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오브 서울 194화]
“교주님, 준비되었습니다.”
교주의 수발을 담당하는 시녀의 말에 개인 기도실에서 기다리며 기도를 올리던 교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지.”
교주가 밖으로 나오자 밖에서 시립하고 있던 교구장들이 전부 고개를 숙였다.
대부분 상기된 얼굴이었으나, 몇몇의 얼굴엔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함께 나열해 있던 성남 교구장 박재만의 얼굴엔 불만뿐이었다.
촉박한 일정이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일정이 더 당겨졌다.
아니, 그래. 무기 조달이나 교인들의 배치까지는 이미 준비된 상황이니 그렇다 쳐도, 안 그래도 촉박한 일정이 더 당겨지니 까라면 까야 하는 박재만만 죽을 맛이었다.
거사는 시간에 맞춰서 절차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뭐하나 삐긋 나는 순간 시계의 톱니바퀴들 마냥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교주는 강행했다.
고작 며칠을 못 버틴단 말인가?
교주는 무엄한 박재만을 애써 무시하고 지났다.
그도 이번 일은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어쩔 수 없었어.”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교주는 교회를 빠져나왔다.
교회 앞엔 대형버스와 SUV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색 정장으로 통일한 무장 교인들이 일제히 교주를 향해 묵례를 하였다.
교주를 경호하며 뒤를 바짝 따르던 사도대들이 일렬로 줄을 서 버스로 올라탔다.
버스는 겉으론 일반 버스에 지나지 않았지만, 방탄 기능을 가지고 있었고, 바퀴 또한 방탄 타이어, 엔진과 서스펜션 또한 야지기동을 위해 강화한 것으로 이날을 위해 개조한 지휘차량과 같은 것이었다.
“정부 쪽은?”
“결사대들이 지금 행동하고 있습니다.”
대전 교구장이 대답했다.
“군, 경 쪽은?”
“일단 예정대로 하기로 했지만, 원래 계획에 맞춰 교인들이 당직을 잡고 대비를 했던 것이라서….”
박재만은 말을 흐렸고 궁인들 마냥 고개를 숙이며 교주를 따라가던 교구장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박재만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백은호는 몸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만 남기고 그대로 버스에 올랐다.
초대형 버스이긴 했으나 교구장들을 비롯해서 호위 인원들과 지휘를 맡은 인원들이 전부 올라타니 안이 좁았다.
교주는 맨 뒷좌석, 방탄유리와 파편 방지대로 보호되는 상석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하지.”
“네.”
차량들이 서서히 움직였다.
가장 앞서가는 SUV의 차체 위에는 경광등이 달려있었다. 대담하게도 경찰차였다.
SUV 차량은 경광등을 반짝이며 사이렌을 요란하게 켠 채 앞으로 나아갔다.
“방송은 준비되었나?”
“네! 동영상 공유 사이트가 준비 중이고, 정규 방송사와 종편에 있는 우리의 성도들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고 오랫동안 전도를 한 덕분이었다.
“성도들은? 사도대는? 모두 위치로 갔나?”
“그렇습니다. 모두 다 예정대로 시작될 것입니다. 다만, 관공서나 군․경 쪽은 갑작스레….”
“1절만 하게, 1절만.”
그 말에 질답을 하던 교구장이 고개를 숙였다.
“계엄사는?”
“계엄사도 지금쯤이면….”
***
사람들은 천국의 문 교단을 조금 극성인 사이비 정도로 폄하할 뿐이었지만, 실제 ‘천국의 문’ 교단은 철두철미하게 성전을 준비해 왔고 이제 그것이 빛을 발할 때였다.
임시정부 청사가 공격받은 그 날, 경기도 지역에서도 사방에서 총성이 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일선 경찰서와 소방서에선 총기 난사 사건과 폭발물로 추정되는 주유소 화재사건이 연달아 신고되었다.
“뭐야?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작스럽게 큰 사건들이 연달아 계속 신고되니, 신고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당황한 나머지 전화 받는 것 외엔 슬기로운 대처를 하지 못했다.
