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이트 오브 서울 52화 (52/226)

[게이트 오브 서울 52화]

생각과 반응은 짧았고, 그들의 사격은 매우 신속했다.

석민은 평소보다 강하게 느껴지는 큰 반동을 느끼며 표적지마다 2발씩 쏘아댔다.

사격은 대단히 빠르게 이루어졌고 그것은 고작 40초쯤 지났을 때 끝나버렸다.

“사격종료!”

이선재가 먼저 외쳤고, 그 이후 박선우, 그리고 마지막이 석민이었다.

그들은 석민이 마지막으로 쏜 것을 속으로 비웃었다.

“47초 걸렸군.”

석민은 그들이 자신보다 빠르다는 이유 하나로 우쭐대는 게 눈에 보여 웃겼으나, 무표정을 유지하며 자신 앞에 놓인 초시계만 힐끔 쳐다봤다.

“그러면, 이제 표적 확인 좀 해볼까?”

교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표적지를 가지고 왔다.

그들이 쏜 표적지는 대부분 괴수의 가슴이나 머리에 구멍이 나 있었으나, 명중하는 데 급급했는지 가끔은 몸통에 총알 자국이 나 있는 것도 있었다.

석민은 인상을 쓰며, 그들의 표적지를 보다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펴고 자부심에 도치된 그들을 보았다.

솔직히 나쁘지 않은 사격이긴 하다.

표적지의 최대 거리가 250미터였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석민이었고, 그는 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누를 필요가 있었다.

“뭐야, 이 형편없는 표적지는.”

석민의 말에 웃고 있던 낯짝들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아니, 씨. 무슨….”

울컥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욕을 할 뻔한 이선재를 막으며 박선우가 나섰다.

“이거 너무 말이 심한 거 아닙니까? 자기는 얼마나 잘 쏘았다고?”

그는 석민이 쐈던 표적지를 가지고 오던 교단사람에게 손짓으로 자신에게 달라고 표시했다. 그리곤 그것을 펼쳐보았다.

“사람을 얕보는 것도 유분수….”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박선우가 갑자기 말을 멈추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던 이선재도 이내 그를 따라 시선을 표적지로 옮겼다가 그를 따라 경악하기 시작했다.

석민 쏜 표적지는 총알이 관통된 구멍이 전부 괴수의 양 눈에 정확하게 나 있었다.

“아니, 무슨!”

일부 입을 벌리는 괴수의 표적지에는 입안에 2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분명 표적지의 거리가 10미터부터 250미터까지 다양하게 벌어져 있었고, 심지어 일부 표적들은 엄폐물에 반쯤 가려지기까지 했는데, 석민에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 것 같았다.

박선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표적지 20개를 넘겨가며 살펴도 전부 다 깔끔하게 명중되어 있었다.

“7.62밀리 철갑탄이면, 지근거리에서 단단한 괴수의 비늘을 뚫을 수 있지만, 그것도 완벽하진 못해.”

석민은 표적지들을 보며 말했다.

“눈이나 입은 비늘이 없으니 뚫을 수 있지. 눈꺼풀에도 작은 비늘 같은 것들이 있긴 하지만, 눈 자체가 원래 물렁한 것이니 뚫을 수 있어. 게다가 거길 뚫어버리면 바로 치명상을 입힐 수 있으니까, 최적이지.”

실제로는 괴수가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위치를 맞추는 것은 아무리 석민이라도 어려웠지만, 일단 고정되어 있는 표적이니 못할 건 없었다.

석민의 말에 그들은 입을 딱 벌린 채, 뭐라 말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물론 박선우와 이선재라도 이걸 못할 린 없다고 석민은 생각했다. 그들 나름 사격실력이 출중한 편이라 생각하니까.

단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무배율 도트사이트를 가지고 작은 눈구멍이나, 아가리를 표적으로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어디서 이런 사격술을….”

박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처럼 말을 내뱉었으나 그나마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처음 쏴보는 총일 텐데 바로 이렇게 명중했다고?’

