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이트 오브 서울 211화 (211/226)

[게이트 오브 서울 211화]

레이저 총마냥 빨간색 예광탄들이 날아가 아파트의 외벽에 박히면서 콘크리트가 깨지거나 크게 흙먼지가 일어났다.

기관총에서 각각 60발 정도 쏜 뒤 사격이 끝나자, 뒤쪽 보병 해치에서 대기하던 보병들이 일제히 무기를 겨누었다.

하지만 사격이 끝나도 정적만이 감돌았다.

몇 분이 더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바짝 긴장해 있던 교단인들 전부 긴장이 슬슬 풀렸다.

‘아닌 거 같군.’

전차장은 길게 콧바람을 뿜었다.

“좋아, 조종수, 최고 속도로 전진! 1호차, 빠르게 지나갈 거야!”

전차와 장갑차들이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우렁찬 디젤 엔진 소리와 함께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장갑차 뒤에 탄 사도대의 대원들은 여전히 사방을 조준한 채 그대로 대기했다.

전차와 장갑차가 동시에 전진해 나갔다.

그러나 전차장은 여전히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전차와 장갑차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괴수들이 다리에 도착할 때쯤, 갑자기 물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차체 안으로 들어가 해치를 닫은 뒤 전차장 조준경을 360도로 회전하면서 주변을 다시 확인했다.

이윽고 한 바퀴를 다 돌아 다시 아파트 쪽으로 조준경이 향했을 때 상체를 내민 자의 하얀색 열상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전차장의 눈이 크게 떠짐과 동시에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보병용 해치에서 상체를 내민 채 착탄한 상태로 주변을 살피던 사도대 대원 3명이 총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연사가 끝나는가 싶더니, 곧 이어 다시 연사가 시작됐다. 20발짜리 탄창인 듯했다.

보병들이 있던 해치에서 피 안개를 포함해 사람의 기름이나 내장 조각들이 튀었다.

“신이시여!”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도대 대원이 자신의 동료들이 뿜어낸 피에 의해 야시경이 가려지자, 비명을 지르며 야시경이 달린 헬멧을 통째로 벗어던졌다.

뒤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는 동안 장갑차의 중기관총탑이 돌아가 총구 화염이 보였던 곳을 노리고 쏘았다. 퉁퉁퉁- 거리며 예광탄이 날아가는 동안, 포탑이 돌아갔다.

“쏴.”

“쏴!”

복명복창하면서 포수가 발사 방아쇠를 당겼다. 포탄이 발사되고, 열상에 사람이 잡히던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화면이 흐려졌다. 그러는 사이, 전차와 장갑차는 다리 중간을 넘었다.

순간 모든 시선이 폭발이 일어난 아파트 쪽에 쏠렸고, 덕분에 측면에서 튀어나온 석민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석민은 전차 대신 장갑차에 대전차 로켓을 조준, 발사했다.

로켓이 날아가기 무섭게 장갑차에 박혀 대폭발이 일어났다. 장갑차의 해치의 뚜껑이 폭발의 충격으로 튕겨져 나가고, 그 안에 있던 인원들은 폭발 속에서 몸이 사라졌다.

“뭐야?”

전차장이 놀라 전차장 조준경을 돌렸다.

몸에 불이 붙은 채 비명을 지르는 대원 하나가 장갑차에서 나오자, 석민이 소총을 쏴서 마무리 짓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곤 비어버린 발사관을 버리고, 마지막 유탄이 장전된 발사기를 꺼내 전차를 향해 쐈다.

당연히 APS가 바로 작동해 유탄을 요격시켰다.

유탄이 요격되면서 유탄 자체와 APS의 투사체의 폭발로 인해 화면이 일시적으로 흐려졌다. 전차장 조준경과 포수 조준경이 일시적으로 무력화 되었고, 폭발에 의한 연기로 가득해졌다.

“좋아, 간다!”

석민은 총을 들고 달렸다. 석민과 전차와의 사이의 거리는 30미터 채 안 되었다.

전차는 여전히 앞으로 달리고 있었지만, 석민의 뛰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석민은 달리던 그대로 크게 도약을 했다. 제법 높은 전차의 뒤쪽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철판에 발이 부딪히면서 요란한 금속음을 냈다.

그 소리에 놀란 전차장은 석민이 전차에 올랐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포탑을 돌려!”

포탑의 포신으로 석민을 쳐낼 생각이었다.

석민은 소총을 어깨에 메면서 제자리 뛰기로 자신을 밀어내려고 하는 포신을 피했다.

“에라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천사의 칼을 뽑으며 전차의 포탑 위로 올랐다.

