙’으로 승격하고 그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결국,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방출을 경험했다.

벨기에-세르비아-덴마크를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유럽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다.

재능이 없었다.

아니, 재능은 조금 있었다.

그저 선택이 아쉬울 뿐이었다.

“상태창.”

[두 유 노 클럽 플레이어]

-이름: 박규태

-나이: 만 34세

[재능]

<홍철규의 시야>.

<박춘수의 태클>.

<박민의 골 결정력>.

<마를렌의 수비력>.

<쑨 하이징의 애국심>.

<차민혁의 밤기술>.

선택의 실수였다.

그는 굉장한 선수들의 재능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K리그나 유럽 하부리그에서 겨우 통하는 재능을 얻었다.

그래서 동유럽과 아시아를 돌면서 축구선수로 살았다.

물론, 실패한 삶은 아니었다.

그는 한국에서 압도적인 공격수였다. 국가대표로서 통산 35골을 넣은 뛰어난 선수였다.

부족한 것이 없는 삶이었다.

“문제는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거지.”

뛰어난 선수였지만,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었으니.

“그래……. 사실은 훨씬 전에 죽어야 했어.”

사실 그는 19살에 죽어야 했던 사람이었다.

교통사고로 그는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그를 살렸다.

다시 눈을 뜨니 몸은 멀쩡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생존 미션]

-‘두 유 노 클럽 플레이어’가 되셨습니다. 만 35살이 되기 전까지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하세요.

[보상: 플레이어의 생명]

[실패: 죽음]

“흐……. 아쉽네. 뽀롱이라는 안경 쓴 펭귄 캐릭터도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하는데…… 국가대표로 35골이나 넣은 나는 아예 가입조차 못하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국뽕이 무엇이길래.

박규태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욕만 처먹은 파김치 워리어도 두 유 노 클럽에 가입이 되어 있는데……. 왜 난 가입을 못하는 거야.”

사실은 그 이유는 알고 있었다.

좋든 나쁘든, 그는 임팩트가 없었다.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기회를 놓쳤다.

그가 시계를 바라봤다.

11시 59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

이제 1분 뒤 그의 생일이 되면 그는 죽는다.

서른다섯 살이 되니까.

“다시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국뽕으로 범벅이 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꼭 살아남고 싶다.”

살아남고 싶은 욕망이 그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12:00

1분이 지나가고, 서른다섯 살이 되는 순간.

고통이 그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점점 사그라지는 정신.

그렇게 그의 삶이 끝났다.

* * *

“이거 참…….”

죽었는데요.

살았습니다.

박규태는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 있었다.

“과거로 돌아왔다고?”

놀랄 이유는 없었다.

시스템의 도움으로 죽을 운명에서 서른다섯 살까지 살았으니, 과거로 돌아왔다고 놀랄 이유는 없었다.

그 시기는 19살의 나이.

그가 시스템을 얻은 다음 날이었다.

‘중요한 날이었지.’

그의 빈약한 재능을 채워주기 위해서 시스템이 하나의 선물을 준 날이었다.

-첫 번째 선택.

1, [플래티넘 카드]

2, [실버 카드×3]

과거의 그는 실버 카드 3개를 선택했다.

‘그 시절의 나는 모든 부분에서 준수한 수준의 능력을 갖춘 컴플리트 포워드를 꿈꿨지.’

물론, 그 선택은 그의 인생 첫 번째 실수였다.

어중간한 재능은 어린 시절에는 두각을 드러내기에 좋았지만,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한계를 드러냈다.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지만, 유럽의 벽을 넘기에는 부족했다.

‘이 선택을 신중하게 가져가야 한다.’

시스템은 이 선물을 주고 총 5번의 시련을 주었다.

시련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면 좋은 보상을 주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결과에 비례해서 좋지 않은 보상을 주었다.

그래도 시스템은 자비로웠다.

5번이나 시련을 실패한 그에게 같잖은 보상을 주었으니.

아무튼,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5번의 시련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었다.

‘어중간한 재능으로는 하나의 시련을 넘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하나라도 좋다.

하나의 압도적인 재능이 있다면, 5번의 시련 중에서 하나는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첫 번째 선택’을 바라봤다.

“하……. 제발 두 유 노 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도와줘라. 내가 한국 사람들을 국뽕으로 범벅시켜줄게.”

-‘플래티넘 카드’를 선택하셨습니다.

-‘플래티넘 카드’를 개봉하시겠습니까?

- or .

“Yes!”

백금색의 카드가 반짝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박규태는 두 눈을 감고 기도했다.

“제발!! 제발!”

이윽고 작은 알림음이 들린 뒤, 카드의 앞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용히 눈을 뜬 박규태.

그가 경악한 표정으로 카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외쳤다.

“으아아! 미쳤다!”

* * *

리그 되.

프랑스 프로축구 1부리그인 리그 앙의 하부리그.

처음에는 디비지옹 2로 불렸으나 2002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리그 되 소속의 FC소쇼-몽벨리아르는 승격을 꿈꾸는 2부리그 구단 중 하나였다.

2000년대까지 성공적인 나날을 보내던 그들은 2010년 이후로 우승 한번 없는 시즌을 계속해서 겪고 있었다.

“재정이 항상 부족해.”

“우리 구단이 그렇죠.”

“버러지 같은 구단주가 8만 유로라도 내 손에 쥐어줬다면……. 토마스 알랭을 프라이부르크에 빼앗기지 않았겠지.”

“어쩌겠습니까? 새롭게 풀백을 키워야죠.”

“장도 푹스는 어때?”

“육체적인 부분은 리그 앙 수준입니다.”

“그건 마음에 드는군.”

