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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브 서울 148화 (148/226)

[게이트 오브 서울 148화]

“놈들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려.”

박재만을 따라 같이 온 소형 버스의 문이 열리면서 20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추가적으로 내렸다.

그들은 특이하게도 인원의 절반만이 기관총을 쥐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

교단대원이 추가되는 모습을 보고 아영은 기겁하면서 조정간을 연발로 두고 총을 쐈다.

“적이다!”

“으윽!”

그녀의 사격에 의기양양하게 앞서가던 교단 대원 2명이 총에 맞아 쓰러졌고, 그제야 그들은 각자 흩어져서 자리를 잡고 사격을 가했다.

아영은 자신이 있는 창가 주변으로 엄청난 사격을 받자 얼른 몸을 숙였다. 여태껏 그녀가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화력이었다.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가 아닌 벽돌을 쌓아 콘크리트를 바른 방식이라, 총격에 쉽게 허물어졌다.

사방에 구멍이 뚫렸고, 일부는 커다란 벽돌 파편 채로 떨어져 구멍이 생겼다.

아영은 바짝 엎드려서 총격을 피하기 위해 기었다.

“도와줘요!”

그녀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때, 석민은 박선우를 일별하고 2층 창가로 이동했다.

2층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으며 검은 연기로 가득했다. 그는 그곳을 뚫고 올라가 백린탄으로 시꺼멓게 타버린 방의 창가 아래에 엎드린 채 박선우에게서 뺏은 투척 무기들을 아래로 던졌다.

“수류탄!”

갑자기 머리 위로 투척 무기들이 떨어지자 교단 인원들은 사격을 멈추고 혼비백산하면서 흩어지거나 엄폐물에 몸을 숨겼다.

폭음이 연달아 들리면서 겁먹고 놀란 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사격이 순간적으로 멈추자 석민은 상체를 세우고 바로 아래에서 사격을 준비하는 차량기관총 사수를 노리고 쏘았다.

총에 맞은 사수가 쓰러지면서 차량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차량의 운전수는 급히 후진을 해서 차를 뒤로 뺐다.

이윽고 석민은 나머지 탄환을 제압사격 하듯이 마구잡이로 쏴 그들이 고개를 못 들게 만들었다.

그리곤 탄창이 비자, 다시금 몸을 숨기고 소이수류탄 2발을 던졌다.

대문 쪽으로 접근해 담벼락에 붙은 인원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고, 이어 폭발과 함께 그들이 있던 자리에 화염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아영을 향하던 화력이 석민에게 집중되었다.

여유를 찾은 아영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육중한 원목 탁자를 눕혀 벽에 붙인 후 총격으로 구멍 난 벽에 총구를 넣고 사격을 가했다.

그에 현관문을 통해서 진입을 시도하던 자가 총을 맞고 쓰러졌다. 바로 뒤를 따르던 자가 황급히 그의 군장을 잡아 뒤로 끌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겨우 2명이서 기관총을 다량으로 지닌 교단 대원 20명의 화력을 이길 순 없었다.

다시금 무자비한 총격이 가해졌고 아영이 있던 벽면이 박살나면서 원목 탁자에 총알들이 박혔다.

다행이 벽면이 완충 작용을 해서 총알이 힘을 잃은 덕분에 원목이 뚫리진 않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사격에 벽이 완전히 부서지자, 곧 탁자도 박살 날 것 같았다.

그 엄호사격 속에 교단 대원들이 몸을 던져 건물에 진입했다.

“뒤로 빠져.”

석민이 소리쳤다.

그는 1층으로 내려가 마침 현관문을 발로 차서 들어오던 대원을 쏴 쓰러트린 뒤 마지막으로 남은 수류탄을 문밖으로 던졌다.

“퇴로는?”

그 말에 아영은 고개를 저었다.

석민은 당연히 아영이 퇴로를 만들어 두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영은 급히 자리를 만든 거라 퇴로는 생각해 두질 않았다.

바로 뒤는 강이었다. 배수진에 봉착했다.

