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이트 오브 서울 222화 (222/226)

[게이트 오브 서울 222화]

박선우는 석민을 놔두고 몸을 낮추더니 세 손과 두 발을 이용해 무서운 속도로 기어서 아영에게 달려들었다.

아영은 몇 걸음 물러나면서 재장전을 마친 뒤 총을 연달아 쐈다. 그리곤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AK소총을 고개를 숙여 피한 후 몸을 굴렸다.

석민도 박선우의 등을 노리고 총을 쏘며 공격했다.

“나한테 오라고, 이 등신아!”

밍밍한 도발에 짐승처럼 변한 박선우는 침을 질질 흘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다시 석민에게 달려드는 박선우를 보며 석민은 총을 쏴도, 수류탄을 던져도 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마 그 속에 드래곤하트라도 넣은 듯했다.

석민은 허리춤에 끼어두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다급하게 뽑느라 허리띠의 절반이나 잘려버렸다.

너무 다급하게 뽑은지자 허리띠가 절반이나 잘렸다.

마구 쏘아대던 탓에 AK의 탄창이 비어서, 박선우는 그걸 둔기처럼 휘두르며 공격했다.

석민은 옆으로 피하면서 두 손으로 잡은 칼을 대각선으로 올려쳤다. 그 결과 박선우의 팔 하나가 절단 되었다.

고통으로 꺼림칙한 비명을 지르며 박선우가 다른 손으로 석민을 쳐냈다. 석민은 그대로 뒤로 튕겨나가 옷가게 구석에 처박혔다.

어깨에 멘 건슬링에 걸어 둔 총이 석민의 머리에 부딪혔고, 코가 뭉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재장전을 마친 아영은 박선우를 견제하기 위해 총을 쐈다. 그러나 박선우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석민이 있는 가게 쪽으로 달려들었다.

가게 특성상 퇴로가 없었다.

눈을 뜬 석민은 다시금 내리치는 AK소총을 몸을 돌려 피했다. 충격이 얼마나 큰지 튼튼하기로 소문난 소총이 바닥에 부딪치면서 박살이 나버렸다.

그는 오른손에 검을 쥐고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소총을 쥐고 있던 박선우의 다른 손도 절단이 되었다.

박선우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자, 석민은 몸을 일으켜 박선우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그 순간 박선우가 입을 벌렸다.

머리가 거의 복구되어갔으나, 너덜거리는 턱은 기괴하게 벌어지더니 그대로 석민의 머리를 덥석 물었다.

티타늄 헬멧이 그대로 캔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망가졌던 바이저가 으스러지면서 빠져나가 박선우의 입에 물렸다.

머리가 조금씩 더 조여 왔으나 석민은 헬멧을 벗지 않았다.

그 상태로 그는 검을 뽑아서 다시 입을 벌려 한 번 더 석민의 머리를 물려고 드는 박선우의 입 안으로 힘을 실어 쑤셔 넣었다.

커걱거리는 소리가 박힌 목구멍에서 들려왔다. 칼끝에 무언가 걸려서 더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박선우의 팔이 석민을 마구 할퀴었다. 오른쪽 견갑과 방탄복의 앞쪽이 크게 찢어지면서 석민은 옆으로 튕겼다.

앞쪽 흉갑 부분의 방탄재가 금속인 데도 손톱자국을 내며 크게 찢어졌다.

석민은 검을 놓친 채 바닥을 뒹굴었다.

박선우의 입 안에 꽂혀서 흔들거리는 검엔 오팔색 빛이 흘러나왔다.

박선우는 마치 인두에 지져진 사람처럼 펄쩍 뛰어다니며 고통스러워했다.

설마 안에 든 무언갈 박살 낸 건가?

석민은 어깨에 생긴 상처를 부여잡으며 박선우를 지켜보았다.

“아아악!”

손톱이 기다랗게 난 마지막 손이 그것을 얼른 뽑았다. 하지만 검에선 여전히 빛이 크게 나왔다.

박선우는 여전히 방방 뛰면서 크게 몸부림을 치더니 기둥에 머리에 크게 부딪히며 혼절하듯 넘어졌다. 기둥엔 큰 균열이 생겼다.

박선우가 쓰러지고 난 후 석민은 총을 다시 들었다.

안내글로 총기의 상태를 확인한 그는 탄창을 새로 끼우고 장전 손잡이를 당겼다.

아영은 수류탄을 다시 던지려고 했지만 석민과 그것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그러지 않았다.

녀석은 죽지 않았다. 잘린 팔들이 재생 중이었다. 땅에 박힌 검 또한 빛을 잃지 않았다.

