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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브 서울 106화 (106/226)

[게이트 오브 서울 106화]

‘그러고 보니 내 힘이 얼마나 강해진 거지.’

체력 스탯이 4나 되었는데, 헌신자괴수 팔을 총검으로 단번에 3개나 자른 이후 아직까지 그 힘을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 정확하게 어느 정도나 늘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힘을 측정해 보고 싶은데.’

혹시 측정에 도움될 만한 물건이 없나 찾아보았지만, 딱히 없었다. 그가 포기하고 생각을 돌릴 무렵, 무전기의 조립을 마친 아영이 석민을 불렀다.

“일단 전원은 들어오는데, 무전기를 켜보시겠어요?”

석민은 무전기를 켰고 탁자 위에 두었다.

“채널은 21번으로 고정하구요.”

“좋아.”

그녀는 무전기 단추를 눌러 호출을 했지만 역시 나였다. 석민의 무전기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음에 무전기를 하나 사면 돼지. 일단 당분간은 완수신호를 사용하자.”

아영이 크게 실망한 표정을 지어 석민이 위로를 건넸으나, 크게 도움 되는 것 같진 않았다. 석민이 뭐라 더 말하려던 순간, 무전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잡았다!

석민이 행동하기 전에 아영이 석민의 무전기를 잡아서 음량을 더 높였다.

“이 무전기 송수신범위가 얼마지?”

“2킬로미터쯤입니다.”

그러면 2킬로미터 이내에 누군가 있단 말이었다. 그들은 다시 소리가 나길 기다렸다.

-형제님, 3명을 생포했습니다. 저항을 했지만, 탄약이 다 되고 나서 항복했습니다. 처리할까요?

‘형제님?’

석민은 인상을 썼다. 이런 말을 쓰는 놈들은 딱 하나였다. 천국의 문 교단.

-아직은 그러지 마세요. 황 자매님, 그보다 3명이면 숫자가 너무 적습니다. 그들을 심문해야겠습니다. 데리고 오실 수 있겠습니까?

석민과 아영은 서로를 보았다. 그들은 동일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가능은 한데 사람이 부족합니다. 인원 2명만 좀 보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위치가 어디죠?

아영이 수첩과 볼펜을 꺼내 들었다.

-면목역 쪽입니다. 거기서 서쪽으로 200미터쯤 가면 무너지지 않고 반쯤 기울어진 건물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그 건물 간판이 달려 있다면 말해 줄 수 있습니까?

석민은 지도를 꺼내서 해당 지역을 찾았고, 아영은 계속 대화들을 적어갔다.

-어… ‘태릉 갈비’입니다.

-알겠습니다. 자매님, 그쪽으로 다른 형제님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다만 이쪽도 일 처리 때문에 시간이 걸려서 빨라도 30분은 걸릴 것 같습니다. 거기서 대기해 주십시오. 방수가 될 수 있으니 다음 채널은 ‘액시스’로 부탁드립니다.

-예, 통신을 종료합니다.

무전이 끝이 난 후 석민과 아영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처리해야겠지? 그런데, 이놈들 왕십리 쪽으로 가려던 거 아니었나?”

그 말에 아영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르죠.”

일단 그건 나중에 알아봐도 될 일이었다. 그들은 무기를 챙겼고, 석민은 아영에게 VSS를 주었다.

“중장거리 무성무기가 없잖아. t-5000도 좋지만, 아음속탄이 없어서 소음기를 껴도 소리가 너무 커. 감염자들 때문이라도 이게 더 안전해. 그리고 t-5000은 볼트액션이라 연사가 별로야. 전에 쓰던 것보단 좋긴 하지만, 그 총 노리쇠도 뻑뻑하던데.”

“하지만, 석민 씨는 무기가…….”

“괜찮아. 저격 솜씨도 네가 더 났고. 그리고 이것도 나쁘지 않아.”

그는 자신의 권총을 들어 보였고 소음기를 꼈다.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서 SVDK와 드럼탄창을 준비했다.