포탑이 계속 빙빙 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며 APS발사기를 꼭 잡았다.

그는 칼을 세워서 전차장의 해치에 칼끝을 겨누었다.

석민이 생각한 방법은 별거 아니었다.

만화에라도 나올 법하게 칼을 휘둘러 한 번에 전차를 잘라낸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해치의 경첩을 잘라낼 생각이었다.

“위에 있어.”

전차장석에 앉은 전차장과 장전수가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슬라이드를 당겼다.

상식적으로 밖에서 해치를 열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겠지만, 평소와 달랐다. 상대는 괴수들조차 피하는 놈이었다.

그들은 바짝 긴장한 채 전차의 위를 바라보았다.

그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석민이 해치에 칼을 내리친 소리였다. 한 번에 경첩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전차장은 아직 전차가 전진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터컴을 켰다.

“전차, 정지!”

그 말에 전차가 긴급하게 정지하면서 앞으로 쏠렸다.

“이런, 젠…!”

앞으로 몸이 기울면서 구른 석민이 차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칼을 전차에 힘껏 찍었다.

이대로 굴러 떨어지면 전차 궤도에 깔려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칼은 마치 통조림 알루미늄이라도 자르는 듯이 너무 쉽게 박혀 들었다. 그렇게 깊숙이 들어간 칼은 운 좋게 엔진부에 닿았다. 실린더가 깨지고 연료관에 구멍이 나면서 뜨거운 율활유가 조금씩 새기 시작했다.

“다시 전진!”

그런 사실을 모르는 전차장의 명령에 다시 가속하던 엔진이 불안한 소리와 함께 스파크와 작은 폭음, 그리고 검은 연기를 피어 올렸다.

-엔진이 맛이 갔습니다! 어, 이거….

전차장은 혀를 찼다.

석민은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운 채 칼을 뽑고 다시 포탑으로 기어 올라갔다.

포탑이 다시 회전하면서 기관총을 발사하려 할 때, 이번엔 석민이 포탑이 움직이기 전, 먼저 선수 쳤다.

그는 남은 경첩을 칼로 찔러 잘라버리고, 해치를 잡아당겼다.

잠금쇠 장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치가 뜯어져 나왔다.

“이런 미친!”

권총을 장전한 뒤 대기하고 있던 장전수가 열린 해치 사이로 권총을 쏘았다.

총성이 울리면서 석민의 헬멧바이저의 방탄유리창이 깨졌다.

석민은 충격으로 고개가 뒤로 넘어가면서도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았고, 해치 안으로 던졌다.

이어 전차장의 해치가 열렸다. 전차장은 석민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곧 권총에서 불을 뿜어냈고, 석민의 방탄복에 큰 충격이 와 닿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곧 전차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석민이 헬멧을 벗어 눈을 떴을 때는 전차장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때, 문득 자신이 딛고 있는 전차가 엄청 뜨겁다는 걸 깨닫고 얼른 빠져나왔다.

해치에서 불길한 검은 연기가 무섭게 피어오르더니 엄청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다행히 큰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양 볼이 전부 부풀어 오를 만큼 크게 숨을 내쉬었다.

“좋아.”

그 장면을 텍티컬 잠망경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아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은폐를 풀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석민이 있는 곳으로 가 50구경이 만든 흉흉한 구멍을 기가 질린 눈으로 보았다.

석민도 마지막으로 주변을 확인하고 천사의 칼도 살폈다. 힘 스탯을 1까지 올리길 잘했다며,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을 때, 아영이 질문을 던져왔다.

“아까 보니까 그 칼로 전차를 찌르고 자른 거 같았는데, 진짜였나요?”

“그래, 칼의 성능이 아주 좋아. 그렇지만 한편으론 상식이 무너지는 거 같아서 좀 껄끄럽기도 해. 그리고, 아무리 칼이 좋다고 전차를 이기는 건….”

“방금 이기셨잖아요?”

“차라리 대전차로켓이 났지. 주력전차였으면 절대로 안 통했을걸?”

“그건 그렇겠지요.”

두 사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왕십리역으로 움직였다.

각자의 사정.

-국민여러분, 저는 계엄사령관입니다. 즉시 서울에서 나오십시오. 대한민국 정부는 여러분의 안전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방송을 하던 드론이 박살나면서 추락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던 교단의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드래곤과의 싸움은 대단히 처참했다.

교주의 놀라운 기적에 드래곤이 물러났고,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드래곤의 추락도 보았기에 그들의 사기는 대단했다.

반수나 죽었다.

가지고 있던 차량들도 대부분 망가졌다.

탄약도 많이 소모됐다.

