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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브 서울 216화 (216/226)

[게이트 오브 서울 216화]

생각보다 날아오는 총탄은 적었다. 교단 쪽 탄약이 부족한 게 분명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망가진 차량들을 제치고 후속 차량이 앞으로 나온 순간, 재장전을 마친 아영이 먼저 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예광탄이 아까처럼 쏟아졌다.

사거리가 닿지 않을 게 뻔한 데도 샷건으로 석민과 아영을 노리던 남자의 가슴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옆에 있던 다른 교인이 기겁하며 콘크리트 담장 아래로 몸을 엄폐하며 움직였으나, 아영의 눈에 띄고 말았다.

아영이 쏜 탄에 콘크리트 담장 모서리가 박살 나더니 이내 부서지며 그 뒤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화망은 이내 다른 차량으로 향했다.

차량의 앞 유리가 깨지고, 뒷좌석에서 팔이 떨어져 나가 비명을 지르는 여성이 튀어나오더니 바닥을 뒹굴었다.

50구경에 맞으면 죽고 스쳐 맞아도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다.

포성에 가까운 총성이 계속 울려서 석민의 귀는 완전 먹을 지경이었다.

‘망할 놈의 귀마개나 좀 마련할걸.’

같은 상황들이 반복되고, 결국 차량이 멈추면서 다리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몇몇 이들은 기어서 박살 난 선발대 장갑차의 뒤로 몸을 숨겼다.

“AK-203유탄 남았어!?”

“네!”

기관총의 총성에 귀가 반쯤 먹어버린 석민이 큰 소리로, 물었고 아영이 자신의 뒤에 있던 탄을 꺼내서 내밀었다.

석민은 신속하게 장전한 뒤 방아쇠를 당겼다.

유탄은 날아가 장갑차의 뒤쪽에 작렬했다.

별로 없던 유탄이 떨어지자 석민은 미련 없이 총을 버리고 다시 SR-1을 꺼내 들었다.

아영은 보이는 대로 전부 다 쐈고, 얼마 지나지 않자 주변에선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뒤쪽에 커다란 버스 보여!?”

석민의 목소리에 아영은 답 없이 그저 총구를 그쪽으로 돌렸다.

***

“이런 젠…!”

난데없이 버스 앞 유리에 총탄이 박히며 쩌적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깨지기 일보 직전이 되자, 놀란 운전사는 브레이크를 꽉 밟았다.

“탈출하십시오!”

운전사가 버스의 출입구를 열며 외치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교구장들을 비롯한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모두가 동요하며 탄식을 쏟아냈다.

“교주님!”

박재만이 교주의 앞으로 나와 그의 몸을 가렸다. 그러나 백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밀치고 앞으로 나왔다.

“나가라!”

교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교구장들이 앞다퉈 앞으로 나갔다.

제일 앞장섰던 자가 발을 버스 밖으로 내리자마자 무언가 깨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핏방울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들이 입고 있는 방탄모와 방탄복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출입구가 딱 하나뿐인지라 그들은 나가지도 못하고 몸을 움츠렸다.

“방탄유리가 더 이상 못 버팁니다! 당장!”

운전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앞쪽의 유리가 깨지면서 탄환들이 앞쪽에 몰려있던 교구장들을 쓸어버렸다.

“나가! 나가!”

앞쪽에서 총 맞을 것 같은 이들은 뒤로 몸을 빼고 뒤쪽에 있던 이들은 앞사람을 밀면서 아수라장이 된 판국에, 총탄은 유유히 그들을 통과하고는 피를 뿌려댔다.

“아악!”

눈에 피와 유리 파편이 들어간 운전사가 몸부림치면서 주저앉았다.

박재만은 경악 어린 눈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귀하다 추앙받던 몸들이 하나둘씩 포개지면서 앞쪽에 사람의 산이 쌓였다.

그 시체와 그 시체를 두르고 있는 방탄복 덕분인진 몰라도 더 이상 총탄이 관통하지 못했다. 덕분에 뒤에 있던 자들은 살 수 있었다.

박재만은 얼굴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았다.

K-6중기관총의 위력에 대해선 그도 익히 들어왔지만, 이 정도일 줄은 경험이 없었던 그로선 예상하지 못했다.

마침 사격이 끝나자 남은 이들이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밟고 올라가 움직였다.

“재장전 중일 때 가야 합니다! 어서!”