사격술이라는 것이 조종사들의 비행만큼 익숙해지면 감으로 때려쏴도 잘 맞는 것이긴 하지만, 같은 구경의 탄환의 총을 쏜다고 해도 총마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사격 시 느낌이 미묘하게 달랐다.

그 다른 점 때문에 명중률 또한 평소보다 떨어지는 것이 당연했고.

석민은 그냥 쏴서 명중시켰다.

“괴수와 많이 싸우다 보면 저절로 익혀져.”

석민은 그렇게 말하며 얼버무렸다.

“그러면, 이제 다음 사격을 해볼까?”

석민은 아직 약실에 탄이 있는 것을 알았기에 조정간을 안전으로 돌렸다.

석민의 사격실력에 기가 죽어버린 그들은 서로를 보다가 이내 어깨를 들썩였다.

‘우리보다 실력이 좋은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박선우는 기가 질려 버렸고, 이선재는 여전히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

그 뒤로 벌어진 사격은 지루하고 단조로움의 연속이었고, 시간이 갈수록 석민의 사격실력은 그들을 압도했다.

심지어 석민은 400미터와 600미터 장거리 사격도 단번에 성공을 하자, 분함에 씩씩거리던 이선재마저도 석민을 인정했다.

“엄청난 사격 실력이군요. 바람이 불고 있는데, 영점 사격 없이 600미터 밖 표적을 맞히다니.”

이선재는 혀를 내두르면서 스코프를 통해 석민의 표적지를 보았다.

“다 경험을 하면 나오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경험이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숙련되더라도 장거리 사격에 참고해야 하는 습도라던가 풍속 같은 것을 감으로 알 수 있나?

“도대체 어디서 훈련을 받은 것입니까?”

“계속 말하지만, 경험이야.”

석민은 하품을 하며 대답했다.

온갖 사격의 연속으로 그는 대단히 지루했다.

이윽고 벌어진 사격은 연사처럼 빠르게 사격을 하는 것이었다.

마구잡이로 연사를 해대니 석민은 소총의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시스템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H&K HK417]

내구도: 34%

품질: 중하

탄약: 7.62×51mm NATO

H&K에서 생산한 전투소총, 중고이다. 박재만은 이것이 자신이 구할 수 있는 무기 중에 최고라 여기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인 사격으로 약실에 탄매가 잔뜩 껴 있고 강선이 마모된 상태.

‘이 이상 사격하면, 안 되겠는데?’

석민은 총을 내려 보았다.

지독하게 쏜 덕분에 장갑을 꼈는데도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심지어 그 열기가 차가운 경기도의 공기와 강가 특유의 바람에 부딪히며 증기를 피워 올렸다.

마음 약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쏘기 두려워할 지경이었다.

“총열을 바꿔야겠습니다. 탄착군이 벌어졌군요.”

박선우가 먼저 입을 열면서 그렇게 사격훈련은 끝이 났다.

석민은 그들이 쏜 표적지들을 보았다.

‘잘 쏘긴 하네.’

물론 자신만큼 잘 쏘는 건 아니지만.

“무기는 마음에 듭니까?”

이선재의 물음에 석민이 대답했다.

“좋네, 잘 맞고. 다만, 도트사이트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나중에 바꿔야겠어. 그래도 되나?”

“그럼요.”

사격실력을 본 덕분인지, 박선우의 말투는 매우 정중해졌다.

석민이 예상을 한 대로, 그들은 점점 석민을 달리 보고 있었다.

***

“이거, 안전한 거 맞지?”

그날 밤, 석민은 도청장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탐지기를 가동했다.

감지기에서 불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도청장치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안심할 순 없었다.

그는 비화폰을 이용해 유리로 된 창문들을 전부 사진으로 찍었다. 그런 직후 적외선 필터를 이용해 사진들을 전부 확인했다.

거실 쪽 창문에 밝은 점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저였다.

