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오브 서울 217화]
잠깐 몸을 숙인 사이, 총성과 함께 다시 그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헬멧에 총알이 맞은 거였다.
석민은 징징 울리는 머리를 무시하고 몸의 중심을 잡으며 총을 쏴서 자신에게 총을 쏜 자의 대가리를 날렸다.
직후에 몸을 뒤로 내빼면서 다시 연사로 갈겨서 아무도 못 올라오게 만들었다.
“이동!”
아영은 빨갛게 총열이 달아오른 기관총을 내버리고 ASH-12.7을 들었다. 그녀는 빠르게 석민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연사로 갈기고 있는 석민의 옆에 수류탄 하나를 내려놓고는 미리 열어둔 엘리베이터의 강철 와이어를 붙잡고 먼저 내려갔다.
그녀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그는 수류탄의 핀을 뽑아서 교단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던졌고, 그녀를 따라 내려갔다.
두꺼운 장갑을 꼈지만 마찰력에 손이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그는 내려가자마자 아영이 엄호하고 있던 뒷문 출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아영은 석민의 뒤를 따라오는 2명을 쓰러트렸다.
석민이 아영의 뒤로 지나면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석민이 재빠르게 출입구를 나가 말라 죽어 있는 조경수 뒤로 몸을 숨기고 재장전을 하던 때, 아영이 그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석민이 아영을 쫓아오는 자들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기겁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이 뒤로 물러나 출입구 안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간의 정적이 지나가고, 사격이 멈췄다고 생각했는지 몸만 살짝 내밀고는 석민과 아영을 향해 총을 쏘았다.
석민의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며 조경수에 총알이 팍팍 박히는 소리를 들으며, 석민은 그자들에게 총구를 겨눴다.
총구에서 뻗어나간 총알은 그자의 몸통과 머리에 직격하며 피를 뿌려댔다. 앞으로 쓰러지는 자에게 머리를 노리고 한 발 더 쏜 뒤 석민도 물러났다.
아영도 재장전을 끝내고 석민의 엄호 사격을 했다.
퇴출로 말고, 3면에서 교단인들이 나타났다.
석민은 연사에서 단발로 바꾸고 그들에게 한 발씩 쏘았다.
적들에게 아직 탄약이 남아있었는지, 연사로 석민과 아영에게 총알을 쏟아냈다.
아영이 석민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다시 퇴출했다. 석민도 몇 발 더 쏘고 몸을 돌리려 하는 순간, 등에서 큰 충격이 가해졌다. 마치 쇠망치로 가격을 당한 느낌이었다.
일시적으로 석민의 숨이 콱 막혔다.
슬러그 건에서 발사된 슬러그 탄이었다.
놀란 아영이 석민에게 다가오면서 슬러그 건을 쏜 자를 노리고 총을 쐈다. 그리고는 석민의 방탄복의 뒤에 난 손잡이를 잡아 그를 일으켜 세웠다.
“난 괜찮아.”
그는 아영이 묻지도 않았는데 대답하고는 단지 출입구로 달렸다.
아영은 지향 사격 자세로 계속 쏘았다.
눈앞에 나타난 십자선 덕분에 그녀의 사격은 정확했다. 양어깨에 총탄이 맞아도 그녀는 꿈쩍하지 않고 총을 쏘았다. 비록 급조 형식이긴 했지만, 혜원이 마련해준 방탄제가 그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입구 측면에 몸을 숨긴 석민이 사격을 가하자, 아영이 다시 몸을 그의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단지 울타리가 생울타리이거나 벽돌을 쌓아 만든 담벼락이라 총탄을 잘 막아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들은 화력에 밀리지 않기 위해 연발로 사격을 가했다. 적들이 몸을 웅크리고 엄폐에 들어가자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려서 내달렸다.
떠나기 무섭게 그들이 있던 자리로 엄청난 화력이 작렬했다.
벽돌 울타리가 박살 나고, 생울타리의 얼어 죽은 나뭇가지가 폭죽이 터지듯 그대로 부러졌다.
그들은 인도를 따라 뛰었다.