“가지, 그놈들보다 먼저 가야지.”

***

그들이 무선 감청을 통해 들었든 내용대로 붉은 벽돌로 된 2층짜리 건물이 존재했다. 먼저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 2층엔 큼지막하게 ‘태릉갈비’라는 간판이 달려있었다.

덕분에 숨을 곳은 많았지만, 교전 거리가 60미터가 채 되지 못했다.

전동자전거를 이용해 빨리 이동한 덕분에, 그들은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이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아영은 무전기가 고장 났기 때문에, 그들은 떨어지기보단 같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석민이 무전기를 만지며 아까처럼 그들의 무전을 엿들으려 했으나, 되지 않았다.

채널을 계속 돌려보다 보면 될 수도 있었을 테나, 시간은 촉박했고 그들이 계속 무전을 주고받지 않는다면 어차피 안 될 일이었다.

“별수 없지. 건물에 몇 명이 있지?”

그는 무전기를 파우치에 쑤셔 넣고, 스코프로 건물을 주시하던 아영에게 물었다.

아영은 스탯을 찍은 후 시야 확대해서 볼 수 있음에도 여전히 스코프로 관찰했다. 아직 적응되지 못한 것 같았다.

“건물에 몇 명이 있지?”

“무장을 한 자들인데, 지난번에 보았던 그 잿빛 군복입니다. 1층 계단에 2명이 지키고 있고, 안쪽에선 2명이 쉬고 있네요. 나머지 2명이 포로들 3명을 감시하고 있고… 총 6명입니다.”

전엔 검은 군복이었는데, 어디서 봤다 생각했더니 역시 그놈들이었군. 석민은 시야를 확대해서 그들을 보았다.

건물 유리창들이 다 깨져서 내부를 살피는 덴 문제가 없었다. 1층 계단으로 가는 입구에 의도적으로 쌓아둔 폐자재들이 보였다. 아마 그렇게 바리케이드를 쳐 둠으로써 괴수들이 내부로 들오지 못하게 막아둔 것 같았다.

포로로 잡힌 자들은 석민과 아영이 전에 놓친 도망자들로 보였다.

“잡힌 자들도 같이 처리해야 하는 자들인가?”

“아뇨, 저 사람들, 잡힌 여자 이름이 박선아인데, 3명이서 움직이는 팀으로 정부쪽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

가지고 있던 방어용 수류탄을 던지면 다 죽을 텐데 아쉽게 되었다. 아니, 아니다. 반드시 꼭 구해야 하나?

“안 됩니다.”

그의 속을 꿰뚫듯 아영이 먼저 입을 열었고, 석민의 입에선 살짝 당황한 목소리가 나왔다.

“뭘?”

“구하는 게 힘드니까 다 죽일 생각 하신 거 아니에요? 수류탄 내려놓으세요.”

석민은 수류탄 파우치에 올려놓은 손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잘 알면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여기서 바로 던질 수 있는데.”

“안 돼요.”

“지난번처럼 괜히 나서고 싶지 않은데.”

저들을 구할 자신이 없었다. 차라리 깔끔하게 다 처리하는 게 속 편했다. 이제 아영 말고 다른 사람들과 이런 곳에서 교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좌절과 슬픔은 한 번으로 족했다.

그때의 기억을 이겨냈다 생각했던 석민 역시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았으나, 눈은 매서워졌다. 그는 천국의 문 교단 사람들과 포로들을 노려보았다.

‘이럴 때는 좀 무섭더라.’

아영은 저들을 바라보는 석민의 모습을 흘끗 보고는 다시 스코프를 주시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안돼요.”

“계획이 있어?”

“놈들을 쏠 겁니다.”

석민이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장난치는 건가? 그래, 말로는 간단하다. 이 거리라면 VSS의 탄환이 방탄복과 방탄모를 뚫을 수 있을 테고, 심지어 반자동, 자동사격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저 인질들을 지키면서 전부 잡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단번에 놈들을 다 잡는다는 거야 뭐야?”