‘어쩌지?’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석민과 아영도 이쯤 되면 머리가 하얗게 질려버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너 차는 어디다 주차했어?”

석민이 물었지만 아영의 차가 있는 쪽으로 가려면 저들을 지나가야 했다.

강에 뛰어들어 추위를 무릅쓰고 벗어나야 할까?

그러나 강물에 들어가면 아무리 스탯을 찍은 석민과 아영이라도 얼어 죽을 확률이 100%였다.

석민은 일단 시간을 끌기 위해 급조 부비트랩을 만들었다.

교단 대원의 시신 밑에다가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의 레버를 꽉 쥔 채 바닥에 누르고 그 위에 시신을 덮었다.

“그거 전쟁범죄예요.”

“지금 우리가 전쟁 중이야?”

석민은 이런 상황에서도 참견하는 그녀를 나무라며 부비트랩을 만든 직후 강가 쪽으로 보았다.

건물 주변의 담벼락이 강가까지 제대로 설치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쪽으로 길을 개척한다면….

그는 잔가지로 가득한 낮은 관목들을 보았다.

몸으로 밀고 간다면 바로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즉, 다시 말해 시간이 부족하다 그 말이다.

뒤쪽에서 폭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렸다. 설치해둔 부비트랩을 누군가 건든 게 분명했다.

저들은 이미 1층에 도달했다.

“어쩔 수 없어.”

석민은 신발을 벗기 위해 신발 끈을 풀었다.

“강가로 들어가서 조용히, 최대한 빨리 흐름을 따라 내려가지. 운이 좋다면….”

총소리가 울렸고 그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소린 교단 대원들이 쏘는 소리가 아니었다. 뒤쪽 야산과 폐가에서 흘러온 소리였다.

갑자기 자기 옆에 있던 대원이 등에 총을 맞고 쓰러지자 박재만은 놀라 몸을 숨겼다.

“이리 와! 내 손 잡아!”

그는 쓰러진 대원의 손을 잡아끌어서 자신의 방탄 승용차에 태웠다.

“저는, 괜찮습니다.”

다행히 그 대원은 방탄복에 총알을 맞은 거라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몸을 좀 추스른 대원이 다시 일어나서 총을 장전했고 자기를 쏜 방향으로 기관단총을 난사했다.

“왜 뒤에서?”

석민을 쫓아가던 그들은 자신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곳에서 총알이 쏟아지자 무방비하게 공격당해 쓰러졌다. 결국 당황한 그들은 보이지 않는 위협을 피해서 각자 흩어졌다.

“박재만!”

확성기를 통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우리 사장님을 살해하고도 네놈이 무사할 줄 알았어?!”

박재만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니가 왜 여기에?”

전 우정파크빌의 경비팀장, 이석현의 목소리였다.

그의 주변으로 총탄이 박히면서 튀자, 박재만은 기겁하며 자신의 차량 뒤로 가서 몸을 숙였다.

왜 내가 갑자기 이런 공격을 받는 거지?

박재만은 억울하고 분해서 밤중인데도 얼굴이 붉은 게 보일 정도였다.

물론 김성일의 죽음을 이용했다. 하지만, 그를 죽인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거기다 왜 하필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방해를 하는 건지!

잔뜩 분노한 그는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아냐! 이 새끼야! 내가 살해한 거 아니라고, 이 새끼야!”

박재만은 소리치며 총구 화염이 난 방향으로 쏘았다.

“반격해! 저것들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런 통수 사격에 당황했던 대원들은 박재만의 선공을 보고 정신 차리고는 반격에 가세했다.

박재만에 의해 구조 받은 대원이 박재만에게 기관단총을 던져주었다.

박재만은 바로 조정간 연사로 돌린 후 총구 화염이 보이는 방향을 노리고 총을 쏘았다.

교구장이 몸소 나서서 반격을 가하고 있으니 교단대원들은 놀라면서도 용기를 얻어, 공격의 기세가 한층 더 거세졌다.

***

“다른 놈들인 것 같은데.”

정확히 상황이 돌아가는 꼴은 모르겠지만, 새로운 교전 덕분에 석민과 아영은 도망칠 기회가 생겼다.