박재만도 놀란 교주의 몸을 잡아 이끌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교주의 광배가 천천히 사그라들고 대신 반쯤 놀란 시체 같은 얼굴이 드러났다.

교주를 포함해 나온 사람의 수는 겨우 4명이 전부였다. 다행히 그들은 무사히 빠져나와 차량 뒤로 몸을 숨겼다.

교주의 깨끗한 의복이 피와 오물로 더러워졌다.

박재만은 걱정하지 않았다. 교주는 신묘한 기적을 일으켜 드래곤의 불지옥에서도 버텼었다. 그가 분명 다시 기적을 펼쳐서 저놈들을 쓸어버릴 거라고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교주는 칼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놀라셨군.’

그도 근본은 사람이기 때문에 박재만은 백은호가 마음을 추스르길 기다렸다.

박재만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잠깐 바라보았다.

‘너무 혹독한 시련입니다.’

예상은 했었는데 설마 50구경 중기관총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반면 이쪽은 사람 수는 많아도 탄약은 이제 없었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탄약 없이 빈 총을 들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까지 오기 위해 괴수나 감염자들을 처리한다고 인력까지 물 쓰듯 썼다.

거기다 이제 본대에 남은 인원은 2천도 채 안 되었다.

다 죽은 건 아니고, 추위나 부상, 강행군으로 뒤처진 자들에게 추격하는 군대를 저지하라고 명령하고 떼어낸 게 대다수였다.

박재만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때 몇몇 대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상황이 어떤가?”

“매우 안 좋습니다. 남은 차량은 딱 1대뿐이고, 교인들은 지금 제압당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몇몇 이들이 사격을 가하고 있었지만 마치 볼트 액션 사격하는 것처럼 간간이 쏠 뿐이었다.

구리암사 터널을 비롯해서 여기에 올 때까지 가진 총알을 거의 다 쏜 탓에 대부분의 교인들은 착검한 빈 총을 들고 있었다.

“그들을 앞으로 보내라.”

교주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들이라 하시면….”

“내게 축복받은 자들 말이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 사람들도 저 화력에는….”

“걱정하지 말고.”

마음을 추스른 백은호의 얼굴에서 다시 광배가 흘렀다.

“그들은 다시 태어난 은혜를 갚기 위해 목숨을 버리기로 맹세했다. 그들을 앞장세워라.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

그의 몸이 휘청거렸고 그러자 사도대 대원들이 그를 부축했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안 된다. 고지가 눈앞이다. 내가 엄호하겠다.”

단호한 음성에 박재만이 고개를 끄덕인 뒤 사도대 대원들에게 손짓을 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잘 무장한 한 무리의 인원들이 산개를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3번째 탄통을 뜯은 아영이 그 모습을 보고 석민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그들 쪽을 가리켰다.

석민이 재빠르게 한 명의 가슴을 노리고 쏘았다. 총에 맞은 자가 뒤로 넘어갔지만 이내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다시 앞으로 나왔다.

“방탄복을 입었어.”

석민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조준하고 쏘았지만 탄환이 장애물에 가려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숫자가 대략 15명 정도 되는 듯했는데, 어설프게 행동하면서도 대담하게 움직였다.

석민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단번에 그들이 제대로 훈련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버서커 같은 놈들인가?’

그는 그들을 조준한 채 숨 고르기를 했다.

이윽고 재장전을 마친 아영도 그들을 조준하려던 순간, 버스 뒤에서 나타난 교주의 광배가 엄청난 밝기로 그들에게 쏟아졌다.

사방으로 퍼지는 빛이 아닌, 마치 서치라이트처럼 석민과 아영에게 집중되는 빛이었다. 때문에 석민과 아영의 시야가 일시적으로 차단되었다.

“아, 뭐야!”

아영이 눈을 감은 채로 방아쇠를 당겼지만 제대로 조준도 안 하고 쏘는 것인지라 애먼 총알이 허공을 갈랐다.

눈을 감았는데도 빛이 눈꺼풀을 뚫고 들어왔다. 일반적인 빛과 다른 세기에 고통까지 느낀 그들은 낮게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웅크려 빛을 피했다. 눈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얼얼했다.

그 모습을 본 천국의 문 교단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석민은 억지로 눈을 떠보려고 했지만, 앞이 하얗게 변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앞이 안 보여!”

잔뜩 겁을 먹은 그가 소리쳤고, 아영도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영원히 실명하는 건가?

