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이트 오브 서울 80화 (80/226)

[게이트 오브 서울 80화]

총에 맞아 쓰러지는 사람들 속에서 감염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다가 또 총에 맞아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엄청난 양의 화력을 쏟아 부었다.

일반적인 소총탄환 말고도 유탄발사기와 기관총탄환이 발사되어 사람들에게 박혔다.

사람의 시체가 탄환에 맞아 마치 빈 깡통처럼 이리저리 튕겨 나갔고, 한발 한발 박힐 때마다 사지가 뚝뚝 떨어져 나갔다.

사격음이 멈춘 것은, 터널에 보이던 움직임이 멈추고 그들의 총이 매우 많이 뜨거워져서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일 때였다.

중기관총도 빨갛게 달아올랐고, 아직 그렇게 춥지 않은 공기였는데도 불구하고 더운 김이 피어올랐다. 엄청난 열기에 기동중대원들의 얼굴에 땀을 비죽이 흘렸다.

더운 여름날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을 감싼 구름들 때문인지 땀이 식기 시작하면서 오한이 느껴졌다.

“끝난 건가?”

소대장이 소리쳤다.

“끝난 건가?”

“끝난 것 같습니다.”

누군가 대답해주었다.

총성이 없어지고 먹먹해졌던 귀들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자,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제야 알아챘다.

“이 개새끼들아!”

아직 덜 죽은 자들이 낮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이쪽으로 기어 오려고 했다. 일부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은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떤 병사는 그대로 토악질을 했다.

“지금 우리가…….”

그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와 함께 토악질을 하던 병사가 순식간에 무언가에 낚아채져 사라졌다.

놀란 사람들의 시선이 비죽이 흘러 떨어지는 토사물을 따라 자연스레 하늘을 향했다.

처음엔 하늘이 어두워졌다고 생각했다. 곧 그것은 하늘을 뒤덮은 큰 날개란 것을 깨달았다.

끼에엑-!

괴상한 울음소리를 질러대는 그것은 마치 판타지 소설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드래곤같이 생겼었다.

“으아악!”

그것을 본 병사들이 점점 멀어지는 비명과 함께 어두운 하늘로 높이 올라가는 그 괴물에게 총을 갈겼지만, 그 병사를 구하지 못했다.

다른 곳에서도 비명과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리 아래쪽의 도로였다.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구리시 방향으로 뛰고 있었고, 광나루 쪽 방향에서 아까 터널에서 보았던 괴물들이 떼로 몰려와 게걸스럽게 사람들을 사냥해서 먹어 치웠다.

“세상에.”

그 참혹한 광경에 마음이 약한 이들은 자신들의 입을 가렸다. 그 모습은 가히 지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괴물들은 끝없이 밀고 나왔다.

“저, 저것 좀!”

그것을 본 자들이 간부들에게 소리쳤다. 간부들도 그것을 보고 절망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중대장을 바라보았지만 중대장은 통신기를 통해 무언가 무전을 주고받고 있었다.

“중대장님?”

“아니 그게 말이 되는 명령이야?!”

무전을 받은 중대장이 소리쳤다.

미친 듯 한 괴물들의 수에 병사들이 다급하게 중대장을 찾았지만, 중대장은 통신을 받느라고 그들의 부름에 답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바람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엄청난 괴성과 함께 하늘에서 날개 달린 괴물이 수직으로 낙하해 다른 병사들과 민간인들을 잡아채 갔다.

공황에 빠진 이들이 무기를 아무 데나 발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터널에선 여전히 피난을 위해 몸을 옮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아래 도로에서도 다리를 통해 남쪽으로 가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도망칠 수 있게 엄호해야 해.”

하민선 병장이 그리 중얼거리며 광나루 쪽으로 다가오는 괴물들을 노리고 총을 쏘았다. 분명 닿을 수 없는 거리임을 알면서도 그는 무작정 총을 쏘았다.

예광탄 몇 발이 괴물 주변에 박히면서 작은 불꽃 파편을 만들어내었고, 그것을 본 괴물들이 살짝 움찔거렸다.

그러나 몇 발 맞은 정도로는 움찔거리기만 할 뿐, 전혀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계속 사람을 집어삼키는 모습에 서성민은 할 말을 잃고서 그저 서 있었다. 이딴 무기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사람들을 노리고 낙하하는 괴물, 와이번을 향해 소총을 연발로 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병사 하나가 잡혀 올라갔다. 그가 내지르는 끔찍한 비명은 이내 사람들의 비명과 총성에 묻혀 사라졌다.