그때, 이번엔 괴수가 발견되었다는 신고가 연속으로 들어왔다.
이미 사태를 경험한 경찰들은 단순히 장난 전화로 치부할 수 없어, 신고가 접수된 지역으로 다량의 인력을 파견하였다.
결국 경찰의 인력이 순식간에 부족해졌다.
경찰 간부 하나가 계엄사에서 파견 온 연락 장교를 손으로 가리켰다.
“빨리 계엄사에 연락을 해서 지원요청을….”
연락 장교가 계엄사령부로 연락하기 위해 핫라인이 연결된 전화기를 들었으나, 정작 계엄사령부 지통실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계엄사 사령부는 불타고 있었다.
당일 당직이 아닌데도 저녁에 퇴근을 하지 않고 사령부에 남은 간부 몇몇이 당직사관을 쏴 죽이고 무기고를 개방했다.
일단의 정체불명 병력들이 계엄사령관과 부사령관, 참모장의 공관으로 침입했다는 보고가 올라갔다.
뉴스를 통해 긴급속보가 올라갔고,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지만 검문소마다 검문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빠르게 움직이는 군부대 차량과 경찰 차량은 하이패스처럼 쓱 지나쳤다.
그리고 교단의 수뇌진이 탄 차량 행렬 역시 검문소 앞에서 자연스럽게 통과되었다.
군, 경, 그리고 행정부와 입법부까지 그들이 의도한 모든 일들이 거의 계획대로 된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긴급 뉴스 속보를 보던 사람들 시야에 뉴스를 전달하던 아나운서의 모습이 사라지고, 어두운 화면이 나타나더니 곧 한 인물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교주였다.
-나는 천국의 문 교단의 교주, 백은호라 한다….
“뭐야 이게?”
방송국에서 모니터 현황을 체크하던 인원들이 놀라 방송실로 달렸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교단 쪽 방송국 사람들이 문을 잠근 것도 모자라, 여러 가지 기구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30분이 넘는 교주의 연설 녹음을 전부 방송에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나는 여태까지 정부가 숨겨온 추악한 진실을 고발하고자 한다.
손에 권총을 든 계엄사 파견장교가 병사 2명을 이끌고 왔다.
“방송 정지시켜! 당장!”
“문이 안 열립니다.”
장교가 문을 두드렸다.
“문 열어! 당장 문 열라고!”
-그동안 정부는 감염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방송으로 나오는 소리는 의도적으로 크게 커졌다. 그것은 문틈을 통해서도 확실하게 들려왔다.
“너희가 나서 봐!”
병사 2명이 문을 열기 위해 움직였다.
-또한 주께서 그들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구원을 내리셨음을 너희에게 알리고자 한다. 나는 너희에게 감염자들의 치료법을 알려주겠다.
“…뭐라고?”
개머리판으로 문의 손잡이를 때리던 병사들의 행동이 천천히 멈췄다.
-기뻐하라, 내가 영광스러운 소식들을 전하노니. 주께서 너희를 버리지 않고 구원을 내리신다.
방송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교주가 나오는 방송엔 피의 치료를 받아 구원받은 감염자들이 나와서 간증했고, 감염자들의 치료 행위 장면이 그대로 방송에 나왔다.
그리고 천사의 존재 또한 노출되었다. 연구소에서 강림했던 오르곤의 모습이었다.
그곳에 있던 연구원들 중 하나가 찍은 장면이 분명했다.
소문으로만 들리던 천사의 존재가 대중들 앞에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천사가 자신의 깃털을 뜯어 준 장면 다음으로 천사의 깃털이 담긴 혈액팩을 수혈받은 감염자가 치료되는 모습이 방영됐다.
방송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충격적이면서도 기적적인 장면들이 연속에서 나타났다.
이젠 막으라고 닦달할 상부도 없었다. 문을 뚫으려고 했던 자들 또한 놀라서 해당 영상만 바라볼 뿐이었다.
천국의 문 교단의 불법 선전방송은 매우 호황리에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