석민은 풀었던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움직일 준비를 했다.

“이쪽으로”

그들은 담벼락 쪽 틈새를 이용해서 건물 부지 밖으로 나가길 시도했다.

낮은 관목과 풀숲 때문에 빠져나오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나무들이 대부분 가시나무라서 온몸이 긁히고 따가웠다. 그래도 강에 들어가는 것보단 나을 거라 생각하며 몸으로 밀고 나갔다.

“이거 받아.”

그러다 우뚝 멈춘 석민은 품속에 있던 단검을 꺼내서 아영에게 건넸다.

“고마워요.”

그들은 단검을 휘둘러 나무들을 잘라서 길을 만들며 앞으로 나갔다.

단검이라 나뭇가지 자르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멀리서 들리는 총격 소리를 보면 교단 대원들이 자신들을 신경 쓸 겨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교단 대원들은 이제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만 할 상황이었다.

방탄차량들이 움직여 방패막이를 해주고 그 뒤로 대원들이 우르르 몰려 차량의 속도에 맞춰 걸어갔다.

우정파크빌의 경비들은 사장 김성일이 죽은 뒤 해산됐다. 그리고 생활고와 여러 문제로 흩어지게 돼서 이석현에게 남은 인원은 고작 6명이 전부였다.

그들은 이를 악물고 박재만을 죽이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뒤를 캤다. 그들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아까울 것도 없었다.

그들은 어둠을 이용해 점점 박재만과 교단 대원들에게 접근해 공격을 가했다.

석민과 아영은 끝없이 이어지는 총소리를 뒤로하고 빠르게 움직여 아영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영이 먼저 차에 타자 석민은 문만 열고 타지 않은 채 아영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직 시동 걸지 마.”

그리곤 화재가 점점 크게 번지는 건물을 보았다. 건물은 마치 밤바다의 등대마냥 환하게 밝았다.

교전은 점점 심화되는 것 같았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

불길 속에서 드러났다 사라지는 그림자들은 마치 지옥불길 속에서 불타 몸부림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석민은 교단인들이 완전히 자신들에게 관심을 두지 못하는 상황임을 확인한 뒤차에 올라타 문을 잠갔다.

“이제 가자.”

차량의 시동이 걸리고 곧 차가 출발했다.

그러나 그 뒤를 은밀히 뒤따르는 존재가 있었다.

검은색 옷에 헬멧, 오토바이까지.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게 작정한 듯 한 차림새를 한 존재는 오토바이 등까지 끈 채 석민과 아영이 탄 차량을 은밀히 쫓았다.

심지어 아주 좋은 머플러를 장착했는지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곳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가끔 다른 길로 빠지기도 하면서 미행 감지를 피하며 그들 뒤를 따랐다.

그래서 석민과 아영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미행하고 있는지 몰랐다.

***

“사상자들 얼른 옮기고 전부 정리해”

대략 1시간에 가까운 교전 끝에 박재만은 죽은 경비대원들의 시신을 전부 끌어내서 길가에 나란히 눕혀놓을 것을 명령했다.

계속 이어진 총격에 귀가 먹은 그는 평소보다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빌어먹을.”

사상자가 너무 많았다.

온몸은 땀과 흙먼지로 뒤덮여 손으로 양복을 털어대도 희뿌옇긴 매한가지였다.

살아남았으나 고통의 시간이었다. 무릎은 쓸려서 피가 새어 나왔고, 팔꿈치 부분은 솔기가 다 터져있었다.

그는 경멸에 가까운 눈으로 죽은 이석현의 시신을 내려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시신에 침이라도 뱉고 싶었으나, 죽은 자를 모욕할 만큼 성격이 파탄 나진 않았다.

박재만은 깊은 한숨과 함께 짜증을 조금 흘려보내고는 입을 열었다.

“사상자는?”

“사망 17, 부상이 3명입니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은 겨우 10명뿐이었다. 그들만 지친 몸을 이끌고 전투의 흔적 전부를 정리해야 했기에 작업은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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