장갑차의 총탑에서 사격을 가하던 차장 한 명도 총탑과 함께 앞발에 잡혀 낚아채졌고, 커다란 발톱 자국이 남은 장갑차엔 피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서성민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잔뜩 떨어진 탄피를 밟고 뒤로 넘어졌다.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전 대원 승차!”

무전을 마친 중대장이 소리쳤다. 그의 말에 병사들이 마치 구원과 희망을 얻은 것 같은 표정으로 움직였다.

“후퇴하면 안 됩니다! 거리에 사람들로 가득하지 않습니까?”

그것을 들은 하민선 병장이 소리쳤다.

“후퇴하라면 해! 상부에서 지시가 떨어졌어!”

터널 쪽에서 갑자기 괴성과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곤 이상한 광경이 포착되었다.

터널 구석진 곳에 수상한 빛무리가 생기는 것 같더니 그 속에서 새로운 괴수들이 나타난 것이다.

“저게 뭐야….”

기관총을 쥐고 있던 사수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괴물을 보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무기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가 달아나자 같이 있던 부사수도 가지고 있던 것을 전부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괴수는 방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을 끔뻑였다.

이윽고 그것은 넘어진 채로 입만 딱 벌리고 있던 서성민과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괴수의 야성을 드러내며 아가리를 벌리곤 괴성을 질러댔다.

괴수의 코앞에 있던 서성민은 그 함성을 직격으로 맞았다. 마치 돌풍이 불 듯, 거센 바람이 그에게 쏟아졌고, 고약하고 퀴퀴한 냄새도 함께 풍겼다.

그는 저도 모르는 미지의 공포를 마주하고 오줌을 지렸다.

괴수는 아가리를 벌린 채 그대로 서성민에게 달려들었다. 서성민이 없던 용기도 쥐어짜내 총구를 겨눠 방아쇠를 당겼으나, 약실에 탄약이 남아있지 않았다. 죽음을 직감한 서성민이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을 때, 하민선 병장이 기관총으로 그것의 아가리를 향해 난사했다.

비늘과 가죽의 보호받지 않는 입 안으로 총탄이 난사되자, 이빨이 깨지고 혀가 박살이 난 괴수가 입에 가득 피를 토하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잘려 나간 혀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하민선 병장은 그게 다시는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도와줘!”

그렇게 외치며 그는 재장전을 하기 위해 탄약통의 뚜껑을 꺼내서 장전을 했다. 서성민이 간신히 일어나 그를 돕기 위해 발을 움직이려던 순간, 거친 손길이 그의 뒷목을 붙잡아 당겼다.

“후퇴 명령이 떨어진 것을 모르나?”

분대장이 소리쳤다.

“하 병장, 그만하고 빨리 와!”

“시민들을 지켜야 합니다!”

하민선 병장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소리쳤다.

그는 200발짜리 링크탄을 장전한 직후 뜨거워진 총열을 맨손으로 잡아 교체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영웅놀이는 그쯤 해!”

분대장이 그렇게 소리치더니 이내 놀라 굳은 채 눈만 크게 떴다. 그들이 있는 곳 주변에 여러 개의 빛무리가 생겨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괴수들이 나타날 게 분명했다.

“도망쳐라! 승차! 승차!”

분대장은 서성민의 옷깃을 잡아 이끌었다.

“아니….”

서성민의 머릿속 이성은 절대 친구를 버리고 가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몸은 힘없이, 아니 어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는 총을 버리고 가지 않기 위해 손을 꽉 쥐었다.

하민선 병장에게 젊은 여자 하나가 달려왔다.

그 여자는 피가 잔뜩 묻어 마치 원래부터 붉었던 것처럼 나풀거리는 원피스를 휘날리며 하민선 병장에게 다가왔다.

피는 말라서 피딱지가 져서 잔뜩 뻣뻣해져 있었다.

“도와주세요!”

그녀의 뒤로 괴수 한 마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하민선 병장은 총을 발사하면서 그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민선 병장의 뒤로 숨은 여자는 두려움에 그의 군복 뒤를 꽉 잡고 붙어버렸다.