석민과 아영은 몰랐지만 천사의 능력과 피로 짐승이 되어버린 박선우는 천사의 능력이 서려있는 검의 힘에 의해 이상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고개를 다시 든 짐승의 얼굴은 아까와 다르게 이성을 잃은 얼굴이 아닌, 사람의 모습이었다.

박선우는 멍한 표정으로 검을 바라보았다.

눈에 서려있던 푸른 안광 또한 사라졌으며 창백하게 빛이 나던 얼굴도 마치 혈색 좋은 사람처럼 연분홍빛 피부로 돌아왔다.

“오오.”

짐승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아닌 이성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나오자 더 놀란 것은 두 사람이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석민에게 닿고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석민 형?”

앳된 목소리가 나오자, 석민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너.”

불안감과 안도감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그를 향한 죄책감이 섞여, 살짝 울음기 있는 목소리였다.

“너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그들은 저도 모르게 총구를 내렸지만, 여차하면 다시 쏠 수 있게 자세를 취했다.

“꿈을 꿨어요. 악몽 같은. 그리고 계속 잊혀지는.”

박선우는 다시 자라난 팔로 검을 잡았다. 황홀함과 경외 어린 시선으로 그는 검을 뽑아서 도신을 보았다.

“진실이었나 보네요. 형이 한 말이. 교주가 내 목을 졸라서….”

그는 말을 잊지 못했고, 이내 자신의 3개 달린 팔을 보더니 경악한 시선으로 자신의 몸을 훑었다.

“나한테 무슨 일이….”

그의 양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일반적인 눈물이 아닌 검은 피 같은 눈물이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이었다.

그는 저편에 숨겨져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고는 세 팔로 머리를 쥐었다.

“으아아.”

그는 여태까지 자기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무기 내려놔.”

“내 믿음이 부족했어. 믿음이….”

석민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박선우는 뒷걸음질쳤다.

“고칠 수 있을 거야. 감염자도 고쳤는데….”

“닥쳐.”

박선우가 매서운 눈으로 석민을 노려보았고 겁먹은 두 명은 다시 총을 겨누었다.

분노 섞인, 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는 질책이었지만 박선우는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여긴 어디죠? 아, 왕십리역인가?”

그것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문자답을 이었다.

“무기 내려놔.”

석민이 다시금 말했다.

“이제 너도 알잖아. 그건 거짓을 기반으로 하는 믿음인거. 구원은 새빨간 거짓말인 거.”

그는 박선우가 저렇게 된 것에 자신의 책임도 있다 생각했기에 필사적으로 그를 설득하고자 했다.

“거짓은 이제 밝혀질 거고, 우리는 이제 이 지긋지긋한 사태를 마무리할 거야. 저놈들의 목숨을 대가로 이 모든 것을 마무리할 거야. 그러니 너도 도와줘. 저것들은….”

“아뇨, 형.”

머리를 감싸던 손가락 사이에서 한 쌍의 시선이 그를 주시했다.

“저는 절대로 그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았어요. 의심을 거두고 믿음을 배반하지 않고 싶었어요. 절대로.”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목소리엔 후회와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본심 대신 체념에 가까운 투지를 보였다.

박선우는 뒷걸음질치다가 소방 도끼가 든 선반을 보고는 그걸 부수고 도끼를 잡았다.

“그러지 마.”

석민이 다시금 간곡하게 말했다.

“우리 그러지 말자.”

“나는 교단의 충실한 충복이자 신자입니다.”

박선우가 그것들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도대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석민이 소리쳤다.

“너를 고아로 만들고, 또….”

석민과 아영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글이 나왔다.

[축복받은 박선우를 처치하여 사명을 완수하라]

‘개좆같네, 시발.’

석민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원망 안합니다. 이것만큼은 진심입니다.”

“젠장!”

아영과 석민이 동시에 외치면서 연발로 총을 쏘았다.

박선우는 총을 맞으면서도 석민를 향해 달려들었다. 짐승 같은 몸놀림이 아닌 사람이 두발로 뛰는 자세였다.

석민은 도끼를 쥔 팔에 총을 쏘았고 팔의 관절부가 맞으면서 박선우는 인상을 썼다.

그는 이제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석민은 자신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검을 옆으로 피했다.

박선우에게 달린 3번째 팔은 석민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는데도 그 팔을 움직이지 않았다.

재장전을 마친 아영은 석민 쪽으로 달려갔다.

“마지막까지 멍청하긴!”

석민은 그렇게 소리치며 박선우의 옆구리로 피해서 그의 등위로 몸을 옮겼다.

덩치와 키가 너무 커진 박선우인지라 그의 머리가 천장에 거의 닿았다.

아영은 고함을 치면서 박선우의 정면으로 달려들어 연달아 총을 쏘았다.