‘레이저 도청장치인가?’

사람 음성으로 창문에 생기는 미세한 떨림을 이용해 도청대상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는 장비였다.

‘생각 좀 했네.’

몰래 도청하기 딱 좋은 장비이긴 했다. 들키지 않았다면 말이다.

어디까지나 창문의 진동을 통해 음성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창문에 의미 없는 진동을 일으키면 도청이 불가능했다.

아니면 다른 큰 소리를 내게 한다던가.

석민은 소리를 내거나 진동을 일으키는 물건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것도 없었고, 이런 곳에 진동 안마기가 있을 리도 없었다.

석민은 가지고 오지 말라고 했던, 예비용 휴대폰을 뻔뻔스레 꺼내서 진동 어플을 찾아 깔았다.

이곳이 용케 데이터도 터지고 와이파이도 되는 곳이라 다행이었다.

해당 어플은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무제한으로 진동을 울릴 수 있는 어플이었다.

‘이런 어플이 왜 있는 거지?’

석민은 의문을 느끼며 어플을 확인했다.

‘뭐, 덕분에 나에겐 쓸모가 있군.’

요즘은 컴퓨터로 사람의 소리만 따로 딸 수 있기 때문에 소리로 음성을 감추는 것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는 어플을 킨 직후 휴대폰의 진동을 확인한 다음 테이프를 이용해 창가에 붙였다.

진동소리가 유리창에 닿으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는 만일을 대비해서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는 비화폰을 꺼내서 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그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풀어놨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아영이 크게 소리 내어 웃을 정도로 재미있어했다.

-어이가 없군요. 정말 그런 놈들이 최정예라는 건가요?

“그래도 기본은 되어 있어. 몇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실력은 무시 못 해. 경험도 아주 없는 거 같진 않고.”

석민이 말했다.

“물론 우리보단 아닐 것 같긴 하지만…. 우리의 능력은 다 좋은데, 유감스럽게도 총알은 막아주지 못하잖아. 그래서, 그놈들에 대해 알아냈어?”

-네.

아영은 대답하면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박선우와 이선재, 나이 24세.

‘역시 어리네.’

-대학은 나오지 않은 것 같고, 둘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입니다. 일단 주민등록상으론 성남에 있습니다. 군 입대를 미룬 채, 교단의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녀는 그리 말하며 박선우의 사진을 주시했다.

지난번 판교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었다.

“전문적인 군사 훈련은 확실히 안 배웠군.”

-이 둘은 교단소속인 사람이 사장으로 있는 보안업체의 경비와 경비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단의 사병들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이제 확실하게 알 수 있겠군요.

“경비업체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데? 그 외에 다른 경비업체들도 있겠군. 그것들도 알아봤어?”

-대략 100명입니다. 그 외 업체는 일단 국내에, 그러니까 경기도에만 경비업체로 등록된 수가 100개가 넘고 무허가로 활동하는 자들까지 생각하면,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 말에 석민은 살짝 이를 드러내며 불편해했다.

“그 외 다른 것은?”

-유감스럽게도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일단 공식적으론 소총사용이 허가될 정도로 이상하게 특혜를 많이 받았더군요.

‘그야 정부쪽에도 교단사람이 많으니 그렇겠지.’

석민은 그리 생각했다.

“저런 자들이 100명이면 절대로 무시 못 할 규모군. 상부에서 따로 언질 준 건 없어?”

-네, 없습니다.

“좋아, 그러면 다음에 연락하지.”

석민은 비화폰을 닫은 후 창문에 달린 휴대폰을 치웠다.

그는 다시 한 번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유리를 확인했다.

레이저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못 들었을 테지.’

그는 피식거리며 창문 밖을 살폈다.

드문드문 불빛이 보였지만 창밖은 어두웠다. 저기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레이저 진동감지기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을 것이다.

이 추운 날씨에 고생하고 있을, 이름 모를 사내에게 애도를 표했다.

0