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이트 오브 서울 183화 (183/226)

[게이트 오브 서울 183화]

[12.7x55mm LP]

내구도:97%

품질: 상

러시아에서 생산한 초음속 탄약.

‘초음속?’

석민은 다른 탄약들도 꺼내서 확인해보았다.

탄두가 가벼운 초음속말고도 아음속탄환과, 아음속철갑탄이 있었다. 초음속탄환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탄두였고, 철갑탄의 탄약이 가장 무거웠다.

겉으론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석민은 이 총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불펍식인 것도 별로였고, 익숙하지 않은 조정간 2개는 유사시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떤 실수로 이어질지 알 수 없었다.

혜원은 석민이 6킬로그램이나 하는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 보이고 사격 자세를 취하자, 약간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내 남자, 아주 강하다.

그건 혜원의 기분을 매우 흥겹게 만들었다.

석민은 실망하는 혜원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서 일단 수령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하나는, 아영에게 주려는 거야?”

그의 시선을 의식한 혜원이 다른 상자도 열어 보였다.

“어, 덕분에 살았으니까 선물로 주려고.”

그녀가 말했다.

“좋아하려나?”

별로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좋아할 거야.”

석민은 전용소음기를 꺼내서 한 번 끼워보았다.

“한번 쏴 보겠어?”

“조금 있다가.”

석민은 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선물 고마워. 잘 챙길게.”

그는 그렇게 말한 직후 자신의 선물을 꺼내 들었다.

“이건 뭐야?”

석민은 대답 대신 상자들을 열어 보였다. 혜원은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작게 탄성을 질렀다.

금빛 번쩍이는 시계와 보석들이 보이자,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다가 목걸이를 꺼내서 자신의 목에 걸어보더니 거울에 비춰서 확인하고는 꺄아~ 거렸다.

“어디서 이런 걸?”

“서울에서 구한 전리품이야.”

석민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것 말고 시계도 있었지만, 혜원은 시계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나 귀걸이 안 차는데, 이참에 차야겠군.”

귀걸이까지 꼼꼼히 살피고 나서야 그녀의 시선이 시계에 닿았다.

“웬 시계야?”

“뭐겠어?”

혜원은 그 시계를 살펴보다가 이것이 남녀세트인 것을 깨달았다. 커플링 같은 시계였다.

그 의미를 깨달은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나 잠깐 손 씻고 올게.”

손만 씻는다던 그녀는 화약과 철가루로 가득한 커버올을 벗어버리고 샤워까지 마치고서야 나왔다.

“비싸 보이는 시계인데 옷도 맞춰야지.”

그리고는 옷장 안에 고이 모셔두었던 여성용 정장을 꺼내 입고서 목걸이와 시계를 차보았다.

“멋진데?”

그 말에 석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시계도 차 보았다.

금속으로 된 시곗줄은 최대한 줄여도 너무 헐렁했고, 혜원 또한 마찬가지라서 마치 팔찌마냥 흔들거렸다.

시계를 찬찬히 살펴보던 혜원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동그랗게 떴다.

“롤렉스? 이거 진짜야?”

설마 여태까지 가짜로 생각하고 있던 것인가?

“그럼, 진짜지.”

석민은 시계상자 안에 들어있는 품질보증서와 정품인증서를 꺼내서 보였고 그것들을 읽어 본 혜원은 상자에 붙어있는 낡아빠진 가격표를 보더니 눈을 더 크게 떴다.

“진짜라고? 7천!?”

굳이 옛날 가격이라고 정정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시계가 있어? 이런 거 차는 사람들은 뭐하는 새끼들이지?”

혜원도 자기 나름 큰돈을 만진다고 자부해 왔지만, 이런 고가의 시계를 찰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고 이런 가격의 시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서민적이었다.

“이런 건 차고 다니기 무섭겠는데.”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석민도 평소에 이걸 차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시계가 너무 커서 무게감이 있는 데다가 반짝거려서 이걸 차고 서울에 갔다가는 괴수에게 걸리기 딱 좋아 보였다. 또 밖에서 차고 다니기엔 너무 고가라서 호구잡히기 십상일 거 같았다.

선물을 주고받은 뒤 석민은 혜원에게서 새로운 무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SVDK가 박살났어.”