박선우의 온몸에 탄환이 박히고 일부는 관통하여 등으로 피가 튀어나왔는데, 놀랍게도 그 피는 검붉은색이 아닌 선홍색이었다.

박선우는 석민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아영에게 그대로 달려들었다.

재장전을 마친 석민은 달려드는 박선우의 양다리의 관절부를 조준하고 한 발씩 쏘았다.

그의 허리만큼 부풀어 오른 다리들이 총에 맞아 힘을 잃고 박선우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슬라이딩 하듯 앞으로 미끄러졌다.

인간으로서의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체념에 가까운 행동인 것을 그 두 사람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러나 여전히 살의를 가지고 있었고, 또 투지를 잃지 않았기에 그들은 매섭게 공격했다.

아영는 총을 버리고 권총과 단검을 뽑았다.

박선우에게서 회수하고 아영에게 준 그 단검이었다.

아영은 그의 가슴에 연달아 권총을 쏘다가 휘두르는 검과 도끼를 슬라이딩으로 피한 직후 단검을 그의 배에 체중을 실어 찍었지만 박선우는 몸을 움찔거릴 뿐 치명상이 아니었다.

도끼를 집어든 손이 도끼를 놓더니 아영의 상체를 붙잡았다.

아영은 기가 질린 눈으로 빤히 자기를 노려보는 박선우의 얼굴을 마주했다.

박선우는 울부짖지도 또 고함을 치지 않은 평온한 얼굴로 아영을 노려보았고 천사의 검을 쥔 손이 아영의 배로 향했다.

그 순간 석민이 박선우의 등으로 도약하면서 그 손을 노리고 총을 쏘았다.

팔의 하박에 3발의 총탄이 연달아 박히면서 검을 쥔 손이 충격으로 검을 놓치고 팔이 축 늘어졌고 상체가 숙여졌다.

석민는 박선우의 등에 올라탔다.

그는 박선우의 등뼈를 노리고 총을 마구 쏘았고 마지막 남은 한발은 아영을 잡고 있는 팔의 어깨를 쏘자 그 팔도 축 늘어졌다.

약실에 탄이 비어버린 그는 총을 두고 왼쪽 손목에서 단검을 꺼내서 목을 찌르고 양손으로 위아래로 쑤시며 절단했다.

몸의 자유를 되찾은 아영은 복부에 박아두었던 단검을 뽑아 박선우의 심장부분에 다시 꽂았고 그래도 그가 죽지 않고 입을 벌려 물어뜯으려고 하자 그가 버린 도끼를 쥐고 뒤로 물러나 도끼로 그의 이마를 찍었다.

쩍 소리가 나면서 그의 두개골이 반으로 쪼개지면서 안에 뇌와 충격으로 오른쪽 눈이 탈출하여 늘어난 신경과 함께 달랑거렸다.

단검으로 그의 뒷목을 썰던 석민은 몸속에서 빛나는 오색빛 의 찬란한 조약돌 같은 크기의 빛나는 돌이 보이자 그것을 붙잡았다.

그것은 마치 심장처럼 혈관 같은 것들이 잔뜩 연결되어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꽉 붙잡고 잡아 뜯었다.

생살이 찢어지는 끔찍한 소리가 그대로 귀에 또렷하게 전해지서 피가 튀었고 그의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박선우의 신체가 급격하게 무너졌고 석민은 뜯어버린 드래곤하트를 그대로 내려놓았다.

돌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두 사람은 크게 흥분하고 지쳐있어서 숨소릴 크게 내었고 아영은 발라크라바를 벗어서 땀으로 가득한 얼굴과 머리카락을 풀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왔다.

두 사람은 한명의 인간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얼굴이 반으로 갈라진 박선우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신체가 물에 만난 솜사탕처럼 녹아내렸다.

다리 아랫부분부터 위로 몸이 걸죽한 체액으로 변해 흘러내렸고 천천히 증발해갔다.

이상하게도 체액이 증발하면서 달콤한 달고나 냄새가 났다.

마지막으로 남은 박선우의 머리는 미소를 잃지 않았고 머리가 녹아내리면서 그는 눈을 감았다.

그의 신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개 같은 새끼들.”

석민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애써 울먹이는 것을 참았고 아영은 침울한 눈으로 박선우의 자리와 석민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감정에 동조한 그녀도 살짝 코를 훌쩍였다.

하늘에서 나팔이 크게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구멍난 천장에서 눈부신 빛이 새어들어오자 놀란 두 사람은 서로를 보더니 급히 무기들을 챙기고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뛰었다.

눈부신 빛은 천장의 난 구멍을 통해 박선우 신체가 녹아내린 자리에 절묘하게 비췄다.

그 자리에 따뜻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하더니 천장에 난 구멍을 통해 올라갔다.

그 자리에 박선우의 흔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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