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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브 서울 118화 (118/226)

[게이트 오브 서울 118화]

천사들은 사람들이 꿰어있는 무기를 들어 올려, 그대로 먼지라도 털 듯 휘둘러 시신들을 내동댕이쳤다.

말이 안 나왔다 하지만 조준은 멈추지 않았다. 석민과 아영은 천국의 문 교단 소속 정탐병들과 천사들이 서로 만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숫자는 10명이었다.

“저희가 찾아냈습니다! 저들의 무전을 엿들어서 알아낸 것입니다!”

소리치는 목소리가 마치 흥분한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자랑하는 것처럼 들렸다.

천사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신나게 재잘거리던 정탐군들의 말수가 줄어들었다.

잠시 후 천사가 손을 내밀더니 그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비록 방탄모에 커다란 방한후드를 쓰고 있었지만, 머리 쓰다듬을 받게 된 자는 희열로 몸을 떨었다.

그런데 그 천사들은 그 푸른 머리의 천사의 사슬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무기를 겨누는 것이 적대적으로 보였다.

왜 적대적인 거지? 천사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서로 눈짓을 하는 것 같더니 곧 난폭하게 무릎을 꿇게 만들고는 푸른 머리의 천사가 고개를 들어 올리게 했다.

모든 이들이 은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천사를 보았다.

이제 보니 저것이 대장인 듯싶었다. 시야를 확대해보니 그자가 가진 무구가 가장 화려했고, 날개도 4쌍이었다.

머리카락과 같은 은빛의 눈동자가 푸른 머리의 천사를 응시했다. 푸른 머리 천사 또한 마주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화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그 입술도 움직이지 않았다.

소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화를 하는 건가?

석민의 생각이 더 길게 이어지기 전, 언월도 비슷한 무기를 쥔 천사가 무기를 바로 잡았다. 월도의 칼날이 푸른 머리의 천사의 머리에 향했다. 이윽고 날을 높이 들어 올렸다. 머리를 베려는 것이 분명했다.

구해야겠다. 석민의 머릿속에 있는 자아가 그리 말했다. 석민은 VSS의 조정간을 단발로 바꾸었다.

“준비해.”

그것을 본 아영도 숨을 들이마시며 자세를 고쳐 잡고 조준에 들어갔다.

그들은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들이 울리면서 먼저 천국의 문 교단의 정탐군들이 쓰러졌다. 놀란 그들은 수신호를 보내거나 고성을 지르며 위협을 알리고, 대충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연사로 방아쇠를 당기면서 은엄폐를 위해 움직였다.

매우 잘 훈련받은 이들의 행동이었다. 만약 이곳에 그런 행위에 대한 평가자가 있다면 거뜬히 칭찬을 받았을 정도로.

그러나 석민과 아영의 사격실력이 더 뛰어났다.

그들이 전부 은, 엄폐를 하기 전에 2, 3발씩 쏘아 맞혔다. 방탄복에 방한복을 두툼하게 입었지만, 석민과 아영이 사용하는 탄환은 방탄복을 충분히 뚫을 수 있었다.

정탐군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자, 천사들이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석민과 아영의 재장전이 더 빨랐다.

그것들의 창이 석민의 가슴을 찌르기도 한참 전에 석민의 탄환이 그것의 머리에 작렬했다. 첫 번째 총알은 가장 가까이 다가오던 천사의 투구를 맞아 작은 불꽃을 일으켰다. 하지만 두 번째 총알은 그것의 눈을 맞혔고 사람과 같은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끔찍한 고통을 동반한 괴성을 질렀다.

‘말할 줄 알잖아?’

아영이 그다음으로 다가오는 천사를 연사로 갈겨댔다.

천사들은 날개로 몸을 감싸듯 가렸다. 총탄들이 끊임없이 그 안으로 박혀들었다.

하지만 총격이 멈추기 무섭게 천사들이 날개를 펴자, 탄두들이 후드득 떨어져 나오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저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사기야.’

석민은 인상을 썼다.

계속되는 공격에 천사들은 공격 대신 부상 입은 천사를 부축하고는 하늘로 날아 올라가버렸다.

석민과 아영은 별 피해를 주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것들이 구름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쏘았다.

사격을 마친 그들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날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간 거 같아.”

석민과 아영은 정탐군들과 교전을 이어나갔다.

겨우 살아남은 자들은 고작 2명이었다.

