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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브 서울 63화 (63/226)

[게이트 오브 서울 63화]

머리를 노리고 싶었으나, 과격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머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던 터라, 맞추기 힘들어 보였다. 거기다 이미 머리가 깨졌음에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저것에게 머리를 쏴봤자 큰 타격을 입힐 순 없다고 판단했다.

아영은 상대적으로 노리기 쉬운 등판을 조준했다.

탄환이 등판이 있는 부분의 흉갑에 박히면서, 그 충격으로 쓰러졌다.

화난 듯 고개를 돌린 괴물이 총알이 날아온, 아영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아영은 다시 몸통을 향해 총을 쐈다.

어느새 아파트 벽에 다다른 그것은 총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벽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영은 총을 한 발 더 발사한 다음, 장비를 전부 챙겨 아파트 반대편 베란다로 가서 벽을 발로 차, 뛰어올랐다.

발코니의 경계 벽이 화재 시 벽을 부수고 옆집으로 도망칠 수 있게, 얇게 설계된 구조였다.

그녀는 옆집으로 들어가자마자 베란다 창문을 닫고 잠갔다.

베란다 창문의 유리가 그 괴물을 막아줄 리 만무하지만, 방음 정도는 될 것이다.

아영은 베란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방으로 가서 조심스레 문을 닫고 잠갔다.

괴물은 머리가 깨지면서 눈이 먼 듯 보였고, 후각도 둔해진 것 같았다. 덕분에 아영이 들어간 방문 앞에서 괴물이 서성거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존재 자체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신경질적으로 돌아다니는 괴물의 소리에, 아영은 숨죽이며 부들거리는 몸을 감싸 안았다.

분명 외형은 날개도 달려있고, 언뜻 천사처럼 보였지만, 다른 무엇임이 분명했다.

‘버림받은 오르바 라고 나온 것을 보니, 말 그대로 버림받은 것이겠지.’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그것이 떠나길 기다렸으나, 끈질기게 집안을 탐색하며 자신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옆집으로 피신한 아영을 찾지 못한 그것은 비통함으로 가득 찬 비명만 질러댔다.

아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오르는 걸 느끼며, 부르르 떨었다.

제법 강심장에, 온갖 역경을 겪어왔으나, 저것만큼은 소름이 끼쳤다.

그날, 결국 아영은 밤새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괴물은 여전히 교회 주변을 배회했고, 아영과 석민 그리고 박선우는 독 안에 든 쥐가 되었다.

탈출

“너희 광신자 놈들이 미친 건, 어제오늘 알고 있던 사실이 아니었고, 동료가 죽어 침울한 건 알겠지만, 할 말은 해야겠네.”

바깥이 조용해지자 석민이 말했다.

“니들의 교리는 모르겠지만, 니들 눈엔 저게 천사인지 괴물인지 구분이 안 되냐?”

석민은 그것에 완전히 미쳐서 헛되게 목숨을 버린 이선재와, 또 그것 때문에 얼이 빠진 박선우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전에 말했지? 방해되면 내버려 두고 갈 거라고. 내가, 시발 미쳤지. 어쩌자고 널 살린 거지?”

석민은 박선우가 완전히 얼이 빠져서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보세요? 하….”

석민은 화내려다가 이내 제풀에 지치고 말았다.

괴물과 상대할 땐, 그래도 제법 빠릿하게 움직이던 박선우가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는지, 예배당에 들어오고 나서부턴 눈의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았고 멍하게 앉아있기만 했다.

지금도 맞지 않은 초점으로 예배당을 밝히고 있는 촛불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선재와 둘이 친한 사이였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었던 그의 충격이 쉬이 예상되진 않았지만, 그가 왜 얼이 빠져있는지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위로를 해봤자 좋을 건 없겠지. 내가 위로를 해주고, 저놈이 위안을 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석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봐, 이봐! 언제까지 멍 때리고 있을 거야? 주목해. 주목!”

석민이 귓가에 대고 고함을 지르자, 그제야 박선우의 흐릿하던 눈의 초점이 맞춰지고 석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좀 정신이 차려졌는지, 석민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박선우는 반사적으로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탄약 얼마나 남았어?”

박선우는 탄입대를 부스럭거리면서 탄창을 꺼냈다. 별로 좋지 못했다.

“…20발짜리 탄창 1개가 전부입니다.”

“뭐야, 언제 다 썼어? 고작 그게 전부야?”

“그게, 이쪽으로 뛰어오면서 탄창 몇 개를 흘렸습니다.”

“이런!”

석민이 가진 것은 고작 10발뿐이었다.

둘이 합쳐서 고작 30발이라니.

터무니없이 부족한 양이었으며, 그것 말고는 화기라고 불릴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연막탄이 한 발 있기는 한데, 그걸론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연막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괴물이 날개로 연기를 날려버리니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서울로 들어올 때, 만일을 위해 C4나 크레모아 같은 폭발물도 챙겨왔었으나, 전부 밖에 버려둔 가방에 들어있었다.

“그 말은 즉, 우린 망했다는 거군.”

석민은 그리 중얼거리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무력하게 주저앉을 수 없었다.

석민은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을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여러 가지 방도를 생각해보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아영에게 전화를 걸어 바깥의 정보도 얻고, 그녀의 도움을 받아 괴물을 처치하거나 탈출하는 것이었다.

석민은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휴대폰을 보았다.

그녀에게 전화를 해볼까?