“응?”

그 말에 혜원이 인상을 썼다.

“설마….”

“총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가지고 다니다가 좀 높은 곳에 떨어졌거든.”

석민은 랩터라 불리던 괴수에게 걸려서 총이 박살났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분명 혜원이 들으면 히스테릭을 부릴 게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것을 사려고 하는데.”

“잘됐네. 그러면 내가 사준 ASH-12.7을 써.”

그거 말고 다른 무기를 쓰려고 하면 분명 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킬 것 같아서 석민은 가만히 입 다물고 있다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것도 좋아 보이긴 한데, 아직 9x39mm 탄이 많이 남아있어서 9mm 탄을 쓰는 비슷한 총기를 가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5.56mm 탄이랑 호환되는 총기도.”

그는 얼른 말을 덧붙여서 그녀의 주의를 5.56mm 탄을 쓰는 총으로 돌렸다.

“그거라면 많긴 하지. 지난번에 못산 AK-108이라던가.”

“M16시리즈 탄창이랑 호환되는 걸로.”

그 말에 혜원은 눈을 치떴다.

“여기는 그런 거 취급 안 하는 거 잘 알 텐데?”

“버려진 무기고를 발견했거든. 엄청나게 많아, 탄창이랑 5.56mm가. 그것들을 그냥 두자니 좀 그렇잖아.”

석민의 말에 혜원은 잠깐 고민을 하더니 시계를 풀었다.

“마침 비슷한 게 있긴 한데.”

“응? 진짜 있어?”

석민은 반쯤 포기하고 찔러본 거라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자 놀랐다.

“있긴 있는데… 민수용이라 연발사격이 불가능해.”

그 말에 석민은 낮게 신음소리를 내며 고민에 빠졌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디까지나 활용이기 때문에 연발이 안 된다면 손가락이나 엄청 움직이면 되겠지.”

연발이 있어야 위급할 때 위기를 모면하기 좋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이거야.”

혜원이 박스 하나를 꺼내왔다.

얼마나 오래 구석에 처박아 뒀는지 박스를 꺼내는 순간 먼지가 풀풀 날렸다. 혜원은 옷의 먼지를 털어내며 박스를 석민에게 건넸다.

석민은 박스를 조심스레 열었다.

일반적인 AK처럼 생긴 무기인데 장전손잡이가 좌우에 다 달려 있었고, 핸드가드 또한 매우 길었다.

석민은 그것을 들어보았다.

[Kalaschnikow SR-1]

내구도: 100%

품질: 상상

탄약: .223 Remington

칼라시니코프사에서 생산한 민수용 소총,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상태가 매우 좋다.

‘보통탄?’

석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보통탄 말고는 쓸 수 없었다.

‘나토탄(k100탄)이 더 많을 텐데.’

“AK-107을 민수용으로 개조해서 만든 무기야. 명중률이 아주 우수하고 107처럼 평형반동이기 때문에 반동도 아주 적어.”

옷을 갈아입으며 혜원이 말했다.

조정간은 격발과 안전만 있어서 그런지 버튼식이었고, 탄창 멈치는 M16처럼 왼쪽에 달려있어서 방아쇠를 건드는 검지로 쉽게 누를 수 있었다. 노리쇠 멈치는 그 바로 아래에 달려 있었다.

조작하는 방식은 M16이랑 비슷했지만 생긴 건 AK 라서, 마치 AK와 M16의 자식이 태어난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러시아제 특유의 낮은 위치의 개머리판 때문에 조준경을 단다면 견착 시 뺨을 제대로 두기 힘들 듯싶었다.

여태까지 러시아제 무기를 쓰며 감내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이러니 좀 짜증이 났다.

“개조를 원하는 거지?”

원래대로 옷을 갈아입은 혜원이 와서 물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개머리판이 마음에 안 들어. 높낮이 조절 가능한 칙패드 달린 개머리판으로 바꿔줘.”

“그 외 나머지는?”

“짧은 수직손잡이랑, 1~6 가변배율짜리 스코프. 그리고 이거 보통탄만 가능하던데 나토탄도 쓸 수 있게 할 수 있어?”

그 말에 혜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돼. 맞는 총열이 없어.”