여기서부터는 피지컬 싸움이었다.
그들은 높은 방호력만큼 무거운 방탄복을 절그럭거리면서 육상선수처럼 달렸다.
쫓아오는 자들은 없었다.
그들이 무리해서 탄약을 소비한 덕분에 겁을 먹고 앞으로 나오질 않는 거였다.
조금 안도했을 때, 단지 입구에서 교단인들이 석민과 아영을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가했다.
석민은 그대로 버려진 폐차에 몸을 날려 피했고, 아영도 옆으로 굴러서 차량에 몸을 숨겼다.
기본 아음속 총이기 때문에 그는 초음속탄이 끼워진 탄창을 꺼내 장전했다.
아영은 차량의 바퀴 뒤로 몸을 누워 숨긴 직후 고개와 총구를 옆으로 빼고 총을 쐈다. 석민은 차량의 보닛 위에 상체를 내밀고 숨을 고른 공격을 가했다.
아무리 스탯을 찍은 그들이라도 이 상황에선 숨이 거칠 수밖에 없었다. 석민이 쏜 총알은 3발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다만 아영이 쏜 단발은 앞서 달리던 자의 쇄골을 맞혔다. 12.7mm의 엄청난 저지력이 그자를 그대로 뒤로 자빠지게 만들었다.
이 장소에 오래 잡히면 잡힐수록 추격이 계속될 것이다.
그는 ASH-12.7을 두고 다시 SR-1을 꺼내서 조준하고 쏘았다.
총을 쏠 때마다 총구에서 나오는 폭압으로 주변에서 흙먼지가 크게 일어났다. 반동과 총구 화염을 탁월하게 잡아주는 소염기를 꼈지만 그 때문에 생기는 단점이었다.
흙먼지 때문에 시야가 불량해졌다.
그는 4발을 쏘아서 쓰러트린 자에게 확인 사살까지 하고 아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석민의 시선을 의식한 아영이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다시 몸을 돌려 달렸다.
아까의 전투를 통해 다시 살아난 자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 뒤따라 나오는 신도들은 제대로 훈련받은 자들이 아니었고, 지쳐있어서 그런지 조준이 부정확했다.
사거리도 짧고 맞지도 않는 자신의 산탄총을 집어 던진 신도 하나가 쓰러진 다시 살아난 자의 무기와 탄창을 챙겨 석민과 아영을 노리고 쏘았지만, 그때쯤엔 석민과 아영이 더 멀리 도망간 후였다. 총탄은 바닥에 작렬해 도비탄을 만들어 냈다.
“제길!”
그자는 숨을 헉헉거리면서 점처럼 멀어진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석민과 아영은 달려서 사거리가 나오자 그대로 우회전해서 달렸다. 그 길을 따라 달리면 그들이 예전에 지나쳤었던 전농동 사거리가 나왔다.
그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마라톤 선수마냥 달렸다.
석민은 조금씩 뒤로 뒤처졌다.
그들은 그 길로 그대로 왕십리역으로 다시 움직일 생각이었다.
석민이 고개를 돌려 서울시립대 쪽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영의 말대로 저들이 저길 안 들르고 움직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사상자가 60명입니다.”
박재만이 보고했다.
“교주님, 괜찮으십니까?”
그는 교주가 매우 지친 기색을 보이자, 걱정이 들었다.
“기적을 사용하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되지.”
교주가 힘겹게 대답했다.
“차량이 1대 남았습니다. 그 차에 오르시지요.”
“남은 차는 그자가 타고 있는 건가?”
교주의 물음에 박재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냉동 차량이 없으니 그자를 제어하려면 내가 필요하겠지. 좋아.”
교주는 딱 하나 남은 차량의 보조석에 올랐다.
그 차량은 군용 소형전술차량이었다.
뒷좌석 뒤로 4명의 인원이 추가적으로 탈 수 있는 큰 공간이 있었는데, 그쪽은 커다란 칸막이로 막혀있었다.
그 순간, 그들의 뒤로 신호탄 하나가 하늘을 갈라서 크게 반짝였다.