“그냥 뭐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말고 교단에 전화를 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을 본 박선우가 말했다. 패배주의에 완전히 물든, 사기가 꺾인 자의 의견이었다.

석민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보기엔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였다.

“교단을 기다리자고? 그놈들이 너 하나 구하자고 서울에 올 것 같지는 않은데.”

서울에 들어와서, 박선우에게 하는 말 중 가장 진심으로 한 소리였다.

박선우는 그의 말속에, 처음부터 자신은 안 구할 게 당연하고, 너 또한 안 구할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여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우리 교단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전혀 동의 할 수 없군.”

생각하여 답했으나, 빈정거림으로 돌아오자 박선우도 조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사도대 교주께서 선발한 정예대원 입니다.”

박선우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그의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말투에 기가 막힌 석민은, 참지 못하고 풉-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비웃음에 박선우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그게 무슨 대단 한 거라고 저렇게 말하는 건지, 석민은 계속 웃음이 나올 것 같은 것을 참으며 답했다.

“그게 뭐 어쨌는데? 너희 교단 놈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몰라도, 너 하나 구하겠다고 사람들을 보낼 것 같지는 않은데? 대충 계산기 두드려 봐도 손해인데, 뭐, 니들이 아무리 정예라 해도 그 막대한 비용을 들일 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할까 봐? 그 수전노 같은 교구장 놈은 잊어버리고 말걸? 우리 셋을 서울로 진입시키는데, 그 국군 상사가 뇌물을 얼마나 받아먹었지?”

그 말에 박선우는 바로 답하지 못하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렸다. 생각해보니 석민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결국 박선우는 반박도 못 한 채, 속으로 욕지거리만 퍼부을 수밖에 없었다.

‘제길.’

석민의 말대로 수전노인 교구장 박재만은, 자신이 생각해봐도, 구조대를 보낼 위인은 아니었다.

요청은 무시하고, 되레 화를 내거나 실망하면서 우리가 실패했다고 보고만 하겠지.

교주님께 직접 연락하거나, 다른 교단사람과 통화하는 것은?

박선우가 고민에 빠진 사이에 석민은 ‘역시…….’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서울로 진입할 때 도와준 그 교단소속 상사는 무료로 도와준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신앙심이 높아도, 공짜로 해주기엔 힘든 일이었고, 그 부대원 전부 교단의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선 결국 막대한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뭐, 우리네 삶이 힘들고, 다들 가난할 때이니.’

그는 그리 생각을 마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보낸다고 해도, 그때까지 이 안에 있자고 하는 게 진심이야? 그 괴물이 여길 뚫으면 어떡하려고?”

“그럼 어떡하자는 것입니까?”

대답하는 박선우의 물음에서 짜증이 솟구쳐 나왔다.

“싸워야지.”

“싸운다구요?”

박선우는 놀라 되물었다.

“어.”

석민은 손짓으로 그에게 가까이 와서 앉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총알도 없고 폭탄도….”

“폭발물 정도는 급조할 수 있어. 저길 봐봐.”

석민은 눈짓으로 잔뜩 쌓인 잡동사니들을 가리켰다.

“수류탄만큼 강하진 않겠지만, 저기 있는 도구와 물건들만 있으면 사제폭탄이나 화염병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거야. 물론, 지금 우리만으로는 힘들 테니, 내 친구를 지원군으로 불러야겠어.”

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친구라구요?”

“그 표정은 뭐야? 내가 뭐 진짜 친구도 없이 혼자 사는 줄 알았어?”

진심으로 놀라는 표정이라, 석민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저는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니라. 그 친구분이 서울로 바로 올 거라 생각이 들지 않아서요.”

“헌터 일을 하는 친구이거든. 빨리 올 수 있을 거야. 게다가 이 친구는 나에게 신세 진 게 좀 있지.”

그는 자연스레 거짓말을 하면서, 휴대폰의 연락처에서 아영의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저기,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전화를 한다고 바로 오겠습니까?”

“이 친구는 믿을 수 있어.”

그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그녀가 전화 받기를 기다렸다.

***

-어, 나야 나 좀 도와줄 수 있나? 문제가 생겼는데.

아영은 짐짓 거만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일단 주의를 이쪽으로 끌긴 했지만, 그것이 여전히 그쪽 근방에서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녀는 작게 소근 거리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놈은 앞이 안 보이는 듯하고, 냄새도 잘 못 맡지만, 여전히 소리엔 대단히 민감해요. 소리를 조심하세요.”

그녀의 예상대로 석민은 연기 중이었다.

-여기? 서울, 강동구 둔촌동인가 길동이야 정확하겐 둔촌고교 입구 교차로 근방 큰 교회 변종 괴수를 만났어. 마치 천사 같이 생겼더군.

“네, 저도 확인했습니다. 퀘스트 창도 갱신됐어요. ‘버림받은 오르바를 처치하여 사명을 완수하라.’ 그 괴물은 우리의 사명과  관련된 게 분명해요. 그것을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석민이 말했다.

-여하튼,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해. 탄환이랑 폭발물을 전부 상실했어.

“그건 제가 어떻게 해 줄 수는 없어요. 그보다, 천사 말예요. 제가 보기엔 1명의 천사와 인간이 키메라처럼 합쳐진 것처럼 보였어요. 제가 본 바로, 큰 머리가 박살 난 이후, 쇄골에 붙어 있는 머리가 활동하더라고요. 결국 머리 2개를 다 없애면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대단히 유용한 정보였다.

“아, 물론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시면 안 돼요. 이건 어디까지나 추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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