그들은 차량 뒤쪽에 엄폐하면서, 아래쪽에서 사격을 당해 죽을 위험을 낮추기 위해 각자 바퀴 뒤쪽에 몸을 두었다.

석민과 아영은 수신호를 보냈고 그들은 좌우로 흩어져 압박에 들어갔다.

숨은 자들은 패닉에 빠졌는지 자리이동을 하지 않고 그저 몸만 웅크리고만 있었다.

저렇게 가만히 있다면, 석민과 아영의 입장에선 오히려 아주 쉬운 먹잇감일 뿐이었다.

석민은 수류탄 파우치에서 러시아제 RGO 방어용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무게는 일반 수류탄의 2배이나, 폭발력이 더 뛰어난 제품이었다. 일반인들보다 힘이 강한 그들에겐 무게에 상관없이 통상적인 수류탄, 아니 그 이상으로 멀리 던질 수 있었다.

석민이 수신호를 보내자, 아영은 조정간은 연사로 돌린 후 그대로 사격을 가했다.

아영의 사격에 그들은 몸을 더욱 웅크렸다. 석민은 바로 안전핀을 빼서 던졌다.

러시아제 수류탄은 이상하게도 바로 뇌관이 격발하며 수류탄에서 청회색의 연기 고리가 흉흉하게 피어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더 불길하게 느껴졌다.

그 수류탄은 지연식 신관과 충격식 신관이 같이 있어서 그런지 착탄하기 무섭게 폭발했다.

폭발의 충격파와 파편을 뒤집어쓴 정탐군 대원들이 쓰러진 직후 미동도 하지 않자, 석민과 아영은 수신호를 보내서 안전을 확인한 뒤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는 파란 머리의 천사에게 다가갔다. 그 천사는 아영과 석민을 보고는 조금 놀랐는지 눈을 치떴다.

‘우리 얼굴을 기억하는 건가?’

석민과 아영은 그 천사를 올려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키가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천사는 여성체로 보였다.

“어……. 우리말을 알아듣나?”

그가 입을 열었지만, 천사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리고는 지난번처럼 석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동시에 석민의 머리가 다시 아파왔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으로 현기증까지 밀려와 석민이 비틀거리는 순간, 고통이 마치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천사는 조금 불안한 얼굴로 아영의 총구를 보았다. 석민이 고통스러워하자 아영이 총구를 바짝 들이대서 그런 것 같았다.

아영은 지난번처럼 여차하면 바로 쏠 기세였다.

“난 괜찮아.”

석민이 얼른 손을 내밀어서 그녀를 제지했다.

“정말 괜찮은 거예요?”

“어. 그러니까 총 내려.”

그는 정신을 차린 후 다시 천사를 올려다보았다. 걱정스럽게 석민을 보던 아영은 다시 시선을 천사에게 돌렸다.

“대통령님께 보고는….”

“아니, 아직은 하지 마.”

적어도 이 천사는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추측일 뿐이지만 뭔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잠시 천사에게 넋이 빠진 사이, 쓰러진 사람이 눈을 떴다.

***

백아연은 살아남았다.

석민이 쏜 9x39mm 탄환이 그녀의 방탄모와 흉부에 맞았지만, 헬멧을 비껴 맞은 덕분에 튕겨 나갔고, 방탄복의 방탄판은 뚫었지만 그 안에 품어두었던 성서를 뚫지 못한 덕분에 그녀는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도 피탄의 충격에 그녀는 총 맞고 죽은 다른 동료들처럼 쓰러졌고, 그대로 기절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극심한 고통이 그녀를 뒤덮쳤다.

방탄복과 방탄모로 가려진 부위 말고 왼쪽 손과 오른쪽 무릎은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숨을 내쉴 때마다 김이 올라왔다. 그녀는 고통으로 인상을 썼으나, 들키지 않기 위해 숨도 제대로 내쉬지 않은 채 조심스레 총의 조정간을 연발로 돌렸다.

그녀는 눈동자만 굴려 타천사 앞에서 무언가 대화를 나누는 2명의 사람들을 보았다. 목소리와 체구를 보건데 하나는 남자였고 다른 하나는 여자인 것 같았다. 하는 일이 그런지라 군사 쪽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그녀는 그들이 러시아 무기에 군장도 러시아 것으로 무장한 것을 알아챘다.