“빨리 와! 너도 남으려고!?”

분대장이 소리쳤다. 장갑차들의 후방램프가 열리고 잔뜩 겁을 먹은 병사들이 평소보다 빠르게 들어갔다.

작은 문으로 여러 사람들이 몰리면서 서로 들어가려고 아우성을 치다보니 통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심지어 일부 민간인들이 그 차량에 들어가려고 하는 바람에 군인들이 안으로 못 들어가게 하다가 실랑이까지 일었다.

하민선 병장은 연신 기관총을 발사했다. 그러나 곧 문제가 생겼는지 10발 이상 쏘지 못한 채 계속 탄이 걸렸다. 그는 연신 장전손잡이를 움직이며 가까이 접근하는 것들에게 쏘았다.

서성민은 여전히 그쪽으로 고개를 고정한 채 분대장의 손에 끌려갔다.

“들어가! 들어가라고!”

잔뜩 화가 난 분대장은 그를 발로 차서 장갑차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탑승 구역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서 좌석 말고도 공간이란 공간엔 사람들이 서로 포개어졌다.

마지막으로 탑승한 분대장을 이후로 문이 닫혔다.

뒤늦게 장갑차로 다가온 민간인들이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남은 공간이 없었다.

장갑차 운전병들은 뒤에 사람이 있건 말건 장갑차를 후진시켰고, 괴수뿐 아니라 민간인들까지 차에 치이고 바퀴에 깔렸다. 끔찍한 소리와 비명이 들려왔다.

“가지 마….”

다 죽어가는 사람이 장갑차에 손을 뻗으며 간절하게 외쳤다.

몇몇은 장갑차의 장갑을 손톱으로 긁어댔지만, 장갑차 안에 있는 이들에게 들릴 리 없었다.

남은 민간인들은 여전히 총을 쏘아대는 하민선 병장들에게 몰려들어 그의 보호를 받고자 그의 뒤로 숨어들었다.

사방에선 빛무리들이 계속 생겨났다. 끊임없이 뿜어내는 괴물들은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민선 병장은 마치 마지막 발악을 내뿜듯 소리를 지르며 기관총을 난사했다.

200발짜리 링크탄이 순식간에 바닥났으나 여전히 주변엔 괴물들이 우글거렸다.

서성민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하민선 병장 중심으로 빛무리가 생겨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하민선 병장을 비롯해 사람들, 그리고 괴물들이 빛무리에 잠겨버렸다.

***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석민과 아영의 맞은편 자리에 앉은 서성민이 말했다.

이 시국에 흔한 것이지만, 꽤나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차갑기가 만년설 못지않은 석민의 마음도 살짝 녹을 정도였으며, 아영은 심지어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부대가 남쪽으로 후퇴를 한 후 우리가 본 것은 미사일이 만든 빛줄기들이었지요. 그것들은 매우 정확하게 다리들에만 작렬했고, 결국 다리들이 다 끊어졌어요. 우리가 다리를 지킨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그 녀석은 내 친구였고, 그는 날 보호해주었는데 나는 그 친구를 버리고 도망쳤습니다.”

석민은 휴지를 꺼내서 아영에게 전달해 주었다. 아영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군함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서울의 대교들을 노리고 발사된다는 소식을 듣고 중대장이 중대를 남쪽으로 후퇴시켰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쪽 다리는 파괴되지 않았죠. 우리는 다리를 지키지 않고 집결지로 이동했기 때문에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댁 친구가 마지막까지 남아 엄호했던 거군?”

서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사람들이 듣기에 분명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석민 또한 그가 왜 그렇게 다리를 가고자 하는지, 왜 그리 괴수를 해치우는데 목을 매는지, 이유를 알게 되서 어느 정돈 경계를 누그러트린 참이었다. 그게 그와 함께 다리로 가겠다는 소린 아니었지만.

아영은 결국 눈물을 살짝 흘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동병상련을 느끼는 듯했다.

“억지로 제 사연을 말해서 죄송합니다.”

그는 권총을 치우고 권총을 권총손잡이 안에 넣었다.

“그래, 그 친구 이름이 하민선이라고?”

석민은 천천히 팔을 움직이며 물었다.

그의 손이 슬며시 권총 쪽으로 갔는데 아영의 손이 그의 손목을 살짝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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