탄종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모은 무기였기 때문에, 남은 탄약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눈앞에서 본 기적과 믿음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채 걸어서라도 행진에 참여했고, 안전하게 구리-암사대교를 지나 터널에 진입했다.

그리고 그때쯤 교단의 지휘 버스에 비관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선발대와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통신을 담당하는 교인의 보고에 박재만은 인상을 썼다.

“아니, 선발대가? 전차와 장갑차로 이루어진

다른 교구장들 또한 인상을 쓰거나 몇몇은 교주의 눈치를 보았다.

교주의 조급함이 결국 폭발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박재만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교주의 진노를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언가라도 하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의미 없는 명령을 내렸다.

“계속 통신해 봐. 무전에 문제가 있다면, 휴대전화를 이용해. 연락이 될 때까지 하라고 내 말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무전을 비롯한 휴대폰 통신이 두절되었다.

“방해 전파인건가?”

백은호가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여전히 광배의 빛이 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구장들은 그의 얼굴을 전혀 보지 못했다.

“용기를 잃지 말도록!”

그가 힘차게 소리쳤다.

“간악한 용은 쓰러졌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적은 이제 단둘! 그들뿐이다! 비록 반수가 순교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조금 늦게 영광의 땅에 당도하는 것뿐이다. 재편성을 마치는 대로 다시 진군한다. 아직 다리도 못 건너지 않았던가?”

아까 계속해서 교주에게 탄약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던가?

교주께서 무언가 생각해 두신 것이 있나?

그때 다른 교구장이 나서서 반박했다.

“하지만, 탄약이….”

“걱정할 필요 없다. 서울시립대에 옛 군부대의 탄약 창고가 온존하게 있다. 무기 또한 오래된 것들이지만, 새로 보충할 수 있다.”

“예?”

처음 듣는 이야기에 교구장들이 서로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걸 어떻게….”

“서울 안에도 우리 성도들이 있었지.”

“아!”

백은호의 말에 교구장들은 낮게 탄식을 흘렸다.

교주는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 짧은 답변을 통해 무슨 일들이 있었고 그들이 어떻게 최후를 맞이했는지 대충 추리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노고와 정성을 무시할 수 없고,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이때를 대비한 것이었지.”

교주의 말에 교구장들은 드디어 용기를 얻었다.

그래, 많이 죽었지만 아직도 숫자는 많았고 열의만 가지고 있다면….

“놈들의 숫자는 단둘이다. 5천의 성도가 겨우 2명을 못 잡을 리 없을 것이야.”

교주는 그들에게 확신을 주었다.

“그러니 진격로 중간에 서울시립대를 두어라. 우리는 거기서 무기를 보충하고….”

“가, 감염자다!”

밖에서 외치는 소리에 교주의 말이 멈췄다. 그리고 자연스레 교주와 교구장들이 차랑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

터널 건너편으로 어둠 속에서 꾸물거리는 것들이 보였다. 마침 교주 백은호가 버스 밖으로 나오면서 그의 광배가 어두운 터널을 비추어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어찌합니까? 교주님?”

신도들은 곤혹스러운 눈으로 교주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교주를 통해 저들이 단순하게 저주받은 것이지, 언제든지 다시 치료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염자들을 죽이길 꺼려했다.

“어쩔 수 없다!”

교주가 단호하게 소리쳤다.

그의 말에는 거리낌이 전혀 없었다.

“이 수많은 이들을 구원해야 함이 옳지만, 그에 앞서 우리의 성전에 그 어떤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넘어야 한다! 이는 시련이다! 이 시련을 넘지 못하면 우리는 구원받지 못한다! 최후의 심판은 다가오고 있다. 총알을 가장 많이 가진 자가 앞에 서고, 그렇지 못한 자는 뒤로 물러나라! 우리는 충분히 이들을 물리치고 나아갈 수 있다! 대열을 갖추어라!”

교주는 오르곤에서 받은 칼을 뽑아들었다.

원래도 빛나던 칼은 교주의 광배를 받아 더욱 반짝였다.

대원들과 신도들은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글썽이며 교주의 명을 받들었다.

“군병들아, 공격하라!”

광기 어린 신의가 담긴 고성이 총성과 함께 터널을 가득 메웠다.

그렇지 않아도 큰 총성이 수백 발씩 터널 안에서 울리니, 순식간에 천국의 문 교단 교인들은 귀가 먹었고 몇몇은 귀에서 피를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고통보다 환희로 가득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리를 질러대며 총을 발사하는 모습은 광기 그 자체였다.

그들은 신앙에 심취되어 있었고, 자신들이 선택받은 존재라고 확신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