그렇게 된다면 저들에게 목숨을 잃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그들의 귀로 교단인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분노한 그들은 절대로 석민과 아영을 쉽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다! 가라!”

교주의 외침에 교인들이 우렁차게 함성을 외치며 달려갔다. 그들은 이제 석민과 아영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선두엔 ‘다시 태어난 사람’이라 불리는 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석민과 아영은 어떻게든 시력을 회복해보고자 했다.

아영은 눈을 꼭 감은 채로 다시 기관총을 붙잡아 사격을 가했지만 제대로 노리질 못해서 아무런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그녀는 총구를 돌려 다리 입구 부근을 향해 건너오는 자들을 쏘았다.

총성이 연달아 울리면서 다리를 건너던 자들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가 이미 넘어온 상태였고 석민은 준비를 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시력은 천천히 회복되어 갔다.

“나가야 해!”

석민이 소리쳤지만 아영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탄약은 남아있었고, 저들도 예상했던 것보다 저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석민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계단 쪽으로 움직였다.

아파트를 오르는 계단은 2개였다.

두 곳 전부 다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빠른 퇴출을 위해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어 아직 끊어지지 않은 엘리베이터의 줄을 이용한 퇴각로를 만들어 두었다.

그때, 폭음이 울렸고, 석민은 소리가 난 계단 쪽으로 움직였다. 계단 통로에서 우렁찬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ASH-12.7을 들었다.

탄창이 20발짜리였으나 그래도 일단 모든 탄창이 장전되어 있었다. SR-1을 쓰자니 반자동이라 제압 사격을 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이윽고 그는 계단의 모퉁이에서 누군가 나타나자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몸에 총탄 2발을 맞은 자가 쓰러졌다.

그자는 놀랍게도 감염자였다가 치료된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자가 쓰러지기 무섭게 모퉁이에서 권총이 튀어나왔다. 그자는 손만 빼서 석민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

석민은 그대로 가슴에 충격을 받아 몸을 뒷걸음질 쳤다.

그 기회를 노리듯 양손에 권총을 쥔 자가 나타나 석민을 정조준하고 쏘아댔다. 석민은 다시 충격을 느끼며 얼른 방아쇠를 당겼다.

총에 맞은 자가 뒤로 크게 자빠졌다. 12.7mm의 묵직한 탄환이 방탄복에 그대로 관통돼 그자는 절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수류탄 한 발이 석민의 머리에 맞아 튕겼다.

석민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수류탄은 도로 아래로 굴러가 포개진 시체들 위에 떨어지더니 폭발했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는 와중에 전술 방패를 든 자가 앞장서서 석민에게 다가왔다. 석민은 망설임 없이 연사로 총을 갈겼다.

요란한 금속음이 나면서 방패 또한 여지없이 관통되고, 방패를 든 자도 힘없이 쓰러졌다.

석민이 재장전을 위해 움직이자 착검을 한 새로운 무리가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석민을 향해 총을 난사했고, 석민은 몸을 숙이면서 뒤로 물러났다. 총을 피하며 재장전을 하려니 탄창을 잡은 손이 미끄러졌고, 석민은 주저 없이 다른 탄창을 꺼내 장전을 마쳤다.

그러나 그 틈을 노리고 총검을 쥔 자가 칼끝을 앞세우며 석민의 목을 찔러왔다.

기겁한 석민은 총으로 그걸 쳐냈다.

목을 찌르는 자의 행동이 국군에서 배운 총검술 자세와 완전히 똑같았다.

그자의 뒤로 2명의 다른 자들이 따라 나왔다.

그저 전술 없이 무작정 난사를 하는 바람에 그들의 약실은 금세 비었다.

그러자 그들 중 하나가 총을 버리고 권총으로 석민의 옆구리를 노리고 쐈다. 방탄복 덕분에 석민은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충격은 컸다.

석민이 멈칫하는 사이 허벅지를 베려고 들어오는 상대의 총검을 옆으로 치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앞에서 총검술을 하는 자 때문에 뒤에서 총을 들고 있던 다른 이들의 행동에 제약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총을 맞은 3명이 쓰러지는 와중에도 보조 무기나 총을 겨누자, 석민은 얼른 비어버린 탄창을 빼고 떨어트렸던 탄창을 주워서 끼웠다.

“아, 나오라고!”

다시 살아난 자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덤벼대는 모습에 석민은 기가 질렸다. 그는 다시 고함을 쳐서 아영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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