저들한테 성도들을 비롯해서 자신이 당했다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억울했고 그들이 원망스러웠으며 적개심이 치솟았다.

그들이 서울로 온 것은 천사의 계시를 받아 적을 잡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을 비롯해 사람이 너무 많았고, 일은 너무 막막했다. 그러던 와중에 천사께서 직접 그녀와 동료들에게 강림해 말씀하셨다.

도와 달라.

그 요청에 그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희열을 느꼈다. 그녀에겐 큰 영광이었고, 일 또한 막중했다.

타락한 타천사를 잡는 데 도와달라고 하시는 것이었으니, 일을 잘 처리하면 신께 칭찬받는 것은 물론 대대손손 자랑거리였는데, 저들이 망쳤다.

아연은 눈을 부라리며 상대를 살폈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저들은 2명이다.

‘혹시 저들이?’

아연의 손이 총이 아닌 스마트폰을 들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다행히 사진을 찍는 소리가 상대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다른 곳에 숨겼다.

이대로 비겁하게 죽은 척하고 싶지 않았다.

죽은 성도들의 한을 위해서. 또 저들을 잡아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

“하지만, 대통령님께 보고를 드리지 않는 것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거짓된 전령으로 추정되는 거잖아. 일단 우리가 어떻게든 대화를 해봐야겠지. 그나저나 천사를 만났는데 아무런 퀘스트가 안 나와?”

“예.”

석민은 한숨을 쉬었다. 어떤 결정을 하던 여기에 오래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자리를 옮기….”

천사가 힘을 주는가 싶더니 사슬을 끊어버렸다. 너무나도 쉽게 끊어서 그들은 놀라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아영이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천사의 손이 그녀의 총을 쥔 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러더니 천사는 아영을 냅다 석민의 머리 위로 던져버렸다. 동시에 석민이 재빠르게 쏜 탄환이 천사의 배에 맞았다.

아영과 부딪친 석민은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그들은 낮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크윽!”

그들이 쓰러지기 무섭게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석민이 서 있던 자리 허공에 총알들이 흉흉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지나갔다.

“뭐?”

상체를 세우려던 석민은 본능적으로 몸을 던져 낮추고 총성이 난 방향을 향해 단발로 연달아 총을 쏘면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러자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 교단 대원 한 명이 한 손으로 소총을 쏘는 모습이 보였다.

곧 탈칵이면서 공이만 격발되는 금속음이 들려왔고, 대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

‘하, 시발.’

백아연은 깊은 분노를 느꼈다. 도트사이트를 통해 제대로 조준했는데, 저 타천사가 막았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석민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몸을 숙여 그것을 피한 후 버려진 차량 뒤로 몸을 숨겼다.

석민은 아직 탄창에 탄약이 남았지만, 탄창을 새것으로 교체한 직후 빠르게 좌측으로 돌아서 움직였다. 상대는 왼손이 다쳐 있었으니 제대로 장전을 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해서 측면으로 돌아 처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백아연은 한 손으로 총을 장전하는 방식을 훈련받았다.

그녀는 오른쪽 무릎을 굽히면서 자신의 AK-74M을 오금에 끼워 오른손으로 탄창을 빼낸 뒤 새 탄창을 탄입대에서 꺼내 끼워 넣었다.

그 직후 장전손잡이를 당긴 백아연은 석민의 발걸음 소리에 바로 총구를 돌렸고 석민과 눈 마주치기 무섭게 방아쇠를 당겼다.

점사의 총성음이 연속으로 울렸고, 석민은 몸을 바로 던져 총격을 피했다.

‘뭐야, 장전이 빠르잖아!’

그는 이를 악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역시 저들은 실력자였다. 잠깐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다지 위험하진 않았다.

백아연은 이미 부상을 입고 있었고 이동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조준하는 방식도 지향사격에 가까웠다. 그것을 노리고 바로 공격하면 될 것이다.

석민은 잠깐 기회를 노리다가 바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백아연을 조준했다.

그것을 본 백아연은 바로 총을 쏘았지만, 부정확한 지향사격이라 총탄은 석민의 옆에 있는 폐차량에 박혔다.

그 기회에 석민이 바로 총을 쏘자, 그녀는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치명상이 아닌, 양어깨와 복부를 노린 샷이었다.

총을 맞은 백아연은 총을 놓쳤다.

석민은 마무리 사격을 하려 했으나, 방아쇠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장전손잡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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