“간단한 작전이긴 한데. 놈들은 헌터들을 사냥하잖아요. 근방에 총성이 울리면 분명 찾아갈 겁니다.”

그 말에 따르자면 석민과 아영이 떨어져서 작전을 펼쳐야 한단 소리다. 석민은 그녀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무전도 안 되는데 잘도 되겠다.”

그는 수류탄 파우치에서 방어용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별수 없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을 거야. 마음에 안 든다면, 나중에 불평을 들어주지. 놈들이 모이면, 1층에 있는 저 두 명을 없애. 알았어?”

아영의 대답이 없자, 석민은 한 번 더 윽박지르듯 대답을 요구했다. 그러자 아영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신통치 못한 대답에 석민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타깃과 같은 잿빛 위장을 한 자들이 그곳에 도착했다.

그자들은 주변을 살피면서 건물로 접근했고, 그들을 발견한 1층을 지키던 초병들이 암구호를 보냈다.

“구름.”

“벼락.”

“어서 오세요. 형제님.”

그들이 올라가자, 석민이 아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오른쪽 놈을 노려.”

그는 뒤로 빠진 후 천천히 내려갔다. 초병으로 있는 자들은 잡담도 하지 않고서 바리케이드에서 머리만 살짝 내민 채 주변을 경계했다.

자리 잡은 석민이 아영을 올려다보자, 아영이 여전히 싫다는 표정으로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스코프를 주시했고 석민은 계단 쪽을 보았다. 석민은 왼쪽에 있는 자를 조준했다. 그가 가진 권총, 마크23은 정밀하게 쏠 수 있는데, 소음기도 달려 있어서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석민은 아영이 총을 쏘길 기다렸다.

둔탁한 소리가 나기 무섭게 석민도 방아쇠를 당겼다. 한 명은 총탄이 얼굴에 맞아 그대로 뒤로 넘어갔고, 나머지 하나는 목에 맞아 피를 뿜으며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석민은 권총을 집어넣고,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그대로 달려들었다. 창가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살짝 펴서 레버가 튕겨 나가게 한 후, 그대로 창문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갑작스럽게 수류탄이 안으로 들어오자, 다급한 음성들이 들려왔고, 이내 폭발과 함께 묻혔다. 일반적인 수류탄보다 큰 폭발이었다.

석민은 권총을 꺼내 들고 바리케이드를 넘었다. 그는 올라가는 대신 이 소란에 내려올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흙먼지가 마치 연막탄을 터트린 것 마냥 자욱했다. 그 속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 나타난 검은 그림자에 석민은 권총 2발을 쏘았다.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스러지고, 그 뒤로 나타난 인형에도 3발을 연달아 쏘아 쓰러트렸다.

석민은 탄환이 남은 걸 알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새 탄창을 꺼내서 장전했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비명소리와 신음소리, 그리고 기도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부는 50평 남짓. 식탁 같은 엄폐물에 긴장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 씨…….”

쓰러져 있던 사람 중 하나가 갑자기 석민의 발목을 붙잡았고, 석민이 놀라 총구를 아래로 돌리려는 순간, 쓰러진 식탁 뒤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급히 총구를 돌려 쏘았으나, 하필 총탄이 그자의 플레이트캐리어 방탄판에 맞았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자는 총을 쏘았다. 석민은 오른손에 고통을 느끼며 얼른 몸을 숙이며 다른 식탁으로 몸을 던졌다.

권총의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석민이 시선을 내려 오른손을 보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행히 상처는 크지 않았다. 석민의 권총 슬라이드에 탄환이 박히면서 그 파편이 손의 살가죽을 벤 것이었다.

그는 박살 난 권총을 버리고 SVDK를 들었다. 그러나 저격총은 실내전에 부적합했다. 별수 없었지만.

상대는 무의미하게 총을 연달아 쏘다가 탄환이 다 되었는지, 철컥거리는 소리를 냈다. 석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몸을 일으켜 조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상대가 그것을 보고 몸을 숙이려 했으나, 석민의 검지가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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