그 말에 석민은 속으로 혀를 찼다.

“어쩔 수 없네. 그리고 9x39mm 탄을 쓰는 무기는….”

혜원은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원래 그 무기는 잘 취급하지 않아서 좋은 건 없고, 안 좋은 거 하나밖에 없는데.”

“상관없어.”

혜원은 잠깐 고민하다가 물건을 꺼냈다. 작은 소총이었다. 길이가 얼마나 짧은지, 짧고 작은 mp5k와 견줄 만했다.

“9A-91라는 거야.”

“엄청 작네.”

석민의 눈엔 소총이 아니라 거의 보조무기처럼 보였다.

“실내전에 특화된 놈이야.”

혜원이 말했다.

“소음기는?”

“그게 없어.”

“엥? 없다고?”

“전용소음기로 아주 큰 거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거든.”

혜원은 잠깐 눈알을 돌리며 말했다.

석민은 총기를 들어서 보았다.

[9А-91]

내구도: 95%

품질: 상하

탄약: 9x39mm

러시아 KBP설계국에서 생산한 민수용 소총, 사용한 감이 있고 오래되었지만 성능엔 문제없다.

바실리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훈련에 임했지만, 오랜 인내심을 끝으로 냉소와 비웃음을 머금고 무기를 챙겨 나갔다.

‘바실리는 또 누구야?’

처음 보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는 걸 봐선 이 무기는 ‘바실리’라는 자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주인을 얻지 못한 듯했다.

석민이 무기를 들고 무게를 가늠해보자, 대략 2킬로그램도 채 안 될 것 같았다.

막상 들어보니까 작기로 유명한 mp5k보다도 더 작고 가벼웠다.

VSS도 가벼운 편에 속했는데, 이건 작기도 작지만 소음기도 없는 데다 총열까지 짧으니 더 그런 듯싶었다.

“이거 중고네?”

“어떻게 알았어? 맞아. 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애초에 9밀리 아음속탄환을 쓰는 무기는 구하기 힘들다고.”

혜원이 말했다.

“유효사거리는 200미터, 최대 사거리는 400미터야.”

“이게?”

석민은 놀라 되물었다.

쪼끄만 무기치고는 사거리가 길었다.

“물론 방탄복을 제대로 관통하려면 100미터 이내에서 쏴야 할 거야.”

“그렇단 말이지?”

석민은 턱을 만지며 잠깐 고민에 들어갔다. 그 사이 혜원은 석민이 요구한 작업을 하며 그가 새로 뭘 주문할지 기다렸다.

“9mm랑 12.7mm 아음속 탄약들 철갑소이고폭탄으로 생산 가능할까?”

그 말에 혜원은 잠깐 인상을 쓰다가 결국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SMG 홀스터, 있지?”

혜원은 석민이 오늘따라 유독 마이너한 것만 주문한다고 여겼다.

“SMG 홀스터? 나가지 않아서 재고품 많지. 그게 필요해?”

석민은 9A-91을 흔들어 보였다.

“이거 넣어두고 다니려고.”

처음 봤을 땐 마음에 안 들었다.

디자인이 못생겼고 대충 만든 것처럼 네모난 모양으로 각만 져 있는 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총보다 화력이 우수하고 9x39mm 탄을 사용하면 괴수들을 잡는데 문제없었다.

지금 자신이 보유한 권총도 마음에 들었지만, 서울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누가 본다면 무거운 SMG를 보조로 쓰겠다고 홀스터까지 사는 모습을 보며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스탯을 찍은 석민에겐 별일 아니었다.

“그것보다 이건 왜 탄창이 직사각형 모양이야?”

“20발짜리 전용탄창이라 어쩔 수 없어.”

“전용탄창이라고?”

그렇다는 것은 기존의 VSS 탄창은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석민은 혀를 낮게 찼다.

“탄창 전부 사야겠네.”

“6개 정도밖에 없어.”

그 정도면 겨우 120발인데, 보조무기로 쓴다는 가정하에 따져보면 그래도 그럭저럭 충분한 양이었다.

물론 보조무기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전부 들고 다닐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전부 챙겨서 쏴보지.”

“잠깐 기다려. 아직 요구사항 전부 다 수정 못 했어.”

혜원이 급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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