“문제는 육체적인 선수들이 가진 고질적인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이겠죠.”

“기술.”

“맞습니다. 볼 터치가…… 경악스러울 정도로 떨어집니다. 거기다 패스도 솔직히 봐주기 어려울 정도고요.”

“거기다 나이도 어리지 않은 27살의 선수라는 점이지.”

“맞습니다.”

“그리고 그 선수가 우리 팀 풀백의 2번째 옵션이고?”

“정확히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데려온 선수입니다.”

“어떻게 승격하라는 거지?”

“그래도 항상 잘해오셨습니다.”

귀 몬구아르 수석코치의 말을 들은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몬구아르! 우리 팀의 스쿼드를 보라고! 황량해! 겨울에 AS 모나코에서 미드필더 둘을 데려갔고, 에버튼에서 주전 골키퍼를 데려갔어!”

“그런데도 리그 8위를 수성했죠.”

“난 승격을 원해!”

“감독님. 그래서 그만두실 생각입니까?”

“그럴 수는 없지.”

열이 끓어오르는 머리를 식힌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2군에서 쓸만한 친구가 있나?”

“음……. 내일 청백전 경기가 있습니다.”

“제발 쓸만한 스트라이커와 풀백이 있었으면 좋겠군.”

“정 쓸만한 선수가 없으면, 구단주 멱살을 잡으시죠. 아마 겁에 질려서 3만 유로를 더 얹어주지 않을까요?”

귀 몬두아르 수석코치의 농담에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기억하는 소쇼의 구단주는 짠돌이였으니까.

“이번 25-26시즌에서는 꼭 승격할 거야.”

“네, 그러셔야죠.”

“안 되겠어. 와인을 마셔야겠어.”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겉옷을 챙긴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감독실을 나섰다. 수석코치도 같이 겉옷을 챙기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구단 사무실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뻐엉! 대앵!

“음? 누구지? 훈련은 다 끝났을 텐데?”

“오늘 2군이 오후까지 1군 훈련장에서 같이 훈련했습니다. 아마 남아서 훈련하는 몇몇 2군 선수일 겁니다.”

“음……. 구경해볼까?”

“열정적인 선수라면 한 번 얼굴을 비춰도 좋겠죠.”

“그래, 자네의 말이 맞아.”

저벅저벅.

그렇게 훈련장으로 향하는 두 사람.

골대에 골키퍼가 하나 서 있었고, 훈련장에는 3명의 선수가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었다.

“둘이서 수비하고 공격수 하나가 공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수비수의 능력이 좋군요.”

“저 친구들 나이가 몇이지? 열여덟? 열아홉?”

“두 사람은 기억나는군요. 중앙 미드필더에서 활동하는 엔조 마이어와 수비수인 미카엘 파리스군요. 둘 다 18살입니다.”

“성적은?”

“엔조 마이어는 2군 경기에서 8경기를 뛰었고, 1골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유의미한 기록이라면…… 전진 패스 성공률이 90%에 육박했죠.”

“음…….”

“미카엘 파리스는 이번 시즌의 자료가 없습니다. 무릎을 다쳐서 경기에서 뛰지 못했거든요.”

“나쁘지 않은 수비력인데?”

나쁘지 않은 수비수와 괜찮은 수준의 미드필더.

두 사람을 보면서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때 꽤 키가 큰 동양인이 공을 잡았다.

“저 동양인은 누구지?”

“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치매가 온 건 아니지?”

“아! 2개월 전에 입단한 친구죠.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저 친구의 삼촌이 배관공이라는 건 기억합니다. 저희 화장실을 고쳐줬거든요.”

“보통 부모님이랑 같이 오지 않나?”

“교통사고로 양친을 모두 잃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그의 법적 보호자는 삼촌 하나뿐입니다. 19세에 맞춰서 입단했으니…… 피파 유소년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가.”

크리스티 조엘이 안쓰러운 눈으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그때였다.

공을 잡은 박규태가 돌파를 시도했다.

그 모습을 보고 크리스티 조엘이 고개를 흔들었다.

“발기술이 그리 좋은 선수가 아니군.”

“188㎝로 키가 조금 큽니다. 점프력이나 몸싸움은 비슷한 나잇대 선수와 비교하면 준수한 편인데…… 기술이 매우 아쉽습니다.”

“그래도 잘 크면 쓸만한 타겟터가 되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쯧……. 막혔군.”

잘 파고들었지만, 슈팅의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를 상대하는 엔조 마이어와 미카엘 파리스가 완전히 그의 주변을 틀어막았으니까.

하지만 박규태는 멈추지 않았다.

반 박자 빠르게 슈팅을 가져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 크리스티 조엘 감독이 고개를 흔들었다.

“틀렸어.”

그는 이 슈팅이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타이밍을 읽혔으니까.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박규태의 슈팅은 절묘하게 두 선수를 지나 골대에 맞고 굴절이 되며 골망을 흔들었다.

“뭐?”

순간 눈을 부릅뜬 크리스티 조엘 감독.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우연이겠지.”

하지만 박규태는 연이은 공격 기회에서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골 결정력이었다.

공을 잡는 순간부터 골을 넣을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분위기처럼 어려운 각도에서도 골을 잘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헐레벌떡 크리스티 조엘이 달려왔다.

저런 골 결정력을 갖춘 선수는 처음 봤으니까.

과거 어마어마한 골 결정력을 갖춘 선수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봐!! 이봐!”

마음이 급해서 불어가 아닌 영어가 튀어나왔다.

박규태는 그런 크리스티 조엘 감독을 바라봤다.

“이봐! 도대체 그 골을 어떻게 넣은 거야? 아니, 넌 누구지?”

그의 물음에 박규태가 미소를 지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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