군 때문에 무선이고 뭐고 통신이 안 되어서 연락 대용책으로 뒤에 남은 성도들이 준 신호탄이었다.
“군대가 온 것 같습니다. 가깝습니다.”
박재만이 두려운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더 가까웠다.
“대충 사가정 쪽일 겁니다.”
차량의 이동속도로 20분이 안 되서 도착할 것이다.
물론 거리는 폐차와 여러 장애물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릴 것이다.
교전이 벌어졌는지 그쪽으로 총성 여럿이 울려 퍼졌다.
장갑차와 전차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저들이 저지할 수 있는 시간은 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불신자들이 아가리를 벌리고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는구나.”
백은호가 말했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바로 움직이지 부상자들과 사망자들은 두고 움직인다. 바로 가야 한다.”
매우 비정한 소리였지만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납득을 한 눈치였다.
“가자.”
차량이 움직이고 몸이 멀쩡한 자들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차량 뒤쪽에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났고 차량이 살짝 들썩였다.
교주는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
“잠들 거라.”
교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음소리는 단번에 사라졌다.
“가자.”
거리에 시신들이 가득했지만 차량은 매정하게도 그들을 밟고 지나갔다.
좌우로 몸을 피한 부상자들이 누운 상태로 성하지 못한 팔들을 뻗어 환호성을 외쳤다.
몇몇은 감동받고 울음까지 터트렸다.
“교주님 만세!”
50구경에 떨어져 나간 왼쪽 팔을 지혈도 제대로 하지 못한 여자가 울음을 터트리며 목청껏 소리쳤다.
그들의 만세 소리는 절규에 가까웠다.
심장박동에 맞춰 지혈한 단면에서 피가 줄줄 나왔는데도 그 여자는 양팔을 뻗으며 교주의 앞길에 큰 고난이 없길 간절하게 빌었다.
교주는 그들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왕십리역 방향만 바라보았다.
뒷좌석에 동승한 박재만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구름 속에 숨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날개 달린 천사였다.
“하늘에!”
천사는 그들의 머리 위로 한 바퀴 돌더니 왕십리역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그것을 본 자들이 감격스러운 환호성을 질렀다.
하늘을 올려보던 여자가 잠깐 몸을 꿈틀거리더니 그대로 힘없이 뒤로 상체가 넘어갔다.
아직 기절을 하지 않은 그 여자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천사를 따라 눈동자가 움직였다.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는 와중에도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저의 죄를 사하시고 저의 영혼을 받으소서.”
그 말을 끝으로 눈에 빛이 사라진 그녀는 천사가 있던 허공을 응시 한 채 그대로 절명했다.
남은 자들이 부상자들의 탄약을 수거했다.
박재만은 애써 그들의 모습을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아무리 평소에 행실이 좋지 못한 그라도 그것을 매정하게 넘길 만큼 무심하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습니다.”
박재만이 교주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대열이 갈 수 없으니 건장한 자들 100명을 선발해서 서울 시립대로 보내 탄약과 총기를 챙기고 왕십리에 합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교주는 피곤한지 등받이를 뒤로 기울였다.
“그래, 그러자.”
그는 간신히 대답했다.
교주의 광배 덕분인지는 몰라도 차량이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덴 문제가 없었다.
교주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다.
박재만은 이렇게 판단했다.
그는 차량의 기관총좌에 거치된 기관총을 고개 들어 보았다.
믿음직스러운 사도대 대원 하나가 거기에서 기관총을 잡았다.
노획한 K-6중기관총이었다.
탄통은 겨우 1개였지만 100발이면 탄약이 부족한 교인들에게 충분히 보호가 될 것이다.
눈앞에 괴수가 나타나더라도 50구경이면 충분히 처리할 것이다.
그자의 종아리를 두드린 박재만은 그자가 고개를 숙이자 주의를 주었다.
“탄약을 최대한 아끼게.”
“네, 알겠습니다.”
광기 어린 신앙심 덕분에 그자들은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는 중에도 사기를 잃지 않았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몇몇은 점점 뒤처지더니 낙오되기도 했지만, 광신자 행렬의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